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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Patek Philippe) 매뉴팩처 방문기 두 번째 편입니다. 


첫 방문기에서는 스위스 상티미에에 위치한 파텍 필립의 다이얼 제조사인 카드랑 플뤼키거(Cadrans Flückiger)를 비롯해, 

라쇼드퐁의 젬 세팅 공방 SHG, 시계 케이스 제조 업체 칼라메(Calame), 폴리싱 전문 업체 폴리-아트(Poli-Art)를 다뤘는데요. 


- 파텍 필립 매뉴팩처 방문기 1편 참조: https://www.timeforum.co.kr/TimeForumExclusivBaselSIHH/12951111



이번 시간에는 제네바 플랑레와트(Plan-les-Ouates) 지역에 위치한 파텍 필립의 본사 및 매뉴팩처 시설(위 첨부 사진 참조)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첫 방문기 포스팅에 여러 회원님들께서 뜨거운 호응을 해주셨는데요. 

아무래도 파텍 필립 매뉴팩처 시설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인데다 작업 공정을 비교적 상세히 확인할 수 있는 현장 사진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플랑레와트 매뉴팩처 방문기에는 현장 사진이 이전 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본사와 함께 붙어 있는 브랜드의 가장 핵심 매뉴팩처 시설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안이 훨씬 더 철저했기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스위스 대부분의 매뉴팩처들은 시설 내부 촬영이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습니다. 

본사 관계자들의 재량에 의해서나 매체에 의도적으로 노출하고자 하는 타이밍이 적절히 맞물리면 예외적으로 촬영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허용하지 않고 있지요. 


현장 사진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파텍 필립의 가장 중요한 시설인 만큼 이번 편도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모쪼록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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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시내에서 약 15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플랑레와트에 도달합니다. 

이 인근은 마치 실리콘 밸리처럼 시계 회사들이 각 구역별로 들어서 있는데요. 


입구에는 피아제의 매뉴팩처 시설이 반기고 있고, 바로 뒤에는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그 건너편에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매뉴팩처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를 뒤로 하고 오른쪽 코너를 돌아 직진하면 한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파텍 필립의 본사 및 매뉴팩처 건물입니다. 


파텍 필립 본사 입구 앞에는 양쪽에 작은 분수 시설과 함께 대형 조형물 하나가 떡하니 놓여져 있는데요. 

스위스의 조각가 앙드레 부허(André Bucher)가 1996년 현 본사 및 매뉴팩처 건물 신축 당시 제작해 준 '르 스피랄(Le Sprial)'이란 작품입니다. 


'나선형' 혹은 '태엽(스프링)'이라는 뜻 그대로 생긴 이 상징적인 조형물을 사진으로 보신 분들은 꽤 많으실 줄 압니다. 


파텍 필립의 플랑레와트 매뉴팩처는 이 근방에 흩어져 있던 10개의 워크샵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형태입니다. 

한눈에 봐도 건물 부지는 제법 넓었으며, 바로 지척에 롤렉스의 매뉴팩처가 위치해 있음에도 전체 규모 면에서는 파텍 필립의 그것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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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바로 옆 벽면에 이러한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대형 추시계도 볼 수 있었습니다. 

파텍 필립을 상징하는 칼라트라바 크로스와 함께 전체적으로 스틸과 골드톤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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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부는 이렇듯 모던하고 깔끔하게 정비돼 있습니다. 

1층 로비 외에는 평소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안 보이고 2천여 명이 근무하는 공간임에도 매우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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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벽면에는 또 무브먼트의 기어 트레인을 형상화한 독창적인 설치물을 더해 이곳이 보통의 회사가 아닌 범상치 않은 시계 전문 제조사의 내부임을 새삼 실감케 합니다. 


건물로 통하는 또 다른 문에도 팔렛 포크와 이스케이프 휠 등 기계식 시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품들을 형상화한 디테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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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건물 로비 안쪽에 게스트를 위해 따로 마련된 락커에 가방과 외투를 맡기고 방문자용 흰 가운을 걸칩니다. 

