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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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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쪽 단독 건물이 투어의 주된 무대, 그 앞으로는 본사 역할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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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 2015가 열리기 전 쥬 계곡(Vallée de Joux) 에 위치한 르 브라서스(Le Brassus)에 다녀왔습니다. 르 브라서스 인근은 관광, 휴양지로도 알려진 곳입니다. 여름에는 쥬 호수에서 수영이나 보트를 타거나 하이킹하며,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저도 스키가 목적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오데마 피게 매뉴팩처 투어를 위해서였는데요. 르 브라서스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르 상띠에에는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가 있고 그 가는 길 도중에 블랑팡의 공방도 있습니다. 라인업의 이름에 지명을 사용하기 좋아하는 블랑팡이 컴플리케이션 라인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르 브라서스는 스위스에서 시계 산업이 자리잡기 시작하게 된 이후 컴플리케이션 에보슈의 주요 공급원이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오데마 피게의 공동창업자 가문인 오데마가 컴플리케이션 제작으로 명성을 날릴 만큼 탁월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데마 가문의 기술력과 피게 가문의 자본력이 더해져 오데마 피게가 1875년 탄생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요. 급속한 그룹화가 이뤄진 현재에도 가족경영을 통한 독립 브랜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르 브라서스에 첫 공방을 연 이후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한데요. 이번 투어에서는 현재 박물관과 투르비용 공방, 아카이브 보존실, 복원 공방으로 사용하는 최초의 건물을 둘러보고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2008년 신축한 현대적 매뉴팩처 일부를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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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르 브라서스는 두 번째 방문으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왔었습니다. 과거 위그노가 종교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의 하나인 쥬 계곡은 험난한 산세를 드러내지만, 이제는 길이 잘 닦여 차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올 수 있습니다. 앞서 스키를 타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소개했던 만큼 눈에 많이 오는 지역이나 이번에는 이상기온으로 눈 대신 푸른 들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먼저 봤던 터라 나름 색다른 풍경을 보며, 제가 묵었던 호텔(오데마 피게 소유. 이곳에서 숙박을 하게 되신다면 아마 제가 묵었던 호텔을 이용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근처에 호텔이 별로 없거든요. 휴가를 위해서는 산장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에서 도보로 1분 거리인 박물관 건물로 향합니다. 제가 포함된 한국팀 이외에도 중국팀이 와 있었는데 그것을 알고 국기를 게양해 주는 센스에 살짝 감동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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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맡아준 바네사

매뉴팩처의 안내는 르 브라서스 지역에서 태어나 워치메이커 르 브라서스 인근의 모든 매뉴팩처에서 근무한 경험을 지닌 바네사가 담당해 주었습니다. 가장 먼저 오데마 피게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박물관을 먼저 보았으나,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관계로 이미지가 없습니다. 요즘 시계 산업이 성장하면서 헤리티지를 노리는 도둑들이 늘어나 그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하는군요. 저는 컴플리케이션 에보슈를 만들어 내며 아직 스스로의 브랜드를 달기 이전의 회중시계도 있었는데요. 인상적인 하나는 오데마 피게가 생산하고 브레게가 사인하여 판매한 회중시계였습니다. 아직 브랜드 개념이 나타나기 이전의 시대라 사인이 브랜드를 대신하던 때의 것이죠. 여성용 초소형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 칼리버 ZVSS를 탑재한 빈티지 손목시계, 로열 오크의 오리지날 모델과 오리지날 패키지, 로열 오크 오프쇼어의 오리지날 모델을 비롯 현행 모델에 가까운 컴플리케이션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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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투르비용 공방입니다. 투르비용과 일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현행 모델의 조립은 물론 과거에 생산했던 투르비용의 수리, 보수가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투르비용의 핵심, 케이지를 조립하고 다루기 위해서는 워치메이커로서의 경력이 필요한데요. 