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소고 2789  공감:4 2012.05.25 06:36



 예술이라면수행평가 하러 미술관음악회 몇 번 다녀온 기억이 전부인 당신께..

- 경고: 외설적인 사진이나 표현이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2년 5월 25일

소고 지음



 "가 클래식을 하지 않고 대중음악으로 나가 이쪽 분야에 몸담게 된 건제가 클래식으로 나가서 성공하고행복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제가 대학생일 때딱 한 번부모님과 음악적 견해 때문에 싸웠던 적이 있어요그날은 제가 너무나도 욱 해서 어머니께, "엄마가 음악을 알아요!!!!" 라고 외쳤어요그런데 저희 어머니께서 "몰라나가!!!!!!!"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웃음)


 양의 탈을 쓴 희대의 반항아 Y씨(38세)



 이 이야기는 유희열씨가 한 대학교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그런데 이것이 남일 같지 않은 것이속칭 '현업예술가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 그들의 부모님들께서도 예술가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그러니 예술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수단인 '대물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이런 대물림이 없으니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를 통해 예술을 접하기는 더욱 어려웠다요즘에야 부모님이 하셨던 예술 활동을 이어서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긴 했지만(한마디로) 예술은 여전히 '부모님'께도 멀고당신에게도 먼 나라의 이야기일 것이다.


 필자는 다섯 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을 했었다다섯 살 이면 이제 막 자기 이름이랑 나이를 한글로 말하기 시작할 땐데그 나이에 크레파스와 연필을 쥐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그럴까필자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미술을 좋아하게 됐고이쪽에 관심이 많아졌다하지만 필자는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녔던 것이 아니었다그래서 고등학교 때 미술을 잠시 접었다가 대학입시를 끝내고 난 뒤에서야 틈틈이 미술 관련 서적이나 전시를 다니게 되었고, 다시 한 번 미술 세계에 기웃거릴 수 있게 되었다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 바라본 미술의 세계는 정말 난해하기 그지 없었다액션 페인팅이라 하여 초등학교 때나 했었던 그림을 그리고 몇 백억씩 챙기는 미술가잘 보이지도 않는 크기로 조형을 해 놓고선 큰 갤러리 하나를 통째로 대여하는 조소가커다란 수조에 젖소를 반으로 갈라놓고 10억에 파는 미술가 등필자는 그들의 예술관을 '예술'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지식의 수준이 짧았고또 쉽게 납득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좀체 사그라지지를 않아서어떤 날에는 도슨트(미술관 도우미)를 개인 비서마냥 끌고 다니면서 작품들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기도 한 적도 있었고서양화과 학생들이 보는 전공 서적을 두어 권 구매해서 본 적도 있었으며모 미술 관련 동호회에서 2년 정도를 활동하기도 했었다심지어 한달 내내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갤러리에서 30만원 짜리 유화 한 점을 덜컥 사버린 적도 있었다.(부모님은 아직도 모르신다.) 마지막으로지금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필자는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에 빠져 밑도 끝도 없이 허우적대고 있다그렇지만 이런 말들이 필자가 미술에 조예가 깊다거나 자랑할만한 수준임을 뽐내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필자는 여전히 미술을 좋아해서 기웃기웃 거리는 한 사람일 뿐이며좀 덜 떨어진 한 사람의 마니아일 뿐이다그리고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펜 끄트머리를 질겅거리며 이 글을 쓰는 가운데서도 이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지금 나는 '전문가'로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대중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예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다음은 '예술'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물이다솔직히 어디까지가 예술이고뭐가 아름다운지 모르겠다당신은 이것들 중 어떤 것들까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술'을 키워드로 한 구글 검색 결과.



 딱 보니 몇 장은 집에서 속옷 바람으로 "오우죽이는데예술이네예술이야."를 연발할 법한 사진도 있지만, 그 예술은 지금 말하는 '예술'이 아님을 독자분들 모두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사진 중 몇몇은 예술보다는 외설에 가까워 보인다솔직히 본인은 외설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나머지 작품도 예술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갑자기 필자가 키워드를 잘못 선택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현대인으로서 '현대미술'을 검색해봤다결과는 마찬가지다야한 사진만 좀 줄어들었지이번에도 무언가 예술이라고 직관적으로 해석될만한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익숙한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김인규 선생의 누드사진


 이 사진 참 오랜만이다독자 여러분들은 이 사진을 예술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는가이 사진은 2001년에 김인규 선생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사진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인 김인규 선생(오른쪽)은 국전에까지 당선 될 정도로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하루에 수백 명이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런 사진을 올렸다. "이 세상에서 만삭의 임산부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느냐.." 라면서 말이다.(자기는 임산부도 아닌데 왜 벗었대?결국 이 사건은 이슈가 되고, 법정 공방까지 발전했다. 처음에는 무죄판결이 났다. 하지만 계속되는 항소 끝에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2006년에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를 선고하여 형 없이 파기하는 것으로 판결이 났었다. (전기통신 기본법 위반으로 정확히는 파기 환송.) 이것은 예술일까아니면 단순한 공연 음란일까?


