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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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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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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Heuer Formula 1 383.513/1

 
1989년 무렵은 아직도 홍콩 배우였던 주윤발의 인기가 높았던 시기였는데 주로 느와르 계통의 영화들로 알려진 그의 영화와는 달리 휴먼 가족 영화인 "우견아랑" 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30대 이상이신 분들은 대개 보셨으리라 생각되는 이 영화는 존 보이트 주연의 미국 영화 챔프를 각색한 것으로 종목이 권투에서 바이크 레이싱으로 배경이 미국에서 홍콩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그 줄거리는 매우 흡사합니다.
 
당시 우견아랑은 상당한 히트를 하였는데 말보로 레드 각 담배의 유행이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할 정도로 열혈청년들 사이에서는 꽤 알아 주던 영화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양담배가 금지되었던 시절에는 주로 켄트, 윈스턴 등이 유행하였지만 홍콩 느와르 영화의 국내 도입 시기는 양담배 판매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데 그 후로 기존의 켄트, 윈스턴은 점차 사라지고 말보로 등이 뜨는 계기도 아마 여기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보면 조금 유치할 정도의 영화지만 감성적으로 보면 미국보다는 홍콩이나 일본 영화가 아무래도 우리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과는 관계없지만 당시로서는 태그 호이어의 존재를 잘 모르던 제가 접한 영화 속의 시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들과 재회한 엄마가 아들에게 선물을 주는 장면인데 이 엄마 역을 맡은 배우는 실비아 창으로 알려진 장애가입니다.
 
장애가는 개성파 연기자로 저는 최가박당에서의 거침없는 여형사 역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중견 연기자가 되어 있더군요
 
어쨌든 아들에게 권하는 선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태그 호이어의 포뮬러 1입니다.

 
결국 이 시계를 받게 된 아들은 후에 이 아줌마가 엄마라는 것을 알고 갈등하게 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메이커와 제품을 또렷하게 노출시킨 것은 마치 실미도의 루미녹스를 생각하게 하지만 연출로는 오히려 우견아랑 쪽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계는 영화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데 대개는 단편적인 것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후반부에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사실 이 영화는 태그 호이어로 도배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공항 대합실에서 아빠(주윤발)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이 꼬마는 베젤을 계속 돌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스운 일이기도 합니다만 이 시계와 베젤을 돌리는 장면이 매우 깊게 남았습니다.
 
당시에 친구들 중에도 세이코 다이버 시계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어 베젤 돌아가는 것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이를 영화로 보니 또 느낌이 다르더군요.
 
어쨌든 당시의 인상이 깊게 남아 비록 시계는 못 샀지만 명동의 중국 대사관을 뒤져 우견아랑의 오리지날 포스터는 입수하였습니다.
 
그런데 후에 대학에 들어가서 그 포스터를 기숙사 방에 붙였는데 우연히 놀러온 선배가 그를 보더니 대뜸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한잔 거하게 산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였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중국집에서의 요리들과 오가피주의 향연에 그만 양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느낀 것이었지만 그 선배는 그 영화의 광팬이었습니다.
 
일단 담배도 당시로서는 구하기 어려운 말보로 레드에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바로 영화 속의 그 시계였던 태그 호이어 포뮬러 1 이었습니다.
 
베젤의 색상은 블루였으므로 영화 속의 그 제품은 아니었지만 영화를 본 이후 감동을 먹어 친지들에게 수소문하여 홍콩에서 입수하였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또 감동하여 하나 더 있던 다른 버전의 우견아랑 포스터도 드렸지만 아는 사람에게 갔다는 점에서 지금도 제가 베푼 몇 안되는 선행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배의 친구들 중에도 우견아랑 팬들이 꽤 있어서 포뮬러 1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세상 넓다라는 것을 그 때 알기도 했습니다만 실제 영화 속의 시계를 보니 정말 장난감같아 실망해서 시계 자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후에 나이를 더 먹고 등산을 갔다가 우연히 그 시계를 찬 사람을 보았습니다.
 
조금 아는 정도의 사이었지만 평소에는 차고 있었던 시계는 까르띠에의 산토스였습니다.
 
야외에 나갈 때에는 주로 가벼운 시계를 하는데 마침 포뮬라 1을 차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다시 보게 되니 반갑기도 하고 예전처럼 장난감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그로부터 몇 달 후에 결국 입수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이긴 하지만 이미 그 당시에도 단종된 시계라서 막상 원하는 칼라를 구하기 어렵더군요.
 
영화에 나왔던 것은 스틸 케이스 제품입니다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다는 것을 보고 아예 장난감같은 느낌이 더욱 드는 플라스틱 케이스 모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 시계의 보급형 모델답게 이 모델은 크로노그라프 타입을 비롯하여 재질, 색상, 사이즈에 따라 매우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데 저는 블랙이 마음에 들더군요.
 
핑크나 오렌지 베젤 모델도 마음에 들기는 합니다만 나이억고는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일반적인 미드 사이즈 정도 크기인 이 제품은 케이스 지름이 35mm로(용두 제외) 파이버글라스 재질의 케이스와 베젤, 스테인레스 케이스백, 연질 플라스틱 밴드를 채용하였습니다.
 