여느 매뉴팩처가 그렇듯 컴플리케이션을 담당하는 파트에서는 비교적 나이가 지긋한 워치메이커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물론 젊고 실력 있는 워치메이커도 보이지만 경험이 곧 큰 무기인 만큼 아무래도 평균 연령대가 일반적인 작업 라인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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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 스퀘어 케이스의 모델은 오데파 피게가 손목시계 최초로 선보인 자동 투르비용입니다. 풀 로터 방식이 아니라 제한된 움직임을 하는 로터를 이용해 두께를 억제한 울트라 슬림 투르비용이기도 합니다. 중간에 스톤을 플레이트 소재로 사용한 예전 에드와르 피게 투르비용도 보이는군요. 현재 생산하는 로열 오크 오프쇼어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나 스켈레톤 쥴스 오데마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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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비용 케이지 조립을 위해 준비를 한 뒤 부품을 늘어 놓았습니다. 다른 작업 테이블에서는 조립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며 뒤에서 셔터를 누르기 미안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투르비용 조립 공방임을 드러내는 커다란 모형 케이지나 이스케이프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고, 미닛 리피터의 소리를 증폭하기 위한 그랜드 피아노 모양의 울림통이 보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테스터 역할도 하게 되는데요. 그 위에 미닛 리피터를 올려 놓고 작동시키면 알람 손목시계에 뒤지지 않은 충분한 음량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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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믿어지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작은 초소형 미닛 리피터 회중시계, 오른쪽은 컴플리케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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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담당자 세바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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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아카이브 보존실은 예정에 없었지만, 중국팀이 늦게 도착한 관계로 볼 수 있었습니다. 커다란 금고에는 아카이브가 보관되어 있고, 잘 보수한 헤리티지 워치도 직접 살펴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회중시계 및 회중시계, 이미지에서 보시듯 과거 한 때 유행했던 코인 워치(금화의 속을 파내고 무브먼트를 넣어 여닫을 수 있도록 한 시계), 울트라 슬림 회중시계 같은 것들이죠. 이것들은 평소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시계이나 SIHH에서의 전시 등으로 인해 잠시 디스플레이 밖으로 나와있었습니다. 시계 업계의 성장과 더불어 경쟁도 심화되면서 이러한 헤리티지의 확보와 유지관리에 보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드러내며 이것을 바탕으로 한 현재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헤리티지의 중요성은 커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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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건물 최상층의 복원 공방입니다. 네 명이 이곳에서 일하며 이미지에서 보시듯 상대적으로 젊은 안젤로와 안경을 쓰고 한눈에도 긴 경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는 프랑소와 옹이 마스터입니다. 나머지 두명은 보이지 않지만 젊은 워치메이커 두 명이 있으며 안젤로는 경력 15년, 프랑소와 옹은 경력 35년의 베테랑들입니다. 복원 공방에서는 과거에 생산했던 시계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을 하게 되는데요. 매뉴팩처에 잘 보관된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작업을 하지만, 아카이브에 없는 경우에는 외부의 자료까지 샅샅이 찾아보고 그것도 안되면 상상력을 발휘해 마치 추리를 하듯 손실된 부품을 그려내고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미닛 리피터를 복원하는 경우 공(Gong)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30~40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피벗을 새로 깎기 위해 20시간 정도가 필요한데 가끔 이것을 작업 테이블에서 잃어버려 오랜 시간 작업한 결과물이 하늘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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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 그간의 투어 프로그램 덕인지 포즈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금고에는 아카이브 보존실과 마찬가지로 부품과 컴플리트 박스로 부르는 상자가 보관됩니다. 이들 상자에는 부품으로 꽉 차있기도 하도 텅 비어있기도 하다는데요. 컴플리트 박스는 온전한 시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모든 부품이 남겨진 상자입니다. 컴플리트 박스와 같은 모델이 수리를 위해 들어왔을 때 부품의 샘플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아까와 같은 작업을 하는 식으로 컴플리트 박스를 하나하나 늘려가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부호가 특별히 주문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 수리되고 있었는데 이것은 공개 불가라고 하는 관계로 이미지가 없습니다. 컴플리트 박스를 채워가면서 안젤로가 들고 있는 아카이브를 함께 제작해 몇 십 년 뒤에도 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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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눈발이 휘날리더니 불과 몇시간에 뒤에는 제가 익히알던 르 브라서스의 풍경으로 돌아갔습니다


