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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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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지난 1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브라이틀링(Breitling)의 새로운 컬렉션 내비타이머 8(Navitimer 8)의 아시아 최초 런칭 행사에 참여하며, 브라이틀링의 최고마케팅경영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인 팀 새일러(Tim Sayler)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새 CEO 조지 컨의 부임과 함께 브랜드의 중역들이 대거 새로운 인물로 교체된 가운데 팀 새일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젊고 패기만만한 모습이었는데요. 그의 육성을 통해 브라이틀링이 추구하는 글로벌 마케팅의 새로운 방향성과 전략 등을 듣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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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Photo Courtesy of Breitling

약력: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팀 새일러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P&G 그룹 유럽 지사에서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로 활약했으며, 2011년 독립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오데마 피게에 입사해 시계 업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2017년 9월까지 오데마 피게서 최고마케팅경영자(CMO)로 탄탄한 경력을 쌓은 그는 2017년 10월 브라이틀링으로 이직해 브라이틀링의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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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틀링 로드쇼 상하이 2018 이벤트는 어떠한 취지로 기획되었는가? 그리고 이번 이벤트를 통해 전 세계 프레스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메시지는 심플하다. 지난 밤(1월 29일) 행사를 통해 당신은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체감했을 줄 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브라이틀링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브랜드 포지셔닝 및 브랜드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재고함으로써 브라이틀링의 새로운 시대(Era)가 시작됐음을 알리고자 한다. 일례로 새로운 로고를 이미 도입했으며, 무엇보다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인 내비타이머 8을 바젤월드 전에 미리 공개함으로써 우리의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게 어필하고 있다.

- 브라이틀링 상하이 이벤트 관련 후기 바로 가기 >> https://www.timeforum.co.kr/16009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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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전에 진행한 올해 신제품 관련한 워크샵에 참가했다. 내비타이머 8 컬렉션 관련해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무엇인가?

당신은 또한 CEO 조지 컨이 주관한 내비타이머 8 프레젠테이션 세션에서 주요 제품은 물론 컬렉션 전반에 관한 소개를 들었을 것이다. 내비타이머 8은 우리가 브랜드를 리-포지셔닝해 나가면서 앞으로 전개하고자 하는 수많은 작업들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 내비타이머 8은 우리의 유구한 헤리티지와 DNA를 직접적인 뿌리로 한다. 우린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지 않았다. 브라이틀링 아카이브로 전해지는 주요 빈티지 피스들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를 제품에 투영했을 따름이다. 옛 브라이틀링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우아함과 웨어러블한 사이즈 같은 요소들을 현대에 제대로 부활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결실이 바로 내비타이머 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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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틀링 CEO 조지 컨 

조지 컨이 브라이틀링의 새로운 수장이 되면서 당신도 오데마 피게를 떠나 브라이틀링에 합류했다. 브라이틀링에 합류하게 된 어떠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가? 

비단 CEO 조지 컨과 나 뿐만 아니라 현 브라이틀링 매니지먼트 팀 전체가 불과 지난 몇 달 안에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되었다. 나는 우리 팀원들 대다수가 내가 브라이틀링 行을 결정한 것과 비슷한 이유로 이직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모두 브라이틀링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브랜드이며, 브랜드의 기반(ex. 매뉴팩처, 인력 자원 등)이 무엇보다 잘 갖춰진 회사임을 알고 있다. 또한 브라이틀링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매우 높은 브랜드인지라 우리는 이러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더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갖고 있다. 

그간 우리 브랜드는 유독 한 방향, 당신도 알다시피 '에비에이션(항공) 시계'에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대부분의 제품들이 ‘빅 사이즈’ 공식에 충실한 편이었다. 하지만 현 브라이틀링 매니지먼트 팀은 브랜드의 밸런스를 다시 맞추고자 한다. 에비에이션 뿐만 아니라 브랜드 창립 초창기에 선보인 우아하고 아름다운 시계 디자인을 재발굴함으로써 성장의 새로운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브라이틀링처럼 훌륭한 브랜드에 합류할 수 있게 되어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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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틀링 8 파일럿 손목시계 Ref. 768(Circa. 1940년) 
새로운 내비타이머 8 컬렉션에 영향을 미친 빈티지 피스.

당신도 잘 알다시피 오데마 피게와 브라이틀링은 마케팅의 방향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브라이틀링은 특히 항공시계 제조사로서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고 그 동안의 마케팅이 이러한 분야에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향후 브라이틀링의 마케팅 방향성의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까? 

물론이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에비에이션은 물론 우리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이 우리 브랜드의 전부는 아니다. 브라이틀링의 슬로건이 '전문가들을 위한 장비(Instruments for Professionals)'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파일럿을 위한 장비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를 비롯해, 과학자, 다이버 등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브랜드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도 우리는 여러 전문 분야를 고려한 컬렉션을 구성해 왔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컬렉션을 전반적으로 다시 재정비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확장해나가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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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신제품, 내비타이머 8 B01

브랜드 이미지 재고 측면에서도, 그간 브라이틀링은 상당히 남성적인(Masculine)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테지만, 보다 컨템포러리한 방식으로 이끌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 브랜드 로고부터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1950~60년대 사용한 전통적인 로고를 부활시켰는데, 이 로고는 이미 수퍼오션 헤리티지 같은 모델에 적용된 바 있다. 우리는 컬렉션 전반을 좀 더 젊고 활기차게 비춰지도록 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측면에서도 활기를 더하기 위해 이전보다 디지털 분야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며,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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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조지 컨은 과거 IWC에 있을 때도 디지털 마케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그 스스로도 SNS 채널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길 즐긴다. 브라이틀링은 향후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고객들과 보다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 SNS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인스타그램 피드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에비에이션 관련 제품, 홍보용 이미지들만이 주로 게시되었는데, 최근 우리는 역사적인 자료 사진이나 특정 컬렉션에 한정하지 않은 다양한 컬렉션 이미지와 해당 제품 개발 비하인드씬 등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게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우리의 모든 마케팅 채널에 적용될 방식이다. 또한 위챗과 같은 특정 아시아 국가에서 유행하는 디지털 플랫폼에도 빠르게 적응하여 다방면의 채널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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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로드쇼가 중국에서 개최된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당신이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브라이틀링은 지난 수년 간 중국 시장에서 그렇게 활발하게 브랜드를 알리고자 노력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중국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기 위한 브라이틀링의 새로운 전략이 있다면?

