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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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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년이라는 긴 시간 단절 없는 역사를 이뤄온 바쉐론 콘스탄틴은 2015년 또 다른 성취의 하나로 하모니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하모니는 트래디셔널이나 패트리모니와 같은 일반적인 라인업의 하나이므로 다채로운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크로노그래프에 무게가 실려있는 점은 도드라진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하모니의 기함인 울트라 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크로노그래프 Ref. 5400S는 그러한 하모니의 특징을 기능으로서 드러내는 하나로 260주년의 기념을 겸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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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크로노그래프 Ref. 5300S / 칼리버 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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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Ref. 5100S / 칼리버 3200


인 하우스에서 만들어내는 크로노그래프는 생각보다 의미가 큽니다. 무브먼트 라인업을 인 하우스에서 온전히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조각이지만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많은 메이커조차 쉽게 이루지 못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두 개의 랩 타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스플릿 세컨드(라트라팡테)는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의 하나로 크로노그래프라는 기반이 없다면 이뤄낼 수 없는 기능이도 한데요.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번 하모니를 통해 수동 크로노그래프인 하모니 크로노그래프 Ref. 5300S와 자동 스플릿 세컨드 Ref. 5400S라는 그간 부족했던 조각을 완성해 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Ref. 5300S의 칼리버 3300과 Ref. 5400S의 칼리버 3500이 서로 큰 연결점이 없으며, 칼리버 3300 시리즈는 투르비용인 하모니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Ref. 5100S처럼 칼리버 3500과는 개별 진화를 이룰 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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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모노 푸셔 크로노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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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열 점을 만들어 낼 예정의 Ref. 5400S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1928년 선보였던 모노 푸셔 크로노그래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하모니의 케이스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볼 수 있습니다. Ref. 5400S는 외관에서 1928년 모노 푸셔 크로노그래프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요. 케이스 측면에서 이어지는 선을 그리는 러그, 케이스와의 단차를 숨기지 않는 베젤, 볼륨감을 강조하는 케이스 전체를 통해 새로움이 느껴지지만 오리지날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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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케이스 이외에도 오리지날의 펄소미터 디자인을 응용한 타키미터나 바늘의 모양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얀색(실버톤) 다이얼 위에서 말테 크로스를 빼면 인덱스 류는 전부 평면입니다. 하지만 위 이미지에서 보듯 매우 두텁게 인쇄해 입체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다이얼 바깥쪽으로는 빨간색의 타키미터, 그 안쪽에는 세밀한 초 인덱스를 그려냈고, 좌우 투 카운터 배치를 했습니다. 이 구성은 오리지날의 영향이라 생각되는데요. 3시 방향이 60분 카운터, 9시 방향이 영구초침입니다. 3시 방향 카운터 안쪽으로 20, 40, 60의 표시에서 60분 카운터임을 알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카운터 바늘의 색깔로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시간과 관련한 시, 분침은 은색, 두 개의 크로노그래프 핸드는 파란색이므로 영구초침은 은색, 카운터는 파란색 바늘인 셈입니다. 크로노그래프 바늘은 바늘 뒤쪽으로 해와 달을 각각 달아 구분하고 있네요. 6시 방향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이며 약 51시간의 파워리저브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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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외관 뿐 아니라 기능의 구성에 있어서도 대단히 충실하게 오리지날을 따르는데요. Ref. 5400S가 모노 푸셔 크로노그래프에 스플릿 세컨드 버튼을 케이스 2시 방향에 배치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모노 푸셔 크로노그래프는 보통 두 개의 버튼, 스타트/스톱 버튼과 리셋 버튼으로 조작하는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와 달리 하나의 버튼으로 스타트/스톱과 리셋을 수행합니다. 조작법은 버튼이 하나라 더 간단한데 스타트, 스톱, 리셋 과정은 버튼을 순차적으로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개의 버튼을 이용할 때와 달리 스톱 후 다시 스타트하는 조작은 불가능하지만 크로노그래프 = 스톱워치라는 기능을 고려했을 때 거의 이 같은 조작은 할 일이 없어 문제될 부분은 아닙니다. 대신 크라운을 관통하는 형태가 많은 모노 푸셔의 독특한 외관이 장점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모노 푸셔의 디자인으로 크라운의 두께를 약간 얇게 만들어 푸시 버튼을 지금보다 더 돌출되도록 했으면 어떨까 하는 것인데요. 실제 조작시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시각적으로 버튼을 꾹 눌러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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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지름은 42mm, 소재는 플래티넘이며 케이스 전면이 유광의 폴리시 가공을 했습니다.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된 하모니의 케이스는 어떤 각도에서 봐도 아름다운데요. 다른 쿠션 케이스도 대체로 그렇지만 우아한 라인을 그리는 측면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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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다이얼에 비해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 케이스 백은 정반대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스플릿 세컨드가 컴플리케이션의 하나로 인정 받게 된 이유는 말 그대로 무브먼트의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칼리버 3500 역시 한 눈에 모든 것이 들어오지 않지만, 지긋이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있으면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익숙함이 전달됩니다. 