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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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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몽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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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설립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필기구 메이커로 시작하여 지금은 가죽제품, 안경, 향수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몽블랑의 컬렉션에 시계가 들어가게 된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일 월드컵이 개최될 무렵 몽블랑 시계가 입 소문을 타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만년필로 견고하게 구축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시계에 잘 녹여냈던 게 주효했습니다. 몽블랑의 만년설을 형상화 한 화이트스타는 잘 만든 로고가 아닐까 하는데요. 크라운에 들어간 화이트스타 하나로 시계가 달라 보였으니까요. 물론 화이트스타에 응축된 몽블랑의 이미지 덕분일 겁니다.


시계를 갓 만들기 시작한 몽블랑은 ETA 무브먼트에 의지해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몽블랑의네임밸루, 드레시와 스포티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은 디자인과 크게 부담 없는 가격. 적어도 성능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ETA의 무브먼트를 탑재했으니까 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 매뉴팩처 미네르바가 리치몬드에 매수되었다는 것이었죠. 사실 미네르바는 그 전에 한번 매각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블랑팡 출신의 인물이 자본을 등에 업고 미네르바를 인수한 후 고급화 전략을 꾀했으나 이들의 결과물은 몽블랑을 통해서 제대로 보여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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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모포시스 =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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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를 등에 업은 몽블랑은 라인업이 이원화됩니다. 기존 라인업과 미네르바를 통한 인 하우스 라인업인데 후자에서는시선을끄는 시계가 다수 등장했습니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 두 개의 실린더 헤어스프링을 가진 투르비용 바이-실린더리크(Bi-cylindrique), 타임라이터 II’ 등등.컨셉이나 가격 모두에서 눈이 돌아가는 그런 모델들로 어떻게 보면 라인업이라기 보다 소량 생산의 한정판만 모아 놓았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그러면서 둘 사이의 갭이 켜졌고 이를 채워줄 무엇인가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메이커는 움직이고 있었겠죠? 양산을 목표로 칼리버MB R100(수동)과 칼리버MB R200(자동)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고 칼리버 LL100이 추가됩니다. 이들은 크로노그래프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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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뤼섹이 만든 크로노그래프 <http://www.hautehorlogerie.org> 


스타 니콜라스 뤼섹은 2008MB 100을 탑재하여 첫 선을 보입니다. 이후 MB R200을 탑재한 자동 모델이 나오면서 배리에이션이 하나 둘씩 등장합니다. 리뷰는 니콜라스 뤼섹 애니버서리 에디션으로 새로운 얼굴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념하는가? 잉크펜으로 경과 시간을 표시하는 크로노그래프의 개념을 세운 니콜라스뤼섹의 1821년 크로노그래프의 1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입니다. 프랑스 왕실 워치메이커이기도 했던 뤼섹이 몽블랑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제가 알아본 바에는 거의 없다고 보는데 몽블랑이 뤼섹을 끌어들인(?) 이유는 미네르바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네르바는 크로노그래프에서 대단히 강점을 보이던 메이커였고 양산형으로 개발한 MB R100, MB R200, LL100은 모두 크로노그래프입니다. 뤼섹과 미네르바를 통해 몽블랑 시계의 컬러를 만들고 둘 사이의 연관성을 통해 짧은 시계 만들기 역사에 힘을 싣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쯤하고 모델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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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뤼섹 시리즈의 독특함은 무엇보다도 크로노그래프 카운터에 있습니다. 보통 크로노그라프라고 하면 정중앙의 시, , 크로노그래프 바늘을 상하좌우로 관통하는 선과 만나는 위치에 카운터가 자리합니다. 그것이 3, 6, 9시 방향이던 6, 9, 12시 방향이던 아니면 3, 9시 방향이던 간에 말이죠. 니콜라스 뤼섹은 크로노그래프의 상식(?)에 반하는 카운터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얼 구성에서 알 수 있듯 12시 방향 가까이 인 다이얼이 하나 있고 그 아래에 나뭇가지 모양의 브릿지()에 디스크 두 개가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죠. 이런 형태는 드문데요. 랑에 다토그래프의 카운터가 중심 라인에서 살짝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 보다 더 아래에 위치합니다. 다토그래프의 카운터는 위치를 빼면 일반적인 형태라 니콜라스 뤼섹의 다이얼에서 도드라지는 부분입니다.몽블랑이 이런 형태를 완성한 이유는 뤼섹이 개발했던 크로노그래프를 오마쥬 했기 때문입니다. 두 개의 디스크로 경과시간을 표시하는 형태를 손목시계에서 재현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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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처리가 아름다운 디스크 브릿지


또 다른 것은 시, 분침과 같이 있어야 할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없다는 건데요. 브릿지가 고정하는 두 개의 디스크 중 왼쪽이 크로노그래프 핸드, 오른쪽이 30분 카운터입니다. 크로노그래프를 항상 작동시켜 크로노그래프 핸드 역할의 디스크를 영구초침 대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구초침이 없습니다.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지 않으면 대단히 정적인 다이얼입니다.


