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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탐험 5 : 수동 무브먼트 이야기 

 

제 1 부 :  크로노미터

 

 

1. 2012년 제니스의 MONTRE D'AERONEF TYPE 20

 

 2012년에 발표된 시계중 가장 시선을 끄는 시계는 단연 제니스의 57mm 시계일 것입니다. 

 

시계의 직경이 자그마치 57mm나 됩니다. 46~48mm의 IWC 빅파일럿이나 47mm의 Panerai 1950이 작게 느껴질 사이즈입니다.

 

더구나, 이 시계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된다면, 1993년에 등장하여 수 많은 시계매니아들의 Holy Grail이 되었던  IWC의 포르투기즈 쥬빌리 보다 놀라운 시계일 지도

 

모릅니다. 크로노미터 수집가라면 현행품으로서 이 만큼 의미있는 크로노미터 시계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 엄청난 사이즈의 시계를 손목시계로 인정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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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스몰세컨드, 3시에 파워리저브.

 

브랜드표기의 아래에 표기된 MONTRE D'AERONEF TYPE 20

 

6시 위치에 표기된 SPECIAL

 

언뜻 보아서는 무언가 언밸런스해 보이기도 합니다.

 

 

 zenith-pilot-montre-d-aeronef-type-20-2.jpg

 

IWC의 빅파일럿을 연상시키는 양파모양의 크라운....

 

그러나, 이 시계의 이름은 제니스의 항공시계의 역사로부터 얻어진 것입니다.

 

ZENITH-louis-bleriot-1.jpg

 

1920년대 제니스는 독일 공군에 34mm의 회중시계 무브먼트를 사용한 비행사용 시계를 납품하게 됩니다.

 

6시의 스몰세컨드, 다이얼에는 Zenith와 함께 Special이 표기가 인상적인 시계입니다.

 

물론 이 시계의 직경은 기껏해야 41mm 정도이며, 세계 1차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등장한 초창기 손목시계의 디자인이었습니다.

 

회중시계 무브먼트를 사용했던 초창기 손목시계들의 특징의 하나는 회중시계용 크라운을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초창기 손목시계들은 회중시계 처럼 돌출된 크라운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ZENITH-louis-bleriot-2.jpg

 

직경 41mm에 회전베젤을 가진 독일의 군용시계였습니다.

 

유명한 시계 컬렉터 SteveG는 이 시계를 수집한 후 이 시계의 무브먼트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칼리버 넘버를 확인하지 못하고 단지 15리뉴(약 34mm)의 무브먼트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smal.jpg

 

캠과 스네일방식의 마이크로 레귤레이터를 가진 전형적인 제니스의 회중시계 무브먼트였습니다.

 

 http://ninanet.net/watches/others10/Mediums/mzenithmil.html

 

빈티지 시계 중에서도 가장 큰 시계는 독일 공군의 비행사 시계였던  B-Uhr일 것입니다.

 

작경 55mm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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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가 큰 만큼, 이 시계는 손목시계의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정확한 시계였을 것입니다.

 

다이얼에 크로노미터 표기는 없지만, 그 어떤 크로노미터보다 더 정확했을 시계.....

 

제니스는 B-Uhr을 납품한 브랜드는 아닙니다.

 

B-Uhr을 납품한 브랜드는 랑게, IWC, Laco, Stowa, Wempe 같은 독일계의 브랜드들이었습니다.

 

 

 bu1.png mil01_bm.jpg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군용시계 전문서적에서는 랑게에서 제조한  65mm의 독일군 친위대 시계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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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S시계로도 불리우는 시계입니다.

 

 Buren2.png

 

 B-Uhr과 같은 랑게의 칼리버 48을 사용했지만, 시계의 직경은 55mm가 아닌 65mm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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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니스에서 이 시계보다는 작지만, B-Uhr시계와 비슷한 크기의 시계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파네라이나 빅파조차 작게 느껴지시는 분들(토리노?)에게는 그 어떤 시계보다도 손목 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줄 시계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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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라인업 제품이 아니라, 250개의 한정판으로 발매되므로, 오리지날 B-Uhr급의 진짜 큰 시계를 고대하셨던 분들이라면 서둘러 예약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큰 시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링고가 이 시계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시계의 크기만큼이나 엄청난 이 시계의 무브먼트 때문입니다.

 

제니스 5011K 무브먼트....

  zenith-pilot-montre-d-aeronef-type-20-7.jpg 

 

이 무브먼트는 회중시계의 천문대 크로노미터입니다. 칼리버 넘버인 5011K의 50은 이 무브먼트의 직경, 11은 이 무브먼트의 두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브먼트의 디자인은 제니스 135보다는 Peseux 260과 닮았습니다.

