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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justing & Regulating...


우리가 시계 생활을 하다 보면 한번 쯤 들어보게 되는 단어들입니다.


Adjusting(조정)이라는 단어는 만약 여러분이 가진 시계가 일정수준 이상의 고급 등급의 시계라면, 그리고 씨쓰루 케이스백을 가진 시계라면 지금 바로 시계를 뒤집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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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justed 5 positions"


이건 여러분의 시계가 5가지 포지션에서 조정(Adjusting) 된 시계라는 것을 뜻하는 문구입니다.


Regulating(조절)이라는 단어는 좀 더 쉽게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시계가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시계를 가지고 해당 CS로 가서 시간을 조절해 달라...즉, Regulating을 해 달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CS의 기술자는 여러분의 요구에 따라 시계의 백케이스를 열고, 무브먼트의 조절기(Regulator)를 조작해서 여러분의 시계의 시간을 조절(Regulating) 해 주겠죠.




조정...조절...사실 우리말로는 크게 의미상의 차이가 없는 이 'Adjusting' 과 'Regulating' 은 시계학(Horology) 측면에서 상당히 핵심적인 단어들 입니다.


이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와 역사를 알게 되면 같은 시계를 보더라도 뭔가 더 다른것을 볼 수 있게 되고, 시계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좀 더 풍부한 옵션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준비 했습니다...알쓸신시(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시계사전)...




<1>편 에서는 Adjusting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고,


<2>편 에서는 Regulating에 대해 다뤄 볼 예정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변명을 드리자면...이 글은 상당히 재미없을 수 밖에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관계로 당연히 재미 없을 것이며, 복잡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골치아픈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딱 요기까지 읽고 스킵하셔도 무방합니다. 조정이니 조절이니 알지 못해도 시계생활에 전혀 지장 없기 때문이지요(알뜰신시)~^^;


아울러 이 글을 TECHNICAL 동에 올리지 않고 주제와 아무 연관 없는 하이엔드동에 올리는 것도 이해해 주십시요.


나름 어려운 내용이라 글쓰는데 적잖은 품이 드는것은 사실이니, TECHNICAL 동에 올려 글이 묻히느니 타포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하이엔드동에 올려서 조회수나 좀 올려보고 싶은 저의 찌질함의 발로이니까요...^^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배경 지식부터 잠깐 언급해 봅니다.


복잡하다면 복잡할 기계식 시계의 작동 메카니즘을 단순화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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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프링에 축적된 동력이 기어를 통해 헤어스프링으로 전해져서 헤어스프링을 휙 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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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헤어스프링이 꼬이면서 헤어스프링과 연결된 밸런스 휠이 회전, 팔렛 포크를 통해 이스케이프먼트를 밀어줍니다. 이게 '틱(Tick)'...


꼬인 헤어스프링이 탄성력에 의해 원래대로 돌아 오면서 밸런스 휠이 반대로 회전, 다시 이스케이프먼트를 밀어줍니다. 이게 '톡(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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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틱톡...그래서 틱-톡(Tick-Tock)이 한 싸이클이 되는거죠.


시계학(Horoogy) 에서는 이 한  '틱Tick'을 '비트(beat)'라 표시하고, 초당 5 비트면 보통 5 진동, 시간당으로 표시하면 18,000 진동(BPH;Beats Per Hour)...이렇게 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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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동각(Amplitude)이란 이때 뒤틀리는 헤어스프링의 각도를 표시한 것이고요, 같은 진동수 에서도 이 진동각의 미묘한 변화에 의해 시간이 변하게 됩니다.


(진동각이 커지게 되면 헤어스프링이 더 많이 뒤틀렸다가 돌아오게 되므로 틱-톡(Tick-Tock)의 간격이 커져 시간이 느려지고, 진동각이 작아지면 반대로 시간이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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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시계는 메인 스프링의 동력을 헤어스프링과 밸런스 휠의 회전을 통해 규칙적으로 풀어내는 기계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일정한 메인 스프링의 토크와 안정적인 진동각, 규칙적인 비트가 이루어 져야 시계가 정확하게 돌아가게 되죠.




Adjusting, 즉 조정은 이러한 시계의 일련의 메카니즘이 정확하게 돌아가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합니다.


우리가 "시계를 조정한다(Adjusting)" 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시계의 일오차를 가능한 한 제로(0)에 가까이 맞춘다" 라는 말이 되는거죠.


이 Adjusting이라는 행위는 넓게는 무브먼트의 분해, 소지, 오일링(Oiling), 자성제거 등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며,


좁게는 크게 3가지 상황에서 시계의 오차를 제로에 가깝게 맞추는 행위입니다.




