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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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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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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Chopard)의 대표 시계 컬렉션이라 하면 여러분들은 머릿속에 무엇부터 떠오르시나요? 

자동차와 모터레이싱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스포츠 시계 밀레밀리아를 먼저 떠올리실테고, 
여성분이라면 다이얼 안에 다이아몬드가 부유하는 형태의 해피 다이아몬드와 해피 스포츠 컬렉션을 떠올리실 줄 압니다. 

그런데 우리 회원님들 중에서 L.U.C부터 떠올리신 분이 계시다면, 시계매니아로서의 자질이 충분하시다고 감히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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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발표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1.96(현재는 96.01-L으로 칼리버명 변경됨). 


브랜드 설립자 루이-율리스 쇼파드(Louis-Ulysee Chopard)의 풀네임 이니셜을 따서 1996년 론칭한 L.U.C는 두말 할 필요없이 쇼파드의 플래그십 컬렉션입니다. 

ETA 칼리버를 주로 탑재하는 밀레밀리아와 해피 스포츠와 달리 L.U.C 라인은 전모델 100% 자사에서 설계, 생산, 조립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비롯해, 까다롭기 소문난 하이엔드급 무브먼트 검증 기준인 푸와송 드 제네브와 퀄리테 플러리에까지 받고 있습니다. 

쇼파드 L.U.C 라인의 시계와 무브먼트를 둘러싼 이 같은 내밀한(?) 정보를 전해 듣기에 앞서, 
사전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이조차도 매장에서 L.U.C 시계를 한번이라도 실제로 만져보게 된다면, 
L.U.C가 왜 브랜드의 기함(旗艦)인지, 그리고 왜 쇼파드가 그토록 자랑할만 한지를 몸소 느끼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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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발표한 대표적인 현행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 L.U.C 퍼페추얼 T. 


쇼파드가 창립자의 이니셜까지 빌려와 L.U.C를 론칭한 데는 분명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브랜드의 원류를 잊지 말자는 취지인 동시에 어느 순간 놓쳐버린 고급 시계 제조사로서의 존재감을 되찾기 위한 의지의 발현이었던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L.U.C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론칭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시계를 좀 알만한 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대표적인 하이엔드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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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노벨티인 L.U.C 1963(사진 좌측 모델)과 L.U.C 1963 크로노그래프(사진 우측 모델). 


그리고 지난해(2014년)는 쇼파드로서 의미가 큰 한 해였는데요. 
창시자의 후손인 쇼파드 가문에서 독일계 슈펠레(Scheufele) 가문이 메종을 인수한지 꼬박 5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입니다. 

슈펠레 가문에 인수되기 이전의 쇼파드는 비교적 유럽 안에서만 이름이 알려진 조금은 신비로운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슈펠레 가문이 경영권을 쥐고 나서부터는 진취적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시켰고 시계 뿐만 아니라 주얼리까지 아우르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지요.  

이렇다 보니 쇼파드는 슈펠레 가문의 메종 인수 50주년을 기념한 두 종류의 특별한 한정판을 발표하게 됩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으로 첨부한 L.U.C 1963과 L.U.C 1963 크로노그래프가 바로 그것입니다. 

두 시계 다 보시다시피 18K 로즈 골드 케이스에 19세기 말 자사의 회중시계 디자인에서 착안한 로만 인덱스 다이얼, 
그리고 각각 50개 한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새로 개발한 자사 수동 칼리버를 탑재했다는 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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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타임온리 형태의 L.U.C 1963과 수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L.U.C 1963 크로노그래프 사이에서 한참을 저울질 끝에 
좀더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그간 잘 다루지 않았던 수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공식 리뷰 시계로 선정했습니다. 

지난해 말(12월 초) 국내에 2014 바젤월드 노벨티와 일부 익스클루시브 피스가 전시차 입고됐을 당시에 
판매용이 아닌 까르네 모델을 가지고 사전 촬영에 들어갔으며, 그 결과물을 여러분들은 이번 리뷰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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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펠레 가문 경영 50주년을 기념한 L.U.C 1963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161964-5001)은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단 50개만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자동(오토매틱)이 아닌 수동(매뉴얼)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쇼파드는 이미 2006년 L.U.C 론칭 10주년을 맞아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와 시계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개발은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꽤 높은 영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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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발표한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L.U.C 03.03-L(사진 좌측)와 
2014년 발표한 첫 인하우스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L.U.C 03.07-L(사진 우측).


