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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시계 애호가라면 태그호이어 모나코에 한 번쯤 눈길을 주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그만큼 유니크한 포지션과 매력적인 디자인을 가진 것은 물론 히스토리마저 풍부한 시계입니다. 특히, 올해 새롭게 리에디션된 '모나코 칼리버 11 크로노그래프' 모델(CAW211P)이 출시되어 시계 애호가들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갈망에 응답하는 모습입니다. 


기회가 되어 태그호이어 모나코를 일주일가량 착용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 시계가 전해주는 감성을 히스토리와 함께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착용을 위해 제공받은 모델은 '태그호이어 모나코 칼리버 12 크로노그래프' 모델(CAW2111)이며, 리에디션 모델인 칼리버 11 크로노그래프와 비교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연결고리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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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그호이어 모나코 현행 모델인 칼리버 12(좌), 리에디션 모델인 칼리버 11(우) >


태그호이어 모나코의 탄생은 1969년으로 벌써 50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시계이니만큼 변화도 있었고, 하나의 컬렉션으로 다양한 세부 모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태그호이어 모나코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모델은 역시 블루 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입니다. 


​태그호이어의 모델명을 보면 모터 스포츠와 깊은 인연이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모나코 역시 유명한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입니다. 1911년 자동차를 위한 최초의 대쉬보드 크로노그래프 '타임 오브 트립(Time of Trip)'을 선보인 이후 1/100초 계측이 가능한 크로노그래프 - 마이크로그래프, 태그호이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터 스포츠에 걸맞는 손목시계 - 까레라로 이어지며 10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터 스포츠를 대표하는 시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태그호이어의 모터 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창립자의 증손자이자 열렬한 레이싱팬이기도 했던 잭 호이어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가 CEO로 취임한 1960년 이후 까레라, 모나코, 몬자, 포뮬러1 등 이름부터 레이싱에 영감을 받은 컬렉션들이 연속 런칭한 것으로 잘 드러납니다. 레이싱 대회의 스폰서는 물론 니키 라우다, 알랭 프로스트, 아일톤 세나, 키미 라이코넨, 페르난도 알론소, 루이스 해밀턴, 젠슨 버튼 같은 당대 최고의 레이서들을 홍보대사로 영입해 '레이싱은 곧 태그호이어'라는 공식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1963년, 당시 모터 스포츠용 손목시계가 요구했던 사항들을 모두 담아낸 까레라 컬렉션은 현재까지 희대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레이싱 도중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더 커진 다이얼, 차체로부터 전달되는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에 방수성능을 결합한 까레라는 이후 모터 스포츠용 손목시계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1969년, 까레라의 기능성에 사각형 디자인을 결합한 모나코 크로노그래프의 등장은 시대를 선도하던 태그호이어란 이미지를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최초의 사각형 방수시계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모나코는 스타일리쉬한 디자인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클래식함으로 시계 애호가들이 선망하는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모나코 컬렉션의 네이밍에 영감을 준 모나코 F1 그랑프리 대회는 F1 서킷 중 가장 아름답고 숨가쁜 레이스가 펼쳐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F1 경기만을 위해 설계된 다른 서킷과 달리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시가지에서 요트항을 사이에 두고 총 3.3km 의 좁은 시내 서킷 트랙을 따라 무려 78바퀴의 돌아야 하는 경기로, 시속 3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질주하는 F1 머신들의 모습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싱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경기로 손꼽힙니다. 때문에 모나코 그랑프리는 포뮬러 1 스킬에서도 가장 최고 난위도로 꼽히며 드라이버의 수준높은 기술력과 정확함이 요구되는 경주입니다. 인디 500 랠리, 르망 24시 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경주로 꼽히며 전세게 레이싱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대회입니다.


