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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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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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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보인 RM 72-01 오토매틱 와인딩 라이프 스타일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세라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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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72-01 오토매틱 와인딩 라이프스타일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위 레드 골드, 아래 티타늄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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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채 걸리기도 전에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의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리차드 밀. 그들의 브레드 앤 버터 하나는 자동 크로노그래프인 RM 011 시리즈였습니다. 리차드 밀 스포츠 워치의 지향점과 다양성을 보여준 RM 011 시리즈의 후계는 RM 72-01입니다. RM 011 시리즈와 달리 RM 72-01은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들고 나왔습니다. 자동 크로노그래프라는 기능에서 보면 명확한 후계 모델이지만 둘의 성격은 다릅니다. 일례로 스포츠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방수에서 RM 72-01은 30m 방수에 불과합니다. 디테일에서도 RM 72-01는 스포츠성 대신 우아함을 드러내려 합니다. 고성능 차량의 위압적인 배기구 같았던 RM 011의 크라운 대신 반복적인 문양의 장식을 두른 크라운을 사용했고, 푸시 버튼은 슈퍼카의 흡기구 같긴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같은 RM 72-01의 디테일은 강한 스포츠성을 갖춘 자동 크로노그래프가 나올 거라는 여지를 주기도 합니다. 라인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자동 크로노그래프는 RM 72-01의 등장과 함께 많은 면에서 새로워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모델의 성격은 물론, 리차드 밀이 변화한 것처럼 수요 역시 변했고 다양해졌습니다. 극도의 경량, 극한의 내구성, 극한의 디테일 같은 ‘극(Extreme)’을 추구해 온 브랜드에도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시계가 요구되었을 터이고, 이에 대한 화답이 RM 72-01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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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1 드라이버 펠리페 마사와 RM 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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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011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펠리페 마사

스포츠 워치, F1 과 같은 단어는 리차드 밀이 추구하는 요소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닙니다. 따라서 크로노그래프는 리차드 밀에 있어 브랜드의 근간과 연결된 핵심 기능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RM 011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RM 011은 2007년 F1 레이서인 펠리페 마사의 협력을 통해 등장합니다. F1 드라이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싱에서 얻은 경험과 영감은 RM 011의 탄생에 녹아 듭니다. RM 011은 RM 11-05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가지치기를 거치며 단종에 이릅니다. 리차드 밀의 모델 중 가장 많은 형태의 베리에이션으로 나왔다는 사실에서 RM 011의 역할과 인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RM 011은 보우쉐에서 공급한 자동 무브먼트에 듀보아 데프라의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올린 구조입니다.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를 기본으로 빅 데이트, GMT, 애뉴얼 캘린더의 기능을 제공했고 특유의 복잡한 구조는 오픈 워크 기법으로 한층 심화되어 매력을 한껏 발산했습니다. 자동 크로노그래프 RM 011 시리즈는 기록이 필요한 스포츠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모델의 원점이나 마찬가지인 F1을 비롯해 내구 레이스 르 망, 축구 같은 스포츠와 접점을 만들어냈고, 협업 중인 맥라렌 역시 RM 11-03을 통해 표현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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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델인 RM 72-01은 모든 면에서 새로움을 담았습니다. 익숙한 토노 케이스 속 크로로노그래프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크로노그래프 중 독특한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토노 실루엣을 그리는 다이얼에는 면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세 개의 카운터가 자리잡습니다. 1시와 2시 방향에 걸친 60분 카운터, 4시와 5시 방향에 걸친 24시간 카운터, 9시 방향은 스몰 세컨드입니다. 이 세 개의 바늘을 연결하면 삼각형을 형성하는데, 3, 6, 9시의 정석적이며 안정적인 트리컴팩스 카운터나 혹은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베스트 셀러 ETA의 칼리버 7750의 카운터 배치로 익숙한 6, 9, 12시 방향 카운터와 사뭇 다른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RM 72-01의 다이얼은 이렇게 독특한 카운터 구성에서 시작됩니다. 60분, 24시간의 두 카운터의 틈 사이에는 기능 인디케이터를 두고, 7시 방향에는 데이트 윈도우를 두었습니다. 기능하는 영역은 베이스 플레이트와 대비를 이루는 밝은 색 테두리를 가독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3, 8, 11시 방향에만 올린 아워 인덱스는 무심하게 던져진 듯하지만, 다이얼 전체를 보면 형용하기는 어렵지만 잘 짜인 실내 공간의 느낌을 내는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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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실레이팅 피니언

