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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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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패션하우스이면서 워치메이커로도 영역을 넓힌 루이 비통(Louis Vuitton)은 올해 처음으로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1)에 참여했습니다. 과거 바젤월드나 LVMH 워치 위크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루이 비통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는데요. 얼마 전 리-론칭한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Tambour Street Diver)를 비롯해(>> 관련 뉴스 바로 가기), 루이 비통의 파인 워치메이킹 분야를 향한 열정과 숨은 기술력의 총체라 할 수 있는 일련의 컴플리케이션 신작까지 다수 공개해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의 다크호스로 부상했습니다. 몇 종의 신제품 중 가장 독특하고 파격적인 땅부르 카르페 디엠(Tambour Carpe Diem)을 단독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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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s by Ulysse Frechelin ⓒ Louis Vuitton

Tambour Carpe Diem
땅부르 카르페 디엠 

땅부르 카르페 디엠은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루이 비통의 다른 면면들을 집결해서 보여주는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공예예술)풍의 타임피스입니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Horace)가 남긴 유명한 말-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을 제품명으로 강조한 것부터 죽음의 상징인 해골과 유한한 시간에 대한 은유인 모래시계, 여러 문명의 신화 속에도 등장하는 관능적이면서도 위험한 뱀, 그리고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 모노그램 패턴 장식까지 어우러진 이 시계는 모습 그 자체로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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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으로는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정물화파로 해골과 촛불, 꽃 등이 등장하는 음산하면서도 상징주의적인 화풍으로 후대의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바니타스(Vanitas)의 영향도 엿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의 할로윈 디아 드 로스 무에르토(Dia de Los Muertos, Day of the Dead) 축제에서도 제품 컨셉의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루이 비통 이전에는 여성 독립 시계제작자 피오나 크뤼거(Fiona Krüger)가 비슷한 메티에 다르풍의 스컬 워치 시리즈로 시계애호가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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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르 카르페 디엠을 기능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돋보이는 컴플리케이션은 바로 오토마타(Automata, 오토마통의 복수형)입니다. 유럽의 유구한 성당의 18~19세기경 증축된 종탑을 보면 매 시간 종을 칠 때마다 잠깐 등장했다 움직이며 사라지는 자동인형을 접할 수 있는데, 기계식 오토마통(오토마타)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기계식 손목시계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기능은 자크마르(Jacquemart)라고도 칭하며, 일부 하이엔드 시계제조사의 경우 리피터와 같은 차이밍 메커니즘과 결합한 더욱 복잡한 형태로 선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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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르 카르페 디엠의 오토마타 메커니즘은 시계가 박동할 때 항상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푸셔를 누르면 활성화되는 온-디맨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다시 말해 아이코닉한 땅부르 케이스 우측면 상단의 뱀 머리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푸시 버튼을 누르면 다이얼의 해골을 감싼 뱀의 헤드 부분이 옆으로 움직이면서 제3의 눈과 같은 어퍼처(창)가 등장해 점핑 아워 형태로 시를 표시하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방울뱀의 꼬리 끝부분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작동하며 분을 가리키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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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해골의 오른쪽 눈 위치의 레드 프린티드 처리한 모노그램 플라워 바탕에 렌즈의 조리개처럼 오므라졌다가 펼쳐지는 디테일이 등장하면서 해골의 하관 턱이 움직이면서 감춰져 있던 '카르페 디엠' 프린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장관은 약 16초간 지속돼 비교적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편 다이얼 좌측면 상단에 돔형의 글라스로 부착한 모래시계 형상은 자크마르 메커니즘과는 별개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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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여러 미니어처 조각들이 움직이면서 시간(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까지 동시에 표시하는 복잡한 형태의 자크마르 시계는 루이 비통 컬렉션에서는 최초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스페셜 오더 받은 일부 모델에 오토마타 기능을 추가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복잡하고 예술적인 형태를 띤 적은 없었습니다. 연구 개발에만 2년 정도가 소요됐으며, 관련해 스위스 제네바 외곽 메이랑에 위치한 루이 비통의 매뉴팩처, 라 파브리크 뒤 떵 루이 비통(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의 수석 워치메이커 미셸 나바스(Michel Navas)의 말에 따르면 “2002년 시계 제작을 시작한 이래, 우리 브랜드가 보여줬던 모든 에너지와 창의력을 동원하여 21세기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자크마르에 접목시키고 싶었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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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르 카르페 디엠을 위해 특별히 고안한 오토마타 메커니즘을 구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가 개발되었습니다. 총 426개의 부품과 48개의 주얼로 구성된 LV 525 칼리버는 시간당 21,600회 진동하고, 파워리저브는 약 100시간 정도를 보장합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데, 기어트레인을 노출하는 오픈워크 브릿지 역시 스컬(해골) 형태를 띠고 있어 다이얼에서 강조한 시계의 컨셉을 통일감 있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메인플레이트는 핑크 골드 컬러 도금 처리한 반면 상단 해골 브릿지는 블랙 도금 처리해 강조한 것도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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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골드 소재 케이스의 직경은 46.8mm, 두께는 14.42mm로 꽤나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30m 생활 방수를 지원하고, 전면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습니다. 이 시계는 앞서 열거한 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메티에 다르적인 측면에서도 언급할 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우선 독특한 오토마타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장치인 푸셔의 뱀 형상부터 핑크 골드 바탕에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2개의 루비를 세팅해 뱀의 눈을 대신하고, 4시 방향의 와인딩 크라운도 자세히 보면 루이 비통 LV 로고와 함께 해골 형상을 함께 돋을새김으로 새겨 특별함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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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작업엔 인그레이버인 딕 스틴만(Dick Steenman)이 참여해 핑크 골드 조각을 바탕으로 해골과 치아, 뱀, 모래시계의 형태를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등 유수의 메종과 협업한 세계적인 명성의 여류 에나멜러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까지 가세해 뱀의 비늘과 해골의 치아 등에 반투명 에나멜 도료를 이용한 수공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미학적인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모노그램 플라워 패턴과 어우러진 뱀 비늘의 세밀한 묘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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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르 카르페 디엠(Ref. Q1EN0)은 리미티드 에디션까지는 아니지만 모델 특성상 한해 극소량씩만 제작될 전망입니다. 시계 구매시 루이 비통의 가장 품격 있는 시계에 선사하는 일명 하이 워치메이킹 트렁크가 함께 제공되어 특별한 소장 가치를 더합니다. 리테일가는 미정이지만, 한화로는 대략 5억 원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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