매뉴팩처 방문시 입는 이런 가운 하나에도 제 자신이 무슨 워치메이커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지요. ^^ 


기자단 일행 모두 가운으로 갈아입고 이제 작은 강당 같은 곳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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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새 부티크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한 적이 있어 친숙한 이브 카바디니(Yves Cavadini) 파텍 필립 세일즈 부사장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는 매뉴팩처 방문 첫째 날 아침 일찍에도 기자단이 묵은 호텔 숙소까지 찾아와 인사를 할 만큼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가 직접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파텍 필립의 역사와 주요 성취들, 기술적인 차별화, 성공 포인트 등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파텍 필립의 연간 시계 생산량은 약 5만 8천여개이며, 이 중 기계식 시계는 4만 9천개 나머지 9천개는 쿼츠 시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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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 매뉴팩처에서는 19가지 베이스 칼리버(17개 손목 시계용, 2개는 회중시계용)를 활용해 50여개의 무브먼트와 200여개 레퍼런스의 모델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의 전 부품을 인하우스 생산하는데, 그 부품수만도 총 1만 5천개에 달하며, 연간 1천 5백만개 이상의 부품들이 생산된다고 하네요. 


파텍필립은 전세계 60개 국가 내 450여개의 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전세계 직원 수는 2천 2백여명, 제네바 본사 및 매뉴팩처 직원수는 1천 6백여명, 스위스 직원수는 1천 8백여명, 

자체적인 시계 학교 코스 및 스위스 정부 인정 공식 자격을 획득한 전문 기술 인력만도 2백여명에 이르며, 

그 중 각 분야별 최고 수준의 장인급 마스터도 60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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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체적인 품질 인증 기준인 파텍 필립 씰(Patek Philippe Seal) 관련한 설명도 이어졌고요. 


2009년에 제정 도입한 파텍 필립 씰은 기존의 제네바 씰(제네바 홀마크, 푸와송 드 제네브) 인증을 포기함과 동시에 더욱 엄격한 자체 품질 기준을 확립한 형태인데요. 


우선 사용되는 부품의 품질 및 가공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엄수하며, 오차 조정 역시 COSC 인증 기준보다 약 2배 가까이 더 엄격한 수준(허용 범위 -3~+2)을 고집하고, 

각 시계별 모든 기능이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며, 창립이래 생산된 모든 시계에 국제 고객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항들은 세부적으로 총 65개 항목으로 나뉘어 엄격하게 검수되고 이를 최종 통과한 시계만 출고된다는 점이 파텍 필립 씰의 요지이자 자부심입니다. 





일련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지난해 175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그랜드마스터 차임(Grandmaster Chime) Ref. 5175의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도 감상했습니다. 이 영상은 저 개인적으로도 한 10번은 본 거 같은데 볼 때마다 경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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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그랜드마스터 차임 시계는, 

그랑 소네리, 쁘띠 소네리, 미닛 리피터, 알람, 데이트와 연동한 총 5가지 차임과 각 차임 사운드를 온/오프할 수 있는 스트라이크워크 모드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퍼페추얼 캘린더, 세컨 타임존, 낮/밤 인디케이터, 문페이즈 등 총 20가지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 1,366개의 무브먼트 부품수, 

파텍 손목시계 최초로 더블 페이스 형태로 리버서블(앞뒤로 전복이 가능한) 케이스와 214개의 케이스 부품들을 갖추고 있으며, 

7년 간의 연구 개발과 2년 간의 제작 기간, 6개의 새로운 기술 특허 획득 등의 화려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총 7피스 한정 제작되며, 이중 하나는 파텍 필립 뮤지엄에 영구 기증 전시되고, 나머지 6피스 역시 이미 주문 예약이 완료됐다고 하네요. 


-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5175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s://www.patek.com/en/mens-watches/175th-collection/5175R-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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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초 CAD 디자인, 설계 단계서부터 주요 부품 계측 및 제조, 그리고 이렇게 제조된 부품들을 다시 시뮬레이션과 대조하면서 

타 부품들과 정확하게 호환 작동하는지 여부를 재차 확인하고, 이렇게 완성된 부품들을 특정 도구를 활용해 일일이 사람 손으로 가공(피니싱) 처리하는 과정, 

최종 가공된 부품들을 다시 하나의 무브먼트 안에 끌어 모아 조립하고, 적절한 윤활유를 주입한 뒤 정확하게 기능하는지 검수하는 등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커머셜 필름을 굳이 또 이번 방문기서 환기하는 이유는, 

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주요 제조 공정들이 실시되는 공간이 바로 이곳, 제네바 플랑레와트 매뉴팩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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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매뉴팩처 투어를 시작합니다. 


