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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불가리(Bvlgari)만큼 왕성하게 활동한 브랜드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연초에 열린 LVMH 워치 위크(LVMH Watch Week 2021)에서 옥토 피니씨모 S 크로노그래프 GMT(>>관련기사 바로가기)를 비롯 다양한 신제품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지난 4월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1)에서는 자사의 7번째 울트라-씬 세계 신기록에 해당하는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캘린더(>>관련기사 바로가기)까지 선보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성공리에 막을 내린 제네바 워치 데이즈(Geneva Watch Days 2021, 이하 GWD 2021)에도 참석해 옥토 로마 월드타이머, 옥토 로마 센트럴 뚜르비용 빠삐용, 디바스 드림 신제품을 중심으로 또 한 번 성대한 만찬을 마련했습니다. 대규모 박람회를 연달아 치루는 게 보통 일이 아님에도 각각에 맞는 신제품을 알차게 준비한 걸 보며 불가리의 저력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타임포럼은 이에 GWD 2021 기간을 빌려 올해 불가리 신제품 프로세싱을 진두지휘한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 앙투안 핀(Antoine Pin)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여러분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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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핀 약력:
앙투안 핀은 1994년 태그호이어 면세 및 중동 지역 세일즈 매니저로 시계 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1998년 부쉐론 마케팅 매니저를 거쳐 2002년에 LVMH 그룹에 합류했다. LVMH에서는 제니스의 인터내셔널 마케팅 디렉터를 시작으로 영국 LVMH 워치 및 주얼리 부문 매니징 디렉터, 태그호이어 일본 지역 제너럴 매니저, 불가리 중화 및 호주 지역 매니징 디렉터, 벨루티 부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그리고 2019년 9월 9일, 불가리의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를 맡으며 지금까지 탄탄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LVMH 워치 위크에서 워치스앤원더스, 그리고 제네바 워치 데이까지. 한해동안 많은 이벤트에 참여했다. 
질문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운 게, 불가리가 많은 행사에 참여했지만 실제로는 전보다 더 적은 제품을 출시했다. 신제품 개수가 적다는 건 제품 하나하나와 관련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도 3~4개 정도의 제품만 얘기하지 않았나. 지금 얘기하는 제품은 시기에 맞춰 익월 또는 차월에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3년 전 불가리가 바젤월드와 같이 한 개 행사에 참여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4월에 100여 개가 넘는 각 브랜드마다 20개 가량의 신제품을 선보이곤 했다. 즉, 프레스들이 2000가지의 제품을 다뤄야 한다는 얘기인데, 사실상 전부를 소개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은 브랜드들이 만든 문제다. 이슈를 만들고, 프레스는 그걸 담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독자나 고객들은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고객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지금은 뭘 살 수 있고 내 생일엔 뭐가 있지?’ ‘반년 안에 살 수 있는 게 뭐지?’ 등등 고민이 많아진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작은 행사를 지지한다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분화된 행사를 통해 프레스와 고객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신제품 론칭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다. 바젤월드에서 일년에 한번 프레스를 만날 때는 많이 아쉬웠다. 프레스는 매우 바쁘고, 많은 브랜드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제네바 워치 데이의 경우 20개 브랜드가 참가한다. 각 브랜드는 출시일에 가까운 핵심 신제품의 정보만 프레스에게 전달할 수 있다. 프레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도 이를 통해 더 명확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일년에 여러 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년에 3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각 이벤트마다 발표하는 주력 신제품의 컨셉트가 따로 정해져 있나? 
행사가 많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곧 판매할 신제품이다. 그 다음, 신제품에 맞는 컨셉트를 찾는다. 하지만 신제품을 공개할 기회가 많기에 특정 제품에만 한정하지는 않는다. 준비가 덜 되었다면, 다음으로 미뤄 더 좋은 시기에 그때 테마에 맞춰 발표하면 된다. 이번에 소개한 디바스 드림 신제품(디비나 모자이크, 디바스 드림 말라카이트/라피스 라줄리)이 좋은 예다. 모든 제품이 같은 시기에 완성되는 건 아니다. 사실, 디바스 드림 말라카이트/라피스 라줄리가 디비나 모자이크보다 먼저 완성됐다. 시기를 보고 세 제품을 모아 함께 묶어서 선보인 거다. 이렇게 컬렉션 별로 발표하면 우리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지금 불가리는 옥토 로마 월드타이머와 옥토 로마 센트럴 뚜르비용 빠삐용을 선보인다. 이제 프레스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옥토 로마를 강조하는 건가?” 대답은 “그렇다!”다. 옥토 피니씨모를 연초에 공개하고 옥토 로마를 연말에 소개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정보 전달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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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스 드림 말라카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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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스 드림 라피스 라줄리

옥토 피니씨모가 아닌 옥토 로마를 통해 월드타이머를 선보인 것도 같은 이유겠다. 
그렇다. 테마에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7개의 세계 신기록을 달성한 옥토 피니씨모는 불가리가 추구하는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정수다. 주요 타깃은 애호가 및 컬렉터라 할 수 있다. 옥토 로마 컬렉션은 그에 반해 모든 현대 남성에게 열려 있다. 좀 더 두꺼운 케이스에 트렌드를 반영한 데일리 워치를 표방한다. 기능적으로도 지금의 월드타이머나 크로노그래프와 같은 대중적인 ‘머스트 해브’ 컴플리케이션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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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로마 월드타이머

시중의 월드타이머와 차별환 옥토 로마 월드타이머만의 매력이 있다면? 
명백한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24개 타임존의 도시를 똑같이 표시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래서 디자인 팀과 마케팅 팀 내 가장 젊은 직원을 대상으로 불가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도시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견을 모은 결과, 디스크에 표시된 몇몇 도시를 교체하기로 했다. 물론, 로마(일반적으로는 파리 또는 제네바를 표기)에서 시작됐다. 다음은 불가리 호텔이 위치한 도시에 주목했고, 의논 끝에 밀레니얼을 위한 꿈의 휴양지인 생 바르텔레미(ST.BARTH,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프랑스령)와 몰디브(MALDIVES)를 디스크에 표시하기로 했다.

