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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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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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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링크로 인해 익스플로러에서 본문 일부만 표시된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이 때는 번거롭지만 크롬으로 보시면 본문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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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센을 시계의 땅으로 바꾼 아돌프 랑에. 드레스덴의 대포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를 독일 시계의 아버지로 만들어 낸 사람의 한 명이 시계 스승(이자 장인)인 요한 크리스찬 프리드리히 굿케즈(Johann Christian Friedrich Gutkaes) 였습니다. 작센 왕국의 궁정 워치메이커였던 그는 생전 오페라 하우스 젬퍼오퍼(Semperoper)에 놓을 대형 시계를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오페라 하우스 어디에서도 잘 보여야 했는데 실내가 어두웠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가시성이 중요했고, 시계가 놓일 자리의 제약으로 원형 시계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독특한 형태를 고안해 냅니다. 디지털 방식의 5미니츠 클락이었습니다. 앞쪽의 로마자는 시간을 뒤쪽의 아라비아 숫자는 5분 단위로 표시하는 시계였습니다. 이 시계는 당시는 물론 부활한 랑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랑에가 최초로 선보인 빅 데이트와 2009년 발표한 자이트베르크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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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면 시간을 디지털로 표시하는 점핑 아워로 표시하는 모델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크로노스위스에는 델피스와 디지터가 있었고 오데마 피게, 자케 드로, 까르띠에에도 점핑 아워 모델이 있고요. 구글링 해보면 몇 가지 다른 모델이 등장합니다. 자이트베르크와 이들 점핑 아워의 차이점은 뭘까요? 네 그렇습니다. 자이트베르크는 시간 뿐 아니라 분까지 디지털로 표시하는 유일한 모델입니다. , 분을 디지털로 표시하는 경우 문제는 동력입니다. 매분 디스크를 적어도 한 장 돌려야 하고 매시 정각에는 디스크를 석장이나 돌려야 하니까요. 토크가 강한 메인스프링을 사용하면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일차적인 방법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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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트 포스 이스케이프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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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는 이를 위해 '콘스탄트 포스 이스케이프먼트'를 고안합니다. 같은 이름의 메커니즘이 랑에31에도 장치되어 있죠. 메커니즘의 형태와 기능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근본은 동력을 다루는 것에 각별한 철학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랑에 31은 싱글 배럴로 31일 파워리저브의 구현을 위해 토크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일이 최우선적이었고, 자이트베르크는 이와 더불어 점핑 미닛&아워의 정확한 제어를 위해서 입니다. 콘스탄트 포스 이스케피프먼트 보다 먼저 나온 체인&퓨지가 같은 시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회중시계의 기술을 손목시계의 시대에서 부활시킨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게 끔 합니다. 뿐만 아니라 배럴에서 효율적인 동력 소비를 위한 아이디어를 냈고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배럴 속 메인스프링이 풀릴 때는 마찰을 최소화하는 축 받침(베어링)을 사용하고, 반대로 감길 때는 상대적으로 마찰이 커지는 축 받침(베어링)을 사용합니다. 그것으로 인해 컴팩트한 사이즈의 배럴을 넣을 수 있게 됩니다. 배럴은 다른 랑에에서 볼 수 없는(대부분 3/4플레이트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형태로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양각의 로고로 멋지게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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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트 포스가 있는 부분은 블랙 폴리싱 한 브릿지로 덮어 금방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데 팰릿 포크와 비슷하게 생긴 부품이나 블루 헤어스프링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브릿지의 블랙 폴리싱은 완벽합니다. 어떤 각도의 빛이라도 반사해야 하며 각도에 따라 블랙, 그레이, 화이트로 보여야 합니다. 이 때 표면은 완전히 평평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떠한 흠집도 용인되지 않습니다. 동시에 표면의 반사는 일그러짐이 없어야 하며 모든 것은 핸드 피니시로 해야 합니다. 하이엔드 워치 피니시가 보여주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으로 하이엔드 아래에 위치하는 메이커의 무브먼트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격(格)'입니다. 시선이 집중되는 부분에 효과적으로 사용한 블랙 폴리시 기법 하나만으로 랑에가 어떤 수준의 메이커인지를 드러내는 것이죠. 외부와의 소통장치인 크라운을 통해 받은 힘을 배럴로 이어주는 기어들은 결이이 살아있습니다. 썬 레이(썬 버스트) 패턴으로 가공했군요. 다란 랑에 모델과 마찬가지로 또 노멀 자이트베르크 모델 역시 저먼 실버로 플레이트를 만들었지만 표면 가공이 다릅니다. 모래를 뿌려놓은 듯한 느낌으로 요즘보다는 회중시계의 무브먼트에서 더 흔히 볼 수 있었던 가공으로 일반적인 스트라이프 패턴 가공을 하지 않았군요.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무브먼트 표면에 무브먼트 넘버 등을 음각으로 새긴 뒤 색을 넣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것입니다. 인 하우스 브레게 오버코일을 사용한 밸런스는 스크류 밸런스 방식으로 프리스프렁의 다른 자이트베르크와 구분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밸런스의 지름이 줄어들었지만 아름다움은 커졌습니다. 스크류 밸런스를 만드는 과정은 고도의 스킬이 요구되므로 보통 경험이 풍부한 워치메이커가 담당합니다. 최근 프리스프렁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데요. 랑에의 부활을 이끈 고 균터 블럼라인은 아름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프리스프렁을 선호하지 않던 인물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이 특별한 자이트베르크가 한 층 더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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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은 랑에에서 유일하게 3시 방향이 아닌 곳에 있습니다. 크라운의 위치를 4시에 두거나 하여 보통과 다른 곳에 두는 방식은 쇼파드 L.U.C 트위스트처럼 의도적인 배치를 노리고 무브먼트를 살짝 회전시키는 것으로 가능하죠. 자이트베르크의 경우는 이보다는 무브먼트 구조에 의한 것이라 다릅니다만, 크라운 사용이나 착용시 3시 방향의 크라운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 보다 메인스프링의 탄성이 예상대로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와인딩을 할 때에는 제법 힘이 들어갑니다. 18,000vph에 파워리저브가 36시간으로 비교적 짧은 것에는 자이트베르크 고유의 표시 방식 때문이겠죠. 크라운 포지션은 0에서 와인딩이고 한 단을 당긴 1에서 시간 조정입니다. 일반적인 바늘이 없기 때문에 좀 낯선데요. 분침을 돌리듯 크라운을 돌리면 1자리 디스크가 회전하고 이것이 9에서 0으로 바뀌면 앞 쪽의 10자리 디스크의 숫자 하나가 함께 바뀌게 됩니다. 디스크를 돌려서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통의 분침을 돌리는 속도에 비하면 좀 더딥니다. 급한 성격에 시간 디스크만 따로 돌리는 포지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다행인건 뒤로 돌려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수동 모델이기 때문에 한번만 시간 세팅을 해두면 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수동 사용자는 어느 정도 와인딩하는 습관이 몸에 익었기 때문이죠. 문제는 자이트베르크를 소유하고 있다면 다른 시계를 컬렉션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매일 신경을 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자이트베르크가 멈추고 새로 착용할 때마다 좀 번거로운 시간 세팅을 해야 하다는 것인데이건 일단 자이트베르크를 살 수 있게 된 다음 걱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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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 이미지를 보면 디스크 3장이 겹쳐있는데 이 때문에 다이얼에서는 단차가 느껴집니다. 비단 자이트베르크 뿐 아니라 랑에1의 빅 데이트에서도 보이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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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보시면 분 디스크가 점프하기 전에 5초 정도 전부터 예비 동작이 있습니다. 개구리가 도약을 하는 것처럼 힘을 응축했다가 일순간에 폭발(?)시키는 과정으로 보여집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서 이 때의 움직임을 무브먼트 쪽에서 촬영을 못했습니다. 대신 유투브에서 찾은 동영상을 보시죠. 


