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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1740  공감:17 2021.09.18 23:29
몇 해 전부터 시작되어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는 스틸 스포츠워치의 대유행.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여기엔 아마도 더이상 격식을 따지지 않는 드레스코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계 커뮤니티에서는 '슈트에 브레이슬릿 시계를 찬 남자는 머리가 비어보인다'는

모 미국 여성 정치인의 멘트가 심심찮게 회자되는가 하면, 'understatement'라는 것이 드레스워치의 덕목 중 하나로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주로 정장차림'으로 다닌다는 직업군 조차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이제 콤비, 반팔 와이쳐스, 백팩, 검은색 스니커즈

정도는 뭐 파격의 범주에조차 들지 못하게 된지 제법 되었죠.

그렇다면, 드레스워치 매니아가 살 길은 무엇인가. 시계에 복장을 맞추겠답시고 혼자서 데드포멀한 풀정장을 입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최애 드레스워치를 차지도 않고 관상용으로만 두기는 너무 아깝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드레스워치를 포기(방출)할 수는 없고 말이죠 ㅠㅠ

저도 이 주제로 몇 해를 고민하다가, 비교적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빈티지(계열) 스트랩'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낀 이쪽 계열 스트랩의 특징이라면, 부담스럽지 않은 소재(주로 송아지가죽 등), 흔치 않은 다양한 색상,

독특한 텍스쳐(앱송, 사피아노, 누벅 또는 스웨이드 등등), 패딩 없는 얇은 두께와 부드러운 착용감 등이네요.

예를들면 이런 느낌입니다.

Patek-Calendar-and-World-Time-Hero-01-LR.jpg
Patek-5110G-001-White-Gold-World-time-Suede-Strap-04.jpg
Patek-5396R-011-Annual-Calendar-Rose-Gold-Strap-01.jpg
Patek-Style-Up-Extra-02.jpg


이런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살짝 통통한 느낌의 패딩이 들어간 고풍스럽고 특유의 광택(무광이라고 하더라도)을 뿜어내는 블랙 또는 브라운 계열의

악어 스트랩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ㅋ 줄질의 재미와 효과를 깨닫게 해준 파네라이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네요^^;

다만 제 pp 5054에는 문제가 있었으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줄질이 불가능한, 양방향 나사 방식이라는 것이었는데요.

(크로노스위스의 러그를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되실겁니다.)

64.1081__77374.1477025719.jpg
보통은 이런 도구를 사용합니다만... 저는 이 도구만 보면 자꾸 무슨 베르세르크 같은데 나오는 고문도구 같이 생겼다는

생각과 함께.. 나사를 돌리다가 금통 케이스가 미끌어져 저 드라이버 중 하나에 좌악 긁히는 끔직한 생각만 떠오르라고요...

그러던 와중, 이런 재미있는 도구를 발견했습니다.


Bergeon 6670-S라는 툴인데, 동영상 링크를 보시면 바로 이해가 되실겁니다 ㅋ

이정도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저도 혼자서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베이에서 주문 ㅎㅎ

YG 케이스에 어울리는 스트랩 색상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일단 artisan strap 에서 브라운 스웨이드 스트랩으로

도전해보았습니다.

1631754643.jpg

줄질 도중에 한컷. 도구의 힘을 빌리더라도 줄질 난이도가 아주 쉬운 편이라 할 수는 없지만,

테이핑 같은걸 하지 않아도 기스가 날 위험은 거의 없다는게 좋았네요.

금통 드레스워치의 드레시함을 한클릭 낮춰주기 위해 시도한 브라운 스웨이드 스트랩 줄질의 결과물..은 이렇습니다.

sw3.jpg
sw4.jpg
sw2.jpg
sw1.jpg


일단 자평하자면, 컬러, 텍스쳐, 만듦새, 착용감, 어울림 모두 합격입니다. 아직 확신이 잘 서지 않는 것은 내구성.

이건 최소 이번 가을 겨울 정도는 지나줘야 결론이 날 것 같네요. 하지만 스트랩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생각한다면

한철 장사만으로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다는 느낌입니다.

착용샷을 찍은 복장은 캐쥬얼 복장이지만, 평소 직장에서 입는 정장(이라고 쓰지만 사실상 거의 비지니스 캐주얼)에도

충분히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onstrap에서도 조만간 tapue(회갈색) 계열의 송아지가죽 스트랩이 하나 올텐데, 그것도 매우 기대가 되네요.

(결국은 브라운 계열이군요 ㅎㅎ;)

혹시 드레스워치를 매우 좋아하시지만 드레스코드에 잘 맞지 않아 보관함이나 와인더 속에서 아껴만 두는 날이

많았던 분들이 계시다면, 저런 드레스워치의 드레시함을 한클릭 낮춰주는 빈티지 스트랩을 강력하게 추천드려봅니다.

격식과 파격의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이 시대에 드레스워치를 활용하는 슬기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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