L.U.C 03.07-L은 사실상 앞서 발표한 자사 자동 L.U.C 03.03-L 칼리버의 수동 버전입니다. 
위 첨부한 두 칼리버의 사진을 비교해 보시고 눈썰미 빠른 분들은 바로 눈치 채셨을 줄 압니다. 

대체로 그간 스위스 제조사들은 수동 무브먼트를 먼저 제작한 다음 모듈을 추가하거나 
울트라 씬 계열은 마이크로 로터를 다는 식으로 자동 베리에이션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수동 보다는 자동이 업계의 메인스트림을 장악하고 있다보니, 최근에는 반대로 자동 칼리버 베이스를 바탕으로 
로터를 제거하고 일부 브릿지를 드러내는 식으로 해서 수동 버전으로 만드는 예가 종종 눈에 띄고 있습니다(ex. 오메가와 피아제). 

또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 자체가 컴플리케이션이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설계의 자사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제작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인하우스 베이스로 이래저래 활용하는 편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훨씬 용이합니다. 고로 새 칼리버 제조 기술이 있고 없고의 차원과는 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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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SIHH에서 공개될 피아제의 알티플라노 크로노그래프 모델과 새 자사 수동 883P 칼리버. 
  칼리버 두께 4.65mm 케이스 두께 8.24mm로 현존하는 가장 얇은 수동 크로노그래프 시계입니다. 
883P 칼리버 역시 기존의 구버너 크로노그래프에 탑재되온 자동 882P 칼리버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쇼파드처럼 로터를 제거하고 수동으로 개조한 형태임).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쇼파드는 브랜드 최초의 자사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L.U.C 03.07-L)를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칼리버가 가진 강점은, 이미 자동 버전으로 충분히 작동 안정성이 입증된데다 꾸준한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  
그리고 COSC와 제네바 인증까지 획득해 크로노미터 급 성능과 무브먼트의 장식적인 요소까지 더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존 자동 버전인 L.U.C 03.03-L 칼리버는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과 자체적인 5 포지션 등시성 테스트를 거치기는 했지만, 
무브먼트 자체가 제2 공장인 플러리에 매뉴팩처서 제작되다 보니 제네바 인증까지는 획득하지 못했던 점과 차이를 갖는 점입니다. 

반면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L.U.C 03.07-L 칼리버는 본사가 위치한 제네바 메이린 매뉴팩처 내에서 제작, 조립함으로써 제네바 인증 획득이 가능해졌지요. 
또한 이 지점에서 플러리에와 제네바 매뉴팩처의 서로 조금씩 다른 무브먼트 제작 기준 같은 것도 어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적어도 L.U.C용 칼리버에 한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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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엔드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한 모범적인 표준인 바쉐론 콘스탄틴의 1141 칼리버와 
  이를 탑재한 현행 트래디셔널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47192/000R-9352). 


쇼파드의 L.U.C 1963 크로노그래프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이번 리뷰를 기회 삼아 
하이엔드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한 경향과 역사적인 흐름을 되짚어 보는 자리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우선 예로 든 바쉐론 콘스탄틴의 1141 칼리버는 수동 크로노그래프 매니아시라면 한눈에 알아보실 르마니아(Lemania, 누벨 르마니아) 2320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2320은 비단 바쉐론 콘스탄틴 뿐만 아니라, 파텍 필립과 브레게에서도 각각 사용된 바 있지요. 파텍 필립은 27-70q로, 브레게는 533.2로 각각 칼리버명을 달리 부르지만요.
 
그리고 2320보다 앞서 발표된(스완넥이 생략되고 주얼수가 변경된 버전인) 르마니아 2310 칼리버 또한 파텍 필립(2872 & CH 27-70 칼리버)에서 오래 사용돼 왔습니다. 
르마니아 2310/2320 베이스는 그간 파텍 필립을 거치면서 크로노그래프 & 퍼페추얼 캘린더 형태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모델로도 세계적이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요... 

