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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처음으로 김서림방지 기능이 들어간 안경렌즈를 맞추며 들었던 설명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김서림이 아예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우 빠른 속도로 생겼다가 바로 사라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참으로 혁신적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회복을 통해 실질적 불편을 없애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이른바 ‘문워치’를 처음 접했을 때도 비슷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방수 성능은 보잘것없고, 최신 오토매틱 시계에 비해 정확도도 떨어지며, 진동이나 자성에 쉽게 영향을 받는 듯 보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시계가 ‘강인함’의 상징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달 착륙에 동행한 스토리와 상징성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NASA의 시계 선발 과정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던 중, 저는 전혀 다른 진실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스피드마스터는 극한의 시험에서 완벽하게 시간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감압 시험에서 +21분의 진행, 가속 시험에서 −15분의 지연이라는 큰 흔들림이 기록되었습니다. 다이얼의 트리튬 야광이 열화되는 문제도 관찰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NASA는 이를 “만족스럽다(satisfactory)”고 판정했습니다.

즉, 스피드마스터는 혹독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정지하거나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오차는 생기지만, 다시 시간을 맞추면 ±5초 내외의 일상적 정확도로 돌아왔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 것입니다.

전자시계에서 오류는 곧 시스템의 파괴이며 교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기계식 문워치에서 오차는 단지 ‘흔들림’일 뿐입니다.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주에서 요구된 것은 지구의 표준시간에 대한 완벽한 동조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아폴로 13호 위기 당시, 귀환 궤도를 잡기 위해서는 정확히 14초간 엔진을 분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측정한 것은 다름 아닌 문워치였습니다.

즉, 우주에서 문워치가 제공한 가치는 ‘초정밀 시계’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반드시 작동하는 크로노그래프였습니다. 완벽한 정확도보다 중요한 것은, 결단의 순간 반드시 믿을 수 있는 기능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문워치의 성격을 인간에 비유해 봅니다.
진정으로 강한 인간은 고통이나 실패 앞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 수도승이 아닙니다. 인간은 본래 한계를 지닌 존재이기에, 때때로 무너지고, 실패하고, 좌절합니다. 그러나 진짜 강한 사람은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실패 속에서도 자신을 개선하고, 결코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이상을 향해 오늘도 내일도 나아가는 사람. 니체는 이런 존재를 **초인(Übermensch)**이라고 불렀습니다.

문워치는 바로 그런 삶의 은유입니다. 오차가 생기지만 파괴되지 않고, 다시 맞춰지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반드시 작동합니다. 그래서 문워치는 저에게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매 순간 저를 다잡게 하는 토템입니다.

 

우리는 흔히 강함을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워치가 보여주듯, 진정한 강함은 흔들리면서도 결코 부서지지 않고, 다시 돌아와 제 기능을 다하는 힘입니다.

김서림방지 렌즈처럼, 문워치처럼, 그리고 초인처럼.
인간은 완벽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성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과 의지를 통해 흔들리되 부서지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문워치를 통해 얻은 다짐이며, 오늘도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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