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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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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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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코의 다이버 워치는 1965 150m 방수의 Ref. 6217로 시작됩니다. 스위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1950년대 초반부터 다이버 워치의 기본이 정립되어 방수기술 측면에서 점차 완숙기에 접어들게 되는 때였습니다. Ref. 6217는 단순히 방수 능력을 가늠하는 수치로 보았을 때 그다지 특별하다고 할 수 없었으나, 3년 뒤엔 1968 300m 방수를 달성하며 다이버 워치로는 충분한 수준으로 올라섭니다. 물론 이보다 앞서있던 스위스의 경우 롤렉스가 포화잠수에 대응하는 씨드웰러를 1967년에 발표했고 프로페셔널 다이버를 위해 만들었던 모델인 만큼 방수성능도 뛰어나 약 600m의 방수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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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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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6159 (1975년)


첫 다이버 워치를 만든 이후 세이코가 스위스 메이커를 따라가는 형태였지만 1975년에 접어들어 신기원을 이룩하게 됩니다. 다이버 워치 최초로 티타늄 케이스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염수와 직접 접촉하는 다이버 워치의 내부식성을 고려한 것이었고, 이보다 케이스를 보호하는 일종의 가드 형태를 덧씌운 디자인이 더욱 특징적이었는데요. 이것은 지금의 마린마스터 프로페셔널로 이어져 세이코의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때 포화잠수에도 대응하기 시작했죠. 헬륨을 사용하는 잠수법인 포화잠수는 헬륨이 케이스 내부로 들어와 다이버가 수면으로 상승시 부피가 팽창하여 문제를 일으켰는데, 세이코는 헬륨가스를 배출하는 방법 대신 특별하게 고안된 고무패킹을 이용해 헬륨의 침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으로 기밀성을 강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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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그랜드 세이코 Ref. SBGA031G는 처음으로 다이버 워치에 티타늄을 사용한 세이코의 다이버 워치의 역사를 보여주는 모델로 역시 티타늄 정확하게는 인 하우스에서 만드는 브라이트 티탄을 사용한 모델입니다. 같은 모델이나 일본 내수용 리퍼런스인 Ref. SBGA031와 케이스 소재가 스테인리스 스틸의 Ref. SBGA029는 일본의 그랜드 세이코 마스터 숍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1965년에 시작해 제법 긴 역사를 지니는 세이코 다이버 워치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프로페셔널 지향으로 방향성이 흘러가게 됩니다. 프로페셔널 다이버가 직접 착용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후 디지털 다이빙 컴퓨터의 형태로도 이어집니다. 여기에서 현재의 상황을 본다면 프로스펙스 라인의 마린마스터 프로페셔널에 그랜드 세이코의 다이버 워치가 등장하며 실제생활 중심의 고급형 다이버 워치가 더해진 모습인데요. Ref. SBGA031G에 부여된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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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보면 다이버 워치의 전형입니다. 다이버 워치의 상징인 역회전방지 베젤이 있고 여기에는 1분 단위로 표시가 되어있고, 15분까지의 표시를 달리 하지 않았습니다. 조작이 쉽도록 커다란 직경을 지닌 크라운과 크라운 가드, 뚜렷한 시인성을 지닌 다이얼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군요. 그러나 방수 능력은 강렬한 이미지의 외관과 달리 200m입니다. 이것은 프로페셔널 지향의 라인과 겹치지 않으려는 의도와 이 모델의 컨셉트를 분명하게 하게 위해서 일부러 방수 능력을 제한했다는 느낌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실제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다이버 워치로 요즘 대부분의 다이버 워치가 육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를 수용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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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이버 워치 만들기에 자부심이 있는 세이코서는 이런 성격을 부여했다고 해도 대강 만들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이코 워치의 일본어 홈페이지를 보면 디자이너인 쿠보 신이치로(久保進一)의 인터뷰가 있는데요. 이를 보면 다이버 워치에서 중요한 시인성 측면을 크게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 Ref. SBGA031G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이 바늘이었는데요. 가벼운 티타늄으로 만들어 구동에 무리가 없도록 하고, 이를 통해 가능한 한 바늘의 면적을 크게 가져갈 수 있었다는 의도로 이것은 시인성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오버사이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커다란 바늘은 그 면적에 어울리는 넉넉한 야광도료를 올렸고, 이것은 발광 시에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늘치곤 제법 면을 드러낸 독특한 형태이기 때문에 표면의 가공도 소홀히 할 수 없었는데, 디테일의 그랜드 세이코답게 표면을 매트하게 처리한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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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보 신이치로의 인터뷰를 계속 읽어보면 인덱스에 관한 부분이 있는데요. ‘일체화가 아닌 다이얼에 심은 인덱스다라는 부분과 만나게 됩니다. 