모터 스포츠에 다양한 파트너쉽을 맺으며, 레이싱을 위한 니즈를 시계에 반영해 온 태그호이어로서는 모나코를 자사의 모델명으로 채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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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호이어 모나코 1133B, 1969년 >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모나코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입니다.​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스티브 맥퀸은 '타워링', '빠삐용', '대탈주', '황야의 7인' 등에서 보여준 시크함과 카리스마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시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태그호이어 모나코와 스티브 맥퀸의 인연은 그가 주연했던 영화 '르망(Le Mans. 1970년작)'로부터 시작됩니다. 실제 그는 레이싱 대회에 직접 참가할 정도로 스피드광이기도 했는데, 거칠고 위험하기로 소문난 르망 24시 대회를 소재로 한 이 영화를 위해 태그호이어의 최초의 F1그랑프리 홍보대사였던 스위스 출신의 드라이버 요 지페르트(Jo Siffert)의 협조를 구합니다. 영화에서 스티브 맥퀸은 그의 포르쉐 917K와 그가 입던 드라이빙 수트를 제공받았습니다. 또한 잭 호이어가 영화에서 착용할 시계를 제안했을 때, 스티브 맥퀸이 태그호이어 모나코를 주저없이 선택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스티브 맥퀸이 입었던 수트에 새겨진 레드 컬러의 '크로노그래프 호이어' 로고와 손목에 착용했던 모나코 블루 크로노그래프는 영화와 함께 많은 팬들에게 전설로 남아 오늘날까지 '스티브 맥퀸의 모나코'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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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르망'에서 스티브 맥퀸의 손목 위에 선명한 모나코 크로노그래프 >


통상 블루 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 모나코를 스티브 맥퀸의 모나코라고 부르지만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무브먼트 부분입니다. 1969년 최초로 선보인 모나코 1133B 모델은 칼리버 11 무브먼트를 탑재했는데 이 칼리버 11 무브먼트는 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후 이 무브먼트의 개량형인 칼리버 12 칼리버 15로 변화가 있었고, 70년대 벨주 77XX 계열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과 ETA 2894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한 칼리버 17을 탑재한 모나코가 뒤를 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모나코에 탑재된 칼리버 11, 칼리버 12는 위에 언급한 칼리버 11, 칼리버 12와은 전혀 다른 무브먼트이므로 혼동하지 않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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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호이어 칼리버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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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태그호이어 칼리버 11, 칼리버 12 >


 

현재의 칼리버 11, 칼리버 12의 가장 큰 특징은 범용 무브먼트에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결합한 수정 무브먼트라는 점입니다. 현재 칼리버 12 무브먼트는 ETA 2892 베이스에 듀보아 데프라(Dubois Depraz)의 모듈을 결합한 형태이고, 칼리버 11은 셀리타 SW 300 무브먼트를 베이스(과거 ETA 2892 베이스)로 역시 듀보아 데프라에서 수정했습니다.


착용기를 위해 제공된 모나코 칼리버 12(CAW2111)는 착용감이 있는 시계로, 오히려 이런 점으로 편한 착용은 가능했지만 반대로 사진상으로 보여지는 스크래치는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시계는 외형을 보는 것만으로 시계 애호가들이 왜 그렇게 선망하는지 직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원형이라는 상식을 깬 파격적인 사각 형태임에도 적당히 가미된 토노 느낌의 측면 곡선은 이 시계를 완벽하게 만듭니다. 정면, 측면에서 보여지는 직선적인 인상은 사실 많은 곡선 요소들이 절묘하게 결합된 영리한 디자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39mmX39mm의 케이스 사이즈는 사각이기 때문에 더 커보이며 짧은 러그로 밸런스를 맞춥니다. 브러쉬드 피니싱과 폴리싱 가공의 적절한 배합은 스포츠 컨셉의 시계가 가져야 할 강인함에 고급 기계식 시계의 필수요소인 고급스러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수평방향으로 곡선 형태를 그리는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모나코의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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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탑재된 칼리버 12 무브먼트를 볼 수 있습니다. ETA 2892 베이스이기 때문에 이 무브먼트의 카피인 셀리타 300을 베이스로 한 칼리버 11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능적인 차이는 있지만 케이스백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역시 데코레이션의 차이입니다. 칼리버 12는 스켈레나이즈드 처리로 효율을 높인 로터에 코트 드 제네바 문양과 '태그호이어' 로고 및 칼리버 12 인덱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칼리버 11 무브먼트 역시 스켈레나이즈드 처리된 로터로 과거 빈티지 스타일의 레드 컬러가 선명한 '호이어' 로고와 'SWISS'를 삽입했고, 역시 칼리버 11 인덱스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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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인 차이가 있다면 모나코 칼리버 12(CAW2111)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봐 왔던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모습처럼 3시 방향에 크라운과 그 상하로 배치된 푸쉬버튼인데 반해, 칼리버 11(CAW211P)은 크라운이 9시 방향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오리지널 모나코의 모습을 재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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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역시 칼리버 12를 탑재한 현행 모나코 칼리버 12(CAW2111)의 경우 '태그호이어' 로고가 장식된 반면, 칼리버 11을 탑재한 뉴 모나코​ 칼리버 11 모델은 과거 '호이어'로고 장식입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뉴 모나코 칼리버 11(CAW211P)은 시계 애호가들이 요구하는 복각의 기준에 보다 근접하려 노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복각에 대한 노력은 다이얼에서 완성됩니다. 모나코 칼리버 12​(CAW2111)가 현대적인 감성에 맞게 진화한 최종 버전이라면 모나코 칼리버 11(CAW211P)은 오리지널 모나코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빈티지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모나코 칼리버 12​(CAW2111)의 다이얼은 선레이 블루 다이얼, 1/4 방사형 아워 마커, 원형 미닛 트랙에 5분 단위 야광 도트, 좌우로 배치된 아이보리 컬러의 사각형 서브 다이얼, 12시 방향에 더블 야광 도트 및 태그호이어 로고, 6시 방향의 날짜창, 강렬한 레드 컬러의 크로노카운터 및 영구초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반면, ​모나코 칼리버 11(CAW211P)은 맷블루 다이얼, 수평 아워 마커, 1/5 원형 미닛 트랙에 5분 단위 야광 도트 및 레드 마커, 좌우로 배치된 아이보리 컬러의 사각형 서브 다이얼, 12시 방향에 수직 아워 마커 및 빈티지 호이어 로고, 6시 방향의 날짜창, 레드 컬러가 끝처리된 시침, 분침 및 센터 크로노 카운터, 서브다이얼의 블랙 핸즈로 구성되었습니다.


