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GMT 투톤 루트비어 1개월 사용기 GMT master
시계는 그저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네요.
와이프가 예물시계로 롤렉스 사준다고 하기에 그 돈으로 라이카 35MM 카메라 사달라고 할 정도로 시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메가 드빌로 예물시계를 사고, 예상대로 거의 쓰지 않고 오히려 삼성 기어를 쓰거나 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죠.
후배 중에 시계에 미친 친구가 있었습니다. 5년 전이네요. 같이 점심때 반주 한잔을 하고, 형님도 명품시계 하나는 갖고계셔야 한다고 해서 '까르띠에 매장'에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델도 모르고 매장 직원이 추천한 시계를 커플로 샀습니다. 거의 천만원 가까운 돈을 갑자기 썼으니 와이프도 이게 왠일인가 싶었을 겁니다.
지금도 잘 쓰고 있는 롱드 모델입니다.
지난해 저와 와이프는 직장생활 30년을 맞았습니다.
와이프가 저를 위해 '롤렉스' 하나를 사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조카 중에 시계 마니아에게 물어물어 저는 '데이저스트 텐포 스틸' 와이프는 데이저스트 투톤 별다이아 모델을 구입했습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할 수도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주변에서 콤비를 하라고 했는데 왠지 로렉스 금장이 주는 위화감(?) 이런 것때문에 저는 스틸로 정했습니다.
시계적인 완성도와 예술적인 모습에 '이래서 롤렉스 롤렉스 하는구나'하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나중에야 왜 데이저스트는 콤비를 차야 하는지 알겠더군요.
생각보다 롤렉스 라인이 많다는 것과 라인별로 특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 등을 알고,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타임포럼에 가입하고 이것 저것 보다보니 저한테 맞는 롤렉스가 어떤 것인지 느낌이 오더군요.
서브마리너는 왠지 50대인 저보다는 젊은 분들에게 맞는 시계 같다는 느낌과 너무 흔하다는 생각도 들어 제 취향이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GMT 라인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기추병이 드디어 저에게도.
그래서 사실은 명동에서 툴워치로 GMT 스틸을 예약하려고 갔습니다. 근데 바젤 월드에서 발표한 신제품 펩시 열풍이 궁금해 공부를 하다가 루트비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백화점 부띠끄 직원 얘기로는 펩시의 경우 VVIP에게만 예약을 받아 20명 하루만에 예약받고 끝냈다고 하더군요. 아쉬움에 구글링을 하다보니 GMT 루트비어에 대한 호평이 많더군요.
부띠끄 직원이 배트맨 예약을 받아준다고 해서 네번째 번호표 받아서 예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매장을 방문해 루트비어도 예약받을 때 꼭 알려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마침 오늘부터 예약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1번으로 예약하고 받은 지 1개월이 됐습니다. 배트맨보다 먼저 받았습니다. 지금은 펩시만큼 예약이 밀려있다고 하네요. 만족도는 구글에서 호평한 것이 이상입니다. 실물이 주는 고상함과 세련됨 느낌은 툴워치이지만 마치 드레스워치와 같은 기품이 느껴지는 그런 감동이었습니다. 롤렉스 역대 최고의 콤비 스포츠모델일 것이라는 게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금의 전세계적인 롤렉스 스틸 열풍이 이제 콤비까지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제 예약된 물량이 소진되면 앞으로 입고 후 판매 시스템으로 바뀐다고 하니 그나마 귀한 모델을 둘이나 구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었나 봅니다.
요즘에는 자리에 따라 텐포와 루트비어를 바꿔가면서 차고 나갑니다. 시계를 취미로 삼으면서 좋은 것은 온전히 나를 위한 취미라는 것. 운전하면서 혹은 일을 하다가도 바라보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사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시계들에게 '애정'을 듬뿍 주고 사용하다 아들 둘에게 하나씩 물려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 누군가 장인들이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들었을 수제 시계에 대한 경외감. 라이카 카메라를 쓰면서 느끼던 그런 느낌을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게 시계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닌가 싶네요.
얼마전 대학동창인 대기업 임원과 점심을 했는데, 그 친구가 서브마리너 데이트 블랙을 차고 있더군요. 저는 텐포. "우리가 열심히 살았으니 이 정도 상은 받을만하다"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멈춰야겠지요?