 

 peseux260.jpg

                                                                               Peseux 260

 

그리고, 1967년 뇌샤텔에서 이 무브먼는 회중시계부문에서 아직까지 기계식 무브먼트로는 깨어지지 않은 최고의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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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enith Cal. 135

 

제니스 135가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의 손목시계부문에서 5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이후, 제니스로서는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그 덕분에, 제니스 5011K는 첫 등장한 후 현재까지도 제니스를 상징하는 크로노미터로서 제니스의 장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생산되어 왔습니다.

 

아마도, 올해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큰 시계에 대한 열품이 제니스로 하여금 50mm의 직경을 가진 회중시계 무브먼트치고도 매우 큰 제니스 5011K를

 

손목시계 무브먼트로 사용할 용기를 주었을 것입니다.

 

링고도 한 때 이 무브먼트를 손목시계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직경 50mm에 두께 10mm나 되는 이 무브먼트로 손목시계를

 

만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비현실적인 일이 2012년에 현실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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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브먼트는 마린 크로노미터에 필적하는 데크 크로노미터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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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파인 타입의 무브먼트로서 6시 방향의 스몰세컨드, 12시 방향의 파워리저브를 갖는 형태의 무브먼트였으므로,

 

손목시계로 사용하면, 9시 스몰세컨드, 3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갖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센터 세컨드로 수정을 했다면, B-Uhr 스타일의 시계가 되었겠지만, 제니스에서는 이 회중시계 무브먼트의 구성을 그대로

 

손목시계에 적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계는 B-Uhr보다 훨씬 정확한 시계라는 것입니다.

 

5011K는 천문대 크로노미터로 설계된 무브먼트이기 때문입니다.

 

 5011K2.jpg

 

제니스의 오래된 카탈로그를 가진 분들은 카탈로그의 뒷부분에 올라 있는 회중시계로부터 이 무브먼트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대부분 공감하실듯 하지만, 이 시계의 유일한 문제는 바로 크기입니다. 아무리 큰 시계가 유행하는 시대라지만, 57mm의

 

손목시계는 결코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시계는 아닐 듯합니다. 44mm 이내의 시계였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 시계가 57mm의 B-Uhr급 시계가 된 것은 이 시계에 사용된 무브먼트가 50mm의 대형 회중시계(데크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였기 때문입니다.

 

제니스에 Pilot Special로 사용할 마땅한 다른 무브먼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니타스 6497을 수정하여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매뉴팩춰임을 자랑하는 제니스에서 ETA를 사용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만일, 제니스의 전성기에 사용하던 Caliber 135나 120T 같은 무브먼트가 남아 있었더라면, 제니스는 27 ~ 30mm 정도인 그 무브먼트들을 사용하여

 

35mm ~ 45mm 사이의 시계를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2.  수동 크로노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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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경부터 손목시계가 등장하고, 19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수동 무브먼트들이 개발되었지만,  그 후 오랫동안 손목시계는 회중시계의 정확성을 따라갈 수 없는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졌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레일 크로노미터로 손목시계를 인정한 것이 1950년대말입니다.

 

손목시계가 회중시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주요브랜드들은 손목시계를 필요로 했던 군대에 납품하여 실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으며,  한편으로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을 통해 손목시계 무브먼트가 회중시계에 비해 정확성에 있어서도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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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오메가, 제니스, 론진 같은 당시의 대표적인 크로노미터 패뉴팩춰들은 1920년대부터 손목시계의 정확성을 회중시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오메가 30mm, 제니스 315, 론진의 30L 등 손목시계에서 회중시계 수준의 정확성을 제공하는 크로노미터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1940년대에는 제네바, 뇌샤텔 등의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 손목시계 카테고리가 창설되었고, 오메가, 제니스, 론진은 30mm급의 천문대 경연용의

 

무브먼트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손목시계용 무브먼트의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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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mm 무브먼트의 시작은 오메가 30mm칼리버로 1939년에 개발되어 1963년까지 수 백만개가 제조되었습니다. 30mm 칼리버로 오메가는 Kew A로부터

 

제네바, 뇌샤텔에 이르기까지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됩니다. 롤렉스가 손목시계 무브먼트로 영국의 Kew A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을 지켜 본 오메가는 아직 스위스에서 천문대 경연이 시작되기도 전인 1939년에 손목시계 전용의 30mm 칼리버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오메가의 첫 손목시계 크로노미터 시계였습니다. Kew A는 물론 제네바와 뇌샤텔 등에서 30mm 칼리버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오메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손목시계로서는 롤렉스 다음으로 크로노미터 손목 시계를 시판하게 됩니다.'