반면 오메가 또한 초창기 스피드마스터 모델에 르마니아 2310 베이스의 321 칼리버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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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 르마니아가 스와치 그룹에 흡수되면서 어부지리격으로 덕을 본 브랜드로는 브레게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위 사진으로 첨부한 그것은, 르마니아 2320 에보슈를 바탕으로 스켈레톤 & 인그레이빙 가공 처리한 533.2 SQ 칼리버와 
이를 탑재한 오픈워크 클래식 크로노그래프 5284 모델입니다. 지난 2013년 온리워치 경매에 출품된 단 하나 제작된 유니크피스이고요.  

이처럼 브레게는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의 명기인 르마니아 베이스를 현재까지도 소량 한정 생산해 일부 익스클루시브한 모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  2010년 발표한 Ref. 5170 모델과 여기에 탑재된 CH 29-535 PS 칼리버. 


하이엔드 수동 크로노그래프 하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파텍 필립입니다. 

파텍 필립하면 자사의 모든 시계를 다 인하우스 베이스로 소화할 것 같지만 앞서도 말씀 드렸듯 최근까지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르마니아 에보슈를 두고 두고 간직하며 아주 영리하다 싶게 잘 활용했지요. 

CH 27-70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탑재한 투 카운터 형태의 펄세이션 스케일 다이얼을 갖춘 5070 시리즈가 이미 1990년대 말 좋은 반응을 얻은바 있는데, 
파텍 필립은 비슷한 디자인의 리뉴얼 버전인 5170 시리즈를 2010년 바젤월드에서 공개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의 출현을 알렸습니다. 

2010년 버전 5170J 모델에 탑재된 CH 29-535 PS 칼리버는 놀랍게도 파텍 필립의 진정한 첫 인하우스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입니다. 

기존 밸쥬나 르마니아 베이스도 제 기준엔 파텍 필립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라고 생각합니다만(왜냐면 에보슈에 엄청난 가공과 이들만의 수정을 가했으므로),  
그 설계 또한 새롭기를 주장하는 IHM 순수주의자들에겐 CH 29-535야말로 파텍 필립의 첫 인하우스 수동 크로노 칼리버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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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페리고 1966 컬럼휠 크로노그래프와 GP03800-0001 무브먼트. 



그리고 제라드 페리고 또한 최근에서야 GP03800-0001라는 첫 인하우스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갖게 되었지요. 

쇼파드를 비롯해 제라드 페리고도 왜 하필 이 시점에 와서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와 시계를 선보이게 되었을까요? 
단지 컬렉션 베리에이션을 위해서? 이미 두 브랜드는 각 대표 컬렉션을 통해 베이직 모델서부터 오뜨 오를로제리까지 두루 섭렵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 굳이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와 시계를 발표한 것은, 수동 크로노그래프가 하이엔드 제조사들 사이에서 갖는 모종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파텍 필립, 랑에 운트 죄네,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오데마 피게, 몽블랑(미네르바) 등 극히 일부 메이커만이 하이엔드급 수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제조하고 있고, 
이중에서도 순수하게 자사 설계 제조한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만드는 제조사는 실상 몇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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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파드 L.U.C 03.07-L 칼리버. 


고로 쇼파드가 L.U.C 03.07-L 칼리버를 개발해 발표한 것은 단지 컬렉션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로서의 확고한 기술력과 제조 기반을 갖춘 이들의 드높은 자긍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더 복잡한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하이비트 자동 크로노그래프 등도 개발해온 이들이지만 
하이엔드 제조사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의 대상인 완전한 인하우스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갖춤으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간 행보를 보여준 것이지요. 

마침 쇼파드의 공동 운영자 칼 프레드리히 슈펠레(Karl-Friedrich Scheufele) 회장이 수동 크로노그래프 프로젝트와 관련해 밝힌 다음과 같은 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는 언제나 핸드 와인딩 방식의 크로노그래프 시계 제작을 꿈꿔왔습니다. 전통적인 시계 제작 방식의 정수를 가장 순수하고 우아한 형태로 표현하는 크로노그래프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 모델은 2006년 L.U.C 크로노 원(L.U.C Chrono One) 런칭 직후 개발이 시작되었고, 저에게 있어 또 하나의 꿈을 이룬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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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는 2014년 18K 로즈 골드 케이스의 L.U.C 1963 크로노그래프 한정판 모델 외에도  
스틸 케이스 & 블랙 다이얼의 50개 한정 L.U.C 1963 크로노그래프 퓨리스츠 에디션(Ref. 168556-3001)을 제작 발표한바 있습니다(위 사진 참조, 단 날짜창은 사라짐). 
이 시계는 세계적인 온라인 시계 커뮤니티 퓨리스츠(PuristS)의 회원들을 위해 제작된 것이라고 하네요(참고로 퓨리스츠에는 쇼파드 포럼이 따로 독립돼 있습니다). 