 


이 동영상을 보면 맨 준비 동작에서 팰릿 포크와 비슷하게 생긴 레버를 걸었다가 시간이 잠시 지나면 레버가 열리면서 찰칵하고 순간적으로 변환됩니다. 블랙 폴리싱한 브릿지의 오른쪽 끝 부분(양 갈래로 나뉘어 앵커처럼 보이는 부분)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이 곳에 팬(Fan)이 위치합니다. 순식간에 이루지는 디스크의 전환 (급가속과 급정지)  발생하는 큰 힘으로부터 메커니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데요. 팬의 회전으로 힘의 일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루에 1000번이 훨씬 넘는 디스크 변환을 하는 메커니즘의 내구성을 보장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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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에서 시간, , 초를 덮는 T자 모양의 부분은 저먼 실버로 만들고 다시 로듐으로 도금했습니다. 가로로 라인을 잘 살려낸 것이 보이실 겁니다. 나머지 부분은 화이트 골드에 블랙 로듐으로 덮고 이것을 조각도로 상처(?)를 내는 기법인 트렘블라쥬를 사용했습니다. 인그레이버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기법으로 이름의 자이트베르크 한트베르크스쿤스트(Handwerkskunst)’에는 무브먼트는 물론 다이얼에서 이뤄진 수작업, 수공예를 내포합니다. 인그레이버의 손과 실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30개라는 리미티드 에디션도 다이얼 하나하나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고 각각의 개성을 갖추게 됩니다. 양각으로 돌출된 랑에의 로고 등은 인덱스를 심은 게 아니라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파워리저브는 이미지처럼 포인트를 주면서 동시에 기능적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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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이전의 랑에 리뷰를 보셨다면 익숙한 샌드위치 구조입니다. 유광, 헤어라인의 무광, 유광이며 측면에서 두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께만큼의 플래티넘이 사용되어 매우 무겁습니다. 스트랩에 관해서는 담당자를 통해 확인했는데 까르네의 경우 페이크 스트랩이라고 합니다. 악어 가죽을 사용할 경우 통관 시 간혹 문제 삼는 경우가 있어서라고 하는데요. 그런 것치곤 퀄리티가 좋습니다. 제가 막눈이라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나 페이크입니다를 외치는 다른 메이커의 까르네에 비하면 시계를 감상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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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 매니아의 올바른 자세


기능은 시간과 파워리저브를 갖춘 비교적 심플한 모델입니다. 하지만 디지털로 구현한 시간과 분 그것을 위해 고안된 메커니즘을 본다면 그 가치는 충분합니다. 물론 누구나 살 수 있는 시계는 아닙니다. 노멀 다이얼의 자이트베르크가 8천만원대이고 이것은 1억원이 넘습니다. 구입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가격대의 시계라 현실성이 없으면서도 한 편으로 아쉬운 것은 30개만을 한정 생산하여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30개의 시계 주인이 거의 정해졌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고요. 한정판이라는 건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는 건 물론, 요즘 들어 점점 흐릿해지는 시계에서의 수공 가치를 환기하는 의미 있는 모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사진 촬영은 Picus_K님이 진행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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