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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시생전 Submariner

choe 1151  공감:16 2019.09.12 11:24

더운날씨는 그렇게 싫더니ㅎ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몇자 끄적였습니다.

풍요로운 명절 연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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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생(時生)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칸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생은 x포럼 보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시계 약을 갈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시계를 차지 않으니, 무브먼트는 공부해 무엇합니까?"

시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덕질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줄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줄질은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되팔이는 못 하시나요?"

되팔이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포럼글만 읽더니 기껏어떻게 하겠소?'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줄질도 못 한다, 되팔이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시생은 읽던 크노스를 덮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컴플리케이션 공부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시생은 거리에 서로 알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예지동으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제일 부자요?"

변씨(卞氏)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시생이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시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비트코인 만냥()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그러시오. " 하고 당장 코인을 쏴주었다. 시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시생을 보니 거지였다. 바지단이 너덜너덜하고, 란스 뒤꿈치가 닳아빠졌으며, 헐렁한 모자에 허름한 남방을 걸치고, 먹다만 라떼를 들고있었다. 시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코인 만개를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코인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시생은 자금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제네바로 날아갔다. 제네바는 아시아, 유럽, 미주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여러 시계브랜드의 본사이기 때문이다. 제네바에서 DJ 섭마 GMT 데이토나 , RO 노틸러스 피프티패덤즈 등속의 시계를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시생이 시계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시간을 못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시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시계를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시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코인 만개로 온갖 시계의 값을 좌우했으니, 유통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드라이버, 플라이어, 스프링바툴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가죽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줄질을 하지 못할 것이다."

시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나토밴드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시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시계를 만질만한 빈 섬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풍파를 만나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섬에 닿았습지요. 아마 사문(沙門)과 장기(長崎)의 중간쯤 될 겁니다. 매장마다 사는 사람이 없어 시계들이 널려 있고, 짐승들이 떼지어 놀며, 물고기들이 짝퉁시계찬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남쪽으로 가서 그 섬에 이르렀다. 시생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들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시덕옹()은 될 수 있겠구나."

이 섬에 시덕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시계를 만진단 말씀이오?"

사공의 말이었다.

()이 있으면 덕후가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변산(邊山)에 수천의 시덕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지방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군도들도 감히 오프라인 덕질을 못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시생이 덕후의 산채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이 그랜드컴플리케이션 천개를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한 개이지요."

모두 아내가 있소?"

없소."

논밭이 있소?"

군도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땅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덕후가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아내를 얻고, 집을 짓고, 소를 사서 논밭을 갈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오덕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부부의 낙()이 있을 것이요, 손가락질 받을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이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할 뿐이지요."

시생은 웃으며 말했다.

시덕질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 할 수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돈을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시생이 군도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군도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군도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시생이 삼십만 냥의 코인을 갖고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시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코인물타기도 못하면서 무슨 시덕질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양민(良民)이 되려고 해도, 이름이 덕후의 장부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백 냥씩 가지고 가서 시계 하나, 밴드하나를 가지고 오너라."

시생의 말에 군도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시생은 몸소 이천 명이 1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군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시생이 덕후들을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무브먼트를 수리하고, () 엮어 오가닉 밴드를 만들었다. 덕질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해서, 스위스 못지않은 무브먼트를 만들게 되었다. 남는 시계는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장기도(長崎島)로 가져가서 팔았다. 장기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일본(日本)의 속주(屬州)이다. 그 지방이 한참 조세폭탄이라 구휼하고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시생이 탄식하면서,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남녀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하게 한 연후에 따로 무브먼트를 만들고 뚜르비옹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이 좁고 덕이 엷으니,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에 시계를 쥐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먼저 차도록 양보케하여라."

다른 배들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코인 오십만 냥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어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냥은 우리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

했다. 그리고 시계수리하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이 섬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했다.

시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시계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코인 십만 냥이 남았다.

이건 변씨에게 갚을 것이다."

시생이 가서 변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만 냥을 실패 보지 않았소?"

시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코인이 어찌 도() 살찌게 하겠소?"

하고, 코인 십만 냥을 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공부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만 냥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변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일수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시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되팔이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시생이 남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우물터에서 빨래하는 것을 보고 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초가가 누구의 집이오?"

