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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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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로서의 버버리(Burberry)의 입지는 확고부동합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57년 전인 1856년에 창립한 버버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하우스로 성장해왔지요. 



창립자인 토마스 버버리가 1880년도에 고안한 그 당시엔 직조 방식의 일종이었던 '개버딘(Gabadine)'은 

이후 1901년 토마스 버버리가 직접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영국 전쟁 장교들을 위해 면 개버딘 원단으로 방수코트(Raincoat)를 제작해줌으로써

당시 그 가벼움과 영국의 변덕스러운 기후 및 전시의 악천우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함과 실용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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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전쟁과 얽힌 배경 때문인지 그 별명 역시 참호, 즉 트렌치(Trench) 코트라고 불렸던(또 한편으로는 제조사명을 따서 버버리 코트라고 명명됐던) 

버버리의 개버딘 원단의 방수코트는 20세기를 활짝 여는 최초이자 가장 영향력있는 아이코닉한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그리고 버버리 코트 하면 뺴놓을 수 없는 셀러브리티들이 몇몇 있지요.

 

그중에서도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버버리의 트렌치 코트를 걸치고 

잉그리드 버그만을 향해 "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달달한 명대사를 날리던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는 그야말로 마성의 순정 마초이자 오랜 세월 남성들의 우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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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 보가트의 매력과 영화의 엄청난 흥행 덕을 단단히 보게된 버버리는 어느새 세계적인 인지도를 누리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더불어 그들의 트렌치 코트 역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불멸의 패션 클래식으로써의 명성을 이어가게 되지요. 


이후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오드리 햅번이 비를 쫄딱 맞으며 남자주인공을 따라가 안기는 장면에서도 

버버리의 트렌치 코트가 등장하는데, 역시나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왔다네요. 

특히 이 즈음부터는 기존 남성용 군용 코트 정도로만 인식되었던 이미지가 확연히 바뀌어 

여성들 사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패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손꼽히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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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트렌치 코트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아이템이자 패션계의 전설로 남았지만, 

사실 버버리는 어느 순간부터 고루한 옛날 브랜드, 트랜드와는 거리가 먼 노티나는 브랜드 정도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단번에 일신시킨 일등 공신으로는 2001년 새 밀레니엄과 함께 기용돼,

당시 20대 초반의 나이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의 활약이 지배적입니다. 


런던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도나 카란을 거쳐, 구찌에서 5년여 간 그 까탈스럽다는 톰 포드 밑에서 빡새게 일한 그는  

결국 톰 포드의 인맥으로 버버리에 취직하게 되지요. 어린 나이에 버버리를 이끄는 중대한 자리에 앉았음에도 그는 매년 컬렉션을 성공시켰고, 

미 보그지 안나 윈투어의 사심 가득한 강력한 지원사격과 ㅋㅋ 그의 뮤즈였던 영국 출신의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 스텔라 테넌트 같은 인물들과 

친분을 넘어선 돈독한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버버리를 단숨에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부상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통계치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베일리 영입후 버버리 매출이 무려 40% 넘게나 올랐다네요. ㄷㄷ 

탁월한 감각과 실력, 그리고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달달한 훈남 외모까지 갖추고 있는 그는, 사실 게이라네요.(미남배우 사이먼 우즈와 열애) 

하지만 어찌됐든 버버리의 중흥기를 이끈 견인차이자, 또한 이렇다할 임팩트 없던 영국 패션계를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았을 정도랍니다. 아직도 마흔 초반의 나인데 이룬게 참 많네요. 부럽...ㅋㅋ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2003년도에 처음 런칭한 버버리의 최상위 컬렉션 Burberry Prorsum의 Menswear, 즉 남성복 라인의 

올해 S/S 시즌 패션쇼케이스 현장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입니다. 지난해 6월 말 이탈리아 밀란(Milan)에서 진행되었지요. 


우리 회원님들이 저를 포함해 대부분 남성 회원님들이시니 ㅋㅋ 혹시나 패션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선 

이 영상 보시고 올해 유행할 봄 여름 패션 트랜드에 한번쯤 주목해 보는 것도 잔재미가 있을 듯 합니당. 

(그나저나 올해의 유행코드는 빤짝이인가요?! ㅋㅋ 이거 원... 갈수록 남성과 여성 패션의 경계 같은 게 없어지는 듯 싶네요.)





Burberry Prorsum Autumn/Winter 2013 Menswear show (요건 올 가을 겨울 시즌 홍보용 티저 영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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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F/W 시즌부터 대표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영국 뮤지션 루 페인즈Roo Panes)와 

영화 '삼총사'의 콘스탄스 역으로도 잘 알려진 신예 배우 가브리엘라 와일드(Gabriella Wilde)의 커머셜 영상 중에서... 