 어떤 이는 우스개 소리로 말한다'내가 30~40분 봐도 몸에 아무런 반응이 오지 않으니 이건 예술이다!'라고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닌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과연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어디에 있으며우리는 이런 작품을 생산하는 예술가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위 작품은 현대미술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고많은 대학생들이 '이건 뭔 예술이여~'를 외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샘(Fountain)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소변기를 떼어다가 왼쪽 귀퉁이에 싸인 하나 달랑 해 놓은 이 '물건'은 예술인가

다음으로 한 때 큰 이슈가 되었던 이우환 교수의 작품을 하나 보도록 하자.


 이우환, 조응(照應)



 무슨 생각이 드는지는 잠시 접어두고여러분들이 갑자기 이 그림을 사고 싶어졌다고 가정해보자.(그냥 사고 싶어졌다그 이유가 미쳐서든그냥 배가 불러서든어쨌든 지간에 여러분은 지금 조우환 작가 또는 갤러리와 가격 협상을 하기 위해 소파에 앉아있다.) 여러분이 먼저 가격을 제시한다가격을 한번 대충 짐작해보자돈이 마빡에 튈 정도로 많은(?) 내가 과연 이 그림을 얼마에 살지.


 당신: 제 생각에는이 그림을 XX 정도에 구입하고 싶습니다.

(얼마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000만원 이하로 불렀다면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얼마를 불렀는가? 당신이 얼마를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분명한 것은 당신의 말에 경매시장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경매시장... 그 가격이면 조금 곤란합니다며칠 전에 이 작품은 소더비에서 한 컬렉터가 17억에 구매하기로 결정이 되어있는 작품이기 때문이거든요물론 수수료는 그 분이 내기로 했습니다.


 당신: 17억 이라구요?!?!?!!?


 경매시장: 세금을 포함하면 그 분이 부담하는 비용은 약 20억 정도가 되겠군요아쉽게 됐습니다 선생님.


 그렇다이우환 교수의 이 작품은 당시 17억에 낙찰됐었다.(소더비, 2007이 사건은 2007년 급격히 확대되는 와인 시장과 함께 반짝 떠오르는 시장으로 성장했던 때에 미술 재태크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유명한 사건중 하나로 남아있다여러분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생각이 무엇인지 나는 알 것 같다. '에이 x공부 다 때려치고 미술계로 한 번 나가봐?' 또는 '미술 재태크 괜찮겠다.' 마지막으로 '저거 다 구라야돈 많은 사람들의 돈지랄이지.'하는 생각들.

 그렇다면 과연 예술특히 오늘날 대중들에게 '사기'라고 조롱받는 일부 현대 미술은 구라(거짓)일까만약 그게 아니라면 현대미술 작품들은 모두 참된 예술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한 번 음악 쪽을 들쑤셔 보도록 하자.

 최근 가수들이 마약을 했네안했네와 관한 이야기들로 대중음악계와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졌다그들이 만든 음악이 속칭 '약 빨고 만든 음악'이라는 것이다어쨌든 약을 빨면(?)서 만든 음악이든 다 만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약을 했든 그 과정은 집어치우고그렇게 만든 음악이 만약 '들어줄'만하다면우리는 그 뮤지션의 음악을 예술이라고 인정하며 두 다리 쭉 뻗고 나와 내 자식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줄 수 있을까아래의 앨범은 1966년에 나왔던 비틀즈의 앨범 "Revolver"이다이 앨범은 빛나는 작품성과 '어떤 요소'로 인해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환각 앨범'이라고도 평해졌는데그 '어떤 요소'란 비틀즈의 모든 맴버들이 LSD, 필로폰헤로인코카인대마초 등 온갖 마약에 빠져있었던 것을 의미했다어쨌든 그들의 윤리성과 상관 없이 이 앨범은 비틀즈가 판매했던 전체 앨범인 총 3 465만장 중 판매량 Top 10에 들어가는 명반으로 기록됐다한 마디로 정리하면이 사건은 부도덕한 예술가가 만들어낸 예술도 예술로 인정해 주어야 하냐는 예술계의 논쟁이 되었고, 비틀즈는 또 하나의 전설(?)을 남기게 되었다.