건물 3층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두 개의 방을 보게 됩니다. 

지난 수십 년간 파텍 필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필립 스턴(Philippe Stern)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이자 현 대표인 티에리 스턴(Thierry Stern)의 방이 나란히 위치해 있었습니다. 



기자단이 처음으로 향한 매뉴팩처 시설은 주요 기어를 만드는 워크샵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밸런스 관련 섬세한 부품들과 일부 투르비용 케이지 관련 부품들도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공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되기 시작합니다. ㅠ

중간 중간 참고용 공식 사진을 추가하겠습니다만, 모쪼록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매뉴팩처 투어 첫 날 방문한 카드랑 플뤼키거, SHG, 칼라메, 폴리-아트가 주로 시계를 구성하는 외부 요소들, 

다시말해 케이스, 다이얼, 브레이슬릿과 관련된 부품들을 생산하는 매뉴팩처였다면, 

둘째 날 방문한 제네바 플랑레와트 매뉴팩처 시설은 시계의 내부를 채우는 부품들, 

즉 무브먼트 설계 및 각 부품 제작, 조립, 테스트 등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물론 플랑레와트 매뉴팩처 내에서도 젬 세팅 및 일부 하이엔드 다이얼 제작 등이 이뤄지긴 합니다만, 주요 시설은 무브먼트 제조와 조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품 R&D 부서 및 디자인 부서도 이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이들 부서의 작업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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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방에서는 무브먼트 베이스 플레이트에 원형의 조그만 패턴을 조밀하게 새겨넣는 서큘러 그레이닝(Circular graining), 

일명 페를라주(Perlage)로 불리는 작업이 몇 명의 직원들에 의해 실시되고 있었고요. 


그 외 제네바 스트라이프(Cotes De Geneve), 드로잉(Drawing) 혹은 에티라주(Etirage)로도 불리는 플레이트 모서리 다듬기 공정, 

베벨링(Beveling) 내지 샹퍼링(Champering) 또는 앵글라주(Anglage)로도 불리는 모서리 각 다듬기 같은 주요 피니싱 공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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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무브먼트 피니싱 과정은 기계는 그저 도구일 뿐 기술자의 손놀림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블랙 폴리싱(혹은 미러 폴리싱) 같은 세심한 피니시 작업은 일정 수준의 연차가 있는 직원들만 할 수 있으며, 

회향목과의 나무 조각에 다이아몬드 페이스트를 끝에 묻혀 지속적으로 작업해야만 합니다. 

컴플리케이션 이상에 사용되는 상위 수준의 피니시는 이 건물 말고도 바로 옆동의 다른 부서에서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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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동한 방은 무브먼트 프리 어셈블리(Pre-assembly) 워크샵입니다. 


프리 어셈블리 즉, 최종 조립 이전의 몇몇 부품별 조립이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이 워크샵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자단 일동은 기존의 가운을 벗고 보다 신체에 밀착되는 새로운 가운을 입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신발에도 하얀색 망을 씌워서 외부의 먼지가 안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섬세한 무브먼트 관련 부품들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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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파텍 특유의 프리스프렁 밸런스인 자이로맥스(Gyromax) 밸런스에 실리시움 소재를 원료로한 스피로맥스(Spiromax) 헤어스프링을 피트하는 작업이나 

팔렛 포크에 팔렛 주얼을 세팅하는 작업 같은 미시적인 조립 작업부터 기어트레인 전체를 조립한 뒤 기능 작동을 위한 테스트 과정까지 이뤄지는 곳입니다. 