독특한 조작체계도 특징입니다. 몽블랑은 시간 변경이 잦은 여행자를 위한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GMT워치의 조작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포지션 0에서 와인딩, 포지션 1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시침을 1시간씩 앞, 뒤로 자유롭게 돌릴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이라면 로컬 타임을 빠르게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날짜도 연동이 되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반대로 시계가 멈춘 경우에는 이 방식이 불편합니다. 날짜를 바꿀 수 있는 포지션이 없어 시침을 계속 돌려야 하기 때문이죠. 시계가 멈추기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편리한 기능입니다만 GMT기능이 없기 때문에 어색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마지막으로 포지션 2는 일반적인 시간 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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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버튼은 8시 방향이며 하나의 버튼으로 크로노그래프의 모든 동작을 제어하는 모노 푸셔 방식입니다. 스타트 -> 스톱 ->리셋이며 버튼이 하나인 관계로 스톱에서 다시 스타트를 할 수 없습니다. 푸시버튼을 누르면 부드럽게 스타트하고 역시 부드럽게 스톱합니다. 컬럼휠이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하는 것 같습니다.무브먼트의 브릿지는 커다란 블루 스크류로 고정이 되어 있고 컬럼휠이 있는 주위를 반원 형태로 절개했습니다. 여기서 컬럼휠과 연결된 레버들이 함께 보입니다. 푸시 버튼을 누르면 컬럼휠이 돌면서 레버의 위치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죠. 그 위 12시 방향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케이스 백에 72, 48, 24, 0이 음각되어 구체적인 숫자로 파악이 됩니다. 아래 6시 방향에는 밸런스 휠을 비롯 몇 개의 휠이 배치되어 있는데 바 모양의 브릿지로 덮여 있습니다. 휠의 배치와 브릿지 모양이 재미있습니다만 뭐랄까 썩 예쁘지는 않습니다. 최종 지향점이 자동 무브먼트인 MB R200이라서 수동 무브먼트로 표현 할 수 있는 한계라고 할까요.


두 개의 배럴을 사용하여 72시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합니다. 수동의 경우 감아주는 습관만 들이면 파워리저브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감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바쁜 하루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칼리버MB R200을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워리저브를 길게 가져갔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최종형이 자동인 MB R200이라면 와인딩 시 다른 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과 달리 전혀 다릅니다. MB R100또르르륵 소리와 함께 수동 느낌을 주고 MB R200은 여느 자동 무브먼트처럼 매끄럽게 감기는데 수동의 손맛을 한번 들이고 난 뒤라면 꽤 매력적인 감촉입니다. 그리 수동 무브먼트로 크게 매력적이라고 볼 수 없는 MB R100의 디자인에 반해 크라운을 돌리는 느낌은 수동 그 자체로 디자인을 상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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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일부를 도려내고 나머지 부분은 기요쉐 가공을 했습니다. 기요쉐는 매우 섬세하며 인 다이얼 중앙과 카운터 사이의 공간은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인 다이얼 속에

데이트 링이 있으며 이것은 마치 휠과 같은 가공을 했습니다. 해당 날짜는 애니버서리 에디션이 써있는 아치 바로 아래의 화살표가 가리키기 때문에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이얼을 담고 있는 케이스는 다이얼을 정면으로 보고 있는 방향에서는 살짝 멋을 낸 러그가 돋보이는 정도로 심플합니다. 측면은 선이 조금 더 많이 넣어 멋을 부렸습니다. 시각적으로는 실제보다 조금 더 얇아 보이는 효과가 있군요. 케이스 측면의 백미는 역시나 크라운 위에 내린 화이트스타로 외관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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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버클과 고급스러운 소재감을 풍기는 스트랩은 잘 만든 시계를 더 돋보이게 합니다. 단지 D버클의 형태가 좀 걸리는데 좌우로 펼쳐지는 방식이 아니고 이미지처럼 한쪽으로 길게 뻗은 방식입니다. 손목이 평평하기보다 둥근 형태인 제 경우에는 이런 버클이 뼈와 닿아 장시간 착용시 피로를 유발합니다. 케이스 지름이 43mm이고 손목이 가는 편이라면 저처럼 손목이 좀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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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골드 케이스이며 190주년 모델로 190개가 생산되어 희소성을 무기로 삼습니다. 가격은 4천만원 중반으로 하이엔드 메이커의엔트리급 이상의 모델과 경쟁해야 합니다. 시계 자체는 매력적이나 선택을 한다면 혼란스럽죠. 일반 에디션인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 경쟁력은 더 높습니다 천 만원 초 중반 인 하우스 크로노그래프로는 적절합니다.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본다면 애니버서리 모델보다 낫습니다. GMT기능(24시간과 데이&나이트 표시)이 더 있고 로터에 화이트스타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을 컬럼휠의 위치에 맞춰놓으면 절묘한 그림이 나오기도 합니다. ETA 라인과 미네르바 라인의 가격적 갭을 채울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 포지셔닝이 훌륭한 편이며 생산개수가 정해져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니라 구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제 리뷰를 보고 난데없는 니콜라스 뤼섹 붐이 불지 않는 이상 당분간 흔한 시계도 아닐테고요. 저더러 이성적인 선택을 하라면 단연 스테인리스스틸이지만 시계 같은 성격의 물건을 살 때 이성적인 판단은 별로 내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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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과 착샷은 Picus_K님이 고생해주셨습니다.


*리뷰 마지막 부분에 가격 오류가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애니버서리 에디션은 3천만원 중후반이 아니라 4천만원 중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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