영상 배경 음악 역시 루 페인즈의 'Indigo Home'이라는 곡입니다. 어쩌다보니 저도 개인적으로 즐겨 듣고 있는 곡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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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인적으로는 2009, 2010년 광고 모델로 활약한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과 

2008년부터 작년 S/S까지 간헐적으로 참여한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  


이 두 배우가 가장 버버리(or 버버리 프로섬)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광고 모델들이 아니었나 싶네요. 

특히 남성복 라인에서 신들린 핏을 과시해 보이던 에디 레드메인이 다시 버버리 메인모델이 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얼마전에 본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과 '레미제라블'에서의 마리우스 역까지 정말 잘 소화한 매력적인 배우!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 슬하의 둘째 아들 로미오 베컴(Romeo Beckham)도 이번 S/S 시즌부터 아동복 모델로 참여합니다.

10살의 어린 나이에도 워낙 거침없고 개구쟁이 같은 행동으로 근래엔 상당히 주목을 받는 셀러브리티 키드로 등극했다지만,  

항간에선 너무 어린애를 광고에 끌어들인 빅토리아 베컴의 유난스런 치맛바람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한다지요.(빅토리아 자신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 중) 




아... 그나저나 이 리뷰는 자꾸 산으로 가는 군요. ㅎㅎㅎ 누가 저 좀 말려주세요. 

패션브랜드로써의 버버리를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좋아하다보니 할 얘기가 많고 끊이질 않네요.

(사실 저희 어머니가 참 좋아하셔서 자연스레 그 영향을 받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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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이쯤에서 버버리의 패션에 관한 썰은 그만 풀고 그들이 새롭게 선보인 시계들에 관해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달 전 수동칠(manual7) 님께서 뉴스 란에 상세히 관련 소식을 전해주신바 있어 보신 분들도 아마 많으실 겁니다. 

다시 한번 링크 걸면 주소는 다음과 같구요. https://www.timeforum.co.kr/555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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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버버리는 메인인 남성, 여성 의류 외에도 스카프, 슈즈, 액세서리, 가방, 향수, 화장품, 아동복, 심지어 애견용 의류(?)까지 선보이는 등

멀티 패션 하우스로서의 다각화된 역량을(내거티브하게 보면 너무 문어발식 확장이랄까...ㅋㅋ) 일찍이 과시한 바 있습니다. 


그중에 시계 사업도 분명 포함돼 있었는데요. 사실 그간 버버리의 시계들은 스위스 메이드를 고집하긴 하되, 구동방식이 대부분 쿼츠인 게 많았습니다. 

디자인적으로는 다소 임팩트가 있는 모델들도 없질 않았지만, 기계식 시계의 부재와 앞선 샤넬이나 에르메스처럼 보다 치열하게 시계 사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시계 매니아들을 포함하여 일반인들조차도 대부분 버버리 시계하면 구찌나 베르사체처럼 그냥 패션시계라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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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버버리가 지난해 새 워치 컬렉션인 그 이름부터 다소 도발적인(ㅋ) 더 브리튼(The Britain)을 런칭했을 때, 

우리 포럼 내에서도 관련 뉴스란에서 이미 회원님들께서 다양한 엇갈리는 반응들을 보여주셨다시피, 

업계 전반적으로도 이건 뭥미? 버버리가 왠일이래? 하는 식의 버버리의 행보치고는 뭔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위 동영상은 지난해(2012년) 10월 2일 런던의 버버리 본사에서 진행된 더 브리튼 워치 컬렉션 런칭 파티 현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브리튼 광고 캠페인의 모델인 가브리엘라 와일드(Gabriella Wilde)와 롭 프라이어(Rob Pryor)의 모습도 중간에 보이구요. 

스테이지에서는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의 'Walk on'을 지난해 데뷔한 신인 여가수 Ren Harvieu가 커버해 부르고 있네요. 로맨틱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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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이곳에서 살펴볼 시계는 바로 이 모델입니다. 

<더 브리튼 BBY1000 47MM 오토매틱 파워리저브>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는데요. 

어떤가요? 여러분들이 한 눈에 보시기에도 이전 버버리 시계들과는 차별화된 다른 매력 같은 게 느껴지시나요? 


남성, 여성용 스틸 브레이슬릿 제품, 다이아 세팅 베젤  제품, 쿼츠 크로노그래프 제품 등 비교적 다양하게 출시된 '더 브리튼' 컬렉션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터프하게 생긴, 바로 위 사진 속의, 더 브리튼 BBY1000 47MM 오토매틱 파워리저브 모델이 첫 눈에 가장 끌렸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리뷰 참여 기회를 통해 해당 시계를 일반 소비자들보다 먼저 접할 수 있게 되어 내심 반갑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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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사진상으로나 실물로나 처음 본 소감은 우선 사이즈가 제법 크다였고, 그 다음으로는 어디선가 많이 본 디자인인데?! 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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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과 다이얼의 둥그스름하게 각이 잡힌 옥타곤(8각) 형태만 봤을 때는 제일 먼저 아주 분명하게!!! ㅎㅎ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의 대표적인 스포츠 워치 컬렉션인 노틸러스(nautilus)와 아쿠아넛(aquanaut)이 연상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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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 상단의 큼지막한 스크류는 오데마 피게의 로얄 오크(royal oak)도 연상시켰으며, 

또 한편으로는 불가리의 신 제품인 옥토(Octo) 컬렉션의 클래식한 시계들과도 상당히 닮아 보였습니다. 



