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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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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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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지난 2월 22일 오메가(Omega)가 주최한 워치메이커 코스(Watchmaker Course)에 초청을 받고 오메가 청담 부티크를 찾았습니다. 시계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워치메이커 코스는 직접 무브먼트를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계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고,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내는 자리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객과 소통하고 교감을 나누는 데에 이보다 효과적인 행사는 아마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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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 직원 여러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한껏 부풀어 오른 호기심을 안고 도착한 4층은 시계가 전시된 1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유리 벽을 가운데 두고 한쪽에는 부티크를 방문한 고객들이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응접실이, 다른 한쪽에는 커다란 워치메이커 벤치가 모여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네 개의 벤치 앞에는 교단을 연상시키는 또 다른 벤치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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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흰 가운을 걸친 워치메이커가 등장했습니다. 시계를 점검하고 수리하기 위해 부티크에 상주하고 있는 분으로, 이날 워치메이커 코스 진행을 맡아주었습니다. 워치메이커 코스 내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는 건 물론이고 중간중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얼른 다가와 도움을 주셨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준비된 가운을 입고 책상에 걸터앉으면 본격적으로 워치메이커 코스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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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메이커 코스는 워치메이커가 무브먼트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스크린을 통해 본 뒤 그대로 따라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마음을 놓으면 부품이 상하기 쉽상입니다. 혹 부품을 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한참 동안 바닥을 기어 다녀야 합니다.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는 공간을 벤치에 설치된 스탠드가 환하게 밝혀줍니다. 일부러 조도를 낮춰 집중도를 높이고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잘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스탠드 옆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소형 진공 청소기(vacuum)와 블로어(blower)도 있어 더욱 실감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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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비치는 무대 위에는 교보재인 핸드와인딩 칼리버 2201이, 그 옆으로 핀셋과 플라스틱 막대 그리고 드라이버가 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과거 레일마스터에 탑재된 칼리버 2201은 다이얼 6시 방향에 스몰 세컨드가 있는 핸드와인딩 무브먼트입니다. 그간 몇 차례 워치메이커 코스를 거친 탓인지 군데군데 상처가 많았지만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만의 담백한 멋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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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의 첫 단계는 밸런스를 메인 플레이트로부터 떼어내는 겁니다. 지름이 제법 큰 밸런스 휠과 에타크론 레귤레이터 그리고 오차를 조절할 수 있는 레귤레이터 바(bar)가 눈에 띕니다. 나사를 풀고 핀셋 또는 드라이버로 틈을 벌려 밸런스 콕을 들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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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나사로 고정한 브리지와 팰릿 포크를 분해하기에 앞서 메인스프링을 풀어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아 있는 동력에 의해 분해하는 팰릿 포크가 튕겨 나가거나 메인스프링이 한순간에 풀려 손상이 갈 수 있습니다. 래칫 휠을 잡아주는 클릭을 살짝 젖힌 상태에서 크라운을 천천히 돌려줍니다. 그 후에 안전하게 팰릿 포크를 분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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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래칫 휠과 크라운 휠입니다. 크라운 휠을 고정하는 나사는 일반적인 나사와는 반대로 풀고 조여야 합니다. 즉, 조이기 위해서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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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톱니바퀴를 제거한 뒤 거대한 브리지를 분해합니다. 이때 클릭은 따로 분해하지 않습니다. 브리지가 사라지면 배럴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배럴은 무브먼트 중심에 버티고 있는 센터 휠에 걸려 위로 들어올릴 수 없습니다. 대신 튀어나온 배럴 아버를 잡고 약간 들어 올린 뒤 옆으로 살살 잡아당기면 빼낼 수 있습니다. 메인스프링을 배럴에서 빼고 넣는 작업은 난이도가 있어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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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칼리버 번호, 주얼 숫자 및 자세 차 수정에 관한 문구가 적힌 브리지까지 분해하면 숨어있던 기어트레인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어트레인을 구성하는 톱니바퀴는 배럴을 제외하고 총 네 개입니다. 아래 사진 왼쪽부터 센터 휠, 3번 휠, 4번 휠, 이스케이프 휠 순입니다. 지름이 가장 큰 센터 휠에는 분침이 꽂힙니다. 배럴과 직접 연결된 센터 휠에는 큰 힘이 걸리기 때문에 피니언과 축(pivot)이 두껍습니다. 센터 휠부터 이스케이프 휠로 갈수록 피니언과 축이 얇아집니다. 4번 휠의 축은 초침을 꽂기 위해 길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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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무브먼트 전면부 분해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에 반해 후면부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사진으로 갈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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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립을 해야 합니다. 조립은 늘 그렇듯 분해의 역순입니다. 지금까지 거쳐온 과정을 머리 속으로 차근차근 되뇌어 봅니다. 조립은 분해보다 까다롭습니다. 시작부터 굳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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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의 미세한 축이 보석 구멍에 정확히 맞아 들어가야 합니다. 