무브먼트 프리 어셈블리 룸을 지나 건물 가장 안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 사진 및 무브먼트 드로잉과 함께 시계 일부가 전시돼 있었는데, 

이쯤되면 예상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바로 컴플리케이션 이상의 시계들이 조립되는 오뜨 오롤로제리(Haute Horlogerie) 공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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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뜨 오롤로제리 공방은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한쪽에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 개발, 제작과 관련한 전반적인 흐름을 관장하는 일종의 지휘 체계 부서가 마련돼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일반 피니시 보다 훨씬 더 공이 들어가는(그래서 파텍 필립 씰 조건에 부합하는) 하이엔드 피니시를 전담하는 부서,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피니시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된 부품들을 최종 조립, 작동 테스트하는 어셈블리 부서가 각각 분할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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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뜨 오롤로제리 공방에는 유난히 시선을 끄는 한 어르신이 있는데요. 

백발이 성성한 제일 연장자인데다 풍기는 포스부터 남다른 이 분은 마스터 워치메이커 폴 부클랑(Paul buclin) 씨입니다. 


이 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는 구구절절 수식을 붙이는 것보다 그가 개발에 참여한 두 대표작만 언급해도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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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클랑 씨는 1989년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33개의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탑재한 회중시계 칼리버 89를 제작하는데 1등 공신이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앞서 보여드린 175주년 기념 손목시계 그랜드마스터 차임을 완성하는데도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파텍 필립 역사상 가장 복잡한 두 시계의 제작에 부클랑 씨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엄청난 영예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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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유만 허락된다면 더 머물고 싶었던 오뜨 오롤로지 워크샵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빠져 나와 이제 한 층 아래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 향한 방은 방문객들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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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 시설을 둘러 보다가 돌연 이곳으로 온 이유는 파텍 필립의 주요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몇몇 샘플용 시계들을 직접 작동해 보고 미닛 리피터의 경우 차임 사운드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파텍 필립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그 종류가 많이 전시되지 않기 때문에(각 레퍼런스별 한해 제조 수량 자체가 적음), 

이렇게 따로 핸즈 온 시간을 할애한 것은 파텍 필립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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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본 시계는 문페이즈 포함 풀 캘린더 기능을 갖춘 미닛 리피터 회중시계입니다. 


정확한 제작 연도는 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3 공(Gong)과 해머를 갖춘 매우 매력적인 엔틱 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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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으로도 생산되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의 기함인 Ref. 5208 모델입니다. 


케이스 하단 6시 방향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보심 아시겠지만 플래티넘 버전입니다(파텍 필립의 플래티넘 모델은 이런 식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직경 42mm 케이스에  인하우스 자동 R CH 27 PS QI 칼리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 그리고 미닛 리피터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상 작동하는 모델로 상당히 영롱한 차임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영상으로 담지 못해 아쉽군요. 


참고로 전 버전인 5207 모델까지는 국내에도 입고된 적이 있고 실제 얼마 전 1점 판매된 적도 있지만(관계자측의 말에 따르면),

5208 모델은 국내에 들어온 적도 전시된 적도 없습니다. 5208 베리에이션은 세계 어느 부티크에서도 거의 보기 힘듭니다(심지어 보면 본사에 연락을 달라고 할 정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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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닛 리피터와 투르비용, 레트로그레이드 핸드 데이트 형태의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5216 로즈 골드 모델입니다. 


직경 39.5mm 케이스에 인하우스 수동 R TO 27 PS QR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5208과 마찬가지로 실제 이렇게 오래(?!) 만져보고 조작해 보기도 처음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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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지로 열고 닫히는 더스트 커버(일명 헌터 케이스백)을 갖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인 Ref. 5159 입니다. 


직경 38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인하우스 자동 324 S QR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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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바젤월드서 선보인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 신제품 Ref. 5370의 플래티넘 버전입니다. 


직경 41mm 케이스에 인하우스 수동 CHR 29-535 PS 크로노그래프 칼리버가 탑재되었습니다. 


바젤 때 보긴 했지만 이렇게 스트랩이 제거된 상태로 다시 보니 뭔가 좀 색다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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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컴플리케이션 라인의 Ref. 7071 모델입니다. 


파텍 필립 첫 여성용 수동 크로노그래프 시계로서 쿠션형 로즈 골드 케이스에 남성용 모델에도 탑재되는 인하우스 수동 CH 29-535 PS 칼리버가 탑재됐습니다. 

