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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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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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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워치는 용도에 따라 장르가 세분화되곤 합니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방수 성능이 좋아 물 걱정 없이 편하게 찰 수 있는 다이버 워치를 스포츠 워치의 대표적인 하나로 꼽습니다. 파일럿 워치, 안티 마그네틱 워치, 필드 워치도 스포츠 워치에 해당합니다. 또 탐험가를 위한 시계도 있습니다. 다이버나 파일럿 워치처럼 고유명사화 되지 않은 사실을 보면 그 존재가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모양이긴 합니다. 이유는 기능이나 기능이 결정한 디자인이 다른 시계와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겠죠. 탐험용 시계의 대표적인 예로 이름부터 탐험을 위한 시계인 롤렉스의 익스플로러 시리즈가 있는데요. 튼튼함, 정확함, 신뢰성, 높은 가독성과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다른 스포츠 워치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쉽지 않고, 디자인 또한 스포츠 워치로는 무난한 형태로 귀결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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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지구관측년을 위해 북극 할리 베이에 기지를 건설 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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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피직 1958

예거 르쿨트르에도 탐험용 시계가 있습니다. 1950년대 활약상을 보였다가 스포츠 워치의 진화와 세분화에 의해 잠시 숨을 돌린 다음 화려하게 부활했는데요. 지오피직이 그 주인공입니다. 예거 르쿨트르 설립 125주년째인 1957년에는 국제지구관측년(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으로 부르는 대규모 지구 물리관측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지구 각지에서 일어나는 대형 물리 현상을 좇아 70개 국에서 다양한 국적의 과학자 수 천명이 지혜를 모으고 있었고, 극지의 하나인 북극에서 연구용 기지건설이 한창이기도 했었습니다. 지오피직의 이름은 국제지구관측년의 ‘Geophysical’에서 유래했지 싶은데요. 실제로 지오피직(Ref. E168)은 탐험용 시계의 덕목을 두루 갖춰, 북극에서 혹한과 맞서 싸우는 과학자들이 착용해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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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478/BWSbr

군용시계에 탑재하던 무브먼트에서 파생한 칼리버 478/BWSbr을 지오피직에 이식했고, 극한 상황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이 같은 성격의 무브먼트에서 조차 아름다움을 추구해, 스완넥 레귤레이터와 밸런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곡선의 브릿지를 할애했습니다. 칼리버 478/BWSbr의 구조를 보면 스몰 세컨드 를 센터 세컨드 구조로 바꾸기 위해 브릿지 위로 추가적인 기어가 더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센터 세컨드를 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가독성을 향상이 목적으로 시, 분침과 초침이 떨어져 있는 스몰 세컨드에 비해 하나의 축에 매달린 센터 세컨드가 시선의 분산이 없이 신속하게 시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파일럿 워치를 탄생시키며 확인된 내용이죠. 다이얼은 센터 세컨드와 마찬가지로 가독성을 고려해 입체적인 아라빅 인덱스와 바 인덱스를 혼용했습니다. 다이얼과 바늘에 야광 도료를 사용해 어둠에 휩싸인 상황까지 대비했습니다. 지오피직의 부활을 알린 2014년의 지오피직(Tribute to the Geophysic) 1958은 지오피직 다이얼의 하나를 재현했습니다. 3, 6, 9, 12시 입체적인 아라빅 인덱스와 바 인덱스를 사용하고 크로스 헤어(Cross Hair)라고 칭하는 크로스라인이 다이얼에 들어갑니다. (크로스 헤어가 들어가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동서남북의 방위를 가늠하는데 활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빈티지 지오피직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드문 모델이긴 하나, 지오피직 1958이 나오면서 되레 친숙해진 형태이긴 한데요.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지오피직 1958의 다이얼 구성과 같은 큰 틀은 공유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무브먼트에 연철로 만든 커버를 올린 뒤 케이스 백을 닫았고, 지오피직은 내자성능까지 갖추게 됩니다. 이렇게 실전적 경험을 축적하던 지오피직은 냉전의 상징인 핵잠수함 USS 노틸러스 (SSN-571)의 북극해 통과를 기념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성공한 USS 노틸러스의 선장에게 골드 케이스의 지오피직을 수여하는 역사의 순간을 함께 했습니다. 