오후에는 2008년 새로 지은 매뉴팩처로 이동했습니다. 3분 정도 걸리는 곳에 새로운 건물을 지었습니다. 예전에는 CNC 같은 머신 공정이 글 처음에 보신 증축한 매뉴팩처 건물에서 이뤄졌으나 그와 같은 시설을 통합 이전하고 본사의 행정, 워치메이커의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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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인 건물로 내부에서 소비하는 열 등은 태양열을 이용해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신축 매뉴팩처의 2층을 중심으로 둘러 봤는데요. 칼리버 2120, 2121 베이스로 하는 모델과 스켈레톤 같은 비교적 고급 기능을 지닌 무브먼트의 피니시와 오일링을 포함한 조립 과정이 한 곳에서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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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가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인물은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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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가면 퍼페추얼 캘린더 같은 컴플리케이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여기서 만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을 담당하는 파트입니다. 한 명의 여성을 포함 총 다섯 명이 이곳에서 일하며 로열 오크 오프쇼어 퍼페추얼 캘린더가 조립되고 있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업 도중 툴을 다듬는 광경이 보이는군요.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컴플리케이션 하나를 완성하는데 100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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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칼리버 3120 같은 일반 모델로 분류하는 모델을 조립하는 파트입니다. 자리와 휑한 이유는 마침 화재 대피 훈련을 하고 있어 워치메이커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습니다. 다른 매뉴팩처와 비교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위처럼 드라이버나 스크류 같은 부품을 색상으로 구분해 시스템화를 이뤄놓았던 점입니다.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워치메이커를 위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누가 와서 일을 하더라도 실수를방지해 기능한 한 균일한 품질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립을 완료한 시계는 오데마 피게가 규정한 각종 테스트를 거친 뒤 합격한 시계만을 선별해 출하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곳 파트에서는 부품을 관리하는 스톡실과 출하를 기다리는 재고실로 연결되어 있는데,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는 격리되어 있고 작은 창을 통해 시계나 부품이 오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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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의 벽이나 사무실에는 앰버서더로 활동했던 인물의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샤킬 오닐의 유니폼은 그의 덩치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크더군요. 사무실 안쪽에는 CEO인 프랑소아가 아낀다는 터미네이터의 1:1 모형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투르비용 공장, 복원 공장, 조립 파트를 둘러보았는데요. 보통 매뉴팩처 방문이라면 볼 수 있는 R&D(오데마 피게 르노 에 파피, 르노 에 파피에 가면 파피가 프로토타입을 들고 신제품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라는데 그걸 못 본것이 사실 가장 아쉽습니다)와 원자재에서 케이스, 다이얼, 무브먼트의 플레이트 류를 만드는 CNC 과정, 부품의 피니시 과정은 다음 기회로 기약해야 했습니다. SIHH 개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본사 인원의 상당수가 제네바로 향해 있기 때문이었는데, 일말의 아쉬움을 비친 제게 투어를 함께한 오데마 피게 일본 지사장인 조나단은 여자친구가 첫만남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듯, 매뉴팩처도 한번에 전부를 보여주면 신비감이 떨어진다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이번 투어의 포인트가 복원과 조립에 맞춰져 있었던 것만큼, 저 역시 복원과 보존을 통한 역사와 전통 계승을 위한 노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데마 피게가 하이엔드로 발돋움해 그 역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이러한 것이었구나 싶더군요. 그럼 포지드 카본 케이스를 생산하는 광경을 다음에 소개해 들 수 있기를 바라며 오데마 피게 매뉴팩처 방문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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