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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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18.07.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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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18:55
마믐이 통하네요. 격려로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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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1
2018.07.17 18:51
글에서 꽤 깊은 감정이 느껴지네요. 루트비어와 중후하신 모습이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멈추는 것은... 쉽게 될지 모르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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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19:00
배트맨이 끝이라고 다짐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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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처럼
2018.07.17 19:03
신형 모델들은 웨이팅 받아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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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19:05
저는 운이 좋아 첫날 예약 했는데 지금은 안받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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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k1
2018.07.17 20:02
너무 예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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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20:32
네네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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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y0503
2018.07.17 20:28
진솔함이 솔솔 느껴지는 아름다운 스토리입니다 ^^ 루트비어 ! 중년에 잘 어울리는 멋진 시계이지요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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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20:3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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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hoss
2018.07.17 20:47
추천드립니다. 저도 룻비어를 운좋게 예약해서 받았는데 지금까지 차본 모던 롤렉스 중에서는 단연 최고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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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21:48
차보신분들 평이 제 느낌과 크게 다르지않네요. 어떤 분은 프리미엄주고 사신 경우도 있던데 매우 만족해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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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성
2018.07.17 21:1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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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21:49
좋게 봐주셔서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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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
2018.07.17 21:28
정말 진솔하고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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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7 21:50
타포 글들이 모두 진솔하고 신뢰가 가니 저도 좀더 솔직한 글을 쓰게 됐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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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겨맨
2018.07.17 22:41
루트비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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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8 09:04
예겨맨님도 좋은 시계 잘 쓰고 계신 것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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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쉬
2018.07.17 22:49
끝은 없는 것 같더라구요ㅎㅎㅎ
더 좋은 모델을 가지고 있어도 새로운 모델이 끌리는걸 보면
완연한 중독 증상 같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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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8 09:05
실제 구매도 즐겁지만 어떤 모델이 좋을까 고민하는 과정이 더 즐거운거 같습니다. 꼭 사지 않더라도 말이죠. 금통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금통과의 상상도 요즘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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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혼다
2018.07.17 23:44
시계도 물론 멋지지만
카바세님의 세세한 사용기를 통해 좀 더 울림이 있는 글로 다가옵니다.
루트비어도 주인을 잘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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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8 09:05
과분한 시계 물고 빨고 자식 대하듯 잘 사용하려고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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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1999
2018.07.17 23:52
멋진 글 잘봤습니다.
루트비어 참 고급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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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8 09:06
스포츠면서 드레스 워치같은 기품이 루트비어의 최대 매력인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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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스장
2018.07.18 00:20
스토리도 너무 멋지고 의미가 있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글에
평소 젊은 마인드와 세련미가 넘치시는게 느껴질 정도네요 ^^
앞으로도 멋진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 다음 기추 모델을 DJ스틸로
고려중인데 왜 역시 DJ는 콤비구나~ 라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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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8 09:08
DJ는 콤비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텐포 스틸은 조금 심심하다고할까. 어차피 롤렉스는 사람들이 알아보는거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세련된 맛이 있는게 좋은 것 같아요. 와이프 별다이아 콤비도 처음에는 너무 눈에 띄지 않나 고민했는데, 본인 만족도도 높고 오히려 세련된 느낌이라서 잘 한 것 같네요.
저도 사실 그래서 텐포 스틸을 콤비로 바꿀지 세라토나 콤비로 바꿀지 고민도 살짝 해보는 중입니다. 물론 텐포가 알아볼 사람만 알아봐주고 점잖아 보이는 장점은 분명있습니다. 배트맨 받고 나면 시계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 고민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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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림재은아빠
2018.07.18 00:28
카바세님의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시한번 저 자신을 뒤돌아 봤습니다.
항상 마지막 득템이라 생각하며 시계를 사지만.
왜케 갖고 싶은 시계는 많은지 ㅡㅡ;
시계란 취미를 가진 후 마지막 이란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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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8 09:10
혜림재은아빠님 글도 잘 보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건 롤렉스가 환금성이 뛰어나서 저는 저축하는 마음으로 롤렉스를 접근하고 있어요. 약간 비상금 같은 개념이고요. 다행이 오디오 카메라 취미가 있어서 중고거래가 익숙하다보니 환금성이 높은 현금등가자산이라는데에 대한 믿음이 있거든요. 이러다 어느날 원톱 가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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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2018.07.18 09:19
연륜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충분히 자격이 있으신듯합니다. 저도 저에게 반문합니다. 자격이 있는지.
50까지 10년 남았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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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8 10:05
40년 정도시면 정말 제대로 '연륜'이시네요. 저도 4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5년 정도 더 활발하게 사회생활 해보면 좋겠다 싶네요. 그 다음은 정말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어 생활해보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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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perator89
2018.07.19 06:45
멋지고 가슴에 와 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시계 구매하신 것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멋지고 좋은 글과 사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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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19 14:32
격려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타포 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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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주미
2018.07.19 14:33
실제로 빨리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ㅠ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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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20 15:19
물량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느낌이네요. 많은 분들이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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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ssj
2018.07.20 11:07
잘 읽었습니다.
글을 쓰니는 재주도 좋으시네요..
좋은시계 만족감 크시다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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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2018.07.20 15:19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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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연
2018.07.21 01:27
웨이팅좀 받아주면 좋으련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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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맘
2018.07.25 14:31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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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남자
2018.08.14 18:58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ㅎ. 예약건게 후회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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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4796
2018.08.21 23:26
잘 보고갑니다 ^^ 시계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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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만
2018.09.10 14:09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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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키튼
2018.12.10 01:16
추천드립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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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e333
2018.12.27 18:31
오늘 실물을 보고왔습니다만 엄청난 P 때문에 돌아올수밖에 없었네요~ 멋진 시계 멋진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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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글 읽었슴다...... 마지막에 팩트가 있었네요 ㅎ 이정도 상은 받을만 하다고에 ㅎ 공감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