번역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심은 인덱스라고 하면 일반적인 인덱스 고정 방법을 뜻하는 것 같은데요. 다이얼에 작은 구멍을 뚫고 가는 핀이 달린 인덱스를 구멍에 끼운 뒤 고정하므로 접착방식이 아니면 일반적인 형태로 이런 것이 강조할 만한 부분인가 의아했습니다. 또 일체화라는 단어가 거슬렸는데요. 마린마스터 프로페셔널을 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다이얼 위에 야광염료를 올린 형태로 혹시나 심은 인덱스가 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프로프셔널 모델의 경우 대체로 일체화 인덱스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다이버의 안전을 가장 우선하기에 가능한 디테일로 Ref. SBGA031G에서는 일체화는 아니나 단단히 고정한 입체적인 인덱스를 사용했습니다. 광택을 억제한 블랙 매트 다이얼에 올려 놓은 인덱스 역시 바늘 못지 않게 큼직하며 야광의 양도 많아 보입니다. 야광의 금속 테두리처리는 기능적으로는 크게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랜드 세이코다운 디테일로 디자이너가 강조하고자 하는 요소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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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넓은 베젤의 위에는 커다랗게 10분 단위로 숫자가 올라가 있고 베젤의 질감은 마치 세라믹 같습니다. 하지만 세라믹은 아니며 블랙 하드 코팅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회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회전 베젤의 코인 처리가 상당히 터프하여 남성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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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44mm, 두께 14mm로 그랜드 세이코로는 상당히 커다란 사이즈입니다. 그 덩치에서 착용하면 무겁겠구나 싶지만 브라이트 티탄의 케이스는 이것을 완벽하게 배신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경우 꽤 무겁지 싶습니다만, 케이스 크기에 비해 경쾌한 착용감입니다. 드레스 워치로 볼 수 있는 그랜드 세이코의 케이스 디자인을 다이버 워치에서 응용하였으나 오히려 이쪽이 더 비율이 좋아 보입니다. 케이스 지름 대비 다소 통통한 느낌의 드레스 워치의 그랜드 세이코에 비해 지름과 두께 비율이 괜찮아 보입니다. 케이스 백은 솔리드 백이며 ‘Air Diver’s 200m’이라는 각인을 보게 되는데요. 이것은 산소와 질소를 사용한 다이빙에 적합하다는 의미로 다른 200m 방수의 다이버 워치에도 들어가는 문구로 프로페셔널 모델과 다시 한번 구분 짓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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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 워치 답게 클라스프는 다이버 익스텐션이 적용되었고 클라스프를 모두 연 상태에서 쉽게 늘이고 줄이는 게 가능합니다. 닫을 때에는 이중 잠금 방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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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R65


케이스 속에 밀폐된 무브먼트는 세이코의 독자 방식인 스프링 드라이브의 칼리버 9R65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자동 무브먼트와 쿼츠를 융합한 구조죠. 로터가 회전하며 태엽을 감고, 태엽이 풀리면서 전류를 발생해 스프링 드라이브의 두뇌인 수정진동자를 움직이게 하는데요. 지금과 같은 완성도를 지니기까지 몇 가지 난제가 있었고 이후 이를 해결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기계식의 물 흐르듯 움직이는 초침(구체적 이름)인데 이것의 구현이 쉽지 않았다고 하죠. 초침의 움직임을 보면 기계식처럼 움직이나 좀 더 매끄럽습니다. 해상도가 더 높다고 해야 할까요. 파워리저브는 72시간이며 배럴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소 유사한 컨셉인 키네틱에 비하면 짧은 편이고, 오차는 쿼츠의 장점을 살려 한달 오차 ±15초에 불과합니다. 크라운 조작 방법은 스프링 드라이브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크류 다운 크라운이므로 돌려 푼 상태에서 와인딩, 날짜 조정, 시간 조정순 입니다. 수동으로 와인딩 할 때는 느낌이 좀 독특해서 인상적인데요. 세이코의 6S시리즈 크로노그래프를 감을 때처럼 한번 감아보면 다음에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큼 크라운 돌릴 때의 질감이 독특합니다.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7시 방향으로 톤을 삼 단계로 달리해 동력의 남은 양을 가늠케 합니다. 이미지가 없는 것이 좀 아쉽긴 한데, 크라운을 돌려 풀면 크라운 스템을 보호하는 파이프가 드러나는데 여기에 한 줄의 라인을 돌려 놓았습니다. 아마 크라운이 풀려있음을 나타내는 경고 역할을 한다고 할 수도 있겠고, 크라운의 현재 포지션을 나타내기 위함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다른 다이버 워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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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SBGA031G가 어떠한 시계냐에 관한 결론은 리뷰 처음에서부터 계속 언급을 했었는데요. 그랜드 세이코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다이버 워치로 현재 다이버 워치의 현실적인 사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급 다이버 워치의 수요를 충족하게 되는데 이는 그랜드 세이코가 본격적인 스포츠 워치로 영역을 확대했으며 또 사람들이 어떤 시계를 요구하는지는 드러내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Ref. SBGA031G는 장르적인 측면에서 그랜드 세이코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어 즐거운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사진 촬영 : 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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