두 모델이 같거나 비슷하거나 확연히 다른 ​부분들이 복합되어 모나코의 변화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나코 칼리버 12​(CAW2111)가 더 정제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반면 모나코 칼리버 11(CAW211P)은 지금의 시각으로는 조금 과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지만 시계 애호가 입장에서는 너무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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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칼리버 12​(CAW2111)의 스트립은 현대적인 취향을 가미한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이 기본 제공됩니다. 버클 역시 고급스러운 폴딩 버클과 매치됩니다. 반면, 모나코 칼리버 11(CAW211P)은 레이싱 컨셉은 블루 컬러의 펀칭 송아지가죽 스트랩이 기본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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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39mm 사이즈의 시계지만 사각형 케이스로 인해 더욱 커보입니다. 단 짧은 러그로 스트랩과의 밀착도가 높아 작은 손목에서도 커버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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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착용 과정에서 사진 몇 컷을 더 촬영해봤습니다. 스포츠 컨셉의 시계이기 때문에 슈트 차림임에도 착용자의 이미지를 좀 더 남성적이고 다이나믹하게 만들어주는 듯 합니다. 또한 블루 컬러와 매치되는 청바지 차림의 캐주얼이나 세미정장 등 착용자의 패션에 구애받지 않고 잘 어울리는 범용성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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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모나코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오리지널 모나코의 리에디션 모델(CAW211A)이 출시된 적이 있습니다. 이 모델 역시 칼리버 11 무브먼트(ETA 베이스)를 탑재하고 1,000개 한정판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한 모나코 칼리버 11(CAW211P)과 비교해 케이스 사이즈가 38mm였으며, 솔리드 케이스백이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 외 모든 부분에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두 모델은 닮았습니다.


​오랜 시간 시계를 접해오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시계는 마니아가 알아봐주는 시계가 있고, 시계를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시계 마니아와 일반 사람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시계들이 존재합니다. 이 말을 했을 때 대부분의 시계 애호가들은 롤렉스 서브마리너, 오메가 문워치 정도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데, 이 리스트에 태그호이어의 '맥퀸 모나코' 역시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현행 모델인 모나코 칼리버 12도 좋고, 복각 모델인 뉴 모나코 칼리버 11도 좋습니다. 선택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뿐 두 모델 모두 개성만점의 매력을 뽐내며, 어느 모델이 더 우월하다 말하기 힘듭니다. 다만, 누군가 "당신 멋진 시계를 차셨군요"라며 말을 걸어온다면, 모나코가 가진 히스토리를 살며시 풀어보면 어떻까요? 저는 그사람이 ​당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질 것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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