서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L.U.C 1963 크로노그래프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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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이얼부터 보시지요. 

순백의 포셀린 다이얼을 사용한 타임온리 형태의 L.U.C 1963 모델과 달리, 
L.U.C 1963 크로노그래프는 은은하게 선버스트 새틴 브러시드 처리된 실버톤 다이얼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L.U.C 컬렉션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이자 자사의 역사적인 회중시계 디자인에서 착안한 도톰한 블랙 로만 인덱스가 균형감 있게 프린트되었습니다. 

L.U.C 1963 모델이 로만 인덱스 안쪽에 레일로드 형태의 미닛 트랙이 놓여져 있다면, 
L.U.C 1963 크로노그래프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표시하는 초단위의 세밀한 눈금이 다이얼 외곽에 프린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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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쓰리 레지스터(혹은 쓰리 카운터) 형태의 안정적인 레이아웃이 돋보이며, 
단차가 있는 서브 다이얼 중 6시 방향의 그것은 스몰 세컨드(영구 초침)를, 3시 방향은 30분 카운터, 9시 방향은 12시간 카운터를 가리킵니다. 

이중 3시와 9시 방향의 핸드만 레드 페인티드 핸드를 사용해 시인성을 고려하고 있네요. 
센트럴 크로노그래프 초침 역시 레드로 덧칠해 자칫 너무 중후하게만 보일 수 있는 시계의 얼굴에 과하지 않은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장 케이스와 동일한 색상의 골드 핸즈로는 쇼파드 L.U.C 라인의 특징 중 하나인 도피네 퓨제(Dauphine-fusée) 타입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4시에서 5시 방향 사이에 날짜창을 두었습니다. 6시 방향 스몰 세컨드 다이얼과 겹치게 위치시켰더라도 좋았겠지만 비스듬한 날짜창도 특유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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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42mm의 케이스는 측면만 브러시드 마감 처리하고 나머지 베젤이나 러그 상단, 크라운 및 푸셔 테두리 같은 눈에 띄는 부분은 모두 폴리시드 가공 처리했습니다. 

제네바 매뉴팩처 내에서 골드 및 스틸 케이스의 주조, 단련, 가공 처리까지 전부 인하우스로 완성하며,
작년 초 직접 매뉴팩처 시설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한 바 있지만 쇼파드는 매우 수준높은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 가공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 쇼파드 제네바 메이린 매뉴팩처 탐방기 참조: https://www.timeforum.co.kr/TimeForumExclusivBaselSIHH/10327014
  
다이얼 전면에는 어느 각도에서도 가시성을 보장하는 반사방지 코팅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탈 소재가 사용되었으며, 살짝 돔 형상을 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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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다이얼과 수려하게 가공된 케이스는 이처럼 군더더기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드레스 워치 사이즈로는 다소 크게 느껴지는 42mm 지름도 오밀조밀 꽉찬 다이얼 덕분에 가시적으로는 오히려 알맞게 보입니다. 

크로노그래프 시계 본연의 기능적으로 본다면, 
2시 방향의 크로노 스타트 푸셔를 누르면 레드 크로노 초침이 작동하며, 
플라이백 기능이 추가돼 정지 없이 바로 제로 리셋이 가능합니다. 
또한 푸시인 크라운을 2단까지 빼면 핵기능도 있습니다.  

수동 감기시 초반부터 기분 좋은(?) 텐션이 느껴졌으며 와인딩 회수를 거듭할 수록 묵직하면서도 너무 우둔하지 않게 또르르 또르르 감기는 특유의 경쾌함이 있었습니다. 
자동 베이스를 수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와인딩 스템 역시 좀더 두껍고 견고한 것으로 교체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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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 모습입니다. 