다이얼 플랜지에 116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더욱 화려한 느낌을 주고요. 다이아몬드 세팅은 앞서 방문기서 보셨던 라쇼드퐁의 SHG 공방에서 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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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mm의 요즘 트렌드에 반하는 아담한(?) 사이즈의 Ref. 5959 플래티넘 모델입니다. 

모노푸셔 형태의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시계로 CHR 27-525 PS 수동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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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신 모델(Ref. 5959)과 동일한 무브먼트를 탑재한 첫 여성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Ref. 7059입니다. 


케이스 직경 역시 기존 남성용 버전과 동일하며(33.2mm), 로즈 골드 케이스 전면 베젤부에 두 줄로 총 153개 다이아몬드를, 

케이스백에도 일렬로 76개 다이아몬드를, 버클에도 26개 다이아몬드를 각각 세팅했습니다. 여성용 모델인데도 묘하게 끌리는 시계였어요. 저는 실물도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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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해 발표한 175주년 기념 에디션 중 하나로 점핑 아워(아워 스트라이크 기능 포함) & 레귤레이터 형태의 5275P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이번 바젤월드 때도 실물을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 5275P 관련 기타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s://www.patek.com/en/mens-watches/175th-collection/5275P-001



평소에 매장에서도 잘 보기 힘든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및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을 감상하고, 

이제 건물 5층에 위치한 빈티지 및 현행 시계 수리 및 복원이 이뤄지는 AS 워크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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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조망의 약 30여평 정도의 방안에는 14명 정도의 워치메이커들이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이 일렬로 놓여져 있고, 

한쪽에는 부품들을 종류별로 잘 분류해 놓은 흡사 한약방 약재 보관 캐비넷 같은 가구들이 종류별로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곳은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한쪽은 1970년대 이전의 엔틱 시계만 취급하고, 다른 한쪽은 1971년부터 현행 생산 시계를 도맡고, 다른 한쪽은 아예 주얼리 시계만 전담합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기계식과 쿼츠를 구분하고, 일반 심플워치 계열과 컴플리케이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다시 세분화해서 전담 워치메이커가 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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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파텍 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 두고 있을 뿐이다."

"You never actually own a Patek Philippe. You merely look after it for the next generation." 



라는 의미심장한 슬로건을 강조하는 브랜드답게 파텍 필립은 실제로 창립 이래 자사의 모든 시계를 연도별, 레퍼런스별로 체계적으로 기록 관리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사 제조 시계라면 어떠한 시계라도 연식이나 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전부 완벽하게 수리 및 복원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강조합니다. 


단 유일하게 예외가 있었다면, 미 9.11 테러 당시 케이스는 물론 무브먼트 일부까지 완전히 녹아 버린 시계만 복원을 못했다고 담당자는 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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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빈티지 시계용 부품도 이곳에서는 상당수 보관하고 있으며, 

수제작 비중이 높았던 옛 시계 특성상 규격이 일정치 않은 부품은 복원 단계에서 아예 새로 제작하는 예도 많다고 합니다. 


물론 시계 수리와 관련한 공통된 매뉴얼도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담당 워치메이커의 '감'으로 수리하는 게 아니라, 

조금 과장해 표현하면 시계 수리 및 복원 역시 새로운 시계를 만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여 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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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훼손도나 기능의 복잡 여부에 따라 작업 경과일은 차이가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단순한 기능의 타임온리 시계의 경우 130시간(5일이 조금 넘는) 정도 소요된다고...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계를 새로 사는 것보다 돈이 더 들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시계를 완벽하게 수리 복원하고자 하는 사람은 해당 시계가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이거나 개인적인 특별한 사연이 담긴 예가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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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고 하는 프랑크 페르네(Franc Pernet) 씨가 직접 앤틱 피스의 피니언을 다듬는 과정을 시연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오래된 회중시계는 요즘처럼 규격화된 크기의 휠이나 피니언을 쓰지 않아서(첨단 CNC 머신이 없던 시절이니), 

수리 및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품들을 새로 제작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역사가 오래된 메이커들은 이러한 시계들을 접할 때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당황할 일이 없고, 또한 경험이 풍부한 워치메이커들이 있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도 격의 차이가 현격히 드러납니다. 