요즘은 자동 무브먼트 그리고 크로노그래프 또한 자동의 시대로 수동 크로노그래프는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동 크로노그래프보다 수동 크로노그래프가 훨씬 아름답다는 사실이죠.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를 잘 알고 있었던 듯 아름다운 수동 크로노그래프 구조에 기반한 스플릿 세컨드를 완성해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말테 크로스를 새긴 두 개의 컬럼 휠과 센터 휠 위에 배치한 클램프 같은 스플릿 세컨드 고유의 구조적인 부분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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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트레인(Going Train)과 크로노그래프를 연결하는 방식에 있어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시대인 요즘은 버티컬 클러치가 작동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이유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만,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시대에서는 캐링 암이거나 스윙잉 피니언이 클러치의 선택지였습니다. 칼리버 3500은 그 중 캐링 암 방식을 사용합니다. 캐링 암은 구조적으로 아름답지만 스윙잉 피니언과 마찬가지로 회전하고 있는 휠(혹은 피니언)에 휠을 직접 붙이는 방식이므로 둘이 닿는 순간에 따라 충격이 발생해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튕기는 동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프릭션(Friction) 테크닉을 발휘합니다. 크로노그래프 작동에 의해 두 휠이 맞붙게 될 때의 마찰계수를 줄이고 두 휠 간의 간격을 0.4mm내로 두도록 해 접점 시 대단히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죠. 이것은 워치메이커의 역량이 좌우하는 부분이 크며 정확한 스타트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실제로 푸시 버튼을 눌러보면 상당히 부드러운 조작감과 매끄러운 크로노그래프 바늘의 이동을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프릭션 테크닉의 영향은 아니지만 태생적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가고자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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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방향 퍼리페럴 로터를 이용한 와인딩 기어 / 울트라 씬이면서 브레게 오버코일을 사용한 클래식한 스크류 밸런스와 스완넥 레귤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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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반전은 줄곧 마치 수동 스플릿 세컨드인냥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 칼리버 3500은 자동입니다. 무브먼트 바깥쪽에 보이는 톱니와 링을 절반으로 자른 모양의 골드 웨이트가 그 증거(?)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퍼리페럴(Peripheral) 방식의 로터로 무브먼트 주위를 도는 방식입니다. 풀 로터처럼 두께를 차지하지 않고, 마이크로 로터처럼 주요한 수평 공간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자동 스플릿 세컨드이면서 무브먼트 두께 5.2mm, 케이스 두께 8.4mm에 불과 합니다. 울트라 슬림이라고 자칭하는 데이트 기능의 자동 시계보다 훨씬 얇은 수치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스플릿 세컨드입니다. 이는 퍼리페럴 로터의 덕분인데요. 브레게, 예거 르쿨트르, 오데마 피게가 같은 방식을 사용해 울트라 슬림을 구현한 바 있는데, 그들과의 차이는 두께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잡아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로터는 풀 와인딩이 되면 스스로 회전을 멈추는 독자적인 록킹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풀 와인딩에서 파워가 약간 떨어지면 록을 풀어 다시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일반적인 자동 무브먼트의 경우 풀 와인딩 상태에서도 계속 로터가 회전하면서 동력을 축적하도록 하는데, 과잉 와인딩을 배럴 내부에서 방지하고 있습니다. 칼리버 3500의 방식은 이에 비해 더욱 적극적이며 배럴 토크의 유지에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네요. 마지막으로 골드 웨이트(로터)의 표면은 화려한 조각으로 수놓았는데 과거 회중시계의 밸런스 콕에 새겼던 패턴을 재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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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세컨드 특유의 구조적 복잡함과 함께 레버, 스프링의 우아한 곡선과 제네바 실에 걸맞는 피니시가 이뤄지며 시계 예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이것은 기계식 시계 궁극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를 2000년대부터 실물을 통해 접해왔지만 이번 Ref. 5400S는 제대로 작심이라도 한 듯한 완성도입니다. 오버스럽게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의 바쉐론 콘스탄틴이 만든 게 아니다라고 느껴질(혹은 꽤 과거의 만들었다고 느껴질) 정도이며, 사실 무브먼트의 전반적인 스타일도 이 느낌을 갖게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일조합니다.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가장 기본적인 조작에 대해 잊을 뻔 했는데요. 크라운 포지션은 0, 1로 단순합니다. 포지션 0에서 수동 와인딩, 1에서 시간 조정으로 와인딩은 대단히 매끄러운 느낌이, 조작은 크라운을 돌리는 만큼 바늘이 움직여 직관적입니다. 크라운을 관통하는 푸시 버튼은 크로노그래프처럼 조작할 수 있는 기본(?) 푸시 버튼입니다. 2시 방향의 사각형 푸시 버튼이 스플릿 버튼이며 두 버튼의 조작감 역시 매우 부드럽습니다. 랑에의 다토그래프처럼 기억에 남을 정도로 특징적인 손맛은 아니지만 부드러움이라는 측면에서는 손에 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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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케이스에는 다크 블루의 앨리게이터 스트랩이라는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공식은 이 모델에서도 대입됩니다. 버클은 말테 크로스의 절반이 드러나는 버터 플라이 방식의 디-버클을 사용합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버클이 상당히 묵직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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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작업을 하며 대단히 즐거웠던 이유는 시계 아름다움이라는 황홀한 자극의 역치가 생겨 어지간해서 큰 반응을 하지 않던 저를 흔들어 깨웠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한 개인적인 감정을 싣지 않으려고 하는 제 리뷰 방침(?)을 군데군데에서 깨뜨려야 할 정도였는데요. 반대로 슬펐던 이유는 열 점만 생산하기로 한 Ref. 5400S의 주인이 이미 모두 결정되어 실물을 볼 기회가 앞으로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운이 좋다면 아주 우연하게 시계 주인의 손목 위에서 반짝이는 Ref. 5400S를 보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 때는 꼭 로또를 한 장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촬영 : 2nd Round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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