 

DSCN0875.jpg 

 

그러나, 수 백만개의 30mm 칼리버 중에서 크로노미터로 제조된 것은 수 만개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였습니다.

 

당시 크로노미터 손목시계는 크로노그래프 등의 복잡시계 보다 도리어 고가의 시계였을 것입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바늘 3개짜리 시계에

 

크로노그래프의 가격을 지불할 수요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빈티지 시장이 활성화된 현재 오메가나 제니스의 크로노미터는

 

빈티지 크로노그래프 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수요가 많지 않아서 많이 만들지 못했던 희소성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상 손목시계로서 크로노미터가 적당한 가격에 양산될 수 있었던 것은 수동 무브먼트가 아닌 자동 무브먼트인 롤렉스의 1570과 오메가의 560 패밀리가

 

개발된 1960년대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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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30mm는 제니스나 론진과 달리 194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오메가의 수동 무브먼트를 대표하는 무브먼트로서, 군용시계, 방수시계, 정장용 시계 등

 

오메가의 수동 시계 전분야에 걸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오메가의 상징적인 무브먼트였습니다. 이는 롤렉스와 오메가만의 특징입니다.

 

크로노미터 경연에 참가한 수 많은 회사들 중에서, 자신들이 가장 많이 만드는 무브먼트로 크로노미터 경연에 참가한 것은 롤렉스와 오메가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롤렉스는 창업 초기부터 손목시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손목시계 전문 회사였던 것이고, 오메가는 다른 브랜드들보다 조금 큰 13리뉴급의 무브먼트를

 

주력 무브먼트로 선정했고, 손목시계 크로노미터의 참가기준이 13 리뉴급인 직경 30mm로 결정되면서 마침 새로 개발된 무브먼트로 손목시계 크로노미터 경연에

 

참가하게 되었던 셈입니다.

 

 Kew1snall.jpg

 

롤렉스는 30mm의 천문대 경연용 무브먼트를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롤렉스는 자동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10 1/2리뉴(23mm)의 무브먼트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으며,

 

실상 손목시계 경연이 생겨나기 전부터 직사각형의 프린스 무브먼트와 10 리뉴급의 소형 무브먼트로 영국 테딩턴 천문대의 회중시계경연에 참가하여

 

손목시계가 회중시계 못지 않게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던 거의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오메가, 론진, 제니스에 비하면 신생 브랜드였기 때문입니다.

 

매뉴팩춰로서 회중시계를 생산한 역사를 가지지 않은 롤렉스로서는 막 등장한 손목시계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손목시계에 관한한 롤렉스는 그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메가-론진-제니스를 도리어 앞서가던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회중시계시장에서 롤렉스는 매뉴팩춰도 아니었으므로 지켜야할 시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손목시계 시대로 빨리 들어서야 롤레스는 그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롤렉스는 천문대 경연에서 기준 기록을 넘겨 천문대 크로노미터로 합격한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판용 시계를 제조한 최초의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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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이후 이를 성취한 브랜드는 Girard Perregaux와 Seiko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1960년대말의 이야기입니다.

 

롤렉스는 스위스 제네바와 뇌샤텔에서 손목시계 카테고리의 천문대 경연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다가 이후 참여를 포기하게 됩니다.

 

실제로 판매하기 위한 무브먼트의 정확성을 입증하려는 롤렉스의 입장에서는 경연만을 위한 무브먼트의 개발은 무의미한 경쟁으로 보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판용 크로노미터에서는 롤렉스와 오메가가 양강체제를 구축하며 경쟁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지만,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에서는 오메가, 론진, 제니스가 3각 체제를 구축하게 됩니다.

 

오메가에 이어, 제니스는 1948년 천문대 경연에 참가할 크로노미터를 처음으로 설계하면서, 일반 시판용의 크로노미터 시계인 Zenith 135 크로노미터를 발매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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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135는 11,000 개 정도 제조되어 마지막에 사용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크로노미터 시계로서 판매되었습니다. 하지만, 제니스 135는 제니스의 고가의

 

크로노미터 손목시계에만 사용되었을 뿐이며, 제니스의 수동 시계중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제니스의 상징적인 수동 무브먼트는 칼리버 40, 126 등의 무브먼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니스 135는 제니스의 대표적인 수동 무브먼트라기 보다는 크로노미터 전용 무브먼트로서 태생부터가 고급 무브먼트였던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메가, 론진과 제니스의 크로노미터 경연의 경쟁상대였던 3사에서 시판된 무브먼트중 제니스 135야 말로 가장 크로노미터다운

 

크로노미터였던 셈입니다.