케이스백은 6개의 일자 스크류로 고정돼 있으며, 여느 브랜드들과 달리 흡사 경기장을 보는 듯한 비스듬한 골드 플랜지가 무브먼트 외곽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 골드 소재의 플랜지에는 '쇼파드 매뉴팩처' '1963 크로노그래프' 'LUC' 이니셜, 한정판 넘버 등이 제법 깊고 두툼하게 레이저 인그레이빙 처리돼 있습니다. 

이렇듯 아레나(경기장) 형태의 독특한 케이스백을 채택함으로써 오히려 케이스백의 생활 스크래치 방지 및 심도가 있어 무브먼트가 한결 강조돼 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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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실버(니켈과 구리계 합금으로 실제 실버는 함유되지 않았음. 랑에 운트 죄네의 저먼 실버와 유사) 소재의 무브먼트는 크게 투톤 처리돼 있습니다. 

조밀하게 페를라주 가공된 바텀 플레이트는 골드 도금으로 마감해 한눈에도 화려하면서도 복고적인 느낌을 주며, 
주요 휠을 덮고 있는 상단 브릿지들은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 가공과 함께 로듐 도금 처리되었습니다. 

그밖의 오퍼레이팅 레버와 클러치 레버, 클러치 요크, 리셋 해머, 브레이크 레버와 같은 크로노그래프 기능 작동과 관련된 부품들은 
브러시드 마감된 스틸 소재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 각각의 고정 스크류 헤드는 전부 폴리시드 마감되었네요. 



- L.U.C 03.07-L 칼리버 관련 공식 필름. 


각 브릿지의 모서리도 전부 수공으로 마감되었으며, 앵글라주 처리된 사면각은 미러 폴리싱 처리까지 되었습니다.  
혹자는 브릿지 에지 가공 처리만 봐도 이 무브먼트가 하이엔드급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한다고도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까다롭게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제작자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무브먼트입니다.   

기본적으로 L.U.C 03.07-L 자체가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칼리버가 아닌데다, 
한정판 형태로 작년에만 50개(로즈 골드 버전) + 50개(스틸 버전) 총 100개만 제작된지라 일반 무브먼트 보다 피니싱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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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 03.07-L 칼리버는 위 무브먼트 사진 보시다시피 전통적인 컬럼휠과 모던한 버티컬 클러치(Vertical clutch, 수직 클러치)를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8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컬럼휠은 기둥에 걸린 클러치 레버와 리셋 해머를 제어하면서 크로노그래프 조작을 스무스하면서도 정확하게 돕는 역할을 합니다. 
L.U.C 03.07-L은 플라이백 기능까지 있다 보니 이를 관장하는 별도의 레버(혹은 기어 형태?)가 추가돼 좀더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 사진 속에서 컬럼휠 위쪽에 자리한 칼리버명과 주얼수 등이 음각된 브릿지 하단에 수직 클러치 구성 부품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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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수평 클러치(Horizontal clutch)와 달리 수직 클러치는 센터 크로노그래프 휠 아래로 복층 구조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무브먼트 상단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요. 
옆으로 기울여서 보면 하단에 클러치 휠(세컨드 휠과도 맞물려 항상 회전함)이 상단에 센터 크로노그래프 휠이 한 축에 놓여질 걸 그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직 클러치를 사용한 무브먼트는 프레드릭 피게의 자동 크로노 명기인 1185 칼리버를 비롯해 태그호이어 1887, 오메가 9300/9301, 롤렉스 4130, 브라이틀링 B01 등 
셀수 없이 많은 모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휠의 튕김이나 마모 또한 예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평입니다. 




- 2000년도 초반에 발표한 모리스 라크로아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한정판과 여기에 탑재된 비너스(Venus)의 전설적인 175 기반의 ML36 칼리버. 


반면, 앞서 열거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1141(Lemania 2320 based)와 파텍 필립의 CH 29-535 PS, 몽블랑 MB M13.21(미네르바), 제라드 페리고의 GP03800-0001,  
그 외엔 밸쥬 71, 비너스 175와 론진 13ZN과 30CH, 랑에 운트 죄네의 L951.6, 자동으로는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등이 대표적으로 수평 클러치를 사용한 예입니다. 




