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에서 홍보를 할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라인의 최고가 모델이자
몽블랑의 플래그쉽 모델인 149는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 접했을때 반응이
'무식하게 크다', '그게 펜이냐 몽둥이냐' 하는 장난섞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 149는 몽블랑으로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모델이지요. 앞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몽블랑은 따지고보면 타 만년필 제조사에 비해 내세울 것이 없는 회사지요.
그 와중에 유일하게 몽블랑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모델이 바로 149 입니다. 일단 사진을 보시죠.
맨 오른쪽이 1952년산, 그다음 2개가 1960년대 중반 물건, 그다음이 70년대, 80년대, 90년대 149입니다.
149는 1952년도에 첫 발매되어 한차례도 중단 없이 현재까지 생산되는 모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시다시피
디자인상에 변화 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본다면 재질상 변화, 잉크 충전 매카니즘의 변화, 자잘한 촉 변화 등
몇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만 디자인은 항상 변함없이 시커먼 몸통에 금색 장식들이었습니다.
또한 하위 모델인 144. 145, 146 등은 금장식 오리지널 버전 외에 백금 장식을 하기도 하고 버건디라고 불리는 자주색 몸통을 가진
모델도 내놓고, 스테인리스 스틸, 은 등을 몸통 소재로 사용하는 등 여러가지 장난(?)을 치는데다
146 같은 경우에는 각종 한정판 베이스로 널리 사용 되는 등 여러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149는 금 같은 비싼 금속으로 만든다거나 초고가 한정판 베이스에서나 아주 가끔 등장할 뿐 149로
장난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위에서부터 149 18K 솔리드골드, 아래 세장은 마이스터스튁 75주년 149 스켈레톤 75개 한정판입니다. 저 문양들... ㄷㄷㄷ)
다른 것들을 보면 114는 '모짜르트', 145는 '쇼팽', 146은 크다고 '르 그랑드(Le Grand)'라는 이름을 몽블랑 측에서 붙였습니다만
149는 이런 별도 명칭 없이 오직 149 입니다.
몽블랑의 이런 149에 대한 대접은 일종의 전략으로 변하지 않는 존재, 가치, 상징과 같은 것입니다.
사실 저도 지금은 149 사용자입니다만 이 펜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때 반응은 그저 그랬습니다.
처음 접했던 몽블랑인 P146 에서 그리 좋다는 인상을 못받아서 생긴 몽블랑 편견에 동치와 촉은 무식하게 큰데다
당시 애용중이던 스위스 CARAN d'ACHE(까랑다슈) 레만에 비해 거친 필감 등 저와는 안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는 그저 149가 주는 상징성과 오랜 역사성만 인정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49를 들일 기회가 생겨
새제품을 구해 본격적으로 사용해보게 되었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149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고 거기에 따라 몽블랑에 대한
인상도 달라졌습니다. 필감 자체는 약간 까슬하지만 (사실 몽블랑 새제품의 대체적 필감은 까슬한 편입니다) 손 안에
꽉 들어차면서 안정감을 주는게 글씨도 기존 보유 펜보다 예쁘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 서명용, 뽀대용,
상징성만 있다는 편견을 버리게 되었고 잘 사용중에 있습니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초안은 149로 잡았는데
쓰다보니 몇몇 작가분들이 왜 149를 집필에 애용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군요 ㅎㅎ ('혼불'을 쓰신 고 최명희 선생도
149 애용자였고 '로마인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도 149로 작품을 쓴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사성과 상징성 등을 두로 갖춘 명기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현재 생산되는 149 품질에 대해서는 매니아들 사이에
말이 많습니다. 몽블랑 자체도 그렇고 사실 균일하지 못한 촉 품질이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이고 저도 동의합니다.
오죽하면 '몽블랑은 뽑기' 라는 말도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149 구입시 매장을 찾아가 매니저에서 149 재고를 몽땅
꺼내달라고 한 다음에 루페로 일일히 물건 상태를 보고 괜찮은 놈 중에 디핑 (촉 끝에 잉크를 살짝 찍어 시필해보는 것.
잉크를 주입해버리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므로 간단한 세척으로 처리 가능한 디핑을 하게 해줍니다)을 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놈으로 골라왔지요. 149를 만나는데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혹시 149를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식으로 구매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상으로 149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주절주절 써보았습니다. 워터맨 세레니떼에 대해 써달라는 말씀을 하신 분이 있습니다.
