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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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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지역, 시대, 문화, 패션을 자유자재로 녹여내고 응용해온 탱크 워치의 역사는 앞선 키워드에 맞춰 재배열 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아카이브를 축적했습니다. 이중 흥미로운 키워드의 하나는 지역입니다. 글로벌리제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이라 더욱 의미 있는데요. 1920년대의 탱크 쉬누아즈, 1980년대의 탱크 아메리칸과 2000년대 남성용 탱크 워치를 강화하기 위한 탱크 앙글레즈(Anglaise)는 지역 키워드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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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쉬누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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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뉴욕의 전경, 탱크 아메리칸의 브롱카는 높이 솟은 고층건물을 묘사한다


탱크 쉬누아즈와 탱크 아메리칸은 각각 중국의 사원과 뉴욕의 빌딩숲이 형성된 장엄한 스카이라인을 케이스 디자인을 통해 그려낸 모델입니다. 탱크 쉬누아즈는 정사각형의 케이스 위에 두 개의 바를 올려 심플하게 사원의 지붕 혹은 처마를 묘사해, 탱크 워치에서 손꼽히는 독특함과 이국적인 이미지로 지위를 구축했습니다. 한편 탱크 아메리칸은 1920년대 커벡스 케이스로 나온 탱크 상트레의 파생 모델입니다. 따라서 케이스의 세로가 길고 커백스 구조를 지니는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차이점은 뉴욕의 마천루를 묘사한 탱크 아메리칸의 브롱카는 매끄럽고 우아한 곡선을 지닌 탱크 상트레에 비해 굵은 선을 드러내는 점입니다. 또 세로 라인에 해당하는 브롱카 못지 않게 가로 라인도 굵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최초의 탱크 워치가 탱크의 가장 큰 특징인 캐터필러를 브롱카로 묘사한 것처럼 탱크 아메리칸은 브롱카로 하늘 높이 솟은 뉴욕의 빌딩을 그려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1920년대 지금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스카이라인이 형성된 뉴욕과 기능주의에 입각해 쌓아 올린 고층빌딩들은 화려하기 보다 담담하게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것은 탱크 워치 패밀리에서 남성적이며 벌키한 느낌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탱크 아메리칸 디자인의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3년 탱크 아메리칸 Tank Américaine.jpg 

1993년 버전 탱크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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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탱크 아메리칸 피시 스케일 브레이슬릿


탱크 아메리칸은 커벡스 구조, 탱크 상트레를 계승해 변형했으므로 여러 부분에서 공통점을 드러냅니다. 볼록거울을 앞에 둔 것 같은 레일웨이 인덱스, 레일웨이 인덱스에 맞춰 재구성한 로만 인덱스는 탱크 상트레와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크라운 모양과 카보숑 컷에서 변화를 줬습니다. 1980년대 이후 현대적 디자인으로 분류되는 탱크 워치에 적용한 팔각형 크라운와 파세티드(Faceted) 카보숑 컷 블루 사파이어가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모델에 따라서는 간혹 커벡스 구조를 무시하기도 합니다. 브롱카의 측면은 곡선을 그리지만 이와 달리 평평한 케이스 백을 갖추기도 하며, 탱크 워치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이뤄졌던 재해석의 결과입니다. 1996년 탱크 프랑세즈를 예고하듯 아니 프랑세즈와 발맞춘 듯 가죽 스트랩 대신 적극적으로 브레이슬렛과 결합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즐겨 사용했던 피시 스케일 브레이슬릿처럼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양의 브레이슬릿이 탱크 아메리칸의 케이스에 체결되어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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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상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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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까르띠에 런던의 탱크 상트레. 레일웨이 인덱스를 생략하고 로만 인덱스만 배열했다