RM 72-01의 다이얼 배치는 인 하우스에서 개발한 칼리버 CRMC1이 전적으로 관여합니다. RM 011 시리즈의 모듈식 크로노그래프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시대를 연 무브먼트이기도 합니다. 시, 분, 초, 날짜, 기능 인디케이터 구현하는 플라이 백 크로노그래프로 RM 011의 칼리버 CRMA1의 기능과 비교하면 더욱 정제된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칼리버 CRMC1은 최근 선보인 자동 크로노그래프이므로 으레 떠오르는 기능 구현을 위한 구성, 즉 컬럼 휠과 버티컬 클러치를 예측하게 하지만 클러치 방식에서는 의외의 선택을 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수행하고 중단하는 연결고리인 클러치는 전통적으로 캐링 암, 오실레이팅(스윙잉) 피니언, 버티컬 클러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요즘 수평, 수직 방식의 장점만 가져온 하이브리드 방식이 나왔지만 크게 위의 세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합니다. 수동 크로노그래프에서는 앞의 두 가지 방식, 자동 크로노그래프에서는 주로 오실레이팅 피니언과 버티컬 클러치가 기본이 됩니다. (자동에서 간혹 캐링 암이 있기도 합니다) 오실레이팅 피니언은 태그호이어의 창업자 에드와르 호이어가 고안한 방식으로 아주 작은 피니언 하나로 클러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캐링암과 비슷한 단점을 지니는데 회전하는 기어에 피니언이나 기어가 맞닿으면서 크로노그래프 핸드가 튕기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버티컬 클러치는 맷돌의 윗돌과 아랫돌이 작동 명령에 의해 붙었다 떨어졌다 하므로, 오실레이팅 피니언의 단점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신 수직 구조상 두께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구 프레드릭 피게의 칼리버 1185가 현대적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방법론을 명확하게 제시한 이후, 고급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클러치는 버티컬 클러치가 우세를 띠었습니다. 오실레이팅 피니언은 IWC의 칼리버 59360 같은 무브먼트에서도 사용하지만 가장 많이 흔히 볼 수 있는 예는 범용 자동 크로노그래프인 ETA의 칼리버 775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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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CRMC1의 오실레이팅 피니언, 왼쪽이 미닛 카운터용, 오른쪽이 크로노그래프 핸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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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CRMC1의 플래티넘 로터

리차드 밀은 칼리버 CRMC1에 오실레이팅 피니언을 선택하면서 구조상의 장단점을 인지했을 터입니다. 고급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구성 요소에서 논외로 꼽는 오실레이팅 피니을 선택했을 때는 어떠한 확신과 더 큰 가능성을 확인했겠죠. 컴팩트 한 구조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했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고급 크로노그래프에서 오실레이팅 피니언을 사용한 다른 예를 본다면 이 사실은 확신에 가까워집니다. 불가리의 자동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인 칼리버 BVL 388을 보면 공간을 포함 두께에서도 여유가 없으며, 오실레이팅 피니언은 숨막히게 조밀한 메커니즘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합니다. 칼리버 CRMC1의 두께 6.05m는 RM 011에 탑재했던 두께 6.35mm의 칼리버 CRMA1에 비해 얇습니다. 모듈러 구조와 더욱 많은 기능을 구현한 칼리버 CRMA1와 단층 레이어로 완성한 칼리버 CRMC1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하나의 레이어에  모든 부품을 담아내도록 한 오실레이팅 피니언의 공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리차드 밀은 오실레이팅 피니언의 공간활용을 한 층 더 극대화하기 위해 두 개의 오실레이팅 피니언을 사용합니다. 하나는 크로노그래프 핸드를 구동하기 위한 일반적인 용도, 다른 하나는 배럴과 미닛 카운터를 직접 연결하기 위함입니다. (아워 카운터는 배럴의 다이얼 사이드에서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로노그래프 설계에 따라 크로노그래프 휠에서 아워 카운터까지 연결되는 경우를 고려한다면 칼리버 CRMC1의 크로노그래프 휠은 크로노그래프 핸드만 움직이면 되므로 부담은 크게 줄어듭니다. 그 덕분에 크로노그래프 작동 시에도 4번 휠과 크로노그래프 휠의 접촉에서 공격성이 줄어들며 크로노그래프 핸드가 튀는 태생적 문제도 줄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또한 무브먼트의 1/4에 가까운 면적을 배럴에 할애하면서도 와인딩 메커니즘을 같은 레이어에 배치할 수 있어 무브먼트의 두께를 줄였습니다. RM 72-01의 케이스 두께 11.68mm는 RM 011의 16.15mm와 상당한 격차를 드러내는 동시에 모델의 지향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칼리버 CRMC1은 그레이드 5 티타늄 소재의 플레이트를 어둡게 물들이고 스틸 소재의 크로노그래프 레버와 스프링을 사용해 톤의 차이로 대비를 만듭니다. 갈빗대 모양을 낸 플래티넘 소재의 로터는 모노톤을 유지하면서도 톤의 다름으로 무브먼트의 입체감을 구현합니다. ‘CuBe’ 소재의 밸런스 휠과 실버톤을 띠는 기어로 통일된 모노톤을 유지하는 디테일은 이제는 익숙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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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72-01은 첫 선을 보인 2020년 가을 경, 레드 골드와 티타늄 케이스를 택했고 발표 시점에서 이미 세라믹 케이스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요즘 리차드 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소재인 만큼 당연한(?) 수순이었으며 등장으로부터 약 1년을 조금 넘은 현시점에서 매트한 화이트, 블랙 세라믹 버전이 추가되었습니다. 미들 케이스는 다른 케이스와 동일하게 골드 소재를 택해 은근한 화려함을 드러냅니다. 블랙 세라믹 케이스는 푸시 버튼이 케이스와 같은 컬러이고,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는 푸시 버튼이 블랙이라 소소한 디테일 차이를 드러냅니다. 리차드 밀은 RM 72-01로 일상 생활에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시계를 제시했습니다. 편안하다는 관점에서 세라믹은 표면의 상처를 주의해야 하는 골드나 티타늄에 비해 강점을 가지므로, 세라믹 케이스의 새로운 RM 72-01은 좀 더 일상성을 고려한 모델입니다. RM 72-01은 크로노그래프 클러치에 관한 독창적인 접근을 통해 공간활용의 극대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두께를 줄여 일상 착용의 편안함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개성적인 다이얼, 디테일에는 그 근본을 차지하는 메커니즘과 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극한의 추구라는 본성까지 감추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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