라인업

지오피직 트루세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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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지에 야광 도트를 둔 지오피직의 특징적인 디테일을 재현하고 있다

지오피직 1958로 부활을 이뤘지만 이 모델은 지오피직에 대한 헌정을 담은 한정판이었기 때문에 약속한 숫자를 생산하고 단종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지오피직은 2015년 9월 홍콩에서 열린 워치스&원더스에서 지오피직 트루세컨드를 새 중심모델로 소개하게 됩니다. 바 인덱스, 바톤(Baton)핸드의 다이얼은 과거 지오피직의 여러 베리에이션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는데요. 지오피직 1958과 달리 지오피직 트루세컨드는 날짜 창을 달아 실용성을 고려했습니다. 지오피직 트루세컨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초침으로, 이름의 트루세컨드는 데드 비트(Dead Baet) 세컨드의 예거 르쿨트르식 표현입니다. 이것은 물 흐르듯 이동을 하는 기계식 시계의 일반적인 초침이 아닌 대부분의 쿼츠처럼 1초 단위로 점핑 하듯 시간을 그려나갑니다. 데드 비트 세컨드의 등장이유는 보다 정확하게 시간을 표시하기 위함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최소 단위의 시간은 초로 충분하기 때문에, 기계식의 스윕 세컨드가 1초를 진동수에 맞춰 잘게 쪼개어 표시하는 경우 오히려 모호하다고 느껴집니다. 과거 여러 브랜드에서 데드 비트 세컨드를 구현했지만 쿼츠 등장으로 효용성이 줄어들자 생산을 중단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지오피직 트루세컨드처럼 새로움을 내세워 재생산에 이르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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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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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로랩 밸런스

지오피직 트루세컨드는 데드 비트 세컨드의 구현에 있어서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합니다. 탑재한 칼리버 770의 로터 축 부근의 브릿지 일부를 절개한 부분에 비밀이 있는데요. 헤어스프링과 유사한 스프링이 데드 비트 세컨드를 구현하는 핵심 부품으로, 리모트와(Remotoir)와 유사합니다. 간략하게 말하면 밸런스의 진동을 축적했다가 1초 단위의 힘이 모이면 이를 개방하고, 이 때 초침이 점핑하는 원리입니다. 이는 다른 데드 비트 세컨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침의 움직임이 경쾌하며, 떨림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브랜드 최초로 비원형 자이로랩(Gyrolab) 밸런스를 사용한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예거 르쿨트르의 로고 모양으로 만든 밸런스는 디자인, 진동시의 느낌이 인상적일뿐더러, 밸런스 휠의 면적을 최소화해 공기저항을 줄여 동력 소비효율의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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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피직 트루세컨드의 공개 때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이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이것은 지오피직 트루세컨드의 데드 비트 세컨드를 공유합니다. 심플한 다이얼 구성을 지닌 지오피직 트루세컨드와 달리 월드타이머 걸 맞는 복잡한 구성이 매력적입니다. 월드타이머의 기능적 특성은 GMT 24시간을 대표하는 도시의 이름과 밤낮을 색상으로 구분한 24시간 링으로 대변됩니다. 도시 이름에는 썸머타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시 이름에서 라인을 연장해 두 개의 타임존을 커버하는 디테일이 들어가 있습니다.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이 비교적 최근에 완성된 월드타이머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요소로, 월드타이머에서 썸머타임을 반영한 시점과 일치합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지오피직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인그레이빙과 블루 래커 기법을 사용, 북극점 상공에서 바라본 북반구를 다이얼에 그려냈습니다. 덕분에 대륙과 바다에서 입체감이 살아나고 다이얼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실제의 세계가 형성됩니다. 여기에 본초자오선을 의미하는 가상의 선, 즉 빨간색과 하얀색을 번갈아 사용한 선을 표현해 테마를 부각시키고 있죠. 다이얼 북반구의 대륙은 케이스 소재와 조화를 고려해 핑크 골드는 금색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은 은색을 사용하며, 핸즈의 소재도 통일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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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772