 비틀즈의 리볼버 앨범 자켓, 

비틀즈의 모든 맴버가 마약을 하고 만든 앨범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이런 음악 외적인 것들을 제하고미술처럼 음악도 음악 자체로 바라보도록 하자현대 음악 시장에서도 추상미술과 같은 작품들이 제법 많이 등장했는데이른바 IDM(Intelligent Dance Music)이라는 장르가 그것이다이 장르는 포스트락과 함께 21세기 음악 역사에 새로이 등장한 음악이며, 기존의 음악과는 달리 가사도 없고, 멜로디 보다는 비트와 근원을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모여 음악을 구성하고 있다아이돌 음악부터 팝송뉴에이지클래식 등 장르 분야 불문하고 아무거나 주워듣는 필자는 이 '음악'이 상당히 신선하다고 느꼈다다만 이 음악을 친구들과 함께 들으며 ''을 추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음악을 이상한 음악이다 딱 잡아 얘기할 순 없지만부모님께 들려드리긴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IDM(Intelligent Dance Music) 음악 중 한곡.



 문학의 세계에서도 예술성을 의심받는 작품들이 한 둘이 아니다아래는 '인터넷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귀여니 '교수'님의 글이다.


 ------------------------------------------------------------------

나는 꽃다운 나이 18세에 방구들에 쳐박혀 컴퓨터나 하고있으니.-_-^

컴퓨터 싸이트도 모조리 다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인젠 할것도 없다..ㅜㅜ으옹옹.ㅜㅜ


ㅇ ㅏ!다모임!

마지막으루 떠오른 나에 다크호쓰!다모임...^^

여고라 그른지 글두 잘 안올라온다.--...

게시판엔 글이 한개도 업낄래....방명록을 클릭했는데..


_ㅇ 어예~!

"도일여고학생들 다봐라~"

라고 써진 글!그글 옆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 中

-------------------------------------------------------------------


 필자의 국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 작품이 한 명문대 '교수'님의 손에서 탄생했다본인은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문학의 예술성 앞에서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과연 이것은 예술이며이 글을 쓴 작가를 교수로 임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이와 비슷하게 과거에는 연세대학교 교수인 마광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가 예술성 논란을 일으켰었다이 작품은 '조사 빼면 다 성행위.'라는 언론의 실랄한 비판과 다른 문인들의 질타를 많이 받은 작품이다이 작품 속에는 '사라'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시작부터 끝까지 소설의 초점은 사라가 함께 잔 남자들과 그 성행위들에 대한 묘사들로 이루어져 있다당시 이 작품이 등장했었던 1992년에는 '음란문서 유포'라는 죄목으로 책을 판매금지까지 시켰다고 한다.


▲  Rene Magritte, 이미지의배반, 이것은파이프가아니다, 1928



 예술이다예술이 아니다?


 지금까지 본 작품들은 모두 분야별로 예술성 논란에 끊임없이 휩싸였던 것들이었다필자는 미술과 조소에서 이런 류(?)의 알 수 없는 작품들을 제법 많이 접해왔었기 때문에 예술가들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들과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먼저 두 가지 이야기를 한 뒤에 말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01. 한 미술가 이야기.


 어느 화창한 오후 한 여인이 파리의 거리를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바로 이 때 그녀는 길가의 한 카페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는 한 화가를 발견했다그림 솜씨가 제법이었다그녀는 즉석에서 그 화가에게 자신을 스케치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그녀는 적당히 사례를 하겠다고 약속했고화가는 불과 몇 분만에 후다닥 여인의 초상을 그렸다.


"얼마를 드려야지요?"

여자가 물었다.


화가가 부른 값은 5,000 프랑.( 600만원)

여자가 따졌다불과 3분만에 그린 그림인데 이렇게 턱없이 비싼 값을 부르는 게 말이나 되냐고화가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마담, 3분이 아닙니다내 그림은 창조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 정도 그림을 그려주기까지는 내 일생이 걸렸습니다."


▲  이 화가는 파블로 피카소였다.


02. 한 영화 이야기.

 이 화면은 2006년에 상영된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Devil wears prada)의 대사 일부다.



앤 해서웨이(A)
메릴 스트립(M)

A: 아뇨, 아니에요. 저 버클들은 저에겐 모두 같게 보여서요.
저는 아직 이런 '물건'들을 잘 몰라서요.