세레니떼도 물론 좋은 펜이고 아름다운 펜은 맞습니다만, 출시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고 149와 같은 상징성도 없는지라
이야기할 건덕지가 그리 많지는 않군요. 나중에 워터맨에 대해 쓸때 개인적인 소감을 붙여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49 사진을 몇개 붙이고 끝마치도록 하지요.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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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2009.12.09 18:54
음.. 넘 좋아보입니다. 아...뽐뿌가.. ㅜ.ㅡ 그래도 세일러 펜 하나로 만족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겠습니다,. -
로덴스톡
2009.12.09 20:16
정말 너무 좋아보여요 ㅎㅎ 149 급땡기네요 ㅎㅎ 만년필하나 장만해야지 하고 생각하고있었는데...이글보니 149로 가고싶네요 ^^: ㅎ -
아린
2009.12.09 21:34
멋지네요 정말.. -
로끼또
2009.12.09 21:48
게시물들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어쩌다가 몽블랑 볼펜과 수성펜 선물이 들어와서 브랜드에 대해 궁금해하다 만년필로 넘어가볼까하는 찰나에
간고등어님 게시물이 참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염치없지만 쭉 부탁드립니다 ㅎㅎ; -
화려한편지
2009.12.09 22:02
만년필...항상 마음에두고있었는데 간고등어님의 글을 볼때마다 뽐뿌가 마구마구 솟아오르는군요 ㅠ_ㅠ 신년에 하나 장만해볼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ㅋ -
TIM
2009.12.09 23:11
항상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만둔 취미인데 간만에 다시 끌립니다.ㅋ
black widows 리뷰도 부탁드립니다!^^ -
간고등어
2009.12.09 23:18
팀님 뷁 위도우는 제 능력 밖이네요. 그건 써본적은 커녕 실제로 본 적도 없으니까요 ㅋㅋ -
BJ
2009.12.10 00:38
가끔 발동되는 필기구에 대한 욕심도 상당합니다만....
제가 쓴 글을보면 그냥... 모나미펜에게도 미안할 따름입니다...-_-;; -
박격포
2009.12.10 02:58
아 점점 불타오르게 하시는 간고등어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틈틈이 시간내어 쓰시는 것일텐데... 연속극 다음 이시간에 처럼 기다려집니다!! -
로키
2009.12.10 09:49
만년필로 글을 쓸일도 없는데 간고등어님 글을 보면 하나 사고 싶어집니다. 루페를 동원해서 만년필을 고른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네요. 만년필의 세계도 참으로 심오하군요. -
so13
2009.12.10 09:54
하나 가지고 싶다 ㅠㅠ -
도로의TGV
2009.12.10 10:42
아~ 다음에 몽블랑 살때는 간고등어님과 동행해서 사야겠어요~ ^^ 그리고 약간에 글씨와(주소,주민번호)서명을 하려면 펜촉은 어떤게 좋은가요? -
흙탕물
2009.12.10 11:42
크크크 저도 TGV님 생각이랑 같은 생각중..
Faber Castell 볼펜 사용하고 있는데.. 업그레이드 할때 조언을 좀 구해야 할거 같아요.. -
이지이지
2009.12.10 11:46
만년필은 아니지만 몽플랑 볼펜중 가장 추천해주실만한걸 뭘까요? 가장 실용적인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부탁드립니다 ^^ -
간고등어
2009.12.10 13:20
도로의비둘기호님, 흙탕물님// 서울이면 가능합니다 ㅋㅋ 롯데 애비뉴엘 몽블랑 매니저랑 안면이 있는지라 거기 가면 좀 친절할 수도 있어요 ㅋ골라주는 비용은 스타벅스 카페라떼 한잔입니다 ㅋㅋㅋㅋ TGV님 용도로 쓰시려면 F촉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지이지님 // 볼펜은 만년필로는 145 사이즈에 준하는 164 가 가장 무난합니다. 그런데 볼펜 심은 몽블랑보다 까랑다슈가 참 괜찮더군요. 까랑다슈도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
지노
2009.12.10 19:12
역시 만년필도 한두개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할것 같네요....멋진글 감사합니다. -
gu1999
2009.12.11 09:17
간고등어님의 글 볼수록 만년필의 뽐뿌가 ㅜ ㅜ -
삼돌이
2009.12.13 00:05
얼마쯤 할까요? -
그대는봄
2012.04.25 17:31
만년필에 대한 뽐뿌가 엄청 솟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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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귀공자
2012.07.10 23:55
대박멋잇네요!!! 존경스럽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