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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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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세 곳의 생산 포인트가 있습니다. 몽블랑을 대표하는 아이템인 만년필은 독일, 가죽 제품은 이탈리아, 시계는 스위스죠. 시계는 스위스에서 다시 두 곳으로 나뉩니다. 르 로클(Le Locle)과 빌르레(Villeret)로 전자는 시계생산의 헤드쿼터로 기획, 디자인, 설계, 테스트, 미드 레인지 모델의 조립이 이뤄지고 후자는 고급 라인의 설계 및 조립, 헤어스프링의 생산이 이뤄집니다. 

이번 방문기에서는 르 로클 매뉴팩처를 찾아갑니다. 

스위스 르 로클은 시계생산 중심지의 하나입니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역이기도 한데 제조업이 별로 없는 스위스에서 (시계)공업도시이기 때문이며, 공장(이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회색빛 공장이 아닌 공방)이 집약되어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도시 풍광이나 건축물의 모양이 다릅니다. 르 로클에 들어서면 기계식 시계의 핵심 니바록스가 입구에서 맞이하고, 율리스 나르당이 뒤이어 나타납니다. 이곳의 터줏대감이라고 하면 티쏘와 제니스가 있는데요. 몽블랑도 이 대열에 슬슬 올려놓을 때가 온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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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의 매뉴팩처는 몽블랑의 설립시기와 같은 해에 지은 빌라를 인수해, 증개축하여 사용합니다. 바로 곁에는 티쏘의 본사가 보이는데요. 회사건물 같은 티쏘에 비해 몽블랑의 매뉴팩처는 그저 아름다운 옛 빌라 같은 모습입니다. 휘날리는 몽블랑의 깃발이 없다면 예쁜 빌라구나 하고 지나칠지도 모르죠. 하지만 입구에서 본 몽블랑 매뉴팩처와 뒤로 들어가서 본 매뉴팩처는 180도 다릅니다. 뒤에서 본 매뉴팩처의 1층에는 커다란 통 유리로 둘러진 장소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몽블랑의 볼륨 모델과 몽블랑 500시간 테스트가 진행되는 핵심적인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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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뉴팩처에서 기획, 디자인, 설계, 테스트와 조립을 위한 인원, 시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도보로 1분 거리의 다른 빌라에서 기획, 디자인, 설계가 이뤄집니다. 가장 먼저 디자인 팀을 방문했습니다. 한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세 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 팀의 구성원으로 몽블랑의 모든 시계의 디자인을 관장합니다. 때문에 전체의 통일성과 라인업 간의 차별성을 두는데 유리한 구조죠. 디자인은 핸드 스케치, 2D 디자인, 3D 디자인의 단계를 거쳐 최종형을 결정하는데 특기할 부분은 모든 과정에서 CEO인 제롬 랑베르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일이 까다롭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더군요. 

완성된 3D 디자인의 데이터는 개발팀으로 넘어가 프로토타입 제작에 활용합니다. 과거에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 상당히 시간이 올래 걸렸습니다. 외주 제작의 경우 업체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내부 제작이라도 쉽지는 않았는데 요즘엔 3D 프린터로 시간을 많이 단축하고 있습니다. 몽블랑은 좀 특이한 케이스로 3D 프린터로 활용하지만 제품과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프로토타입을 만듭니다. 이유는 실물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야 질감 같은 부분에서 나오는 느낌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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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매뉴팩처로 돌아오면 고풍스러운 실내에 살짝 놀랍니다. 빌라를 인수했을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멋진 응접실과 식당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매뉴팩처 투어의 시작은 응접실에서 조금 대기하다가 지하로 내려가며 시작됩니다. 지하에는 테스트 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제품의 가능성을 지닌 시계를 가지고 갖가지 가혹한 실험을 합니다. 오차 테스트는 기본 중에 기본이며 충격, 방수 테스트를 거칩니다. 몽블랑은 충격 테스트에 상당한 공을 들립니다. 1m 자유낙하부터 연속 충격 테스트를 하는데 후자의 경우 약한 충격을 연속적으로 가하다가 점점 강한 충격으로 올리는데 최종단계의 충격은 25G에 해당합니다. 연속된 충격의 회수도 17,000회 가량으로 가혹함이 잘 드러나죠. 뿐만 아니라 브레이슬릿과 스트랩의 인장 테스트도 상당합니다. 브레이슬릿에 추를 달고 끊임없이 흔들어 브레이슬릿이 끊어지거나 클라스프가 풀리는지를 확인합니다. 가죽 스트랩은 좌우에서 당기는 힘을 계속 가해 일정 이상의 힘을 견뎌야 하죠. 또 알레르기 테스트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것은 외부에 의뢰합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브레이슬릿은 크롬 성분의 함유량, 가죽 스트랩은 피부와 접촉하는 내피를 체크하고, UV를 투사해 에이징 테스트까지 하게 됩니다. 크로노그래프의 경우 푸시 버튼을 연속해서 눌러 정상 작동하는지, 날짜 등을 바꾸는 역할의 커렉터도 1000번 가량을 눌러 작동 여부를 확인합니다. 동시에 푸시 버튼의 개스킷도 면밀히 살펴 보게 됩니다. 마무리로 항자성, 방수 테스트를 하는데 이는 다른 매뉴팩처와 비교했을 때 일반적인 수준입니다. 몽블랑에 다이버 워치 같은 고심도 방수를 요구하는 모델이 없기 때문일 텐데요. 충격, 인장, 기능 테스트에서 상당히 집요함을 보여줍니다. 물론 판매용 제품의 테스트가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테스트이므로 더 가혹할 수 밖에 없는데 중점적으로 테스트하는 부분에서 어떤 요소를 몽블랑이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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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르 로클 매뉴팩처의 백미인 커다란 어셈블리 룸입니다. 앞서 매뉴팩처 뒤로 돌아가서 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죠. 상당히 넓은 공간에 수많은 작업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룸 전체를 통 유리로 둘러 환한 채광과 창 밖으로는 잔디와 나무가 만드는 푸르름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워치메이커는 대략 30~40여명 정도로 보입니다. 숫자로 보면 적지 않은 규모죠. 4810, 스타 컬렉션 같은 미드 레인지 모델의 조립이 이곳에서 이뤄지는데, 작업은 분업형태가 기본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워치메이커는 무브먼트를 조립하고 또 다른 워치메이커는 바늘을 꽂는 작업을 전담하는 식입니다. 연륜 있어 보이는 중년 남성이 디렉터로서 이곳을 총괄하며 남녀, 다양한 나이대의 워치메이커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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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룸 안쪽 공간에서는 제롬 랑베르가 몽블랑 CEO 이적 후 제정한 몽블랑 500시간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조립된 시계가 들어간 박스가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방수 테스트를 위해 케이스가 찰랑찰랑한 물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500시간에 걸쳐 다양한 항목의 테스트가 진행되는데 이것을 통과해야 제품화가 이뤄집니다. 박스 속 시계는 며칠 동안 어지러움을 겪으면서도 정확한 시간을 표시해야겠지요.

Part 2 빌르레 매뉴팩처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