첫째는 등시성(等時性 ; Isochronism), 즉 태옆이 풀로 감겨져 있다가 풀리는 동안의 오차를 조정하는 것,


둘째는 온도차(Temperature), 즉 온도가 높거나 낮을때 등 온도변화 시의 오차를 조정하는 것,


셋째는 자세차(Positon), 즉 시계를 차고있는 자세변화 시의 오차를 조정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현대에 나오는 시계들은 대부분 이런 3가지 큰 조정행위 중 자세차(Position) 조정에 대해서만 표기되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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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고급 시계에는 등시성(Isochronism), 온도차(Temperature), 자세차(Position)에 대한 조정이 모두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이 3가지 조정 행위에 대해 한가지씩 살펴 보죠.




1. 등시성(Isochr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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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동력원인 메인 스프링은 우리가 시계를 사용하는 한 거의 매일같이 감겼다 풀렸다 함니다.


만약 메인 스프링이 풀 와인딩(full winding) 되어 태엽의 힘이 매우 강하면(토크가 강하면) 밸런스 휠을 힘차게 밀어주기 때문에 헤어스프링의 진동각이 커지고 틱-톡(Tck-Tock)의 간격이 커져 시간이 느려집니다.


반대로 메인 스프링이 거의 풀리게 되면 태엽의 힘이 떨어져서(토크가 약해져서) 헤어스프링의 진동각이 떨어지고, 시간이 빨라지게 됩니다.


대부분 생각하는 '태엽의 힘이 강하면 시간도 빨라질 것이다' 라는 직관적인 생각과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런 등시성은 사실 태엽이 풀 와인딩 되었을 때와 거의 풀렸을때의 오차를 동일하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 오차와 - 오차는 서로 자연스럽게 보상이 되어 전체적으로 제로의 오차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수동 시계의 경우 아침에 출근하면서 시계를 감아주면 아침에 - 오차를 보이다가 저녁 무렵에는 + 오차로 전환되어 전체적으로 제로 오차가 될 것이며,


자동 시계의 경우 밤새 풀러놨던 시계를 아침에 차고 출근하면 - 오차를 보이다가 활동량에 따라 태엽이 점점 감겨서 퇴근해서 시계를 풀러놓을 즈음에는 + 오차를 보이게 되겠죠.


즉, 일정한 시간에 태엽을 감거나, 일정한 생활 패턴을 가지는 것은 등시성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보통 40시간 내외의 표준적인 파워 리접을 가지는 무브먼트에서는 이 등시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요새 유행하는 롱 파워 리접(Long Power Reserve)에서는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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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개의 태엽으로 롱 파워 리접을 유지할 때 당연히 태엽은 더 커지고 강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와인딩 정도에 따른 토크차를 더욱 크게 해서 등시성 유지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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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브랜드들이 복수의 태엽 사용을 채택했고, 최근 IWC가 7 days 무브먼트를 단일 태엽에서 복수 태엽으로 바꾼 이유도 이와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이런 등시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가장 유명하면서도 간단한 발명이 브레게 오버코일(Breguet Overcoi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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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브레게가 발명한 헤어스프링으로서 헤어스프링의 끝단을 헤어스프링 윗쪽으로 감아 얹은 헤어스프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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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Fusse Chain 처럼 옛날 회중시계 시대때 쓰던 기어 방식의 체인을 이용하는 등 메인 스프링의 동력을 일정하게 풀리게 하기 위한 많은 노력(Constant Force)이 있지만 벌써 머리가 복잡해 지니 그만 넘어 갑니다...^^;




2. 온도차(Temperature)


재료공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헤어스프링이나 밸런스 휠을 철(iron)이나 놋쇠(brass) 등으로 만들던 시절에 온도차 조정을 위해 시도되었던 여러 방법들은 거의 예술의 경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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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는 항상 금속을 팽창시키거나 수축시킵니다.


초창기의 밸런스휠과 헤어스프링은 모두 철(Iron)로 말들어 졌기 때문에 정확성을 유지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차' 였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헤어스프링의 두께와 넓이, 길이가 팽창되고, 스프링의 힘이 약해지며, 밸런스 휠의 직경이 늘어나게 됩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죠.


이 모든것이  '틱-톡'의 시간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 보자면, 온도가 높아지면 헤어스프링은 열팽창으로 인해 두께, 넓이, 길이가 커지게 되고 밸런스 휠도 열팽창을 하게 되는데 이런 물리적 변화가 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다행히 서로 상쇄되어 버립니다. 