이처럼 탱크 쉬누아즈와 탱크 아메리칸은 지역의 특징을 케이스 디자인으로 묘사했지만, 까르띠에 뉴욕, 까르띠에 런던처럼 과거의 까르띠에가 지사를 두고 운영했던 거점 도시와 각 지사 별로 선보인 크리에이션, 즉 지역별 모델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뉴욕 크리에이션이라고 하면 까르띠에 뉴욕이 미국인의 선호도를 고려해 기존 탱크 워치를 베이스로 변주한 모델이 포함됩니다. 그 중에는 탱크 상트레를 베이스로 한 인덱스 변형, 즉 로만 인덱스 대신 아라빅 인덱스와 바 인덱스를 혼용하거나 아예 아라이바 숫자로만 다이얼 채우는 모델이 포함됩니다. 좀 더 나아가서는 탱크 워치 계보에서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는 탱크 그랜드 같은 모델도 있습니다. 탱크 아메리칸처럼 브롱카를 강조했으나 대신 얇고 입체적인 인덱스를 배치해 묘한 대비를 이루는 모델이죠. 그리고 탱크 그랜드에서는 탱크 워치 디자인의 4요소인 카보숑 컷 사파이어 크라운이 빠져있는 점이 흥미로우며, 이러한 탱크 상트레의 변주와 탱크 그랜드의 디테일 등은 탱크 아메리칸으로 이어지는 토양이 됩니다. 한편 런던 크리에이션을 펼쳤던 까르띠에 런던의 모델들은 탱크 앙글레즈로 환생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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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아메리칸 크로노그래프 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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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아메리칸 플라잉 투르비용 


1980년대 데뷔한 탱크 아메리칸은 1996년 데뷔한 탱크 프랑세즈와 더불어 클래식 반열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탱크 아메리칸이 되기까지의 흥미로운 역사와 고유한 디자인이 클래식 워치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고 보는데요. 다만 다른 탱크 워치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은 관계로 파생 모델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로가 긴 케이스에 맞춰 카운터와 날짜 창을 배치한 크로노그래프, 파인 워치메이킹의 정점에 오른 시기에 선보인 탱크 아메리칸 투르비용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급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이정표를 세운 구 프레드릭 피게의 칼리버 1185에 까르띠에 피니시(까르띠에의 로고를 표면과 로터에 새김)로 장식한 탱크 아메리칸 크로노그래프 XL는 시계 그룹간 무브먼트 공급을 중단한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숨은 보석과도 같은 모델입니다. 파인 워치메이킹에 의해 탄생한 탱크 아메리칸 플라잉 투르비용은 까르띠에의 이니셜 C를 본 따 완성한 케이지가 허공에서 유영하는 플라잉 투르비용입니다. 케이스 좌우로 위압감이 감도는 브롱카에 눌리지 않는 입체적인 로만 인덱스와 투르비용의 조화가 매력적인 모델이죠. 남성용 시장을 겨냥해 선보였던 만큼, 탱크 워치 특유의 섬세함과 남성미를 잘 버무려낸 모델로 탱크 아메리칸의 역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컴플리케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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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탱크 아메리칸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서 부터 스몰, 미디엄, 라지 


2017년 탱크 아메리칸은 골드 케이스를 고집해온 과거와 달리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모델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무브먼트의 지름에 맞춰 다양한 지름의 케이스로 선보여왔던 역사는 요즘 스몰, 미디엄, 라지, 엑스트라 라지로 세분화되었고 탱크 아메리칸 스테인리스 스틸 역시 엑스트라 라지를 제외한 세 가지 지름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다른 소재의 케이스를 사용한 게 아닌, 스테인리스 스틸만의 스트랩 색상을 제공하며, 네이비 색상의 스트랩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발색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골드 케이스와 달리 센터세컨드의 타임 온리로 시, 분 표시의 타임 온리 혹은 센터세컨드와 날짜 창이 조합하는 골드 케이스와 기능적으로 구분해, 탱크 워치의 진화를 이끈 또 다른 키워드인 기능을 상기하며 탱크 워치 100년을 이루는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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