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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막을 내린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2(Watches & Wonders Geneva 2022)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파텍필립(Patek Philippe)이 새로운 시계를 내놓았습니다. 여러 신제품과 함께 출시하면 주목도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인지 단독으로 공개한 건데요. 시계를 살펴보면 파텍필립의 의도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기본 틀은 파텍필립의 투 카운터 크로노그래프와 유사하지만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속에는 파텍필립이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기술력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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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빨간색으로 악센트를 준 짙은 블루 컬러 다이얼은 흡사 파텍필립이 지난 2013년 온리 워치 옥션에 출품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Ref. 5004T를 보는 듯 합니다. Ref. 5004T가 매우 이례적으로 티타늄을 케이스 소재로 활용했던 반면 Ref. 5470P-001은 고귀한 플래티넘으로 제작했습니다. 케이스 6시 방향에 숨어 있는 다이아몬드가 그 증표입니다. 지름은 41mm, 두께는 13.68mm입니다. 방수는 여전히 30m에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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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 스타일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나 곱게 뻗은 리프 핸즈, 서로 마주하는 스몰 세컨즈와 크로노그래프 30분 카운터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Ref. 5370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듯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Ref. 5470P-001은 버튼이 3개가 아니라 1개인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라는 점입니다. 다이얼 중앙에는 색이 다른 두 개의 바늘이 있습니다. 빨간색 바늘은 1/10초를, 흰색 바늘은 1초를 측정합니다. 케이스 10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처럼 두 개의 바늘이 동시에 출발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이내 벌어집니다. 1초를 재는 흰색 바늘은 1분에 한 바퀴를 회전하지만 1/10초를 측정하는 빨간색 바늘은 12초에 한 바퀴를 돌기 때문입니다. 1/10초 단위까지 측정하기 위해 다이얼 가장자리의 세컨드 트랙은 1초를 10개로 쪼개놓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빠르게 바늘을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가벼워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파텍필립은 가까운 곳에서 해결책을 찾았는데요. 바로 자신들이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실리콘 소재 실린바(Silinvar®)로 바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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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에서 쓰이는 DRIE(Deep reactive ion etching) 에칭 공법을 사용해 가볍고 정교하면서도 단단한 바늘을 완성했습니다. 웨이퍼에서 얻은 바늘은 다시 축과 고정하기 위해 동그란 금속 덩어리를 부착하고 빨간색 래커로 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1/10초 크로노그래프 초침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1초 단위는 빨간색 바로 표시했습니다. 다이얼 아래쪽에는 1/10 SECOND라는 문구를 써넣었습니다. 그만큼 이 시계가 가진 의미가 특별하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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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컴플리케이션을 창조했던 파텍필립의 역사를 돌아봐도 시간당 36,000vph(5Hz)의 고진동 크로노그래프에 도전한 적은 없었습니다. 파텍필립은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를 제작하는 대신 이미 보유중인 자원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칼리버 CH 29‑535 PS 1/10은 파텍필립이 2009년에 개발한 인하우스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CH 29-535 PS의 시간당 진동수를 28,800vph(4Hz)에서 36,000vph(5Hz)로 변경하고, 1/10초 측정을 위한 별도의 모듈을 통합시킨 무브먼트입니다. 그 덕분에 캐링 암 방식의 수평 클러치와 칼럼 휠 같은 전통적인 요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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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초 측정에 관한 메커니즘은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 동력 전달 방식과 동일합니다. 1분에 1회전하는 4번 휠에 연결된 안티 백래쉬(anti-backlash) 드라이빙 휠은 구불구불한 스포크가 달린 클러치 휠과 붙어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면 클러치 휠이 1/10 초침과 연결된 피니언과 맞물리고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지름이 1.46mm밖에 되지 않는 이 피니언은 크로노그래프 드라이빙 휠 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이빨로 이루어져 클러치 휠과 정교하게 맞물립니다. 정리하면, 1분에 1회전하는 크로노그래프 초침은 기존의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에, 12초에 1회전하는 1/10 초침은 1/10초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용됩니다. 톱니바퀴가 늘어나다 보니 그에 따른 문제점도 발생하는데요. 수평 클러치 방식의 크로노그래프에서 종종 드러나는 바늘 튐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파텍필립은 드라이빙 휠과 4번 휠 사이에 안티 백래쉬 휠을 설치하고 이빨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 크로노그래프가 매끄럽게 출발하고 멈추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톱니바퀴의 이빨을 작게 만들면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겁니다. 특히 1/10초 크로노그래프 클러치 휠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텍필립은 두 개의 펜둘럼 충격 흡수(Pendulum shock absorber) 레버를 설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레버들은 크로노그래프 작동 시 1/10초 크로노그래프 클러치 휠이 드라이빙 휠과 잘 맞물리게 해주는 한편 레버들이 충격에 의해 이탈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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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로맥스(Gyromax® in Silinvar®)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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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소맥스(Pulsomax®) 이스케이프먼트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부분은 밸런스입니다. 1/10초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의 추가는 곧 더 큰 동력 손실을 의미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럴을 추가하면 무브먼트를 새로이 설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브먼트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칼리버 CH 29‑535라는 캔버스를 사용하기로 한 이상 두 방법은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파텍필립은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안정성과 정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실로맥스(Oscillomax®) 시스템을 투입했습니다. 오실로맥스는 지난 2011년 어드밴스드 리서치(Advanced Research) Ref. 5550P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는데요. 파텍필립이 현행 컬렉션에 어드밴스드 리서치의 연구 성과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실로맥스는 골드 웨이트가 부착된 나비 형태의 자이로맥스(Gyromax® in Silinvar®) 밸런스와 펄소맥스(Pulsomax®) 이스케이프먼트 그리고 스파이로맥스(Spiromax®) 밸런스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개념의 레귤레이팅 시스템입니다. 경량화와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으로 에너지 전달 효율을 끌어올리는 게 오실로맥스의 핵심입니다. 가벼운 무게로 인해 밸런스를 빠르게 회전시키기에 적합하고 고진동의 난제 가운데 하나인 윤활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파텍필립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진동수를 높이기 위해 오실로맥스를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파텍필립은 배럴과 메인스프링에도 손을 댔습니다. 배럴 아버의 직경을 줄여 더 긴 메인스프링을 넣고 파워리저브를 늘리고자 했습니다. 이러면 유실된 동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메인스프링이 길어지는데 배럴 아버까지 작아지면 스프링의 장력이 원치 않게 커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요. 파텍필립은 배럴 아버에 노치(notch)를 추가해 스프링의 장력을 적절한 수준으로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4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칼리버 CH 29-535 PS의 65시간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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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 패턴과 빨간색 스티칭으로 디자인의 통일성을 꾀한 네이비 블루 소가죽 스트랩에는 폴딩 버클이 달려 옵니다. 파텍필립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1/10th초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Ref. 5470P-001의 가격은 38만스위스프랑(한화 약 4억9800만원)입니다.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닌 레귤러 에디션으로 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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