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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계들을 경험하다 보면, 시계의 다이얼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고 특별해보이도록 하기 위해 
 
독특한 텍스쳐(질감)를 구현해내려는 노력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썬레이, 에그쉘, 샌드블래스트, 길로셰, 태피즈리 등등..
 
그 중 몇몇 텍스쳐는 특정 브랜드의 시계를 떠올리게끔 하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이얼의 텍스쳐는 어떤 시계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특징 중 하나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길로셰 다이얼의 대명사격인 브레게의 시계들은 각각 고유의 길로셰를 가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길로셰의 형태에 이름이나 별명을 붙여 이를 그 모델 자체의 이름이나 별명으로 사용하지는 않죠.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세이코에서 다이얼의 텍스쳐가 갖는 의미는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상당히 크고, 특별한 것 같습니다.
 
소재 자체로서는 특별할 것도 없는 다이얼의 텍스쳐에 브랜드 스스로 이름(별명)을 지어주고, 
 
팬덤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특정 모델 자체를 다이얼 텍스쳐의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으니까요. 
 
(제가 아는 한, 그랜드세이코 이외의 브랜드에서는 이런 현상을 본적이 없습니다.)
 
최근 한창 폼이 올라온 그랜드세이코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아마도 그랜드세이코의 텍스쳐드 다이얼로 
 
가장 먼저 자작나무나 오미와타리 등을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sbgy007.jpg
slga007.jpg
 
오미와타리(sbgy007)의 텍스쳐는 이번에 새로 나올 한정판 미나모(slga007)에서 청판으로 사용되고,
(GS로고 좌우, 2시와 3시 인덱스 사이 등을 비교해보면 동일한 텍스쳐임을 알 수 있습니다.)
 
 
SLGH005.jpg
SBGJ249-2.jpg
 

자작나무(sbgh005)의 텍스쳐는 seasons GMT 모델인 sbgj249에서 가로 세로를 바꾸어 출시되는 등, 
 
첫 선을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비중있는 각기 다른 모델들에 채용되면서,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죠.
 
이들이 최근 그랜드세이코의 가장 핫한 얼굴이란건 많은 분들이 인정하는 바이겠지만, 
 
자작나무나 오미와타리를 그랜드세이코의 시그니쳐 텍스쳐라고 보기엔 사실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쳐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특정 시점에서 주는 강렬함 못지않게, 세월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그랜드세이코 제1의 텍스쳐드 다이얼은 역시 snowflake(눈송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snowflake 이전에도 그랜드세이코는 여러 모델에 텍스쳐드 다이얼을 적용해오고 있었지만, 
 
이 때의 텍스쳐드 다이얼은 다양하고 독특한 시도라는 느낌 정도였지, 퀄리티나 임팩트 면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죠.
 
그러다가 2005년 등장한 snowflake는 그 특유의 고급스러우면서도 신비한 텍스쳐 덕에, 오래 지나지않아 
 
그랜드세이코(특히 스프링드라이브)의 대표작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구글에서 grand seiko를 검색하면 snowflake가 유도검색어로 나올 정도이니 뭐 말 다했죠.
(마침 타포 사이트 배너에 보이는 그랜드세이코의 광고모델도 snowflake로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부터 snowflake가 그 첫 적용 모델인 sbga011 다이얼 텍스쳐의 공식 명칭은 아니었습니다. 
 
팬덤에서 붙여준 별명이었죠. 하지만 snowflake가 꾸준히 사랑받자, 
 
언제부터인가 그랜드세이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snowflake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하더군요. 
(지금도 그랜드세이코 공홈에서 snowflake를 검색하면 몇가지 모델들이 검색됩니다.)
 
2017년에는, 그랜드세이코 독립 브랜드 런칭 및 그에 따른 로고 위치 변경에 맞추어, 새로운 로고가 적용된 후속작 sbga211이 출시됩니다.
 
sbga011 211.jpg
신형 sbga211(좌)과 구형 sbga011(우)
 
 
중간에 sbga011이 단종된 기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sbga211은 지금 현재도 판매가 계속되고 있으니, 
 
장장 15년 이상 그랜드세이코의 스테디셀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죠.
 
snowflakecrop.jpg
snowflake는 확대해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watchfinder 영상에서 캡쳐한 자료입니다.
 
 
snowflake 다이얼이 적용된 몇몇 한정판 모델들도 중간중간 출시되긴 했지만, 
sbga011과 sbga211의 인상이 워낙 강렬하기에, snowflake는 스프링드라이브 일반판을 대표하는 텍스쳐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랜드세이코가 텍스쳐드 다이얼을 더욱 공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최근 들어서는, skyflake(국내에선 블루송이)라고 불리는 sbga407이 출시되기도 했고, 
 
비록 여성용이긴 하지만 최초로 쿼츠에 snowflake가 적용된 stgf359가 출시되는 등 여러 베리에이션이 등장하기도 했죠.
 
sbga407.jpg
stgf359.jpg
 
 
일반판 스테디셀러로서 자리잡은 대표작 snowflake와 비견할 수 있는 또하나의 텍스쳐로는 blizzard를 꼽을 수 있습니다. 
 
blizzard 다이얼은 2010년 그랜드세이코 50주년 기념 모델 5종을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가지 텍스쳐를 그랜드세이코를 대표하는 라인 전부에 통일적으로 적용시켜 한번에 anniversary 모델들을 출시한건 
 