온도가 시간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이런 물리적인 변화보다도 높은 온도가 스프링의 탄성도를 낮춘다는데 있습니다. 열에 의해 약화된 스프링 때문에 스프링이 꼬였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최종적으로 '틱-톡'의 시간이 늘어나는, 즉 시간이 느려지게 되는 것이죠. 


물론 온도 감소에는 반대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온도차에 의한 시간 변화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헤어스프링의 변화를 최소화 하도록 보정해야 하는데, 열에 의한 스프링의 탄성도 변화는 헤어스프링의 재질이 철로 되어 있는 한, 물질의 특성이기 때문에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초기 기계식 시계에서 온도보상의 주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밸런스 휠에 의한 헤어스프링의 온도변화 보정이었습니다. 


온도보상을 위한 밸런스 휠의 특징은 2가지로 대변됩니다.


하나는 Bimetalic, Split 밸런스 휠 이고,


다른 하나는 밸런스 스크류(Screw) 입니다.


Bimetalic, Split 밸런스 휠은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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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의 이름을 따서 언쇼(Earnshaw) 밸런스 휠이라고도 불리는 이 밸런스휠은 2가지의 금속(Bimetal)을 이어붙여서 만들었는데, 주로 바깥쪽은 놋쇠(Brass), 안쪽은 쇠(Iron)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구부러질 수 있도록 밸런스 휠의 테가 밸런스휠 암(Arm) 근처에서 2군데가 잘려있죠(Spl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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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올라가면 바깥쪽의 놋쇠가 안쪽의 쇠보다 덜 팽창하기 때문에 밸런스 휠은 안쪽으로 굽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밸런스 휠의 내경이 작아지는 효과가 되어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가 감소, 회전이 빨라지게 되서 '틱-톡' 의 시간을 줄이게 되고, 이는 시계의 시간을 빨라지게 합니다.


이런 효과는 김연아 선수의 스핀을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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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를 활짝 펴면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가 증가되어 느리게 돌고, 팔다리를 모으면 관성 모멘트가 감소되어 빠르게 도는걸 관찰할 수 있습니다.


Bimetalic Split 밸런스 휠도 마찬가지로 온도가 낮아지면 밸런스 휠의 테가 바깥쪽으로 휘어 내경이 증가, 관성 모멘트가 증가되어 회전 속도가 느려지고, '틱-톡'의 시간이 길어져서 시간이 느려집니다.


반대로 온도가 높아지면 테가 안쪽으로 휘어 내경이 감소, 관성 모멘트가 감소되어 회전 속도가 감소,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온도 상승 -> 헤어스프링의 약화 -> 시간이 느려짐 (1)

                 -> Bimetalic Split 밸런스 휠의 내경 감소 -> 시간이 빨라짐 (2)


(1)과 (2)가 서로 보상작용을 일으켜 온도변화에 의한 시간변화를 보정하는거죠.




그리고 밸런스 휠의 스크류가 이런 보정을 돕는 역활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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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etalic, Split 밸런스 휠의 테(Rim) 부분을자세히 보시면 스크류가 꼽혀있지 않은 여분의 홀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홀을 통해 스크류를 테의 잘린(Split) 부분 가까이 꼽을수록 온도 변화에 의한 밸런스 휠의 휘는 정도가 더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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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스크류를 어디에 꼽는가에 따라 밸런스 휠의 온도 보정 정도를 조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하고 예술적인 방법에 의해 Bimetalic, Split 밸런스 휠은 넓은 범위의 온도변화 속에서도 하루 오차를 3~4초 정도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히 해결할 순 없었죠.


특히,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에서 완벽히 조절 된 Bimetalic, Split 밸런스 휠은 오히려 중간 온도에서 몇초 더 빨라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를 중간 온도의 오류(Middle Temperature Error)라고 하죠.


그리고 1930년대가 되어서야 시계는 온도에서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재료공학의 발달로 온도에 변화가 극히 적은 새로운 합금이 개발되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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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게 니켈(nickel), 크로뮴(chromium), 베릴률(berrylium), 티타늄(titanium), 알루미늄(aluminum), 그리고 철(iron)로 만든 니바록스(Nivarox) 헤어스프링 이었습니다.


최상급의 니바록스 헤어스프링은 다양한 범위의 온도 변화를 +-0.3초/℃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밸런스 휠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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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밸런스 휠의 절단부위가 사라졌습니다. 밸런스 휠은 단절(Split)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 테(Rim)을 가지게 되었죠.


