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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에 뭔가 아쉬워서 종이에 대충 끄적인 초안을 가지고 써보는 글입니다. ㅎㅎ

보너스 성격으로 종이에 대한 글이지요.

만년필을 사용하시다보면 만년필이라는 필기구가 종이를 많이 탄다는 거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종이 질이 쓸만해져서

예전에 비하면 괜찮습니다만 그래도 만년필을 사용하시다보면 번지고, 뒷면에 비치는 등 사용하기가 까다로운 종이들이 눈에 많이 띄죠.

그러다보니 만년필 사용자들은 종이를 보는데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노트 등을 고를때도 상당히 신경을 쓰지요.

여기서는 만년필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고급 노트회사 위주로 몇군데 둘러보겠습니다.

1. Rhodia/Clairfontaine (로디아/클레르퐁텐)

프랑스 노트회사입니다. 둘은 같은 계열사로 로디아는 평량(종이 밀도를 나타냅니다) 80g/㎡, 클레르퐁텐은 90g/㎡ 용지를 사용해

노트류를 제작합니다. 광고에 따르면 자기네들이 밸럼페이퍼라고 부르는 양피지와 비슷한 조직을 가진 종이를 사용한다는군요.

어쨌든 종이를 보시면 상당히 매끄럽고 치밀한 느낌을 줍니다. 만년필을 사용시 잉크 흡수를 억제해 타회사 종이보다 가늘게

나오는 효과도 있지요. 또한 이 회사 메모패드는 윗부분이 절취선 처리가 되어 있어 간단한 메모 후 절취, 보관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종이가 너무 매끄러워 만년필 헛발 현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 잉크 마름이 더딘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물론 일반 노트보다는 비쌉니다만 앞으로 소개할 다른 노트보다는 저렴합니다 ㅎ)과 품질 때문에 이 회사 메모패드와

스테플 제본 노트를 일상 및 필기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속 노트커버는 가죽공방을 하는 아는 분께 따로 부탁드려 만든 것입니다. 안에다 저렇게 끼워서 사용하지요.)

 

2. Moleskine (몰스킨)

2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태리 노트회사입니다. 원래 이태리 회사였으나 한번 맥이 끊겼다가 프랑스 회사가 다시

인수해서 살려냈다고 하네요. 고흐 등 유명인사가 즐겨 사용했다고 광고하는데 심플하고 무게감 있는 하드커버와 노트 가운데 접히는

부분을 사용하는데도 불편함이 없도록 쫘악 펼쳐지는 제본이 아주 쓸만합니다. 종이는 누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중성지를 사용하는데

새하얀 종이보다 눈도 편하고 질 자체도 괜찮은 편입니다만 만년필에 대한 고려는 덜했는지 흐름 좋은 만년필 사용시 어느정도

번짐도 있고 뒷면에 비치는 경우도 많지요. 거기다 일반라인보다 저가형 스테플 제본노트인 까이에시리즈 종이는 척 보기에

더 안좋습니다. 그래도 편리한 제본과 노트 뒷표지 안쪽 포켓 등 사용자를 고려한 구성, 다양한 사이즈와 종류로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지요. 특히 한 도시의 관광지와 각종 편의시설을 요약한 목록과 지도 등에 일정 및 감상을 기록할 수 있는 노트 부분을

결합한 씨티북 시리즈는 여행시 꽤 쓸만해보입니다.

 

3. Ciak (시아크)

몰스킨처럼 이태리의 고급 노트회사입니다. 피렌체에 회사가 있다던데 하드커버인 몰스킨과는 달리 가죽 느낌의 (진짜 가죽은 아닌듯..)

소프트 커버에 손으로 제본을 했다고 합니다. 종이도 두툼하고 밀도도 균일한데다 잉크 흡수도 적절해 만년필을 사용하기에

상당히 좋은 종이입니다. 두께 때문에 뒷면 비침도 걱정 없고 일반적으로 색이 들어간 종이에 만년필을 사용할 경우 잉크 흡수가

제대로 안되어 붕 뜨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회사 색지는 그런 현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본방식상 몰스킨처럼 쫙 펼쳐지는 맛은

없는게 아쉽죠. 저는 포켓사이즈를 맛집기록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ㅎ (아래 찻집과는 관련 없습니다)

 

4. Midori (미도리)

만년필도 잘만들고 고급노트도 잘만들고 어떤 물건이든 수준급으로 만드는 기분나쁜 일본 애들입니다. ㅎ

어쨌든 자기네들이 MD페이퍼라고 이름 붙인 고품질 종이로 노트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앞에 소개한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표지는 하얗고 별다른 글씨도 없는 단순한 놈이지요. 여기다 커버를 씌워 사용하라고 커버도 따로 파는데 고가의 천연가죽부터

저렴한 비닐커버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꾸밀 여지를 뒀다고 할까요? 뭐든지 수준급으로 만드는 일본답게 종이질과 제본 상태도

좋고 (몰스킨처럼 쫘악 펼쳐집니다) 노트 커버를 비롯한 커버에 부착하는 펜홀더, 노트를 고정하는 밴드 등 액세서리도 같이 팔아

적절한 상술도 보여줍니다. 특이한 것으로는 Traveler's size 노트인데 말 그대로 한손에 휴대하며 이것저것 기록하기 좋도록

좌우 폭을 좁히고 위아래를 늘린 길쭉한 노트입니다. 그립감이 좋지요.

 

5. Filofax (파일로팩스)

요건 노트 회사는 아니고 다이어리 회사입니다. 만년필 사용자들을 좌절로 몰아넣는 것 중 하나가 다이어리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 좋은 프랭클린 플래너와 만년필은 최악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번짐에다가 비침까지요. 하지만 이런걸 고려해 만든 오거나이저가

있습니다. 영국의 파일로팩스인데 만년필을 사용해도 번짐, 비침이 없어 저도 이놈을 사용중이지요. 수입사 직원의 말에 따르면

미국 애들은 볼펜을 주로 사용하고 유럽 애들은 수성펜을 주로 사용해 유럽권에서 인기 좋은 파일로팩스가 그렇게 만들었다는데

사실 확인은 못해봐서 보증은 못드리겠습니다. 어쨌든 수성 잉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용지인 것은 확실합니다. (사진은 제가 쓰는

저가형 화학섬유+인조가죽 재질 바인더입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죄다 외국산만 쓰게 되는군요. 옛날에는 한지라는 최고 수준의 제지기술을 가진 우리나라가 현대에 들어서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암울하기도 합니다. IT 기술은 발달하지만 아날로그적인 것은 너무 신경을 안쓰는 것 같네요.
 
어쨌든 국산 노트류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모닝글로리 제품들의 종이 질이 참 괜찮았습니다. 만년필을 사용해도 대부분 무리가
 
없었고 리포트패드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보너스 잡소리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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