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컬렉팅을 하다고면 다토그래프는 꼭 한 번은 거쳐가는 시계라고 불립니다.
그 시계를 구입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게 이 시계는 하나의 숙제였습니다.

한 눈에 반했던 시계가 몇 안 되었는데, 다토그래프는 그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항상 타이밍이 맞지 못해 마음에 드는 매물을 구매하지 못했다가, 결국 거의 십여 년이 지나서야 경험을 했었네요.
하지만 그 사이에 시계를 고르는 눈은 너무나도 까다로워졌고,
딱 세 가지 문제, 헤드에 집중되는 무게/두께 대비 직경의 비율/크로노그래프를 작동했을 때 약간의 휑한 다이얼 느낌 때문에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L951.1 을 경험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또르륵하는 와인딩 느낌과 버터같이 부드러운 푸셔감은, 어떤 다른 시계로도 풀 수 없는 갈증? 이었습니다.
결국 다토그래프로 돌아왔지만, 그 사이에 다토그래프는 약간 하입워치? 처럼 되어서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이런 한정판들/무지막지한 모델들을 구할 수도 없구요..

플래티넘 브레이슬릿의 453.135

플래티넘 브레이슬릿/고정형 453.035
아마 이게 조던의 다토였죠..

2000년, 리슈몽에 매각되기전 LMH 그룹 (VDO 마네스만) 소속일때, 임원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청판/플래티넘

2001년, 역시 리슈몽 매각 전 VDO 마네스만 임원을 위한 플래티넘..아래의 피사 모델과는 다릅니다. (모든 핸즈가 실버색)

듀포 할아버지가 찼다고 폭등한 듀포그래프..403.031


2004년, 밀라노 시계 딜러 Pisa Orlogeria 를 위한 10개 한정판, "Pisa"
2001년 한정판과 다르게 세컨즈 핸즈와 적산계가 블루

Wellendorf의 새로운 브레이슬릿, 403.435

2008년, 오프 더 카탈로그이면서 딱 1년만 회사 내 임원에게만 판매된 옐로우골드 다토그래프 "Yellow jacket", 403.041, 30개 미만 제작

이건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은..815.026 바게뜨 다이아+플래티넘

싱가포르 딜러 Sincere 에게 제작된 815.036
그렇게 한 단계 위를 탐색하다가..다토그래프 퍼페추얼에 다시 꽂히게 됩니다.
이건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410.025 플래티넘 1세대 입니다.

위에 사진으로 있었던 다토그래프 피사 버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꽤나 끌렸지만..
역시 플래티넘의 무게는 도저히 소화할 자신이 없었고,
다이얼/서브다이얼/케이스 색상이 거의 동일해서 커보이는 느낌이 나서 마음이 식더군요.

현행 2세대 화이트골드와 그레이 다이얼도 실제로 보았는데, 정말 이뻤습니다.
다만..2세대 다토그래프들의 특징인 바 인덱스와 얇은 폰트는, 약간의 여성스러움이 느껴져 여전히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다토그래프의 아이덴티티는 저 진중하고 무거운 로만 인덱스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핸드베르크쿤스트 다토는 로만인덱스가 부활했더라구요)
그렇게 고민만하다..결국 이 모델을 들였습니다.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410.030 1세대, 화이트골드 케이스, 그레이 다이얼, 로만 인덱스.
2009-2010 까지 생산 (2011 초반까지 인도)
41mm/13.5mm
50개 미만 제작 추정
2세대와의 차이는 세 가지 입니다.
- 인덱스 : 2/6/10 로만 인덱스
- 초침 : 1세대와 2세대는 초침이 반대로 세팅 (1세대는 크로노/영구초침/30분 적산계가 실버이고, 요일/월은 푸른색)
- 문자판 : 전반적인 폰트가 1세대가 좀 더 굵으며, 1세대는 GLASHUTTE GERMANY 한 줄만 있음 / 2세대는 GLASHUTTE 1/SA 가 위에, MADE IN GERMANY 가 아래