모든 톱니바퀴가 제자리를 찾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센터 휠을 회전시키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조립을 했으면 이스케이프 휠이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회전합니다. 만약 이스케이프 휠이 꿈쩍하지 않는다면 조립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거나 브리지를 조립하면 갸녀린 톱니바퀴 축이 휘거나 부러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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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을 다시 끼워 넣고 브리지를 고정한 뒤 래칫 휠과 크라운 휠을 조립합니다. 래칫 휠을 고정하는 나사를 조이면 메인스프링이 감겼다 풀리면서 동력이 전해지고, 톱니바퀴가 맞물려 회전하는 흥미로운 광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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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릿 포크가 이스케이프 휠의 이빨에 맞물리도록 자리를 잡아주고 브리지로 고정합니다. 핀셋으로 팰릿 포크에 살짝 힘을 가하면 튕기듯 움직이며 이스케이프 휠이 딱딱 끊어지듯 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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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밸런스를 장착해 생명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롤러 주얼을 팰릿 포크의 꼬리 사이로 넣어야 하기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크라운을 감아주면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밸런스 휠의 박동은 서서히 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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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가량 계속된 워치메이커 코스는 눈 깜짝할 새에 막을 내렸습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장이 풀리면 이내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과 함께 시계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수료증을 받으면 워치메이킹 코스는 끝이 납니다. 액자속에 고이 담긴 수료증에는 수료자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 수료증이야말로 워치메이커 코스에 초대받은 분들에게 가장 뜻 깊은 선물일 겁니다. 오메가는 앞으로도 워치메이커 코스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뜻을 밝혔습니다. 4월에는 타임포럼 회원 분들을 초대할 계획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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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증을 품에 안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계가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먼저 마주한 제품은 씨마스터 1948 리미티드 에디션(Seamaster 1948 Limited Edition)이었습니다. 불세출의 아이콘 씨마스터의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이 시계는 1948년에 출시한 원작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것으로, 스몰 세컨즈와 센트럴 세컨드 두 종으로 출시했습니다. 모델 별로 1948개씩 한정 생산한 스테인리스스틸 버전과 달리 이 플래티넘 에디션은 생산량을 각각 70개로 제한해 희소성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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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숫자와 뾰족한 인덱스, 빈티지 오메가 로고 등 원작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했습니다. 바늘과 인덱스는 모두 세드나골드 또는 옐로골드로 만들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은 70주년을 되새기는 각인을 비롯해 소형 모터 보트와 영국군 최초의 제트 전투기 글로스터 미티어(Gloster Meteor)로 꾸몄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국방부에 뛰어난 방수 능력과 정확성을 보유한 시계를 공급했던 오메가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와 스위스 크로노미터 공식 인증 기관(COSC)이 주관하는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마스터 크로노미터 칼리버 8806은 정확성, 등시성, 항자성, 방수 능력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습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적용했으며, 파워리저브는 55시간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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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의미에 걸맞은 스페셜 컬렉터 상자와 구성품이 시계의 가치를 한 단계 격상시킵니다. 상자에도 오메가의 옛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시계 거치대와 상자 바닥에는 자석을 삽입해 고정시켰습니다. 15,000 가우스 이상의 자기장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항자성을 에둘러 과시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여분의 가죽 스트랩(스몰 세컨즈 모델은 브라운, 센트럴 세컨드는 블루 그레이)과 스트랩 교체 도구를 제공합니다. 가격은 스몰 세컨즈 모델이 5340만원, 센트럴 세컨드 모델이 527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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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여겨본 제품은 글로브마스터 애뉴얼 캘린더 플래티넘 리미티드 에디션(Globemaster Annual Calendar Platinum Limited Edition)이었습니다. 12각 면을 가진 파이 팬 다이얼을 애뉴얼 캘린더와 접목시킨 재치가 돋보입니다. 12달(month)을 12개의 면에 하나씩 담아낸 다이얼은 발군의 균형미를 뽐냅니다. 6시 방향의 날짜 창 위로 떠오른 컨스텔레이션의 상징, 오각별이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샌드블라스트 처리한 플래티넘 다이얼과 버건디 색의 조합은 레귤러 모델을 투박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하고 고급스럽습니다. 다이얼에 새긴 십자 선은 과거 오메가의 크로노미터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이를 통해 리미티드 에디션만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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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뒤집으면 또 다른 볼거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백 중앙에 위치한 화이트골드 소재의 천문대 메달리언은 버건디 에나멜과 만나 예술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칼리버 8922는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으로 정확성과 항자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휘어잡았습니다. 시침 밑에 장착한 얇은 바늘은 달이 바뀌면 정확히 한 칸 앞으로 이동합니다. 1년에 단 한 번, 3월 1일에만 날짜를 조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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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마스터 애뉴얼 캘린더 플래티넘 리미티드 에디션은 두 가지 버전(버건디와 그린)으로 출시됩니다. 가격은 5880만원이며, 각각 52개씩 한정 생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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