 
다이얼의 내부 테두리는 레드 색상으로 이로 인해 시인성을 높히는 효과를 주며 그래서 더욱 더 이 블랙과 레드의 조합이 더 잘 어울립니다.
 
비록 작은 사이즈의 시계임에도 인덱스는 큰 편이라 시간이 쉽게 파악되는 점이 좋습니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것처럼 작은 사이즈의 시계치고는 베젤의 회전이 용이하여 심심하면 돌려 보는데 짜라락 하는 그 느낌이 가볍고 경쾌합니다.
 
이 시계를 스포츠 워치로 보시는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아직도 저는 이 시계가 장난감답다는 생각에 좋아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쿼츠 시계이므로 가끔 동네 나들이를 나서거나 사우나 등에 갈 때에 이 시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오토매틱 시계에 비해 쿼츠가 격이 떨어지기는 해도 마음내키는 대로 바꿔 찰 때를 생각하면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밴드는 러버라이즈드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만 연질의 플라스틱으로 그렇게 착용감이 좋지는 않습니다.
 
특히 오래 사용하면 표면이 끈적끈적해지고 스크래치 등에도 약합니다만 초기에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원래 이 시계의 밴드는 무지하게 긴 편으로 옷 위에 차도 될 정도입니다만 이는 왕손목인 분들을 배려한 것으로 너무 길다 싶으면 잘라내면 됩니다.
 
 
간혹 차는 시계이고 산경을 별로 안쓰다 보니 케이스백의 비닐도 안 벗겼다는 것을 사진찍고 알았습니다만 태그의 방패 각인은 언제 보아도 호이어의 그것보다는 훨씬 강화된 느낌을 줍니다.
 
비록 장난감같은 시계에서도 말이죠.
 
 
밴드를 보면 쐐기꼴의 홈이 파여져 있는데 이는 절취선으로 남는 부분을 자르라는 것입니다.
 
제게도 이 밴드는 너무 긴 편이지만 일단 자르면 복구 불가능이라 끓어오르는 파괴욕을 눌러가며 지금껏 참고 있습니다.
 
 
저는 손목이 가늘다기 보다는 약간 굵은 편으로 웬만한 빅사이즈도 찰 만 합니다만 취향이 미니에 있는 만큼 작은 시계를 좋아 합니다.
 
간혹 포럼의 글을 읽다 보면 손목이 가느셔서 미드/미니 사이즈 시계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봅니다만 저는 그 반대의 이유로 미드/미니 사이즈를 좋아합니다.
 
제 친구도 손목이 가늘다는 이유로 맘엔 들어도 작은 시계를 고집하던데 어차피 취향이 그렇다면 손목의 둘레에 관계없이 정말 가지고 싶은 시계를 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시계가 돌아갈 정도면 곤란하겠지만 말이죠.
 
 
버클은 이중으로 걸리게 되어 있는데 장난감같으면서도 스포츠 워치 전문 메이커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줄도 가는데다가 오래되어 끈적거리고 해서 탈착이 쉽지 않아 평소에는 대충 이중으로 걸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도 장난감같다는 생각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러한 이유로 입수한 시계입니다만 그래도 보면 볼수록 메이커라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태그 호이어로서도 이 시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브랜드의 가치는 해당 브랜드가 내놓는 물건에 관한 것이기에 얼핏 장난스럽고 단순해 보이는 보급형 시계에도 나름 신경을 쓴 것이 보입니다.
 
최근에 이마트나 대형 서점의 문구 코너를 가면 아동용 시계들 중에 회전 베젤을 채용한 시계도 꽤 있습니다.
 
대개 중국산이 이 시계들은 단순히 멋을 위해 베젤을 사용한 것인데 만져 보면 베젤과 인서트 사이에 유격이 심하다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개중 카시오의 저가 제품들은 그 품질이 괜찮은 편이기는 하지만 아이덴티티라는 면에서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 끌리지 않더군요.
 
각 시계별로 나름대로의 특장점이 분명히 있을 터이므로 주관적으로 선호하는 것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브랜드 워치로서 태그 호이어가 그렇게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래도 유명 브랜드에서 보급형 모델을 내놓기는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또 최근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히려는 일련의 흐름에도 비추어 보면 태그 호이어의 포뮬라 1 클래식은 아마 다시 시도하기 어려운 제품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한 점을 떠나서 가끔은 저가 시계에도 눈이 갈 때가 있는데 저의 경우는 스워치 모델이 그러합니다.
 
기회가 있어 볼 때에는 유심히 봅니다만 막상 집어들고 나오자면 또 그렇고 그리고 다시 잊어먹고 살다가 어느 순간 불현 듯 웹서핑을 하게 만드는 그러한 아이템들 중 하나가 장난감같은 시계입니다.
 
저는 작고 칼라풀하고 합성수지 재질을 많이 사용한 시계를 장난감 시계라고 합니다만 디즈니 시계나 토이 워치하고는 그 개념이 다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여자들이 반지나 악세사리를 계속 사대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만 구매의 동기가 객관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할 때 매니아나 컬렉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이러한 소시적 아이템들이 늘 정겹게 느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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