"시 생원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시계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변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시 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변씨는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시생은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백만 냥을 버리고 십만 냥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시계나 차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씨가 시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시생의 집에 양식이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시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쥬얼리를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와치와인더를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취하도록 태엽을 감았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 냥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시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우리나라는 매장이 많지 않고, 물량이 풀리질 못해서, 온갖 시계가 제자리로 들어와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천 냥은 적은 돈이라 한 가지 물종(物種)을 독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 냥이 열이라, 또한 열 가지 시계를 살 수 있겠지요. 단위가 작으면 굴리기가 쉬운 까닭에, 한 물건에서 실패를 보더라도 다른 아홉 가지의 물건에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장사치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만 냥을 가지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GMTGMT 전부, 에어킹이면 에어킹을 전부, RolesorRolesor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항공시 중에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다이버시계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고, 컴플리케이션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면, 한 가지 아이템이 한 곳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장사치들이 고갈될 것이매, 이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되팔이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만 냥을 뀌어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시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만 냥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백만 냥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만 냥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사대부들이 화이트리스트(白色名單)에서 왜구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선비가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졸수재(拙修齋) 조성기(趙聖期) 같은 분은 적국(敵國)에 사신으로 보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베잠방이로 늙어 죽었고, 반계 거사(磻溪居士) 유형원(柳馨遠) 같은 분은 군량(軍糧)을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바닷가에서 소요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시계만 좋아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구왕(九王)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변씨는 본래 이완(李浣) 정승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완이 당시 어영 대장이 되어서 변씨에게 위항(委巷)이나 여염(閭閻)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시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 대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은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니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이 대장은 대변인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시생을 찾아갔다. 변씨는 이 대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시생을 보고 이 대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시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갖고온 드라이버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줄질을 하는 것이었다. 변씨는 이 대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시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 대장이 방에 들어와도 시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 대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시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시계를 차고 있느냐?"

"1608 이."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내가 HODINKEE 같은 사이트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임금께 아뢰어서 즐겨찾기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시생은 외면하다가, 이 대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스위스 장인들이 조선은 옛 은혜가 있다고 하여, 그 자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망명해 와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조정에 청하여 종실(宗室)의 자손들을 모두 도제로 보내고, 훈척(勳戚) 권귀(權貴)의 재산을 빼앗아서 시계매장으로 만들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스위스 정부가 시계비지니스의 주인이 되어서 전세계 물량을 소화하 못하는 판에, 조선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웨이팅을 걸게되어 저들이 우리를 가장 믿는 터이다. 진실로 당()나라, ()나라 때처럼 우리 자제들이 유학 가서 도제 교육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상인의 출입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국중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뽀로로시계를 차고 그지 옷을 입혀서, 그 중 선비는 가서 파텍필립 빈공과(賓貢科)에 응시하고, 또 서민은 멀리 루체른 로이스 강남(江南)에 건너가서 장사를 하면서, 저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장인들과 결탁한다면 한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스위스 명장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천하의 제후(諸侯) 거느리고 적당한 사람을 하늘에 천거한다면, 잘 되면 컴플리케이션의 일가를 이룰 것이고, 못 되어도 뚜르비옹 백구지국(伯舅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사대부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예법(禮法)을 지키는데, 누가 뽀로로시계를 차고 그지 옷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시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사대부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시계 후발주자 땅에서 태어나 자칭 사대부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의복은 흰옷을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상인(商人)이나 입는 것이고, 머리털을 한데 묶어 송곳같이 만드는 것은 남쪽 오랑캐의 습속에 지나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예법이라 한단 말인가? 번오기(樊於期)는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자신의 머리를 아끼지 않았고, 무령왕(武靈王)은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되놈의 옷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나라의 원수를 갚겠다 하면서, 그까짓 뽀로로시계 하나를 못차고, 또 장차 오버홀하고 줄질하며, 헤어스프링 미세조정 해야 할 판국에 넓은 소매의 옷을 고쳐 입지 않고 딴에 예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딥씨로 매우 쳐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디블루를 찾아서 때리려 했다. 이 대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시생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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