 

그런 이유로 크로노미터 시계를 수집하는 컬렉터들에게 제니스 135는 Pesuex 260과 함께 꼭 수집해야할 Holy Grail의 하나가 된 듯합니다.

 

롤렉스 Kew A는 겨우 134개만이 생산되어, Holy Grail의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그림 속의 떡처럼 시계책에나 등장하는 시계인 셈입니다....

 

(참고로 2012년 1월에 이베이에 처음으로 등장했었습니다....)

 

30mm 칼리버 시판에서 가장 늦은 것은 론진으로 1955년에야 30mm 무브먼트인 30L을 시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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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와 마찬가지로 론진의 30L은 극히 일부의 무브먼트만이 크로노미터 시계로 판매되었습니다. 론진 30L이 크로노미터로 사용된 것은

 

기껏해야 수백개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는 것을 보면, 30L이 사용된 론진 크로노미터는 오메가 30mm 크로노미터 혹은 제니스 135 크로노미터 보다

 

레어 아이템인 셈입니다. 론진 30L 크로노미터의 대표적인 시계는 Flagship입니다. 1957년 론진은 30L을 사용하여 현재까지도 생산중인 첫번째

 

Flagship모델을 발표하게 됩니다. 물론, 론진 시계로서는 매우 드믄 크로노미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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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론진의 고급모델인 Flagship은 자동 무브먼트로 변하게 됩니다. 오메가의 콘스텔레이션과 경쟁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너무 늦게 태어났기 때문에 오메가 30mm나 제니스 135처럼 론진을 대표하는 수동 크로노미터의 역사조차 만들지 못한 비운의 무브먼트가 론진 30L인 셈입니다.

 

30L을 사용한 론진 플랙쉽 크로노미터 모델은 1000개 이내로 생산된 것으로 보이므로, 크로노미터 3사를 대표하는 크로노미터 손목시계 중 가장 구하기 어려운

 

모델이기도 합니다.

 

30L의 Flagship 모델은 적지 않지만 Chronometer까지 표기된 시계를 찾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FlagshipChron.jpg

 

론진의 천문대 경연용의 칼리버는 오메가나 제니스보다 다양하게 존재하며, 30mm 칼리버로 30L 외에도 30CH, 30Z, 30B 등 매우 다양한 칼리버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제니스가 천문대 경연용의 칼리버 135를 크로노미터 손목시계로 판매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론진은 30L을 제외하고는 시판용 무브먼트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론진으로서는 크로노미터 경연과 시판용 시계를 철저히 구분하여, 크로노미터 경연의 성과를 시판용 시계로 직접 연계하지 않고

 

론진 시계의 탁월한 기술력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서만 사용하는 정책을 취한 셈입니다. 아니면, 1950년대에 이미 고가의 크로노미터를 판매할 정도의

 

고급 시계로서의 론진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스위스 뇌샤텔 천문대의 주요 경쟁자였던 오메가, 론진, 제니스의 천문대 경연용 무브먼트와 시판용 무브먼트에서 각 회사는 상이한 방식으로 접근한 듯합니다.

 

물론, 오메가도 30mm 칼리버 이후 천문대 경연을 위해 개발한 무브먼트를 시판용 무브먼트로는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제니스 역시 칼리버 135

 

이후 개발한 천문대 경연용의 무브먼트를 시판용 무브먼트에 직접 적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는 이미 자동무브먼트의 시대로 접어들어

 

수동 크로노미터 시계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은 시기였던 것입니다. 그런 사정들을 전부 감안한다면, 오메가, 제니스와 함께 천문대 경연의 주요 참가자의

 

하나였던 론진에서 30Z나 30B 등 천문대 경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30mm 칼리버를 사용한 론진의 상직적인 크로노미터 시계 모델을 1940년대나 1950년대 초에

 

만들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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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론진으로서는 1929년에 개발한 12리뉴의 12.68Z와 1932년에 개발한 10리뉴의 10.68Z라는 손목시계에 매우 적합한 사이즈의 칼리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930년대 이후에 개발된 수동 무브먼트들은 22mm ~ 28mm에 해당하는 규격이 보편적이 었으며, 이중 12리뉴의 무브먼트가 정확하고 튼튼한 무브먼트로,

 

10 리뉴의 무브먼트는 작고 얇은 손목시계를 만들기에 적합한 무브먼트였습니다. 론진의 군용시계 등에서 발견되는 무브먼트가 12.68Z, 12.68N, 12L, 27 M 등의

 

12 리뉴 무브먼트이고, 정장용 시계에서는 10 리뉴의 10.68Z, 10.68N, 10L, 23M 등의 10 리뉴 무브먼트들이 발견됩니다.

