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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Omega)에는 자신의 이름만큼 유명한 듀오가 있습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하나는 레이싱 크로노그래프에서 비롯한 스피드마스터, 다른 하나는 다이버 워치 씨마스터입니다.  스피드마스터는 잘 알려진 대로 1969년 시계 최초로 달에 갔다 왔고, 씨마스터는 그로부터 반 세기가 지난 2019년 미국 출신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가 세계 최저 심해 잠수 기록(10,928m)를 세울 때 함께 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깊게 잠수한 다이버 워치로 시계사를 다시 썼습니다. 둘 다 인류의 역사와도 함께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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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울트라 딥 프로페셔널
세계에서 가장 깊이 잠수한 시계

오메가에서는 유서 깊은 이 듀오를 특별 관리합니다. 둘 중 어디 하나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감을 철저하게 유지하는데요. 특정 해에 어느 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다고 하면, 이듬해는 바로 다른 한쪽의 라인업을 강화합니다. 연 단위가 아니라 분기 단위로 왔다갔다 하기도 합니다. 스피드마스터와 씨마스터가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오메가의 이런 철저한 관리도 분명 한 몫 했을 터입니다. 애호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며 매번 시의적절한 신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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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해도 그렇습니다. 초반은 스피드마스터로 시작했습니다. 새해가 밝기가 무섭게 신형 엔진을 장착한 차세대 문워치가 등장하며 스피드마스터의 새로운 시대를 공표했습니다. 새로운 문워치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3월에는 다음 주자가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주인공은 역시나 또 다른 마스터, 씨마스터였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씨마스터 300이 한층 복고적인 외모로 다시금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때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컨스텔레이션, 드 빌 등 다른 컬렉션에서도 여러 신제품이 나왔습니다. 가지각색의 모델 중에는 주연만큼이나 시선을 강탈하는 씬스틸러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 살펴볼 ‘씨마스터 다이버 300M 블랙 블랙(Seamaster Diver 300M Black Black)’입니다. 당시 극대화된 남성미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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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스터 다이버 300M 블랙 블랙은 요즘 주력 컬렉션인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신제품이기 이전에 오메가가 자랑하는 풀-세라믹 다이버 워치의 계보를 잇는 최신작이기도 합니다. 오메가는 다이버 워치를 제작하는 데 있어 세라믹에 누구보다 진심인 편입니다. 흔히 ‘PO’로 불리는 상위 버전 플래닛 오션 600M에는 이미 두 손에 다 꼽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풀-세라믹 제품이 있습니다. 컬러도 블랙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독특한 색감의 그랑 블루도 있습니다. 이제는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역시 영향을 받아 세라믹 라인업을 차츰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베젤 및 크라운은 티타늄 또는 세드나 골드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그것마저 모두 세라믹으로 제작했습니다. 컬러는 올-블랙인데 평소 보던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무브먼트를 제외하고 시계 전체가 온통 블랙입니다. 색깔의 깊이를 더했던 PO의 ‘딥 블랙’과는 다른 의미로 검정의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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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딥 블랙 Ref. 215.92.46.2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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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마스터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블랙 블랙 Ref. 311.92.44.51.01.005


오메가에서 이러한 컬러 팔레트가 처음은 아닙니다. 올-블랙 세라믹 워치의 대명사 중 하나인 ‘스피드마스터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에 같은 ‘블랙 블랙’ 라인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 동일한 콘셉트를 이어받은 것이지만, 최신작답게 보다 세련된 맵시를 뽐냅니다. 세라믹을 베이스로 입체감을 한껏 살린 덕분입니다. 우선 이전의 넥톤 에디션처럼 단방향 회전 베젤의 세라믹 인서트를 릴리프(부조) 가공, 즉 스케일만 남겨두고 주변을 모두 파내는 양각으로 마감했습니다. 12시 방향 역삼각형 표식을 포함한 각 스케일은 거친 질감의 주변과 대비되게 폴리시드 처리해 더욱 도드라집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상징적인 물결 무늬 다이얼 역시 마찬가집니다.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통해 표면에 음각으로 패턴을 새기는 일반 모델과 달리 해당 문양을 비롯한 로고, 레터링, 미니트 인덱스까지 양각으로 표현했습니다. 배경과 톤을 살짝 달리한 각각은 아플리케 인덱스와 어우러져 검은 얼굴의 입체감을 배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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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인덱스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바와 도트를 혼용했습니다. 3, 6, 9, 12시 방향에 바형 인덱스가, 나머지 부분에는 도트 인덱스가 자리합니다. 기준점이 되는 12시 방향은 다른 곳과 구분 짓기 위해 바형 인덱스 두 개를 겹쳤습니다. 가운데를 파낸 스켈레톤 핸즈 역시 여전합니다. 시침과 분침은 길이로 구분되지만 끝부분의 야광 모양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시침은 원형, 분침은 삼각형으로 표시했습니다. 초침은 원래 가독성을 위해 끝부분을 붉게 처리하지만, 블랙 블랙 버전에서는 예외 없이 검은색으로 표시했습니다. 각 인덱스와 핸즈는 블랙 PVD 코팅을 통해 세라믹 다이얼과 톤을 살짝 달리했습니다. 최소한의 가독성은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도 빛 반사에 따라 시계의 각도를 달리하면 확실히 구분됩니다. 핸즈와 인덱스 표면에는 콘셉트에 맞춰 안트라사이트 컬러 슈퍼루미노바를 도포했습니다. 야광은 푸른색을 띠며 다이버 워치답게 강한 빛을 내뿜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충분한 시인성을 보장하는 건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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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과 케이스는 모두 내식성이 뛰어난 산화지르코늄(ZrO2) 파우더 기반의 블랙 세라믹으로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스크래치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케이스 직경은 43.5mm, 두께는 14.47mm. 해당 제품의 순화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블랙 세라믹 모델(Ref. 210.92.44.20.01.001)과 같은 사이즈입니다. 일반 모델보다는 1.5mm 더 넓고 0.97mm 더 두껍습니다. 아무래도 블랙 블랙 버전이 강인한 남성미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보니 덩치를 약간 더 키웠습니다. 벌크업을 해서 좀더 튼튼해 보일 순 있지만 방수성은 제품명처럼 300m로 기존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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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스터 다이버 300M 블랙 세라믹 Ref. 210.92.44.20.01.001



