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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번째 대화상대는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과 하는 것…
대화 – 그 두번째 이야기
나의 두번째 대화상대는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과 하는 것…
고등학교때 밴드활동을 열심히 하는 애들을 도와 이것 저것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숙사에서 기타를 들고 귀에 들리는대로 치는 연습을 하고,
너무나도 뻣뻣한 금속의 현에 손톱 아래가 쓸려 피도 보고…
하지만 제 인생에서의 여러가지 음악 중
대학교를 갓 들어갔을 때 친구들과 함께 했던 그 음악만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때의 음악.
그 때의 친구.
또래의 애들이 미팅을 나가고, 숙제를 하고, 기말 준비를 하던 때…
나와 친구들은 음악과의 대화를 합니다.
돈이 없다는 것은 돈이 없어 슬픈 것이기도 하지만, 마냥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 다독여주며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에 대한 굳은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촉진제와도 같았습니다.
그당시 학교 앞 주택가의 차고를 빌려 연습을 하였습니다.
골목 골목으로 굽이쳐 들어가, 차고는 있어도 차가 없는 그런 허름한 주택집,
아주머니도 별다른 대안은 없으셨나봅니다.
밖에서는 그냥 알미늄 미닫이로 되어 있는 차고지만,
안은 공장에서 주워다 나른 계란판 스폰지로 도배되다시피 한
나름대로의 음악실이었습니다.
특히 시끄러운 드럼의 소리를 죽이기 위해
판자와 유리로 칸막이까지 친
추억의 연습실에서 우리는 98년 1월의 겨울을 보냅니다.
그당시 저는 제 첫 대화상대 바이크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전력투구하던때라
한달 15000원의 월세를 내기도 버거웠습니다.
마음착한 키보디스트 형이 그런 내 사정을 알고 독촉을 못하면,
그래도 맏형인 드럼 형이 나를 혼내키기도 했습니다.
해질 무렵이면 항상 찾아오는 경찰 아저씨..
주민들의 신고로 찾아왔지만, 어느새 친해져서 서로 담배도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아저씨도 분명 음악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팠음에 틀림없었습니다.
한 번씩 있는 공연을 위해 우리는 독립문 근처의 연습실을 찾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연습을 하면 가격이 훨씬 싸기에 우리는 밤샘 연습을 합니다.
해뜰녁이 되어 ‘삐~’ 하고 울리는 귀를 부여잡고
근처의 편의점에서 먹는 컵라면,
형이랍시고 기타치는 동생들에게 하나씩 사주는 김밥 한줄과 그 마음..
전국 투어의 일환이었던 부산 광안리 소극장에서의 공연 후 광안리 바닷가에서의 기지개
우리는 정말 음악을 통해 대화를 하였고,
음악을 우리를 통해 청중과 대화하였습니다.
지금은 기자가 된 형, 건축회사, 전자회사에 다니는 친구,
그리고 잘나가던 대기업 직장을 때려치고 음반회사로 들어간 맏형.
가끔씩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화제의 부족으로 인한 레파토리의 반복은 아닙니다.
그 시절은 우리의 모든 젊음. 패기. 그리고 사랑이 담겨
씹고 되새김질해도 아름다움이 끝없이 우러나오는 곰국과 같은
그런 이야기니까요.
자신의 인생, 그 소중한 일생의 일부분이 완전히 녹아들어간
자신의 일부분이니까요.
지금은 시계도 좋아하고 많은 취미활동도 가지고 있지만,
취미 생활에 내 일생을 완전히 녹여버릴만한 자신감은 없습니다.
어른이 되어버린 거겠죠.
나름대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대화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 것을
깨닫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로… 현재와 조금씩 멀어져가면서
더욱 더 아름다움 색으로 칠해지는 추억 앞에서 벅차오르는 가슴을
일부러 제어할 필요는 없겠지요.
2007.02.25 10:03
2007.02.25 11:41
2007.02.25 14:22
2007.02.25 18:33
2007.02.25 22:47
2007.08.14 00:39
2008.10.17 10:57
2009.11.23 15:15
2009.12.08 00:32
2016.06.30 12:32
ㅋㅋㅋㅋㅋㅋ
음악과 오토바이...그리고 시계!!! 또 뭐가 남으셨나요?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