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새롭게 부활한 론진 파일럿 마제텍 

스위스 고급 시계제조사 론진(Longines)이 1930년대 역사적인 파일럿 워치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론진 파일럿 마제텍(Longines Pilot Majetek)을 출시했습니다. 자사의 유구한 파일럿 워치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스피릿 컬렉션과는 또 결이 다른 헤리티지 에비에이션 신제품으로 복각 디자인에 도가 튼 론진의 장기가 빛납니다. 

- 1920년대 제작된 론진 대시보드 클락 

좌측의 모델이 회전 베젤을 갖춘 브랜드 최초의 에비에이션 타임피스다. 

회전 베젤을 갖춘 론진의 에비에이션 타임피스 제조 역사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복엽기 내부 대시보드에 고정하는 형태의 클락이 사용됐으며, 전 세대의 마린 크로노미터에서 영향을 받아 8일 파워리저브 성능의 크로노미터급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특별히 가독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채택해 후대의 파일럿 워치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 1937년 제작된 론진 칵핏 클락 

커다란 트라이앵글 무빙 아워 마커가 12시 방향에 위치해 있다. 

- 1930년대 말 제작된 론진 파일럿 워치

플루티드 가공 회전 베젤, 무빙 아워 마커, 오버사이즈 어니언 크라운, 커씨드럴 핸즈 등 현행으로 이어지는 론진 파일럿 워치 특유의 시그니처 디자인 코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1930년대 들어서면서 회전 베젤과 함께 일명 무빙 아워 마커(Moving hour marker)를 갖춘 대시보드 칵핏 클락과 손목시계가 제작되기 시작합니다. 라듐계 발광성 도료를 도포한 무빙 아워 마커는 파일럿이 비행용 글로브(장갑)를 낀 상태에서도 조작이 간편하도록 홈을 파서 요철 가공한 플루티드 회전 베젤과 맞물려 회전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는 정확한 임무 출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된 것입니다. 비행 도중 새롭게 항로를 변경할 때와 같은 중요한 비행 시간을 측정할 때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 Ref. 3582 모델 관련 공식 다큐먼트

한편 론진은 1935년, 기존의 파일럿 워치와는 사뭇 다른 디자인의 모델(Ref. 3582)을 제작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대담한 쿠션형 케이스에 플루티드 회전 베젤과 무빙 아워 마커를 갖춘 독특한 디자인은 같은 해 4월 1일,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국제산업재산권사무소(International Industrial Property Office)에 등록되어 보호받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독립군 소속 공군이 파일럿 워치 제작을 의뢰함으로써 레퍼런스 3582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채택한 군용 파일럿 워치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약 1,700명에 달하는 전투비행사들에게 제공된 역사까지 자랑합니다. 

당시 해당 모델의 케이스백에는 '체코 군대의 재산(Majetek Vojenske Spravy)'을 뜻하는 체코어 문구가 각인되었고, 때문에 레퍼런스 3582 빈티지는 후대에 컬렉터들 사이에서 '마제텍'이라는 별명으로 더욱 친숙하게 불리게 됩니다(재산은 체코어로는 마예택으로 발음해야 맞지만, 글로벌 영어 표기를 따른다). 레퍼런스 3582의 특징적인 디자인은 훗날 론진 헤리티지 1935와 같은 복각 디자인으로 재해석되었지만, 아시다시피 오리지널 무빙 아워 마커는 생략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2023년, 1930년대 가장 초창기 론진 마제텍을 완벽하게 재현한 모델이 탄생한 것입니다. 게다가 마제텍이라는 상징적인 이름까지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1935년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회귀한 론진 파일럿 마제텍은 쿠션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선보입니다. 케이스의 직경은 43mm, 두께는 13.3mm로 사이즈부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파일럿 워치 본연의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실제 비행시 파일럿이 손목 위에서 즉각적으로 시간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사이즈부터 가독성을 강조한 다이얼 디자인까지 고려한 것입니다. 

1935년 오리지널 마제텍과 마찬가지로 플루티드 베젤과 함께 다이얼 안에서 연동해 움직이는 트라이앵글 형태의 무빙 아워 마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는 이를 가리켜 시작 시간 인디케이터(Starting Time Indicator)라는 직관적인 명칭을 새롭게 부여했습니다. 회전 베젤과 미들 케이스 사이에 특허 받은 기어 시스템을 적용해 시작 시간 인디케이터 작동의 비밀을 감추고 있습니다. 케이스 구조와 관련해선 브랜드가 공유한 공식 필름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시작 시간 인디케이터에는 물론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해 야간 비행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빛의 산란을 방지하는 매트한 블랙 다이얼 위에 클래식한 레일로드 미닛 트랙과 함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에는 빈티지 파일럿 워치의 올드 라듐톤을 재현한 베이지 컬러 슈퍼루미노바를 두툼하게 채워 올려 어느 환경에서나 충분한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펜슬을 연상시키는 로듐 도금 처리한 시분 핸즈 중앙에도 베이지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했음은 물론입니다. 전면 글라스는 양면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해 역시나 뛰어난 가독성에 기여합니다.  

무브먼트는 ETA A31.L91를 베이스로 수정한 론진 익스클루시브 자동 칼리버 L893.6을 탑재했습니다. 시간당 25,200회 진동하며, 약 3일간(7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는 L893.6 칼리버는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하고, 무브먼트만이 아니라 시계 전체를 가지고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아 탁월한 정밀성을 보장합니다. 다만 오리지널에 충실한 복각 디자인인 만큼 케이스백까지 스틸 케이스백을 채택해 무브먼트는 노출하지 않습니다. 대신 케이스백 중앙에 '론진 파일럿 마제텍'을 포함한 중요한 정보를 고유 레퍼런스 넘버와 함께 인그레이빙해 레트로 파일럿 워치의 풍모를 더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케이스 좌측면에 스틸 플레이트를 덧대어 2개의 스크류와 함께 고정하면서 '1935'를 각인해 오리지널 론진 마제텍이 탄생한 상징적인 연도를 기념합니다. 한편 케이스 방수 성능은 100m로 실용적입니다. 

스트랩은 베이지 스티칭 장식한 브라운 컬러 송아지가죽 스트랩(Ref. L2.838.4.53.9)과 다크 그린 컬러 송아지가죽 스트랩(Ref. L2.838.4.53.2), 그리고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든 카키 그린 컬러 나토(NATO) 스트랩(Ref. L2.838.4.53.8) 총 3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 교체 가능한 나토 스트랩을 추가한 스페셜 박스 세트

론진 파일럿 마제텍의 국내 출시 가격은 2종의 가죽 스트랩 버전(Ref. L2.838.4.53.9, L2.838.4.53.2)과 나토 스트랩 버전(Ref. L2.838.4.53.8) 모두 동일하게 각각 5백 1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더불어 기본 가죽 스트랩 모델에 나토 스트랩 및 교체 가능한 툴을 추가한 스페셜 박스 버전(Ref. L2.838.4.53.9)은 5백 2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전 모델 한정판이 아닌 레귤러 모델로 출시하며,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다른 모든 론진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5년간의 국제 품질 보증 혜택을 제공합니다. 1930년대 역사적인 밀리터리 파일럿 워치의 DNA를 고스란히 간직한 론진의 새로운 파일럿 마제텍에 관심 있는 분들은 가까운 백화점 내 론진 부티크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