이들 브랜드 모델들은 하나같이 故 제랄드 젠타의 디자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이미 고인이 되신 젠타 옹이 버버리의 새 워치 컬렉션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 참여했을리도 만무하거늘, 

버버리가 앞서 언급한 시계들을 연상시키에 충분한, 너무나도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발표했다는 것은 솔직히 납득이 잘 가질 않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결과물을 보고 단순히, 이제는 시계 역사에서 레전드급이 된 제랄드 젠타 식 8각형 디자인에 버버리가 바치는 오마쥬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글쎄요... 버버리 측에선 이러한 노골적인 디자인 참작에 관해 일절 이렇다할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보도자료나 홈페이지 상에는 버버리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트렌치코트에 들이는 장인정신을 시계 제작에 투영한 것이라는 식으로만 언급하며 

베젤 형태는 버버리 코트의 고정용 D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이고 있을 뿐, 어느 구절에서도 제랄드 젠타 디자인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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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리뷰의 주인공인, 더 브리튼 BBY1000 47MM 오토매틱 파워리저브 모델에 관해 살펴볼까 합니다. 



더 브리튼 BBY1000 47MM 오토매틱 파워리저브(이하, 더 브리튼 파워리저브) 모델은 

공개된 스펙 상으로는 47MM로 기록돼 있지만 이는 실제로는 옆의 크라운가드까지 포함한 직경을 가리킵니다. 

고로 베젤 상단면 지름까지 포함한 케이스 자체는 45MM 정도이며, 크라운까지 포함시엔 48MM 사이즈이네요.  


45MM 케이스에 길쭉하면서 끝이 손목형태에 맞게 굴곡진 러그 형태, 특유의 무게감 등은 또 다른 면에선 파네라이의 루미노르 시계들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파네라이(Panerai)의 44미리 루미노르 케이스와 비교했을 시(특히 도톰한 베젤이 있는 섭머저블과 비교하면 파네리스티 분들은 더 전체 느낌이 즉각 오실 듯...)  

그러나 파네라이가 러그 투 러그 길이가 52MM 정도로 좀 더 짧은 편이라면, 더 브리튼 파워리저브 모델은 러그 투 러그 길이가 55MM로 좀더 길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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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계의 프로파일(측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부분은 또 변형된 쿠션 형태인 파네라이의 루미노르 1950 케이스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다이얼과 베젤은 파텍 필립의 아쿠아넛, 베젤 상단 스크류 포인트는 AP RO 내지, 

조금은 다른 예지만 벨앤로스의 파일럿 스퀘어 컬렉션인 BR01, 03도 연상시키며, 

전체 케이스 형태나 옆면 같은 경우는 또 파네라이의 그것을 제법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인상은, 버버리가 새 컬렉션 내놓으면서 디자인적으로 여러 브랜드의 대표 모델들을 쏙쏙 포인트만 골라서 

상당히 의욕적으로 융합시키려 노력한 티가 팍팍 난다는 것을 이렇게 디테일을 살펴볼 수록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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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사진은, 파네라이의 Luminor Submersible 1950 3 Days Automatic Bronzo 47(PAM382) 모델입니다. 

케이스 측면부의 가운데가 볼록하고 우아한 곡선형태를 그리며 빠지는 디테일이 파네라이의 그것과 버버리 더 브리튼이 실로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더 브리튼 파워리저브 모델을 좀 더 입체적으로 감상하시려면 위 해당 커머셜 트레일러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위 영상이나 각 제품별 상세 스펙 확인은 해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kr.burberry.com/store/experiences/the-britain/







더 브리튼 컬렉션의 제작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담은 영상입니다. 

더 브리튼 컬렉션의 전 모델은 스위스 비엘에 위치한 자체 공방에서 제작, 검수돼 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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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리튼 파워리저브 모델은 전체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위 사진이나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반적인 스틸 케이스의 색감이나 가공상태와는 거리가 있다는 걸 눈치채셨을 겁니다.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에 건메탈(GunMetal) 도금을 거친 것인데요. 

건메탈이라 함은 원래 그 단어 뜻대로 포금이라고 해서 예전엔 주로 대포의 주조에 활용되는 일종의 청동 소재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파네라이의 PAM382 브론조 모델 같은 경우가 전체 케이스가 솔리드 브론즈이지요. 건메탈은 브론즈의 일종이면서 

구리, 주석, 아연이 혼합된 합금이지요. 브론즈(Bronze)가 청동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이고 정의라면,

건메탈은 그에 속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인장강도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전문가가 아니니 생략...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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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버리의 이 모델 같은 경우는 전체 케이스를 건메탈로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에 파네라이의 경우와는 그래서 접근 방식이 다르죠. 