2010년 그랜드세이코 50주년이 처음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이었죠.
 
sbga055.jpg
SBGA065 (1).jpg
sbgh015front.jpg  sbgr065whitedial.jpg
sbgx075(1).jpg 
위에서부터, sbga055, sbga065, sbgh015, sbgr065, sbgx075
 
 
사실 이 blizzard 역시 그랜드세이코가 붙인 공식 명칭은 아닙니다. 팬덤에서 부르는 별명이죠. (우리는 이것을 블리자드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리고 snowflake와는 달리, 그랜드세이코가 공식적으로 'blizzard라는 텍스쳐란 정확히 이것이다' 라고 정의를 내린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팬덤에서는 위 50주년 모델들 이후로도 그와 같거나 유사한 느낌의 텍스쳐를 가진 시계들이 출시되면, blizzard 다이얼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있습니다.
 
bli.jpg
gs.jpg
(sbgr305를 촬영한 watchfinder 영상에서 캡쳐한 자료들입니다)
 
 

blizzard(눈보라)라는 별명은 이 다이얼을 약간 떨어져서 볼 때 더 잘 어울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흰색에 가까운 밝은 은빛 톤의 다이얼을 눈결정 혹은 얼음가루 같은 것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 느낌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가득 메우면서 휘몰아치는 눈보라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겠죠. 
 
더 가까이 들여다 보았을 때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신기해보입니다.
 
 
2010년 그랜드세이코 50주년 기념모델 이후로도, blizzard 텍스쳐는 주로 묵직한 의미를 갖는 한정판 모델의 텍스쳐로 여러 차례 사용되며 그 존재감을 이어갔습니다.
 
sbga125.jpg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62gs 케이스의 부활을 알린 sbga125(2015년),
 
 
sbgr305.jpg
최초로 GS로고를 12시 방향으로 옮기며 그랜드세이코의 독립브랜드 런칭을 선포한 sbgr305(2017년),
 
 
sbgd001.jpg
sbgd201.jpg
 
그랜드세이코 내의 플래그쉽 라인인 마스터피스 라인의 시작을 알린 sbgd001(2016년)과, 
 
로고의 위치를 12시로 옮긴 후속작 sbgd201(2017년)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참고로 sbgd001, sbgd201의 경우 그랜드세이코에서 자체적으로 텍스쳐의 이름을 diamond dust라고 명명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름만 보면 마치 다이얼에 반짝이는 가루를 뿌린 형태의 가공일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죠)
 
아래와 같이 다이얼 확대샷을 보면 사실상 blizzard와 같은 계열임을 알 수 있습니다.

sbgd001dial (1).jpg
 

그밖에도, 최근까지 같은 계열로 볼 수 있는 (기존 blizzard 보다 한 톤정도 어두워진 느낌이 있어 그런지 silver blizzard라고 불리더군요) 
 
sbge249와 sbge269로 blizzard의 명맥이 이어져 오는 것이라든지,
 
sbge249.jpg
(sbge249)
 
SBGE269동지.jpg
(sbge269)
 

곧 출시될 예정인 blue blizzard 모델 sbgh287로 베리에이션을 확장하는 것 등등을 보면, 
 
그랜드세이코의 텍스쳐에서 blizzard가 갖는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게 됩니다.
 
SBGH287.jpg
(sbgh287. 단순히 색깔놀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쁘네요;;)
 
 
팬덤에서는 snowflake와 blizzard 두 텍스쳐의 비교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문 리뷰 사이트에서 같은 조건 하에 두 다이얼을 촬영하여 비교하며 리뷰하기도 했죠. 
 
이건 역시 10년 혹은 15년 이상의 시간을 거치며 snowflake와 blizzard가 텍스쳐의 명가 그랜드세이코를 대표하는 양대 텍스쳐로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Cover-Snow-SBGA211-SBGE249.jpg
 
 
그랜드세이코의 텍스쳐드 다이얼을 경험해보고자 고민 중인 분이라면, 
 
시그니쳐 텍스쳐 두가지 중 하나가 채용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최근 한창 폼이 올라온 그랜드세이코의 신형 텍스쳐드 다이얼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다이얼이 그랜드세이코의 차세대 시그니쳐로 자리잡는 과정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초두에 언급한, 오미와타리나 자작나무의 텍스쳐가 다른 모델에 응용되어 재사용되는 현상은 이런 과정의 일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한 헤리티지로서의 시그니쳐 텍스쳐(snowflake, blizzard)를 든든한 밑바탕으로 깔고, 
 
그 위에 현재 진행형인 참신한 신형 텍스쳐를 하나둘 차곡차곡 쌓아올려 가면서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그랜드세이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p.s. 자료를 찾고 정리하다보니, 2019년 스프링드라이브 20주년 기념 sbgc231로 데뷔하여 전천후 활약중인 lion's mane(사자갈기)을 언급안할 수가 없네요.
 
lion's mane은 그랜드세이코가 sbgc231에 직접 붙인 이름인데, 이후로도 각종 화려한 컬러가 적용되어 최근 맹활약 중입니다.
 
사진으로 감상하시죠.
 
sbgc231s20.jpg
sbgc231
 
sbgy005s.jpg
sbgy005
 
sbge271s.jpg
sbge271
 
sbga409s.jpg
sbga409
 
sbga413s.jpg
sbga413
 
sbga431.jpg
sbga431
 
sbga433s.jpg
sbga433
 
sbga435s.jpg
sbga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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