무브먼트는 칼리버 772를 탑재합니다. 칼리버 770이 베이스 무브먼트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트루세컨드, 자이로랩 밸런스를 공유하며 무브먼트의 외관은 칼리버 770과 거의 동일합니다. 지오피직 트루세컨드와 마찬가지로 분침은 고정한 채 시침만 단독으로 한 시간 단위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크라운 포지션 2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시간 조작에서는 24시간 링이 연동하도록 되어 있죠. 이 같은 방식의 시침은 신속하게 로컬 타임을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의 시계를 보고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의 시간을 현지에 맞추는 게 용이하죠. 해외 이동이 빈번해진 세계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까요? 

데드 비트 세컨드가 주는 시각적 재미, 신속한 로컬 타임의 설정과 월드타이머의 강력한 GMT 기능, 지오피직의 원점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이 모든 장점을 한 데 모은 시계가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인 것이죠. 


지오피직 투르비옹 유니버설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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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피직 라인업의 기함으로 맞이한 지오피직 투르비옹 유니버설 타임은 월드타이머와 투르비옹을 결합한 형태입니다. 이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오비탈(Orbital) 플라잉 투르비옹이라는 약간 긴 수식어가 필요합니다. 원래 오비탈 플라잉 투르비옹은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그랑 컴플리케이션과 같은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형태입니다. 천체(Skychart)를 구현하기 위해 다이얼 전체가 회전하도록 되어 있으며, 투르비옹의 케이지 역시 자체적인 회전과 함께 다이얼의 회전에도 동참하는데요. 이 같은 움직짐에서 오비탈이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고, 플라잉 투르비옹은 회전하는 케이지가 지지대(브릿지)에 의한 고정식이 아니라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지오피직 투르비옹 유니버설 타임에서도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며, 다이얼은 월드타이머 표시를 위해 도시 이름 링 영역이 24시간에 1회전 해야 하므로 이것과 일체화 된 다이얼 전체가 24시간에 한 번 회전하게 됩니다.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과의 차이점은 도시 이름링과 24시간 링이 서로 위치를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현 지오피직 라인업은 데드 비트 세컨드가 공통이나 투르비옹에서는 구현이 어려운 관계로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자이로랩 밸런스를 사용해 좀 더 박력 있는 케이지를 감상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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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디테일은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과 분위기와 구성이 유사하지만 기요세와 블루 래커 기법의 혼용으로 한 단계 고급스러운 기법을 사용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북극점 상공에서 내려다 본 북반구의 대륙과 바다를 표현하고 있어 친숙해 보이지만, 기요세 기법을 바탕으로 수면이 넘실거리는 효과를 내 생동감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푸른 바다 빛깔 또한 생동감에 한몫 하는데요. 기요세로 패턴을 새기고 반투명 에나멜을 올리는 플린케 기법을 연상시킵니다. 케이지는 다이얼에서 태평양에 해당하는 면적을 차지했습니다. 다이얼과 조화 그리고 플라잉 투르비옹이 공중에 부양한 듯한 효과를 극대화를 위해 케이지 하단부를 바다 색상과 동일하게 처리한 점이 눈에 띕니다. 지오피직 투르비옹 유니버설 타임은 지오피직이라는 테마의 구체화라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냈습니다. 아울러 오비탈 플라잉 투르비옹으로 기능적 수준 향상에도 기여했는데요. 이를 볼 때 앞으로 지오피직 라인업이 기능적인 면에서 확장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데드 비트 세컨드의 구현, 월드타이머 기능과 디테일을 통한 탐험용 시계의 현대적인 재해석 내지 재정의는 지오피직 라인만의 매력입니다. 많지 않은 모델로 구성된 라인업이지만, 이 매력 덕분에 예거 르쿨트르의 다른 쟁쟁한 라인업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이유 색채를 지닐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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