앞서 밝혔다시피 스틸 베이스에 이온 도금으로 건메탈 컴바운드을 입힌 것입니다.

(자동차 외장 튜닝용으로도 건메탈 도색 페인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응용 분야가 다양함)


전기 분해의 원리를 이용한 이온 도금 기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팅 방식인 PVD와도 또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PVD는 말 그대로 Physical Vapour Deposition(물리증착법)의 일종으로 고온 진공 상태에서 빠르게 코팅 재료(티타늄, 크롬 베이스 등)를 입혀 압착하는 방식이죠. 

도금 종류는 워낙 다양하거니와, 이온 도금이 우수하다, PVD 방식이 우수하다 아니다를 논하기엔 제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생략하겠습니다. 


두 방식 어느 쪽이든 일장일단이 있겠지요. 허나 한가지 확실한 건, 

어느 도금 방식이든 케이스 제조사에 따라 기술의 안정성 수준에 따라서 제조 단가가 천차만별로 갈린다는 사실입니다. 

일례로 10만원대 닉슨 패션 시계에도 건메탈 도금처리된 시계가 나오고 있고,

30만원대 세이코나 마이크로브랜드 시계 중에도 PVD 코팅된 시계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시계들과 수백만원대 시계의 코팅처리 여부를 단순 비교하기엔 곤란한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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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메탈 도금이 아닌 전체 블랙 이온도금처리된 <더 브리튼 BBY1103 47MM 크로노그래프> 쿼츠모델. 국내 리테일가 309만원. 



어찌됐든 스틸에 건메탈 도금 과정을 거치는 것은 결과적으론 기존 스틸 가공방식과는 차별화된 장식적 요소를 주기 위함이면서, 

내부식성 및 내마모성(일상적인 스크레치 프루프 효과) 등을 기대하기에 적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버버리의 건메탈 케이스는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표면경도 자료같은 건 없습니다.

(자체 스틸 강화기술 및 특수 블랙 코팅 기술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Sinn이나 

 세라믹 기술을 한 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되는 라도의 세라모스처럼 비커스 경도 몇 천 HV 뭐 이런 수치화된 평가자료가 없다는 뜻.)

이는 다시 말해, 일반 PVD나 DLC 코팅의 그것처럼 대략적으로만 그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오랫동안 사용해 본 게 아니기에 고로, 버버리의 건메탈 도금 케이스의 안정성 내지 신뢰성에 관해서는 제가 더 이상 언급할 게 없는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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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실제로 보면 일반적인 블랙 PVD 코팅과는 달리 그 색감부터 일단 상당히 오묘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다 그레이톤이 돌면서 빛의 방향, 굴절에 따라 

약간씩 군청색이나 짙은 밤색, 심지어 환한 조도 아래서는 짙은 청록색도 띄기도 합니다. 


암튼 사진 상으로는 포착되기 힘든 다소 오묘한 케이스가 조금은 신선했습니다. 

만졌을 때의 그 질감 같은 것은 보통의 PVD나 DLC 코팅된 시계들과 크게 차이가 없게 느껴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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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등장하는 파네라이입니다. ㅋㅋㅋ 

PAM386으로 불리는 파네라이 루미노르 컴포지트 마리너(Luminor Composite Marina 1950 3 DAYS) 모델입니다. 


이 시계를 왜 또 생뚱맞게 언급하냐 하면, 버버리의 건메탈 케이스와 어떻게 보면 또 느낌이 사뭇 비슷한 사례가 바로 이 PAM386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단, 팸 386이 좀 더 짙은 고동색에 가까운 색감을 띤다면, 버버리의 그것은 좀더 다크 그레이톤이 강합니다. 둘 다 전체적으로 탁하고 Dull한 느낌이죠. 암튼 묘해요. 

물론 팸 386 모델은 베이스 소재가 알루미늄 기반이고, 버버리 더 브리튼 파워리저브 모델의 건메탈 케이스는 스틸 베이스에 이온 도금을 거쳤다는 게 차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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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위 사진에서 보시면 대충 아시겠지만 면면마다 가공 방식이 사뭇 조금씩 다르답니다.  


전체적으로 미묘하게 둥글려 완성된 8각(Octagon) 형태의 베젤 상단은 새틴 브러쉬드 처리를 했고, 

그 바로 아래 사면처리된 단면 상단은 펄감이 은은하게 도는 일종의 샌드 블래스트(모래 분사)처리를 하고, 

베젤에서 케이스로 이어지는 하단은 또 브러쉬드 처리를 했습니다.


