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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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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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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벨앤로스(Bell & Ross) 시계 리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모델은 작년 바젤월드서 첫선을 보이고 국내에는 올 6월 초부터 판매에 들어간 신제품, 

BR 03-92 블랙 매트 세라믹(BR 03-92 Black Matte Ceramic) 시계입니다. 


비행기 칵핏 대시보드 클락에서 영감을 얻은 벨앤로스의 BR 시리즈는 올해로 마침 런칭 1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모서리를 둥글린 정사각형 케이스에 4개의 일자 스크류, 큼지막한 아라빅 인덱스와 핸즈 같은 요소들은 

BR 시리즈를 대표하는 아이덴티티로 작용하며 컬렉션을 단숨에 아이코닉한 시계 반열에 올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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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의 탱크나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와 같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전통적으로 사각 시계는 원형 케이스 시계 보다 대중적인 인기가 덜한 게 사실인데요. 


벨앤로스는 2000년대 초반 대범하게 사각 케이스에 게다가 매니아 취향의 파일럿 시계로 승부수를 던졌고, 그 결과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갓 20대 초반에 해당하는 브랜드인 벨앤로스가 시계 업계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BR 시리즈의 선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올해로 런칭 10주년 밖에 되지 않아 BR 시리즈의 믿기지 않는 성공을 기술하는 데도 애초 무리가 따르지만,  

BR 시리즈는 이미 충분히 신화적인 성공 사례로 수많은 후배 브랜드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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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BR 01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한 500개 한정판. 

  이 모델 역시 블랙 무광 세라믹 케이스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BR 01(46mm 버전), BR 03(42mm 버전), BR S(39mm 버전)으로 나뉜 BR 시리즈는 그간 스틸(혹은 PVD 처리 스틸) 모델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세라믹 케이스가 속속 한정판 형태로 등장하더니 어느새 비한정판 레귤러 모델에까지 그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현상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최근 시계 업계에 부는 새로운 케이스 소재 개발/도입 열풍과 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함이며,  

다른 하나는 벨앤로스와 수년째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는 샤넬(Chanel)의 영향 덕분이기도 합니다. 


샤넬과 벨앤로스의 관계는 업계 사람들은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데요. 대중적으로는 거의 부각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샤넬은 1990년대 후반부터 벨앤로스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기 시작했고, 2002년 경부터 그 비중이 더욱 늘어나 

벨앤로스가 스위스 라쇼드퐁에 매뉴팩처를 건립하는 과정에서도 샤넬과 케이스 제조 시설 일부를 공유하기까지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샤넬은 세계적으로 히트한 스포츠 시계인 J12 컬렉션을 통해 하이테크 세라믹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을 제조할 수 있는 노하우와 설비를 갖추고 있었는데요. 

샤넬이나 벨앤로스 두 브랜드 모두 무브먼트는 ETA 등 외주 공급에 의존하는 만큼 케이스와 다이얼 매뉴팩처 시설만으로도 자사의 시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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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벨앤로스가 보여준 다이내믹한 마케팅 전략과 이미지메이킹 과정 역시 이런 분야에 훨씬 더 경험이 많은 샤넬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 SNS 같은 온라인 홍보 수단들이 증가하면서 벨앤로스는 이러한 현대의 이기를 잘 활용해 시너지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같은 프랑스 출신의 브랜드라는 모종의 연대의식 또한 작용하고 있었을 터입니다. 


프랑스인들은 또한 남녀 불문하고 사각 시계를 대체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시계 디자인 철학 면에서도 일정 부분 통하는 부분이 있었고요.


