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 대형 백화점 체인이 전국을 장악하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는 소형 백화점 체인이 향토 매장으로써, 지역민들의 마트와 럭셔리 백화점 사이의 간극을 채워주었습니다. 저는 백화점 키즈였습니다. 백화점 VVIP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스마트폰 키즈'가 모든 화면은 터치 가능하다고 자연스럽게 여기듯, 저에게 백화점은 언제나 존재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침에 패딩 하나를 두르고, 백화점에서 빵 하나 사 들고 나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누군가는 백화점이 각 잡고, 혼수/예물/기념을 고민하는 곳이겠지만, 제게는 멀티플렉스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제가 처음 다닌 향토 백화점 브랜드의 친숙함 덕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다녔던 지방 백화점은 한때 제법 견실했습니다. 매출 1,000억에 영업익 50억, 점포는 3개나 있었습니다. 호시절에는 모든 일이 쉬워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 시기, 철 없던 시절 아이의 눈에 이 백화점은 백화점 경영의 꿈을 키워볼 만큼 대단히 잘됐습니다. 그런데 이 백화점이 3년 전, 코로나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습니다. 원인은 적자 운영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 대형 백화점의 지방 진출에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것과 (2) 코로나 기간 동안 중소형 브랜드의 온라인 진출이 활발해져 소비자의 지갑을 뺏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