덧붙여 재미있는건 러그와 러그 스크류, 베젤 스크류, 크라운 가드는 또 포인트로 블랙 이온도금을 했군요. 

그래서 케이스 전체적으로 단조루운 듯 하면서도 단조롭지 않고, 색의 조화가 미묘하게 입체적으로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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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이와 같이 하나의 통짜, 원피스 케이스가 아닌, 멀티피스 조립 케이스입니다. 이 부분 역시 AP를 단단히 흉내내었군요. 아니 왜??? ㅋㅋ 

그럼 다음과 같은 보다 자세한 랜더링 이미지를 보시면 더욱 케이스 구조가 분명하게 눈에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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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조립 케이스는 구조적으로 방수가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전면에도 다이얼 안쪽에 방수링 같은 게 들어가네요. 

그 밖에도 시계 케이스 설계 자체를 그래도 제법 상당 시간 공을 들여 완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통짜로 깎은 원피스 케이스보단 사실 이런 멀티케이스가 제작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또 제품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구요.) 

덧붙여, 일부 파츠의 색상은 물론 소재까지도 바꿨다면 또 한편으론 위블로 시계 느낌을 줄 수도 있었겠네요... 암튼 조금은 낯설고 흥미로운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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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매트한 블랙에 가까운 다크 브라운 계열 다이얼에는 인덱스 및 핸즈마다 슈퍼 루미노바 야광이 발려져 있는데요. 

이 색상 역시 흥미롭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C1 계열의 흰색이나 C3 계열의 연그린색, BGW9나 C8과도 다르고, 암튼 독특한 혼합 컴파운드입니다. 


마치 베이지나 주황색 계열에 회색물감을 탄 거 같은 둔탁하고 또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색상입니다. 

그래서 시계를 본 첫인상이 상당히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계절로 굳이 분류하자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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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측에선 이 인덱스나 핸즈 색상이 그들의 아이코닉한 트렌치 코트와 특유의 체크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한 것이라 밝히고 있는데요. 

흠... 글쎄요... 이 다이얼의 색상을 보고 즉각적으로 그들의 트렌치 코트를 연상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대목서 조금은 반신반의해집니다. 


다이얼 프린트나 야광 도료 상태는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잘 정돈돼 있으며, 

데이트 창 때문에 생략된 3을 제외한, 12, 6, 9 이렇게 간결한 아라빅 인덱스와 바인덱스가 교차하는 심플한 다이얼은 매우 클래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네라이나 벨앤로스처럼 어딘가 밀리터리한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소 내거티브한 관점에서는, 완전 블랙도 아니요 브라운도 아닌 애매하고 뉴트럴(neutral) 느낌의 연브라운 다이얼과 

역시나 흔치 않은 인덱스 및 핸즈 야광 도료 색상 선택 때문에 시계가 깔끔하다기 보다는 조금은 답답해 보일 소지도 있다고 봅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의 차원에서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튀지 않으면서도 흔치 않은 느낌이라 나쁘지 않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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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가장자리에는 별도의 챕터링은 없고, 눈금으로만 간략하게 표시돼 있구요. 

다이얼 안쪽에도 8각형태가 들어가고 그 안쪽 경계선에는 도트 형태의 루미노바가 5분 단위로 발려져 있습니다. 

반달 형태의 6시방향 파워리저브 창 역시 표시창이 포를 뜬 것처럼 파여 있어서 

다이얼이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찬찬히 볼수록 입체감을 주는 멋이 있습니다.


또한 다이얼 안쪽 가장자리, 글라스와 닿는 면 모서리 각 4면 마다 버버리(Burberry) 로고가 음각돼 있습니다. 

마치 롤렉스 다이얼 안쪽에 롤렉스 로고가 빙 둘러 음각되는 이치와 비슷하지요. 

이 또한 제작 단계서부터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 나름 신경을 꽤나 쓴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 사진 보시다시피, 축광시 순간적인 야광 밝기는 썩 밝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직접 비교를 해본 건 아니지만, 슈퍼루미노바 C1 계열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더 밝은 수준이라 보심 되겠네요. 

지속시간도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사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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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앤로스 헤리티지 라인에 차용된 빈티지한 느낌의 올드 라듐 내지 살구베이지톤의 야광 도료. 

버버리의 그것은 벨앤로스 헤리티지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채도가 낮고 둔탁한 그레이 베이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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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두께는 12MM 정도로 그 크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얇은 편입니다.(베이스 무브가 2892라 얇을 수밖에..) 


여기에 전면부는 플랫(Flat) 사파이어 글라스를 채용하고 이 글라스는 또 베젤 상단면과 나란히 수평이 되기 때문에 두께의 왜곡이 없는 편. 

반면 씨스루(See-through)형태로 드러난 케이스백은 살짝 볼록한 컨벡스(convex) 형태의 사파이어 글라스라는 사실이 다소 인상적입니다. 


