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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LVMH 워치 위크(LVMH Watch Week 2022)가 개막했습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 여파로 올해도 디지털 이벤트로 대체되어 지난 1월 24일부터 28일까지 불가리(Bvlgari), 위블로(Hublot), 제니스(Zenith), 태그호이어(TAG Heuer) 이상 LVMH 그룹 소속 4개 시계 브랜드들의 주요 신제품들이 속속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불멸의 도시 로마를 대표하는 파인 주얼러이자 파인 워치메이커인 불가리의 남성용 하이라이트 신제품 몇 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Octo Roma Emerald Grande Sonnerie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 

불가리는 2022년의 포문을 스위스 하이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담은 스트라이킹 워치(Striking watches)로 열고 있습니다. 전기가 발명되기 전인 17세기 후반, 어두운 밤에 시간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스트라이킹 워치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함에도 특유의 서정적인 매력과 아름다운 차임 사운드로 현 시대까지 시계애호가 및 컬렉터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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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VL 362 칼리버 분해 모습 
불가리의 가장 대표적인 울트라-씬 수동 미닛 리피터 칼리버로, 무브먼트 두께가 3.12mm에 불과하다.

아시다시피 불가리의 스트라이킹 워치 제조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2000년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 인수를 계기로 젠타의 귀중한 유산들이 대거 불가리에 흡수되었고, 그 중에는 옥토와 같은 아이코닉 디자인(컬렉션) 뿐만 아니라, 그랑 소네리와 같은 특정 하이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지난 7년간 매년 울트라-씬 워치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옥토 피니씨모(Octo Finissimo) 라인을 풍성하게 가꾸는 와중에도 불가리는 꽤나 다양한 종류의 스트라이킹 워치 출시를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하이 워치메이킹 기술력을 뽐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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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발표한 옥토 로마 그랑 소네리 퍼페추얼 캘린더

제랄드 젠타가 1994년 완성한 첫 그랑 소네리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랄드 젠타 매그소닉(Gerald Genta Magsonic, 2009년)을 필두로, 퍼페추얼 캘린더와 투르비용, 그랑 소네리(웨스트민스터 까리용 차임)까지 응축한 다니엘 로스 라인의 그랑 컴플리케이션(2011년), 항구적으로 동력을 제공하는 콘스탄트-포스 이스케이프먼트와 4개의 공과 해머를 가진 웨스트민스터 까리용 미닛 리피터를 결합한 라미라글리오 델 템포(L’Ammiraglio del Tempo, 2014년), 무브먼트 두께 3.12mm & 케이스 두께 6.85mm로 등장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 신기록을 수립한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Octo Finissimo Minute Repeater, 2016년), 퍼페추얼 캘린더와 그랑 소네리를 현대적으로 우아하게 재해석한 옥토 로마 그랑 소네리 퍼페추얼 캘린더(Octo Roma Grande Sonnerie Perpetual Calendar, 2019년), 3개의 공과 해머로 타종하는 미닛 리피터와 투르비용을 결합한 옥토 로마 까리용 투르비용(Octo Roma Carillon Tourbillon, 2021년)에 이르기까지 불가리의 스트라이킹 워치 제품군은 그 스펙트럼부터 꽤나 폭 넓습니다. 스트라이킹 메커니즘 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데, 불가리는 하이 워치메이킹의 또 다른 꽃인 퍼페추얼 캘린더와 투르비용 등을 창의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다른 전통의 발레드주 매뉴팩처들의 뒤를 바짝 좇으면서 그들과 차별화된 노련한 솜씨로 실력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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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신모델,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 

LVMH 워치 위크 2022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는 스트라이킹 워치 제조 분야에서 이미 충분한 노하우를 쌓아 '에스테티카 델라 메카니카의 마스터(Master of the Estetica della Meccanica)'의 위상을 획득한 불가리가 하우스의 또 다른 DNA인 주얼러로서의 역량까지 쏟아 부어 완성한 매우 특별한 유니크 피스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도 이맘때 옥토 로마 까리용 투르비용을 공개했으니, LVMH 워치 위크에서 옥토 로마 라인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 발표는 한동안 공식처럼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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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습니다.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직경 44mm, 두께 15.42mm 크기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총 374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약 22.86캐럿)와 72개의 바게트 컷 에메랄드(약 7.28캐럿)로 장식해 눈부실 정도의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다이얼과 화이트 골드 크라운 및 푸셔에도 바게트 컷 혹은 로즈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음은 물론입니다. 무엇보다 제품명에 에메랄드를 강조한 만큼 바게트 컷 에메랄드 세팅 베젤이 유독 돋보이는데요. 불가리의 가장 상징적인 컬러 젬스톤이 에메랄드인데다 채굴의 어려움과 희소성 때문에 컬러 젬스톤의 가치가 한층 높아진 요즘이기에 더욱 특별한 매력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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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발표한 옥토 그랑 소네리 로즈 골드 조립 모습 