무브먼트는 L952.1 로 1세대와 2세대가 완전히 동일합니다.
결국 페이스리프트 정도의 차이이지만, 저에게는 이게 확 와 닿더군요.
또한 다토그래프 1세대의 39mm/12.8mm 보다 좋은 비율 (41mm/13.5mm)이 마음에 들었으며,
다토그래프 2세대와 다르게 휑해보이지 않은 다이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 실사를 좀 보시면...
오밀조밀하고 너무너무 복잡한 다이얼인데, 이게 참 이쁩니다.
특히 1815 크로노그래프와 다르게, 핸즈가 길쭉길쭉하게 길어서 약간의 답답한 느낌도 없이 시원합니다.
랑에에서 가장 처음 화이트골드+랑에 그레이 다이얼을 사용한 모델입니다.
그레이 다이얼을 소장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색상이 화이트골드 케이스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케이스백은 이렇습니다.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L952.1 이네요.
L951.1 과 거의 유사하지만, L952.1 에는 프리스프렁 헤어스프링과 인하우스 밸런스휠로 변경되었습니다. 그외에도 자잘한 업데이트들도 있구요.
뒷면에도 무반사코팅이 잘 들어가있어서, 입체감을 더해줍니다.
앞면에도 무반사코팅은 잘 들어가있습니다. 특이 이 그레이 다이얼과 서브다이얼은 빛의 반사에 따라 서로 다른 반사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그레이 다이얼처럼 보이다가도, 약간 옆으로 돌리면 단차에 따른 입체감도 보입니다.

손목에서는 이렇습니다. 핸즈의 폴리싱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빛의 반사를 잘 잡아줍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이렇게 진중한 느낌과 함께 입체감이 더 살아납니다.
어두울때 저 그레이 다이얼 + 화이트골드 로만 인덱스 + 화이트골드 핸즈 + 무반사코팅 조합은 너무 이쁩니다.

반사가 없는 주광에서는 이런 느낌입니다. 좀 더 시원한 느낌이네요.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특정 각도에서는 서브다이얼까지 회색으로 보여, 마치 하나의 다이얼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다른 서브다이얼보다 문페이즈가 좀 작긴 합니다.
(이게 이 모델에서 단점으로 평가받는 두 가지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파워리저브 36시간..)

마무리하며..
점점 고여가면서...이제는 도저히 내보낼 수 없는 시계들로만 고르게 되네요.
이번 410.030 역시 몇 개월을 고민했는데, 이렇게 고민해서 들이고나니 만족도가 정말 높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워낙 소량 생산이라 그런지..410.030 에 대한 인터넷 리뷰는 정말 없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어서 읽으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Why I Bought It: A. Lange & Söhne Datograph Perpetual In White Gold"
https://quillandpad.com/2016/03/14/why-i-bought-it-a-lange-sohne-datograph-perpetual/
"The Collector’s Series: Kristian Haagen and his A. Lange & Söhne Datograph Perpetual"
https://monochrome-watches.com/the-collectors-series-kristian-haagen-lange-sohne-datograph-perpetual/
"A. Lange & Söhne Datograph Perpetual"
https://langepedia.com/a-lange-sohne-datograph-guide/datograph-perpetual/
댓글 15
-
시간의역사
2025.09.26 09:56
아니 무엇을 지켜보고 계신겁니까...
-
핡핡
-
시간의역사
2025.09.26 09:57
무브가 이쁘면 얼굴도 이뻐야한다가..이번 기변의 결론이었습니다..
-
맞아요... 균형감 없으면 매력이 반감되죠... 실물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
핥핥
-
시간의역사
2025.09.26 09:57
사실 그레이 다이얼 지원샷이었습니다..!
-
양민학살이죠 이건 ㅋㅋㅋ
-
역쉬!!
-
시간의역사
2025.09.26 09:58
점점 기변병이 심해집니다..
-
헠헠
-
시간의역사
2025.09.26 09:58
칼라트라바 패밀리 사진도 종종 올려주세요..!
-
와...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글을 올려야 하는데, 사진하나 띡 올리는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
시간의역사
2025.09.29 10:24
글을 자주 못 올리다보니 쌓인 착샷과 자료들 대방출 스크롤 압박이 되었네요..
-
다토 정도 되면 급이 급이다보니 선택이 까다로워지는듯 합니다~ 멋진글 잘 봤습니다~


지켜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