 

즉, 초창기 천문대 경연의 손목시계 무브먼트의 한계 사이즈였던 최대 직경 30mm와 최대 두께 5mm의 조건으로 인해 손목시계 무브먼트로서는 다소 큰

 

30mm급의 손목시계 무브먼트가 만들어졌습니다만, 오메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위스 브랜드들은 그 보다 조금 작은 12리뉴(약 27mm)와 10리뉴(약 23mm)의

 

무브먼트를 손목시계 무브먼트로 채용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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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 개발된 JLC의 대표적인 크로노미터무브먼트이자, 군용시계 등에서 발견되는 449/450 패밀리 역시 12 리뉴급(28.8mm)의 무브먼트입니다.

 

이 무브먼트는 바쉐론 콘스탄틴에 에보슈로 제공되어 바쉐론 콘스탄틴의 빈티지 중에서 가장 유명한 크로노미터 로얄의 베이스 무브먼트로도 사용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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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에 개발된 IWC의 대표적인 수동 무브먼트인 Caliber 83과 83의 후계로 1946년에 개발된 Caliber 88과 89도 12 리뉴(26.6mm)의 무브먼트였습니다.

 

JLC와 IWC는 크로노미터를 만들 능력이 충분함에도 천문대 경연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대표적인 브랜드들입니다.

 

링고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JLC와 IWC는 1940년대 이미 고급 피니싱을 기반으로 하는 빅3와 고급 피니싱은 하지 않으면서 대량 생산하는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에

 

기반을 둔 롤랙스-오메가-론진-제니스의 소위 크로노미터 매뉴팩춰의 사이에 위치하는 브랜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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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3 정도의 피니싱은 하지 않지만 무브먼트의 구성이나 기능적인 피니싱은 빅 3에 못지 않은 무브먼트를 만들고 있어서,

 

무브먼트 전체적으로는 롤렉스나 오메가를 넘어 빅 3 다음으로 우수한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브랜드들입니다.

 

더구나, 시계 생산량에 있어서도 롤렉스-오메가-론진-제니스와 같은 대량 생산 브랜드도 아닌 중간 규모의 시계 생산업체였습니다.

 

그러나, 영국 공군의 가장 정확한 시계였던 Mark 11을 롤렉스-오메가-론진-제니스의 크로노미터 4인방이 아닌 IWC와 JLC가 납품했다는 것은

 

한편으로 IWC와 JLC가 이들 4인방의 크로노미터에 필적하거나 이를 상화하는 무브먼트를 만들면서도 지역적인 이유(IWC)나 시계 판매보다는

 

에보슈 납품으로 돈을 벌었던 고급 에보슈업체로서의 한계(JLC)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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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사양의 밸런스 어셈블리, 크로노미터의 표기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전량 크로노미터급으로 조정된 무브먼트,  브릿지 타입의 톱플레이트 디자인,

 

페를라쥐, 엥글라쥐로 가득한 아름다운 피니싱 등 눈에 보이는 것 그 자체만으로 다른 어떤 브랜드와도 차별화된 무브먼트가 하이엔드 럭셔리인 빅 3와 

 

여타 시계들을 구분하는 경계선이었다면, 크로노미터는 회중시계시대로부터 일반 무브먼트와 고급 무브먼트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경계선의 역활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브랜드명에 의해 구분되는 고급시계와 보통의 시계는 적어도 1970년대 까지는 브랜드가 아닌 피니싱과 크로노미터라는 객관적인 경계선에 의해

 

명확히 구분되었던 것입니다. 즉, '크로노미터'라는 표기는 적어도 100년 이상 럭셔리 시계의 표상은 아닐지언정 고급 시계와 동의어였던 것입니다.

 

 한편,  수동 손목시계 무브먼트의 전성시대였던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무브먼트의 디자인, 특히 톱플이트 디자인은 브랜드의 표기처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사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매뉴팩춰들은 자신들이 만든 무브먼트가 다른 브랜드의 무브먼트와 쉽게 구분될 수 있도록 별 다른 기능이 없지만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했던 톱플레이트의 디자인을 통해 무브먼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2번째 이야기는 '수동 무브먼트의 톱플레이트 디자인'으로 이어집니다.

 

 

2012년 3월 12일

 

링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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