저는 케이스백 글라스를 돔 형태의 사파이어 글라스로 제작한 시계는 또 처음 보는 거 같습니다. 

이는 착용감을 고려한 걸까요? 아무래도 플랫 보다는 곡선이 손목 상단에 닿는 면적이 적기 때문일까요? 

시계가 손목위에서 너무 착 달라 붙어있으면 특히 날씨가 더운 계절에는 자칫 불쾌함을 유발할 소지도 있는데, 

혹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서 이런 디테일을 차용한 것이라면 저는 왠지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앞뒷면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모두 글라스 안쪽 면(내부만)에 무반사 코팅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소 의아스러운 점은 크라운에는 아무런 로고가 음각돼 있지 않습니다. 그냥 민자... 위 사진 참조하시길... 

로고가 없는 게 깔끔하긴 하지만, 이 정도 가격대의 브랜드 시계에서는 사실 의외의 부분입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이 크라운 형태 또한 8각형이라는 것입니다. 

시계 전체적으로 옥타곤 형태의 디테일에 꽤나 집착적으로 천착한 고집을 이쯤되면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지 싶네요. ㅋㅋ 


여기에 크라운 각 모서리 마다 2개씩 홈을 파고, 크라운 길이도 4MM 정도로 큼지막하게 만들어서 풀고 조일 때 그립감도 좋은 편입니다. 

방수 기능이 50M 생활 방수 수준밖에 안 되는 시계치고는 의외로 방수성을 고려한 기밀한 디테일이 눈길을 끕니다. 

이를 테면 스크류 다운 크라운의 채용과 양쪽에 두툼하게 밀착되는 크라운 가드 형태 같은 요소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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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리튼 컬렉션은 일반적인 시계들처럼 스프링바 홀이 케이스 러그 안쪽에 숨어 있는게 아니라, 

파네라이나 벨앤로스, 여타 요즘 수많은 브랜드들처럼 러그 양 옆면에 스크류 형식으로 밴드가 고정돼 있습니다. 

스크류핀 홈은 0.4MM 정도로, 파네라이처럼 전용 일자 스크류 드라이버가 있으면 누구나 쉽게 풀고 잠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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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솔직히 딱히 언급할 게 없는, 우리 매니아들에겐 너무나 친숙한 ETA2892-A2 베이스(탑 그레이드; 글류시듀르 밸런스 & 아나크론 헤어스프링)를 가져다

소프로드(Soprod)사가 파워리저브 인디게이터를 넣고 추가 수정한 소프로드 9040 칼리버입니다.(이 무브먼트는 과거 위블로나 콩코드 같은 시계에도 공급된바 있지요)

이는 물론 ETA사 자체적인 2892의 파워리저브 개량형 버전인 2897과도 구조적으로나 성능면에서나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파워리저브 42시간, 핵기능 등)


적어도 무브먼트 플레이트 상단에는 나름 조밀한 간격으로 페를라쥬가 들어가 있고, 

로터에는 일반적인 제네바 스트라이프와는 좀 다른 라운드 형태의 circulaire 패턴이 들어가고, 버버리 로고가 깔끔하게 음각돼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에서 그 구동방식이 핸드운드(수동)이든 오토매틱이든 파워리저브 표시 기능은 실생활에서 제법 유용한 기능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게는 날짜창보다도 편리한 기능이고, 리저브 게이지가 로터 회전에 따라 움직이는걸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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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백 역시 앞면과 구조적인 느낌은 거의 비슷합니다.

앞서 러그쪽 스크류핀을 언급하면서 파네라이나 벨앤로스처럼 스트랩 교체(일명 줄질)의 용이함을 강조한바 있는데요. 


이 모델의 러그 사이즈는 22MM입니다. 22MM는 굳이 고가의 정품 밴드가 아니어도 에프터 마켓에 워낙 다양하고 좋은 밴드들이 널려 있는지라, 

역시나 줄질의 소소한 재미를 즐기기엔 좋은 옵션입니다. 파네라이와도 호환되게 24MM 사이즈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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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쪽 6MM, 버클 쪽 4MM 정도 두께의 두툼한 엘리게이터 스트랩이 장착돼 있구요. 

해비 스트랩임에도 그 두께에 비해 상당히 유연하고 손목에 찰싹 감기는 느낌이 좋습니다. 

바느질 처리 하나하나나 코트 마무리 하나하나 전부 버버리 가죽 장인이 핸드메이드로 직접 완성한 것이라네요.

(이 부분은 일면 에르메스의 시계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네요. 하지만 에르메스의 그것과 비교하기엔 스트랩 퀄리티가 썩 좋다고만은 볼 수 없네요.)


은은한 골드톤이 감도는 무광의 다크 베이지 스트랩 색상 역시 버버리 특유의 트렌치 코트 색상을 재현한 것이라니... 