스크류는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스크류는 온도 보정의 목적 외에도


자세차를 조정하는데 사용되었으며(3.자세차(Position) 부분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시간을 조절(Regulating) 하는데도 사용되었기 때문이지요(알쓸신시 <2> - Regulating 편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1930년대 이전에는 모든 밸런스 휠이 Bimetalic, Split & Screwed 밸런스 휠이었기 때문에 기술자들은 전통적으로, 관습적으로 스크류 밸런스를 고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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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료공학의 혁신은 밸런스 휠에도 나타나서 니바록스가 등장한 1930년대 글루시두르(Glucydur) 밸런스 휠로 대표되는 새로운 합금의 밸런스 휠도 도입되었습니다.


베릴륨(berryllium),  구리(copper), 철(iron)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글루시두르 밸런스 휠은 열에 강했을 뿐 아니라 400 브리넬(Brinell)의 강력한 경도와 자체적인 항자성, 항부식성을 가지고 있었고 대량생산이 가능했습니다.


글루시두르 밸런스 휠을 사용할수록, 기술자들은 이 완벽한 합금으로 만들어진 밸런스 휠을 공장에서 자세차 조정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 수 있고, 이를 장착한 시계는 수년간의 거친 실사용에도 거의 변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밸런스 휠은 완벽히 둥글게 만들기만 하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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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 밸런스 휠의 사용은 점점 줄어들었고 스크류가 없는 스무쓰(Smooth) 밸런스 휠의 사용이 점점 증가했습니다.


1960년대 후반에는 90%의 스위스 시계들이 스무쓰 밸런스 휠을 사용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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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스크류 밸런스 휠의 조절(Regulating) 기능에 주목한 파텍과 롤렉스에 의해 스크류 밸런스는 자이로멕스(Gyromax)나 마이크로 스텔라(Micro Stella) 등 다양한 관성(Inertia) 밸런스 휠로 진화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스위스 시계에서 스무쓰 밸런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입니다.


그리고, 스무쓰 밸런스 휠은 단순히 저가의 밸런스 휠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온도에 대한 시계제작기술의 승리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결과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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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앞서 얘기드린 대로 1930년대 이전의 밸런스 휠은 모두 스크류 밸런스 휠이었기 때문에 밸런스 휠의 스크류는 우리에게 어떤 향수(Nostalgia)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특히, 미학적으로 아름답죠.


그래서 스크류 밸런스 휠은 이제 그 쓰임새(온도차 보정, 자세차 보정, 조절(regulating) 기능)가 없어져도 관습적으로, 전통적으로, 그리고 미학적으로 형태만 남아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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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구 미네르바의 MB 13.21은 아름다운 스크류 밸런스를 가졌지만 밸런스 휠에 박혀있는 스크류는 모두 실제 작동을 안하는 장식적인 더미(dummy) 스크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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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능을 하는 스크류는(mean screw)는 더미 스크류와는 좀 다르게 생겼죠. 그림에서 빨간색 원 안이 mean screw, 파란색 원 안이 dummy screw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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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은 아름다운 브릿지 분할에 독특하고 멋진 미세조정 레귤레이터를 가진 17"(Ligne) 포켓워치 무브먼트를 지금도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새로 파텍필립 씰까지 새겨넣은 이 무브먼트 또한 밸런스 휠에 더미 스크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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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시계 제작자 중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필립 듀포도 그의 걸작 심플리시티(Simplicity)에 자이로멕스를 달아 놓고도 궂이 더미 스크류를 달아 밸런스 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값싸고도 정확한 스무쓰 밸런스 휠의 혜택을 크게 입고 있는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이제 이런 스크류 밸런스 같은 아름다운 전통을 손에 넣으려면 상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자세차(Position)


자세차 조정이 되지 않은 시계는 여러가지 자세에 따라 다양한 오차를 보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밸런스 휠에 붙은 헤어스프링의 부착이 잘못 되었거나, 헤어 스프링이 꼬였거나, 밸런스 휠의 피봇의 오일링이 균일하지 않거나 더럽거나, 특정 부위의 루비가 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밸런스 휠이 완벽하게 '밸런스'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밸런스 휠은 그 정 중앙에 위치한 피봇을 중심으로 완벽하게 회전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밸런스 휠을 정밀하게 만들어도 밸런스 휠에 무거운 지점(Heavy Spot)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런 무거운 지점 때문에 밸런스 휠은 피봇을 중심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져 돌게 되고, 이게 특정 자세를 취했을 때 더 증폭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자세차 조정에서 가장 관건은 밸런스 휠의 무거운 지점(Heavy Spot)을 없애서 완벽히 균형(Balance)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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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자세차 조정은 밸런스 휠 피봇을 캘리퍼(Caliper)나 조정 도구에 물리고 밸런스 휠을 돌려줍니다.


