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VC 1955를 구매한 이유 중
절반 이상이 무브먼트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cal. 1003은
울트라씬 무브먼트 일뿐 아니라
무브먼트 역사에도 족적을 남긴
역사적인 무브먼트이자
기술적으로도 좋은 무브먼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비하인드스토리가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도 잠시 말씀드렸듯이
VC cal. 1003의 다른 이름은
AP cal. 2003이고 JLC cal. 803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0세기 초, 정확히는 1907년
JLC는 1.38mm의 초박형 무브먼트인 cal. 145을
만들어 포켓 워치에 적용하였습니다.
이 무브먼트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수동 무브먼트였을 뿐 아니라 안정성이 뛰어나
50년 넘게 생산된 무브먼트였습니다.
(VC에서 더 얇은 무브먼트가 있었다고 하나
시장에 증명되지 않은 프로토 타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당시에도 상당히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오데마피게는 JLC와 경쟁하기 위해
더 얇은 무브먼트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1.32mm의 초박형 무브먼트를 1921년 발표합니다.
(마찬가지로 자료는 남아있지 않고...)
그리고 그 후 좀 더 대중적인 무브먼트를 만들어 내는데
그것이 바로 1938년에 선보인 AP cal. 9"ML입니다.
cal. 9"ML은 1.64mm의 초박형 무브먼트였습니다.
이 무브먼트의 특징은 포켓 워치 뿐 아니라
손목시계에도 사용이 되었고
울트라씬에는 힘든 앵글라쥐와 페를라쥐 등
피니싱이 잘 들어가 있었습니다.
15년 동안 약 772개가 생산되었다고 알려집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울트라씬 무브먼트의 고질적인 문제인
내구성이었습니다.
AP는 VC, JLC와 이 문제를 논의했고
JLC에 cal. 9"ML를 제공하여
대량 생산과 내구성을 높이는 작업을 합니다.
그 결과물이 1953년에 나오게 되는데
바로 JLC cal. 803,
AP cal. 2003, VC cal. 1003입니다.
JLC Cal. 803(1953년)
AP Cal. 2003
VC Cal. 1003(1955년)
이는 이전 무브먼트의 약점을 정확히 개선했습니다.
JLC를 통해 충분히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고
브릿지를 줄이고 세부적인 조정을 통해
안정성을 강화하였습니다.
그 결과 수십년을 가장 얇은 수동 무브먼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생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잘 아시는 대로 JLC는 이 무브먼트를
생산하면서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AP는 무브먼트를 제공한 대가로
1953년부터 1955년까지 이 무브먼트를
독점으로 공급받아 사용하게 됩니다.
VC는 1953년부터 1955년까지
사용하지 못하는 기간에 브랜드에 맞게끔
수정을 한 후 1955년부터 cal. 1003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몇 번의 수정을 거치며
현재의 VC cal. 1003이
히스토릭 울트라파인 1955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Cal. 1003의 골드 플레이트 무브먼트는
히스토릭 울트라파인 1955가
아마도 최초일 겁니다.
상당히 가치있고 레어한 조합입니다!
여기에 거의 60년 간 울트라씬
기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덤이죠.
여기서 끝나면 조금 아쉬우니...
비하인드스토리 둘을 들려드립니다.
하나는
cal. 1003의 베이스가 된
AP cal. 9"ML이 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피게 cal. 21이 베이스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에드워드-아구스테 피게가
직접 언급을 했다고 하기도 하고
AP 전기를 쓴 부르너의 글에도
이러한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확인 못해봤지만요)
위는 프레드릭 피게 cal. 21입니다.
Cal. 21은 1925년 처음 탄생하여
지금까지 활동하는 역사적인 울트라씬 무브로
1.75mm의 두께를 갖고 있습니다.
파텍필립의 cal. 175, 177, 블랑팡의 cal. 21의
베이스 무브먼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AP Cal. 9"ML이
피게 cal. 21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것 같나요?
다른 하나는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시죠~
까르띠에의 1910년 포켓워치입니다.
그런데 무브먼트를 한 번 보시죠~
AP cal. 9"ML과
구조가 거의 똑같습니다.
클릭 구조, 브릿지, 레귤레이터 스터드 등
거의 판박이입니다.
이 무브먼트는 누가 만들었냐구요?
JLC가 만들었습니다 ㅎㅎ
사실 이 당시의 기록들이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수동 시계 구조도 비슷하기도 하구요.
그뿐만 아니라 당시 시계 업계, 아니 스위스 시계업계는
서로 공유하고 빌려다 쓰는 것이 익숙하였습니다.
또한 브랜드 경제 사정에 의해
서로 그룹 안에 묶이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런 기조로 인해 서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유추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여러분들도 한 번 유추해보세요 ㅎㅎ
- 페니 드림
[블로그] http://blog.naver.com/jlcmania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penny_watch_story/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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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에르메스
2019.08.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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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없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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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Iime
2019.08.11 19:45
데일리로 차면 1년 후 일오차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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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로 차기엔 다른 시계들이 울고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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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아빠
2019.08.11 20:39
울트라씬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역사 소개 감사합니다.
특히나 VC의 골드 플레이트 무브먼트는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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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무브먼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니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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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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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님의 글 종종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유익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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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12
2019.08.12 14:48
좋은글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정독하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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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님의 포스팅은 꾸준히 보고있습니다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지라 ㅋㅋ
그중에도 제가 좋아하는 바쉐론 !!^^
잘 봤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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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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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JLC 에보슈 공급이 아니라 VC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VC 드레스워치가 사고 싶어 지는 글이네요
글을 참 잘쓰시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