그렇게 샤넬의 하이테크 세라믹 제조 기술은 세월 속에서 자연스럽게 벨앤로스에 이식되었고(이 과정에서 주요 인력 이동도 이뤄지고),

이러한 직간접적인 영향은 컬렉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현재의 비교적 광범위한 세라믹 에비에이션 라인업이 구축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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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베스트셀러 라인의 연장선상에 해당하는 모델이기에 긴 서론보다는 바로 리뷰용 시계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각설하고 케이스 소재가 스틸 혹은 PVD 스틸에서 블랙 세라믹으로 바뀐 것 외에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가 된 디자인을 함부로 변형하는 모험보다는 기존의 디테일을 다듬고 미묘한 변화를 주는 식의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신제품에 대한 강박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이며, 브랜드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소소한 변화들은 롤렉스나 파네라이가 얼마간 입증해 보였듯 주로 매니아들이 간파하고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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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베스트셀러인 BR 03-92 스틸 모델(사진 좌측 시계)과 BR 03-92 세라믹 버전(사진 우측 시계) 비교 사진. 



지난 10여 년간 베스트셀러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BR 03 스틸 모델과 비교해 보면 새로 바뀐 세라믹 버전은 다이얼에서 몇 가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5분 단위의 바 인덱스를 보면, 기존 버전은 끝이 뭉툭했다면 세라믹 버전은 끝을 살짝 둥글린 형태입니다. 

그리고 12-3-6-9 아라빅 인덱스도 그 형태가 바뀌었습니다. 역시나 끝을 둥글리고 두께 또한 보다 얇아졌습니다. 


벨앤로스 브랜드 로고 및 6시 방향 하단의 BR 03-92 표기 역시 두께가 좀 더 얇아졌으며, 

핸즈 역시 시침이 살짝 얄쌍해지면서 더 길어지고, 분침은 한눈에도 확연히 얇아져 펜촉 모양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한쪽을 비대칭으로 더 길게 뺐습니다. 

그리고 초침의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버전에는 초침 끝에 알파벳 T를 닮은 디테일이 있었다면, 세라믹 버전은 그냥 일자형입니다. 


또한 4개의 일자 스크류가 다이얼에서 사라졌습니다. 사실 스크류 디테일이 사라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과거 BR 01 혹은 03 세라믹 버전에서도 스크류가 사라진 밋밋한 다이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얼 하단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 프린트 위치도 바뀌었으며, 베젤부는 오히려 기존 버전에서 살짝 두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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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단위 바 인덱스와 12-3-6-9 아라빅 인덱스, 그리고 핸즈 각 끝에는 화이트 컬러의 수퍼 루미노바 도료가 덧칠해져 있습니다. 


저도 몇년 전 BR 03-92 스틸 모델을 1년 가까이 경험한 적이 있어 BR 03 라인 시계에 여전히 감이 좀 남아있는데, 

제가 시계를 구입했을 당시보다 다이얼 피니시가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된 것을 이번 리뷰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트한 블랙 다이얼은 기존 버전보다 약간 오돌도돌한 질감의 디테일이 추가되어 은근히 더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며, 

각 인덱스의 프린트 및 야광 도료 발림 상태 또한 말끔합니다. 이제 고급 브랜드를 단순히 흉내내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제조 시설 전반이 안정화되고 실제 고급 시계를 만들 줄 아는 브랜드로 거듭났음을 작은 디테일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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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매트하게 가공된 블랙 세라믹 케이스 역시 흠잡을 데 없이 똑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또한 유광 처리 세라믹에 비해 무광의 케이스는 밀리터리 친화적인 BR 시리즈에 훨씬 더 적합합니다. 


BR 시리즈의 원형이 되는 칵핏 대시보드 클락 역시 블랙의 매트한 케이스를 갖고 있는 걸 상기할 때도 무광의 블랙 세라믹 케이스는 특유의 미적인 완성도에 기여합니다. 


세라믹 케이스와 비교할 때 블랙 PVD 처리 스틸 케이스는 동일하게 무광 처리했음에도 스틸 특유의 날카로움이 남아있다면 무광 세라믹은 섬세하게 녹아든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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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소재 자체의 강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생활 스크래치에 매우 강한 면모를 보이며, 피부 친화적이며 무게 또한 가볍습니다. 더불어 탁월한 내부식성과 내열성도 자랑이지요.


큰 충격에 자칫 깨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하이테크 세라믹 제조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인지 실상 파열 사례는 드문듯 합니다. 