옥토 로마 월드타이머에 탑재한 오토매틱 칼리버 BVL 257의 베이스 무브먼트는 무엇인가? 기존의 솔로템포 칼리버 BVL 191인가?
정확하다. 칼리버 BVL 191에 월드타이머 모듈을 더했다. 시계를 보면, 다이얼이 세 개의 디스크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시간을 가리키는 메인 다이얼, 이를 감싸는 디스크는 24시간, 가장자리 디스크는 도시를 각각 표시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디스크를 고정함과 동시에 각 디스크를 완벽하게 맞춰 사이사이 공간이 거의 없게끔 만들었다. 덕분에 각 디스크가 하나의 플랫 다이얼처럼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다만, 디스크가 동시에 회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불가리가 직접 다이얼을 제작하고 완전히 통합된 매뉴팩처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그러한 마무리 작업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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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로마 월드타이머의 시스루백으로 보이는 오토매틱 칼리버 BVL 257

어떤 마무리 작업에서 통합 매뉴팩처의 이점이 작용했나? 
디스크 표면은 바니시(래커) 코팅 처리하는데, 처음에는 이 때문에 디스크가 0.1mm 정도 더 두꺼웠다. 센뉴레제 매뉴팩처에서 완성한 이 디스크는 르 상티에 매뉴팩처에서 다시 무브먼트와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해당 과정을 마무리한 다음 시계를 작동시켰는데, 이때 디스크가 회전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디스크 사이에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발견하자마자 코팅재 문제를 해결하고 신속하게 조정했다. 만약, 각 과정을 다른 외부 공급업체를 통해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디스크 및 다이얼 제조사, 핸즈 제조사 등 외부 업체와 조율하며 상당한 시간을 뺏겼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완성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현재 옥토 로마 월드타이머는 1060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 통합 제작 프로세서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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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로마 월드타이머 제작 과정

미래에는 옥토 피니씨모 월드타이머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까운 시일 내에 옥토 피니씨모 월드타이머는 없을 거다. 그렇지만 굉장히 좋은 생각이다. 불가리가 언젠가는 매우 얇은 월드타이머로 일종의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렵겠지만 미래를 위한 좋은 과제가 될 것 같다. 

제랄드 젠타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미키 마우스 에디션을 다시금 선보였다. 인기가 상당할 것 같다.  
불가리는 2년 전에 제랄드 젠타를 부활시켰다. 불가리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아레나 모델이었고, 당시 브랜드를 되살린다 했을 때 바로 미키 마우스가 떠올랐다. 캐릭터와 역사성도 있지만, 우리에겐 제랄드 젠타의 자유로운 창의성 그 자체가 중요했다. 알다시피 요즘 영화계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은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 새롭지 않지만 처음에는 매우 특별했다. 새롭고 창의적이었다. 돌이켜 보면, 1970년대 시계는 매우 진지하고 보수적인 물건이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골드 시계처럼 매우 클래식한 것이었고, 컴플리케이션도 드물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나타나 만화 캐릭터와 레트로그레이드 컴플리케이션을 조합했다. 당시만 해도 보수적인 스위스 시계산업에서는 꽤 유머러스한 일이었다. 제랄드 젠타의 미키 마우스 에디션이 그래서 역사적인 시계가 된 것이다. 실제로 성공을 거뒀고 재미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내 기억에는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시도를!” “반항적이고 용감하다”라는 표현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반응이 엄청나다. 제랄드 젠타 컬렉션이 재탄생한 지 이제 3년이 됐는데, 그동안 미키 마우스 에디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전화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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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랄드 젠타 아레나 레트로그레이드 위드 스마일링 디즈니 미키 마우스 

지난 2015년 다니엘 로스 케이스를 통해 선보였던 센트럴 뚜르비용 빠삐용에는 칼리버 BVL 266을 탑재했다. 이와 달리, 이번 옥토 로마에 장착한 칼리버는 BVL 322다. 스펙과 기능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무엇이 다른가? 
크게 다른 건 없다. 메인 플레이트가 살짝 바뀌었고, 표면 마감 역시 조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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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로마 센트럴 뚜르비용 빠삐용  

옥토 피니씨모에서 월드레코드를 달성한 미닛 리피터 칼리버 BVL 262를 지름 37mm의 여성 시계에 탑재했다. 제작 과정에서 까다로운 점은 없었나? 
차이밍 무브먼트는 청량하고 또렷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디비나 모자이카 미닛 리피터의 작은 케이스 안에서 그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게 제일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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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나 모자이카 미닛 리피터 

내년에 또 다른 울트라-씬 세계 기록을 기대해도 되나? 
앞으로 옥토 피니씨모에 대해 많이 기대해도 좋다. 단, 세계 신기록에는 제약이 있다. 당연히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고 결과도 보여줄 수 있지만,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착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이 점이 조심스럽다. 물론, 놀라울 만한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다. 울트라-씬을 표현할 방법도 넘쳐 난다. 내년에는 불가리의 또 다른 성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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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로마 월드타이머 블랙 DLC 코팅 버전을 착용한 앙투안 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