중국은 정말이지 거대한 마켓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당신도 말했듯이 브라이틀링은 그간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선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 시장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중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로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한층 다각화하고 강화할 것이다. 새로 오픈한 부티크는 물론 샵인샵 형태의 디스트리뷰터들에도 내비타이머 8과 같은 중국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계들을 제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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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신제품, 내비타이머 8 크로노그래프

이것은 제품 개발에 관한 질문으로, 중국 및 아시아 고객들은 유독 시계 사이즈 선택에 있어 보수적인 편이다. 주요 컬렉션의 사이즈를 좀 더 다양화할 계획이 있는가? 

물론이다. 이번에 소개한 내비타이머 8만 하더라도 41mm에서 43mm 정도의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이전 브라이틀링 제품 중에는 나처럼 체격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착용하기에도 부담스러울 만큼 너무나 큰 시계들이 존재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시계의 사이즈를 고를 때는 단순히 손목 둘레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체격, 키 등을 고려한 전체적인 프로포션(비율)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전 브라이틀링의 특정 모델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리 적합하지 않은 사이즈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한 사이즈로 가져가려고 한다. 일전에 CEO 조지 컨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유럽인 치곤 키도 작은 편이고 체격도 크지 않아. 내가 착용하기 부담스러운 사이즈의 시계는 아시아 고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비춰지지 않을 거야!" 난 이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 및 아시아 남성들이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사이즈를 감안해 이번 내비타이머 8 컬렉션에도 적극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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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우측의 인물이 브라이틀링 CMO 팀 새일러

제품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럽이나 북미 고객들과 아시아 고객들의 니즈가 조금씩 다르다고 본다. 관련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 

내 개인적인 철학이 있다면 브랜드를 어떠한 방식으로 알릴 때에는 반드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해당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거짓으로 꾸며내지 않고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브라이틀링은 유니크한 브랜드 히스토리와 철학, 그럼에도 높은 인지도와 특유의 에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물론 지역별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조금씩 다르고 마케팅 방향성도 이에 따라 상이한 점이 존재하지만, 브라이틀링이 추구하는 바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면 고객들은 이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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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질문인데, 브라이틀링에 합류하기 전 당신이 브라이틀링에 갖는 이미지는 어떠했는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브라이틀링 컬렉션과 특정 모델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내가 과거 브라이틀링에 가진 인상은 '슬리핑 뷰티(Sleeping Beaty,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같았다. 약 20년 전 내가 대학에 재학 중일 때만 하더라도 주변에 잘 나가는 소위 '쿨 가이'들은 내비타이머 시계를 착용했다. 그 시절엔 브라이틀링이 그만큼 젊은 세대에게 쿨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현대의 어린 세대들에게는(적어도 유럽에 한정할 때) 예전만큼의 쿨함(Coolness, 멋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내가 '슬리핑 뷰티'라고 언급했듯 브라이틀링은 전설적인 아이코닉 컬렉션을 두루 갖추고 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이 '잠자는 미녀'를 흔들어 깨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가장 먼저 사고 싶은 고급 시계로 브라이틀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궁극의 파일럿 워치로 자리매김한 내비타이머 외에 이미 성공적인 수퍼오션 헤리티지와 그 밖의 다양한 라인업을 함께 키워나가며 브랜드의 존재감을 높이는 작업들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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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신제품, 내비타이머 8 오토매틱 

한국 시장에서 브라이틀링은 수입사 명보의 활약에 힘입어 상당히 견고하고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리 타임포럼 안에도 브라이틀링 포럼이 따로 있고 멤버들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 시장은 어떠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에 관해 어떠한 전망을 갖고 있는가?

나는 우리 브랜드를 정말로 애정하는 팬들과 컬렉터들의 놀라운 열정에 매번 감탄하곤 한다. 이 또한 우리 브랜드가 지닌 강점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해 특히 일본처럼 컬렉터스 클럽이 자생적으로 발달해 그들끼리 서로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은 브라이틀링에 있어 매우 큰 마켓이고 럭셔리 업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마켓 중 하나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시장에서 할 일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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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새일러가 인터뷰 당시 착용한 시계는 내비타이머 01 43mm 모델이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브라이틀링 시계에 관한 질문에 답변보다는 시계를 직접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편 지난해까지 다소 불안했던 중국과의 대외 관계도 개선되어 중국 관광객들의 쇼핑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면세 사업 분야 확장 등 한국 시장에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할 계획은 없는가?

우리는 중국에 투자할수록 주변국의 세일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제 중국인들은 유럽으로 우리 시계를 사러 오지 않아도 되고 이로 인한 혼란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워갈수록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주변국의 매출도 덩달아 좋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키우는 것이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선결 과제이며, 중국 시장의 성장을 통해 주변국 중 특히 한국이 얻는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