그들이 시계 하나에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브랜드 특유의 이미지를 심으려 나름 애를 썼는지 

이쯤되면 그 집요함 때문에라도 조금은 더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게 합니다. ㅋㅋ 


버클은 일반 핀 버클(혹은 아르디옹 버클)입니다. 버클 역시 케이스 본체와 마찬가지로 짙은 그레이톤의 건메탈 도금 처리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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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 비루한 손목에서의 착샷. ^^ 제 손목 둘레가 16.5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빅사이즈 워치 치곤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요?!^^ 

다른 건 몰라도 파네라이 44미리 루미노르 케이스나 벨앤로스의 BR03 정도를 소화할 만한 손목이라면, 

또한 근자의 트랜드인 오버사이즈 워치들에 어느 정도 이상의 경험과 취향이 확고하다면,

버버리 더 브리튼 라인의 남성용 시계들 정도는 충분히 멋스럽게 소화하실 수 있을 겁니다. 


케이스 측면이 가운데가 볼록하고 양 러그 쪽으로 홀쭉해지는 변형된 쿠션형태의 케이스에 두께도 12미리 정도로 얇아서 착용감은 의외로 좋은 편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손목 일부가 드러난 상태에서만 해당되지요. 이 시계는 셔츠나 수트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반팔 케쥬얼한 차림이나 세미 포멀 스타일에는 손목을 살짝 걷어 올리고 착용하면 아주 잘 어울릴 거 같네요. 

물론 이 시계에 버버리의 베이직 트렌치 코트를 또 걸쳐 주면 그것이 바로 버버리식 패션미학의 완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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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비루한 착샷 말고, 이젠 영국 출신 훈남들의 착샷을 보실까요?! ㅋㅋ 

좌측의 인물은 신예 뮤지션인 롭 프라이어(Rob Pryor)이고, 우측의 곱상한 양반은 영국의 아트 딜러인 해리 스크림저(Harry Scrymgeour)라고 하네요.


롭 프라이어가 착용한 시계는 이 리뷰의 시계인 오토매틱 파워리저브 모델(BBY1000)과 같고, 

해리 스크림저가 착용한 시계는 남성용 오토매틱 시계인데 데이트 기능만 있는 ETA 2824-2 무브가 쓰인 가죽 스트랩 워치입니다. 

참고로 해리 스크림저가 착용한 BBY1201 모델 같은 경우는 케이스 사이즈가 41MM(크라운가드 포함 43미리)에 러그 20MM, 국내 리테일가는 291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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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보면 서운하니 이쁜 아가씨 착샷도 보겠습니다. 올해 버버리 프로섬 여성 의류 및 향수, 시계 더 브리튼 홍보 캠페인까지 

두루 전방위로 참여하고 있는 버버리의 새로운 뮤즈, 영화배우이자 모델인 가브리엘라 와일드(Gabriella Wilde)입니다. 


버버리 역대 광고 모델들은 주로 누구나 알만한 인터네셔널 스타들이 기용되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나이도 어리고 풋풋한 신예 뮤지션 & 배우들을 많이 뽑은 거 같습니다. 

더욱 젊고 역동적인 버버리를 지향하겠다는 제스처인가요?! 암튼 위 여배우 이쁘네요.^^


그리고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시계는 여성용 제품이 아니라, 흥미롭게도 남성용 BBY1203 모델입니다. 

41MM(크라운 가드포함 43)케이스에 스틸 브레이슬릿, ETA 2824-2, 5기압 생활방수 가능한 제품으로 

남성용으로 나왔지만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도 함께 즐기기에 부담이 없는 유니섹스용 워치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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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는 패션하우스로의 위상은 항상 견고하고 높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패션의 F자도 모르는 시골 아낙도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패턴의 가방은 알고, 

20대 꽃처녀도 엄마들이나 좋아할 법한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2.55백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나듯, 

버버리의 트렌치 코트 역시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그 대중적 선망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클래식 아이템으로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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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계 제조 분야에서 버버리는 패션계에서는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넬이나 에르메스, 근자의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들에 비해 

한참이나 뒤쳐져 있는, 사실상 거의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백지상태의 출발선상에서 빙빙 맴돌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그 전의 시계들은 솔직히 포장만 번지르르한 스위스 메이드이지, 사실상 여러 업체의 OEM을 가져다 조립한뒤 브랜드 이름값만 더해 비싸게 받아먹은 셈이죠) 


이미 오래 전부터 모(母) 그룹인 리치몬트의 지원사격을 받아 JLC 에보슈를 탑재해 출시할 만큼 나름대로 기계식 시계 제조 역사가 있는 던힐이나, 

2년여 전부터 처음으로 역시나 리치몬트의 백업을 받아 IWC, JLC, Piaget의 고급 무브먼트를 가져다가 입맛대로 요리를 한 랄프 로렌의 선례를 보면서 

버버리 역시 갈수록 기계식 시계 시장 규모가 커지고 향유하는 층이 다양하게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가만히 넋놓고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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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버버리 워치의 이같은 야심찬 변화는 전적으로 CCO(Chief Creative Officer)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 브리튼은 그의 갑작스런 추진력에 제대로 탄력을 받아, 앞서 살펴본 더 브리튼 파워리저브 모델 같은 경우만 봐도 눈치채셨겠지만,

시계 디테일한 부분 곳곳에 아주 편집증적으로 버버리의 DNA를 이식하기 위해 고심과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게 엿보입니다. 