빙글빙글 돌던 밸런스 휠은 천천히 멈추게 되는데 이때 무거운 지점이 존재한다면 그 부분이 가장 밑으로 해서 멈추게 됩니다.


한 방향으로 서서히 가다 멈추는 게 아니라 앞 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천천히 멈추게 되면 그 부분에 무거운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럼 그 무거운 지점을 균형있게 맞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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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지점의 스크류를 깎아내거나, 가벼운 스크류로 교체하거나 스크류를 안으로 살짝 돌려넣어주면 무게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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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무거운 지점 반대편의 스크류를 무거운 스크류로 교체하거나 스크류를 밖으로 살짝 돌려 빼내주거나 다양한 무게를 지닌 타이밍 워셔(Timing washer)를 살짝 떨어트려 주기도 합니다.


요새 나오는 스무쓰(Smooth) 밸런스 휠은 '거의' 완벽하게 밸런스가 맞춰 생산되기는 하지만, 역시 무거운 지점(Heavy Spot)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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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쓰 밸런스 휠을 자세차 조정 할때는 좀 무식하지만 줄(file)을 이용해서 밸런스 휠의 무거운 지점 안쪽을 갈아내거나 파내면 됩니다.


이런 자세차 조정은 일반적으로 5가지 자세(Position)에서 행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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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 Up &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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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n Down, Up & Left


5가지 포지션 입니다.


이중 Dial Up & Down이 자세차를 잡는데 기준을 잡는 가장 기본적인 포지션이고,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Crown Down 포지션 입니다.


왼손을 늘어트리거나 바지주머니에 넣을 때 취하게 되는 이 포지션이 손목시계 착용시에 가장 많이 취하게 되는 포지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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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서는 5자세차 조정을 생략하고 간단히 가장 중요한  Dial Up & Down, Crown Down의 3자세차 조정만 하는 시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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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n Right는 왼손목에 시계를 차고 자세를 취해보시면 알겠지만 일상생활 중 극히 드물게 취하는 자세입니다.


따라서 Crown Right 조정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오른손잡이가 시계를 왼손에 찰때의 상황이고, 왼손잡이가 시계를 오른손에 찰때는 Crown Left보다 Crown Right가 중요해 집니다.


결국, 5자세차 조정된 시계를 왼손잡이가 오른쪽 손목에 착용하면 오차가 더 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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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대로 된 왼손잡이용 시계라면 5자세차 조정이 DU, DD, CD, CU + Crown Right(Crown Left가 아닌!)으로 조정되어 있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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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다 오버스펙 격으로 6자세차 조정(DU, DD, CU, CD, CL & CR)이 되어있는 시계가 있는데 이런 시계는 오른손목에 차도 무방합니다.  위 사진상의 제 FF Mil-Spec이 바로 6자세차 조정이 되어있죠...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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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타이밍 머신의 발달로 밸런스 휠의 균형만 보지 않고 밸런스 휠이 시계에 조립되어 작동중인 상태로 5자세차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Dynamic Poising이라 하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세차의 원인은 밸런스 휠의 불균형(Heavy Spot) 뿐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이유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밸런스 휠의 균형만 보는 전통적인 자세차 교정보다는 Dynamic Poising이 더 바람직하다 하겠습니다.       




와~ 이걸로 드디어 Adusting이란 무엇인가 대략 설명해 드렸습니다.


쓰고 나니 정말 쓸데없는 글 같네요...ㅠㅜ


다음 시간 알쓸신시 <2> 에서는 Regulating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써볼 예정인데...


이번 글은 글도 길고, 중간에 한번 날아가 버리기도 해서(요새 타포 왜이렇게 불안정한가 모르겠어요...ㅠㅜ)...시간이 더 걸리다 보니 너무 힘드네요...토할것 같아요...으으...


본가, 처가가 모두 서울에 있어 연휴동안 2편 다 써서 올릴 수 있을건만 같았는데...지금은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ㅋㅋ


그럼 연휴 편안하게들 보내시고~


제 글은 대부분


https://adjustingvintagewatches.com/


https://en.wikipedia.org/wiki/Balance_wheel


https://en.wikipedia.org/wiki/Balance_spring


http://www.timezone.com/2002/09/24/the-balance-wheel-of-a-watch/


상기 링크를 짜집기 해서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설명이 미흡하거나 오류가 있는 것 같으면 상기 링크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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