무브먼트는 2019년 바젤월드에서 첫 선을 보인 옥토 그랑 소네리의 엔진인 BVL 703을 이어 탑재했습니다. 다만 로즈 골드/티타늄 케이스에 스켈레톤 디자인으로 선보인 전작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다이얼 면으로 드러나던 무브먼트를 완전히 감추고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장식으로 케이스를 감쌌기 때문에 동일 디자인과 기능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무려 총 732개의 부품과 82개의 주얼로 구성된 BVL 703은 수동이 아닌 자동 무브먼트로, 4개의 공과 해머로 일명 웨스트민스터 차임을 가능케 합니다.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건물 끝에 위치한 시계탑 빅벤의 종소리에서 착안한 웨스트민스터 차임은 기계적 원리는 미닛 리피터와 거의 동일하지만 차임 사운드의 풍성함으로 귀를 즐겁게 합니다. 그랑 소네리가 궁극의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으로 통용되는 건 바로 이 리드미컬한 웨스트민스터 차임 때문입니다. 시, 쿼터(15분), 분 단위를 조절하는 각각의 스네일 캠에는 4개의 음이 서로 다른 노트로 연주될 수 있도록 하는 독립적인 레귤레이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그랑 소네리 타임피스들처럼 15분 단위 타종을 생략하는 쁘띠 소네리와 해머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멈추는 사일런스(무음) 기능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케이스 좌측면의 회전하는 각면 셀렉터를 이용해 스트라이크/사일런스 모드(S) 및 그랑/쁘띠 소네리 모드(G)를 개별 선택할 수 있고, 가운데 푸셔를 이용해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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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그랑 소네리 무브먼트는 많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 선명한 차임을 가능케 하기 위해 대체로 더블 배럴 구조를 따르게 마련인데, BVL 703 칼리버 역시 두 개의 배럴로 하나는 시각을 표시하는 기어트레인에, 다른 하나는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에 직접 작용하게 함으로써 영리한 설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이얼 우측 상하단에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위한 파워리저브와 일반적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나란히 배치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했습니다. 그랑 소네리 모드의 경우 24시간, 쁘띠 소네리 모드의 경우 2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지원하며,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4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시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BVL 703 칼리버는 분당 1회전하는 투르비용 케이지까지 비밀스럽게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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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스트라이킹 워치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이탈리아어 수식, 신포니아 델라 메카니카(Sinfonia della Meccanica) 자격을 획득한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Ref. 103553)는 오뜨 오롤로제리(하이 워치메이킹)와 오뜨 조알레리(하이 주얼리)의 경계를 허무는 매우 특별한 모델답게 단 1점 제작한 유니크 피스로 선보입니다. 주얼러와 워치메이커의 DNA를 동시에 갖는 불가리의 절정에 달한 기량을 보여주는 마스터피스임에 틀림없어 보이지만, 국내에서 귀한 실물을 접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불가리 스위스 본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는 비록 유니크 피스지만, 이를 샘플로 삼아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의 새로운 유니크 피스 형태로도 커스텀 제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Octo Roma Blue Carillon Tourbillon
옥토 로마 블루 까리용 뚜르비용

다음 보실 신제품은 지난해 LVMH 워치 위크에서 첫 선을 보인 옥토 로마 블루 까리용 뚜르비용의 새로운 베리에이션입니다. 블랙 DLC 코팅 티타늄 케이스로 선보인 전작과 달리 올해는 플래티넘 케이스에 딥블루 컬러 처리한 오픈워크 무브먼트를 노출함으로써 개성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식의 소재 및 컬러 조합은 최근 불가리가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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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피스 조립한 플래티넘 케이스에 스트라이킹 사운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미들 케이스 부분은 오픈워크 구조의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면서 전체를 에둘러 세 줄로 오픈워크 처리하면서 내부에 덧댄 일종의 멤브레인(막) 역할을 하는 부품까지 조밀하게 작은 구멍을 뚫어 케이스 바디에 부착한 세 개의 공을 통해 차이밍 사운드가 안에서부터 밖을 향해 보다 선명하게 레조낭스(공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케이스의 직경은 44mm, 두께는 12.83mm이며, 30m 정도의 생활방수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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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스위스 발레드주 르상티에에 위치한 불가리 매뉴팩처에서 자체 개발, 제작, 조립한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BVL 428을 탑재했습니다. 직경 35mm, 두께 8.35mm 크기의 무브먼트 안에 총 432개의 부품과 36개의 주얼을 갖추고 있으며, 메인플레이트와 컷-아웃 디테일이 돋보이는 그리드 형태의 티타늄 브릿지를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탄소를 기반으로 한 원자 증착(Atomic layer deposition, ALD) 처리 기법으로 깊이감 있는 블루 컬러를 입혔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종의 사운드박스 역할을 하는 미들 케이스 역시 티타늄 바탕에 ALD 처리를 통해 딥블루 컬러를 입힌 것입니다. 한편 시간당 21,600회 진동하는 밸런스와 함께 분당 1회전하는 투르비용 케이지를 오픈워크 다이얼 6시 방향에 노출하고, 더블 배럴 설계를 적용해 이러한 류의 시계치고는 비교적 긴 75시간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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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노트로 타종하는 3개의 공과 해머를 오픈워크 다이얼 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섭씨 900도 온도에서 가열 후 수 차례 담금질을 거쳐 형태를 잡고 세척한 다음 500도 가마에서 다시 달구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강화스틸 공은 타종시 특유의 맑은 소리를 냅니다. 케이스 좌측에 위치한 화이트 골드 소재의 푸셔를 누르면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이 활성화되며, C음에서부터 시를, 보다 낮은 음(E, D, C음)으로 쿼터(15분)와 분(E음)을 순차적으로 타종하는 식입니다. 플래티넘 소재의 트리플 블레이드 폴딩 클라스프를 갖춘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을 장착해 케이스 및 무브먼트 컬러와도 조화를 이룹니다. 옥토 로마 블루 까리용 뚜르비용(Ref. 103627)은 단 30피스 한정 출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전 세계 지정된 불가리 부티크에서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참고로 공식 리테일가는 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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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로 복잡한 그랑 소네리 무브먼트의 숨겨진 면

LVMH 워치 위크 2022에서 첫 선을 보인 불가리 신제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대담한 로만 주얼러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화려한 여성용 시계 신제품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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