- 랑에 운트 죄네의 다토그래프 Up/Down과 L951.6 칼리버. 


수평 클러치는 클러치 휠, 센터 크로노그래프 휠, 세컨드 휠 등을 말 그대로 수평으로 펼쳐놓은 구조라서 시각적으로 더 무브먼트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단점은 각 휠이 접촉할 때의 충격으로 핸드의 튕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스타트 작동시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갑자기 점프해 나가는 경우)과 
잦은 크로노그래프 작동시 휠의 이른 마모와 자칫 밸런스 휠의 진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그만큼 더 예민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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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 L.U.C 03.07-L 칼리버의 직경은 28.8mm에 두께는 5.62mm로,  
기존 자동 베이스  L.U.C 03.03-L 칼리버(두께 7.6mm)에서 22K 로터와 브릿지 일부를 들어냄으로써 한결 얇아졌습니다. 

이로써 케이스 역시 크로노그래프 시계치고는(약간 돔형 글라스 감안하더라도) 그리 두껍지 않은 11.5mm 두께가 되었네요(자동 모델은 14mm가 조금 넘었음). 

시간당 진동수는 28,800 vph(4 Hz)이며, 파워리저브는 기존 자동 베리에이션과 동일한 60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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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밸런스 브릿지 부분도 주목할 만합니다. 

쇼파드는 바리너 밸런스(Variner balance)로 불리는 자체 특허를 받은 일종의 프리스프렁 밸런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밸런스 휠 가장자리에 위치한 웨이트를 안으로 혹은 바깥으로 돌리는 식으로 관성 모멘트를 조정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밸런스 합금 얼로이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니바록스 파르의 글루시듀르와 비슷하거나 더욱 개선된 재질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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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쇼파드는 일반적인 브레게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이 아닌 필립 터미널 커브(Phillips terminal curve)라는 색다른 오버코일 헤어스프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타입은 H.모저앤씨에서도 사용된 바 있으며, 소재 자체의 탄성이 좋고 T자 모양의 부품을 통해 유효 길이를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L.U.C 03.07-L은 이렇듯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뜯어볼 수록 더욱 흥미로운 하이엔드급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입니다. 
희소성과 상징적인 가치, 게다가 COSC와 제네바 인증까지 동시에 획득함으로써 L.U.C 03.07-L은 앞으로 더욱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을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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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브라운 색상의 양면 엘리게이터 스트랩이 장착되었습니다(내피는 꼬냑 색상의 엘리게이터 가죽임). 
판매용이 아닌 전시 목적으로 잠깐 들어온 까르네 모델의 그것이라서 스트랩 퀄리티는 감안해서 봐주시고요. 

버클은 일반적인 핀 버클입니다. 케이스와 동일한 18K 로즈 골드 소재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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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도 보시겠습니다. 
케이스 직경 42mm이지만 크로노그래프 시계치고는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은데다(11.5mm) 러그 투 러그 길이가 짧다 보니 손목에서의 밸런스는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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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 라인 자체가 기본적으로 정장용 시계 카테고리에 들어가지만, 
예외적으로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특유의 스포티한 멋도 갖고 있기 때문에 수트 외 적당히 케주얼한 차림에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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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펠레 가문 경영 50주년을 기념한 L.U.C 1963 크로노그래프는 브랜드의 첫 인하우스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탑재한 상징적인 모델입니다. 

충분히 검증된 자동 베이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리뷰를 진행하는 동안 작동 안정성과 관련한 특별한 이슈는 발견하기 힘들었으며,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무브먼트의 뛰어난 마감 상태였습니다. 쇼파드를 두고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인지 아닌지 의구심을 품는 이들에게 
저는 일단 L.U.C 라인 중 제네바 인증이나 플러리에 인증을 받은 어떠한 종류의 시계라도 한번 직접 보고나서 판단하라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쇼파드가 진격 중입니다. 제네바와 플러리에 두 매뉴팩처를 양 날개로 거느리고 시계 제조사로서 이들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도약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 컬렉션인 밀레밀리아와 해피 스포츠가 브랜드를 달리게 하는 두 바퀴와 같다면, L.U.C 라인은 브랜드의 위상을 드러내는 휘장과도 같습니다. 

리뷰 협조: 
우림 FMG 

촬영 협조:
2nd Roun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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