그만큼 이전의 로고만 버버리 시계가 아닌, 평소 버버리 제품을 부담없이 향유할 정도로 경제적 여력이 있고 충성도가 있는 소비자들의 

기대치 수준에 부응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밸류의 시계를 우리도 한번 제대로 만들어 보자하고 작정을 해서 내논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풍깁니다. 


물론 기계식 시계 내지 고급 시계 시장도 이젠 세계적인 불황과 맞물려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욱 현명해졌고, 같은 가격대면 더 항구적인 가치를 기대할 수 있고 여유가 없을 때 쉽게 팔 수도 있는 

높은 네임밸류와 신뢰성을 획득한 전통있는 매뉴펙처의 시계를 선호하는 풍토가 점차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조금은 보수적인 풍토 속에서(적어도 고급 브랜드들 사이에서는) 버버리 같은 후발 업체들은 단지 그 브랜드 파워 만으로는 결코

신뢰를 얻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버버리가 자신들의 하우스에 갖는 자부심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버버리 샵 안에서 논스톱 쇼핑을 즐기는 열혈 매니아들까지 전 세계적으로 거느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파워란 기실 그 어느 홍보수단보다 대단해서, 새로운 시도의 아이템이나 자칫 무리수의 기획도 손쉽게 

브랜드의 커다란 그늘 아래서 소비하게 하는 놀라운 자기력(磁氣力)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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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는 제 생각엔, 애초 큰 성공이나 워치메이커로서의 높은 위상까지 바라고 시계 제조 분야에 뛰어든 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할 목적의 일환으로 기존 시계 사업의 레벨을 그저 한단계 업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과 스타일을 좋아하고 적당한 가격대에 또한 딱히 모나지 않는 기계적 완성도를 지닌 시계가 선보인다면,

그들의 열혈 고객 중엔 이를 소화해낼 대상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겠지요. 

이렇듯 명망 있는 브랜드가 하나의 사업 분야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는 다 그만한 수익성과 전망을 고려하고 발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버버리는 시계사업 분야에서 제2의 샤넬이나 에르메스, 루이비통이 되는 것보다는, 

그들 브랜드가 애초 가지고 누리고 있는 럭셔리 하우스로서의 위상과 격을 유지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써,

그 템포를 맞추기 위한 전략적 상품 개발의 필요성에 의해 현재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비평도 가능케 합니다. 



어찌됐든 필자 개인적인 감상을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더 브리튼 BBY1000 47MM 오토매틱 파워리저브 워치> 같은 경우는 

그 전체적인 스타일 면에서나 시계 자체로서의 매력으로서나 여타 브랜드의 비슷한 스타일의 시계와 굳이 비교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매력과 미를 지니고 있다 봅니다. 


국내 리테일가 638만원이라는 지금의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만 아니라면, 솔직히 이 가격에 한 1/3 수준만 하는 가격이라면 한번쯤 구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게는 이래저래 눈에 들어오는 매력 같은 것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다소 특이한 걸 좋아하는 제 취향을 고려했을 때이지만서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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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브랜드 출신이라고 덮어놓고 괄시만 하지 마시고ㅎㅎ 시계 그 자체를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우리 회원님들께서만이라도 

언제 한번쯤 기회가 될 때, 버버리의 새로 출시된 더 브리튼 컬렉션에도 한번쯤 눈길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는 제가 관련 리뷰를 써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람이고 기대입니다.^^ 


선입견이라는 것이 무서운 건 알지만서도, 그 선입견 조차 배제하고 시계 자체의 퀄리티에 집중해서 보고 또한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매니아가 아닐까요?! 뭐 어느 분야든 각자의 취향과 주장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니 저 역시 감정을 강요하진 않겠습니다만... ㅋ 


새로운 컬렉션을 야심차게 선보이며 전 세계 시계 매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는 버버리... 

이들의 시도가 한 순간의 일장춘몽처럼 실패로 그칠지, 아니면 생각지도 않은 큰 성공과 앞으로의 더 큰 혁신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박수무당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쉬이 미리 예측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지켜볼 따름이지요.

어찌됐든 하나의 브랜드가 어느 만큼 선전하면 할 수록 시장엔 더 다양하고 멋진 시계들이 늘어갈 것이기에 저로선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늘 환영입니다.^^  

 


  







리뷰협조:

파슬(Fossil) 코리아


촬영협조:

2nd Round Studio.

Photographer 김두엽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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