벨앤로스의 세라믹 케이스는 또한 양감이 큰 편이라서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은 여느 세라믹 케이스에 비해 내구성은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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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03-92 세라믹 공식 이미지 중 케이스 분해도도 함께 보시지요. 


BR 라인의 케이스는 외관상으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제법 여러 부품들로 조합돼 있습니다. 

전면에 노출된 4개의 일자 스크류는 단지 장식용이 아니라 베젤부를 실제 고정하는 용도로 쓰이며, 

내부에 사용된 무브먼트 링과 홀더는 세라믹이 아닌 스틸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눈여겨 볼 부위는 러그입니다. 기존에는 러그도 케이스 본체에서 분리가 가능한 형태였다면, 
BR 03-92 세라믹 케이스는 케이스 본체와 러그가 일체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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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은 세라믹 케이스라 할지라도 BR 01 10주년 기념 모델(위 분해도 사진 참조)은 조립식 러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BR 01 10주년 기념 에디션은 세라믹 버전은 물론 기존 스틸 모델보다도 케이스 구조가 더 복잡한 형태입니다. 
세라믹 바디 외에 내부에 스틸 소재의 컨테이너가 따로 추가 되며, 베젤부의 결합 형태나 방수링의 수도 일반 모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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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바디와 러그를 일체형으로 제작한 또 다른 이유로는 가공의 편의성(공정 효율성)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르코늄 세라믹 파우더를 녹여 하나의 덩어리인 모노블록 형태로 프레임을 만드는 쪽이 가공시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지요. 


기존 버전과 마찬가지로 러그는 양쪽에 육각 너트로 고정돼 있습니다. 

시계 구성품에 함께 포함되는 2개의 전용 육각 렌치를 이용해 한쪽을 고정시키고 다른 하나로 풀 수 있는 형태이며, 누구나 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러그 사이즈는 24mm로 OEM 외에도 최근에는 벨앤로스용으로 다양한 써드 파티 스트랩이 나오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다채로운 줄질의 묘미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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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백은 이렇습니다. 기존 스틸 베리에이션도 무브먼트를 노출하지 않는 솔리드백 형태였듯 세라믹 버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브먼트는 따로 정보가 없습니다만 기존에 사용해온 ETA 2892 자동 칼리버이거나 셀리타 클론 버전인 SW 300일 확률이 큽니다. 

무브먼트 관련해선 따로 제가 언급할 만한 게 없군요. 방수 역시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100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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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앤로스 특유의 스포츠 러버 스트랩과 핀 버클도 여전합니다.

러그를 감싸는 일명 날개 형태로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며 버클 사이즈도 러그와 동일한 24mm입니다. 단 버클 소재는 세라믹이 아닌 블랙 PVD 처리 스틸입니다. 


탄성이 좋고 이물질이나 먼지가 잘 타지 않는 소재의 스트랩으로 시계의 실용성에 기여하며, 기본 러버 외에 블랙 헤비 캔버스 스트랩도 따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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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시계를 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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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 사진도 함께 보시지요. 


BR 03 라인의 42mm 사이즈는 아시아 남성들에게도 대체로 어울리는 크기입니다. 

다만 같은 직경의 원형 케이스 보다 사각 케이스 특성상 더 커보이기 때문에 42mm도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39mm 버전인 BR S를 고려하시면 되겠습니다. 

  


벨앤로스의 BR 시리즈는 사각 케이스에 파일럿 시계라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도 단기간에 현대 손목시계의 아이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화려한 데뷔 이래 벌써 10주년을 맞았지만 BR 시리즈는 여전히 동시대적이고 핫합니다. 

특히 근래 출시되는 BR 03 세라믹 라인업은 BR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가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일럿 시계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해주는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리뷰 모델인 BR 03-92 블랙 매트 세라믹은 가격대 또한 매력적입니다. 

기존 스틸 모델과 별로 차이가 없는 5백만 원대 후반이라는 사실은 이 시계의 숨겨진 반전 아닌 반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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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협조: 

우림 FMG


촬영 협조:

2nd Roun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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