케이스 디자인은 여느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포화잠수를 가능케 하는 상징적인 헬륨가스 배출밸브가 케이스 10시 방향 측면에 자리하고, 한번 비틀어낸 듯한 특유의 러그는 그 라인이 크라운 가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헬륨가스 배출밸브와 크라운은 4세대에 들어 서로 구분하기 위해 모양을 약간 달리했습니다. 크라운은 전형적인 원통형, 헬륨가스 배출밸브는 원뿔형으로 제작했습니다. 각각은 측면에 홈을 촘촘히 낸 덕분에 조작하기도 편합니다. 스크루 다운 크라운을 풀면, 포지션 0단에서는 와인딩이 이루어지고 1단에서 바로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날짜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작감은 묵직함과 동시에 부드럽습니다. 시간 조정을 위해 크라운을 돌리면 핸즈가 부드럽게 따라옵니다.  핸즈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맞추기에도 용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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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피니싱은 앞서 언급한 양 옆의 굴곡진 라인만 폴리시드 마감하고 나머지 부분은 새틴 브러시드 처리했습니다. 소재가 블랙 세라믹이라 각 면의 대비가 더욱 뚜렷합니다. 좀 더 입체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케이스백 역시 폴리시드와 브러시드 마감을 교차로 적용했습니다. 브러시드 처리한 면에는 제품 관련 정보가 일정하게 제 위치에 새겨져 있습니다. 측면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일반 모델과 달리 특허를 취득한 나이아드 락(Naiad Lock)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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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백을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8806. 일반 모델에 탑재하는 칼리버 8800에서 날짜 기능을 생략한 논-데이트 버전입니다. 날짜 창 없이 시간을 표시하는 핸즈만 필요로 하기에 올-블랙처럼 다이얼의 통일감과 간결한 디자인이 중요한 콘셉트에는 제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원 및 성능은 베이스와 동일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5,200vph(3.5Hz), 파워리저브는 55시간으로 요즘 점차 늘어나는 기준에서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주5일 근무제에 대처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마찰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상징적인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는 당연히 빠짐 없습니다. DLC 코팅 처리한 검은색 밸러스 휠에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했습니다. 칼리버 8806은 각 부품 덕에 15,000가우스 이상의 자기장에도 끄떡없는 항자성과 뛰어난 정확성을 바탕으로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에서 공인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무브먼트 표면에는 정석대로 아라베스크 풍의 제네바 스트라이프 패턴을 새겨 넣었습니다. 무브먼트를 제외한 주변이 죄다 블랙이라 특유의 장식이 더 부각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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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제품의 확고한 방향성에 따라 블랙 러버 밴드를 매칭했습니다. 가운데 두 줄의 홈으로 입체감을 살린 러버 밴드는 케이스에 빈틈없이 밀착됩니다. 기존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 그랬던 것처럼 고무의 질감도 좋고 착용감도 뛰어납니다. 스트랩 안쪽에는 물결 무늬를 연상케 하는 패턴을 입체적으로 새겼는데, 일정한 이 패턴이 미끄럼 방지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시계를 착용하고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시계가 크게 헛돌지 않습니다. 스트랩과 조화를 이루는 핀 버클은 어김없이 케이스와 동일한 블랙 세라믹으로 제작했습니다. 표면은 무광의 러버 스트랩과 대비되게 유광 처리했습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 블랙 블랙은 여느 오메가 시계와 마찬가지로 5년의 국제 품질보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가격은 1120만원. 일반 모델과 가격차가 꽤 나긴 하지만 대신 소재와 가공에 좀 더 힘을 줬습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는 이번 신제품은 호오가 갈릴 것 같긴 합니다만, 어디에서 쉬이 볼 수 없는 남성적인 매력은 분명합니다. 블랙이 다소 과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실 수 있지만 그게 또 이 시계의 킬링 포인트입니다. 더군다나 블랙이라고 다 같은 블랙이 아닙니다. 세라믹으로 빚어낸 이 블랙은 빛 반사에 따라 안트라사이트와 블랙을 오가며 표정을 달리합니다. 보는 재미가 있는 건 물론 특유의 입체감과 더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근래 올-블랙의 마력을 이처럼 새롭게 잘 살린 모델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 블랙 블랙은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등장만으로도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올-블랙의 아이콘 '다크나이트'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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