피니언이나 휠 중 그 톱니가 무척 섬세한 경우 이를 가공하고 다듬는 과정은 온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특히 캘린더나 리피터 기능을 갖춘 엔틱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회중시계는 그 시대에만 사용된 특수한 부품들이 포함돼 있기도 해 노련한 경력자만이 다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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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자리를 비운 워치메이커의 테이블을 사진으로 담아 봤습니다. 

주 양식의 브릿지 형태가 돋보이는 오랜 회중시계 무브먼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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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사 건물을 빠져나와 바로 옆동으로 이동합니다. 

파텍 필립 관계자들은 각 건물을 PP1, PP2, PP3, 이런 식으로 이니셜과 함께 번호를 붙여 호칭하고 있었는데요. 이 옆동은 PP5에 해당합니다. 


조만간 그 뒤편으로(롤렉스 매뉴팩처와 지척으로 가까운 공터에) PP6 건물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네요. 아직 착공은 안 들어갔습니다만... 


PP5 건물에서도 무브먼트 관련한 주요 부품들이 생산됩니다. 

베이스 플레이트를 비롯해, 각종 휠과 피니언, 피봇, 클릭, 스크류, 스터드 등이 생산되고 있으며, 

각 부품들을 마이크론 단위로 정확하게 계측해 절삭, 가공할 수 있는 고가의 CNC 머신들이 즐비합니다. 


각 제조 공정별로 무게가 나가는 기계들이 많기 때문에 이 동은 위로 건물을 세우지 않고 옆으로 넓게 펼쳐 놓은 구조입니다. 


역시나 이곳도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돼 사진을 아예 못 찍었습니다. 

또한 이곳 투어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서둘러 이동한 터라 시설에 관한 소개에 애초 한계가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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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휠을 제작하는 워크샵이었는데요. 

심플 수동 시계용으로는 대략 15개 정도를, 심플 자동 시계용으로는 25개 정도를, 컴플리케이션 이상은 대략 40에서 60여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워크샵에서는 무려 400여 종류의 휠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휠이 절삭됐는지 200배 확대경으로 볼 수 있는 테이블도 볼 수 있었고요.

휠을 깎아내는 과정에서 전자식으로 수치를 환산하는 장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다음 휠 사이를 광(폴리싱)내는 작업도 눈에 띄었는데요. 이 작업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이뤄집니다.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공방에 여자만 있습니다. ㅋ 


대나무 소재의 원형 틀에 휠을 부착하고 까만 연마제를 도구 끝에 묻혀가면서 다듬는데, 

휠을 바깥에서만 폴리싱하면 안에 스틸 잔류가 남아있을 수 있어서 다시 안에서 다듬는 식으로 마무리한다는군요. 


이렇게 제작된 휠의 양 사이드에 소용돌이 치는 듯한 솔레이 패턴의 데코레이션을 넣는 작업도 함께 이뤄집니다. 



덧붙여 이번 매뉴팩처 투어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헤어스프링 제조 공정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외부에는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무척 궁금했던 시설인지라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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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실 공간은 구내 식당입니다. 

투어 일정 중간에 들러 1시간 정도 식사를 했는데요. 


식당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 마련된 식사가 제법 럭셔리합니다. 

레스토랑도 아닌데 약식 코스로 음식이 나오고 비주얼마저 좋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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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선찜 요리인데 완두콩 소스를 얹어 메인 요리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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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중간에 이틀 내내 가이드로 수고해 준 파텍 필립 뮤지엄 소속의 알렉시라는 직원분의 시계도 기념으로 촬영해 봅니다. 

칼라트라바 Ref. 5119 옐로우 골드 모델이군요. 언제봐도 단정한 디자인이 알렉시의 모범생 같은 인상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이상으로 파텍 필립 매뉴팩처 방문기 포스팅 2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이틀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연일 아침 일찍 시작해 오후 늦게 마무리되는 스케줄은 제법 타이트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시설들을 더 똑똑히 눈에 담고 기록하고자 애쓴 동행 기자들의 열의도 대단했고요. 


세계적인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의 심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인 큰 영광이었으며, 

저만의 기쁨에서 그치지 않고 최대한 제가 보고 느낀대로 자세히 후기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제 의지가 생각만큼 뒤따르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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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린 파텍 필립 살롱에서 바라본 제네바 레만 호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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