M: 이런... 물건?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 없는거라 생각하는구나. 
넌 네 옷장으로 가서 그 울퉁불퉁한 파란색 스웨터를 골랐나보네. 
하지만 넌 그 스웨터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란 건 모르나보구나.

그건 터쿼즈 색이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 색이란 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었지. 
그 후에.. 입셍 로랑이, 그 사람 맞지? 군용 셀룰리언색 자켓을 선보였었고. 
그 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발표회에서 셀룰리언 색은 속속 등장하게 되었지. 그 후엔 백화점으로 내려갔고.. 끔찍한 캐쥬얼 코너로 넘어간 거지.

그렇지만 그 파란색은 수 많은 재화와 일자릴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 없다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게?

그것도 이런 '물건'들 사이에서 고른!


 우리들 대부분은 '하이패션'을 이해하지 못한다.(하이패션이 무엇인지는 아래 사진 참고.나같은 범인(凡人평범한 사람)의 눈에 하이패션은 '밖에서 입을 수 없는 옷'과 같은 단어이며, '캐주얼'의 범주를 벗어난 값비싼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이 세상을 사는 대부분의 범인(凡人)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적어도 내 친구들은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연예인들이 C 브랜드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1억원 짜리 재킷(또는 드레스)를 맞추는 것을 단순한 '돈지랄'로 보고 가십으로 삼는 것을 즐긴다한 마디로 예술가들과 그들이 쌓아올린 상아탑을 우습게 보는 거지예술은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거야또는 허상이야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  이..ㅂ...입고다닐 수 있겠어?



 어쨌든 앞서 소개한 '피카소'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이야기는 그런 나와 내 친구들의 태도에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첫째로너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예술가들은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둘째로많은 사람들이 '허황되다'고 외치는 예술의 세계가 알게 모르게 그대들을 먹여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당신이 자동차를 좋아한다면기술 속에서도 예술이 형성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매년 내노라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1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준비하는 신차 발표회와 컨셉트 카 발표회가 그것이다기업들은 신기술이 나오면그 기술을 자동차의 디자인과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돈을 투자한다기술이 크게 진보하지 못한 어떤 해에는 그냥 '껍데기'만 바꾼 자동차를 내놓기도 한다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그 자동차를 구매하고, '신차'라 한다양산모델이 아닌 컨셉트 카 발표회가 주목받는 이유도 예술의 연장이라 볼 수 있다소비자들은 '그냥 붕붕카'를 구매하더라도 그냥 자동차 그 이상의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쉽게 설명해보자당신이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인데두 친구를 안다고 하자한 친구는 쉬는 시간에 5학년 수학책을 꺼내서 당신이 알아보지도 못하는 기호를 가지고 문제를 풀고한 친구는 그 학년에 맞는 진도로 공부를 하고 있다만약당신이 한 친구에게 3학년 수학을 배우고자 한다면당신은 어떤 친구에게 도움을 받겠는가답은 뻔하다. 5학년 수학책을 푸는 친구에게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다심지어 5학년 문제를 푸는 학생이 다른 학생과 시험 성적이 비슷하거나 조금 낮다고 하여도대부분의 사람들은 5학년 문제를 푸는 아이를 멘토로 삼을 것이다훨씬 진보적이니까마찬가지로 컨셉트카는 그 기업의 최신 기술과 미래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청사진이다사람들은 이 신기술 집약 자동차를 '기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대부분 구현이 미완성된 기술을 가지고 컨셉트카를 만들기 때문이다말 그대로 컨셉(Concept; 개념)인 셈이다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컨셉트 자동차들은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폐기되거나 시장으로 가지 않고 그 브랜드의 박물관 한 가운데에 보란듯이 전시된다컨셉트카는 기술이 아닌 '예술'의 대우를 받고 있다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자동차 이상의 자동차를 만들 줄 아는 기업을 선호한다그들이 제시한 컨셉을 기대하면서 그들의 제품을 믿게되는 것이다기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순간이다.


▲  아우디의 Concept car, 2011 Late ver. 예술이 기술이 되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아직도 예술이 자신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그리고 지금도 이 세상을 떠다니는 수 많은 '자신과 관련 없어 보이는물건들이 예술인지 예술이 아닌지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필자는 이렇게 정리해 드리고 싶다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충분한 준비 끝에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누구에게든 인정을 받으면그것이 바로 예술이다.라고그 소통이 대중들끼리 이루어지던비평가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이건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작품이 존재함만으로도 소통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면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물건'은 예술로 평가 될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예를 들었던 '즐거운 사라' 1992년에는 그냥 '야설'에 불과했다하지만 오늘날 '즐거운 사라'는 예술이 맞다그 내용이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그다지 거부감을 주지 않을 뿐더러이를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 수 만큼이나 버금가는 사람들이 이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해 주고있기 때문이다한 마디로 작품의 예술성을 판단하는 모든 요소는 개개인에게 있다그리고 당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을 예술이라고 수용할 수도물건이라고 거부할 수도 있는 자격이 있다.


 다만필자가 예술을 선택하는 선택지를 당신에게 전면 위임했다고 해서 모든 예술을 쓰레기라고 치부하거나, 또는 현대미술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마지막으로 이런 사람들을 싸잡아 허황된 몽상가들 이라고 함부로 부르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왜냐하면몇몇 작품만을 가지고 작가의 예술성이나 예술품의 가격을 왈가왈부 하기엔 당신은 너무나도 비전문가이고근거 또한 빈약할 것이기 때문이다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비판은 긍정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만약 그렇지 않으면당신보다 미술에 조예가 깊고그 사람의 작품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앉은 자리에서 무시할 것이다미술 애호가들이 무식하고 수동적이기 때문에 현대 미술품들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칭송하고 있다는 착각은 제발 접었으면 좋겠다미술계는 더 이상 '벌거벗은 임금님'이 등장하는 멍청한 동화 속 세계가 아니다. 오늘날 임금님이 만약 벌거벗고 행진을 하고 있고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고 있다면 그곳에는 분명히 그럴만한 뭔가가 있다.

 반대로, 예술가들이나 고등학생들도 '소통'하기 위해 자살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그런 멍청한 짓을 계획해놓고 자신의 행위를 예술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것은 예술이 아니다그것은 단절된 소통이며일방적인 억지다이는 예술이 아니라 어린애 땡깡이다조금 극단적으로 표현을 한 것 같긴 한데죽음으로서 대의를 표하는 행위는 젠틀맨 리그(Gentleman League: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었던 시절에나 예술로 통용되던 행동이었다. (전태일 변호사님과 간디의 단식투쟁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그 당시 사회가 젠틀맨 리그였는지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시기 바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살, 자해, 상해' 등을 통해서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 만큼은) 문제가 있다.


▲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 

예술은 맨 마지막 단계인 5단계에 있으며, 인간 본성 궁극의 욕구이다.



 예술은 어렵다예술을 하는 사람도 여렵고예술을 보는 사람도 쉽지 않은 것이 예술이다그래서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예술을 인간 욕구의 상위에 놓았으며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쾌락 중 고급 쾌락으로 그것을 정의했다플라톤도 현재 눈에 보이는 미술들은 모두 '이데아'의 세계를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진정한 예술은 완성하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아리스토텔레스샤프츠베리비움가르텐칸트헤겔 등당대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철학자들도 예술(藝術)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예술의 정의를 내놓은 학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다만 그들이 예술에 대해 가진 공통적인 견해가 있었다면그들 모두 예술을 '자기 주관'대로 정의했다는 점일 것이다. 당신과 나도 마찬가지다당신과 나의 예술은 다를 수 있으며설령 우리가 이것이 예술이라고 지금 당장 합의를 본다고 하여도우리들의 자식 세대에서 이것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그것은 그때 만큼은 예술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예술에 사람들이 집착하고예술을 사랑하고끊임없이 예술을 하는 이유는 예술이 그만큼 재미있기 때문이다예술은 직관적이고 함축적으로 우리들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가교이다때론 밑도 끝도 없이 우리네 삶에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반열에 오른 예술가들을 우리는 '거장'이라 칭하며 그들의 이름을 평생 기억한다.


 모든 예술이 세상에 물음을 던지진 않는다하지만 우리가 오늘날까지 사랑하고기억하고진정한 예술로 기억하는 거의 대부분의 '걸작'들은 획일적인 세상에 질문을 던졌던 작품들이다. 다시말해, 거장들의 작품들은 대부분 논란과 이슈의 중심에 있다가 예술로 인정받은 작품이었다. 피카소의 작품이 그랬고마네의 그림이 그랬고비틀즈의 음악이 그랬고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가 그랬다그리고 이 뒤를 잇기 위해 귀여니와 김인규씨그리고 낸시랭 같은 사람들은 오늘도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기로에서 열심히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이 사람들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을지 그냥 '미친사람'으로 남겨둘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 몫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예술의 기준은 분명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다그러니 열심히 감상하고열심히 질문하자그렇지만 나는 당신이 섣불리 비판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무식하면 용감하고, 용감하면 좋긴 한데, 잘못하면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질지도 모른다.


출처: 잉크병(본인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