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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109  공감:18  비공감:-1 2020.09.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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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미학(美學)이란 말을 썼는데요..하하 , 뭐 시계 애호가들 눈에는 시계는 예술품이고 학문이고 철학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시더~


랑에의 태생은 조금 독특한 것 같습니다.

익히 알려진대로 발터랑에와 귄터 블륌라인이 옛이름을 재건한 브랜드이죠. 사실 랑에의 성공은 굉장히 특별합니다. 경쟁 브랜드들의 쟁쟁한 해리티지를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었고, 역사적으로 특별히 회자될만한 유산과 같은 제품을 보유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장벽을 가진 탑클래스 하이엔드 포지션을 공략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그걸 해내죠. ㅎㅎㅎ


사실 저는 1994년을 랑에의 탄생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때 선보인 시계들은 말 그대로 지금의 랑에 그 자체의 시그니처가 되었는데, 이 시계들에 쏟아부은 노력은 하이엔드 시계들에 있어서 하나의 스탠다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이젠 시스루로 무브먼트를 보여줄 때 이들의 세공솜씨가 랑에와 비교해서 어느정도인지 가늠하는 것도 재밌는 현상이랄까요...


여튼 이때 굉장한 센세이션을 몰고 온 랑에1은 제가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시계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몇해 전에 잡지에서 처음 봤는데,  손목에 15만원 이상의 시계는 올려본 적이 없던 제게 랑에1의 자태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계를 "이쁘다"라고 인식하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그보다 더한 충격은 그 잡지에 적혀있던 가격이었는데.......... "뭬여?! 380만원????" .........380만원이라는 가격에 손사레를 치며 잡지를 덮었었죠. 


뭔가 이상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손목에 15만원 이상의 시계를 올려본 적 없는 제게 3800만원이라는 가격표는 아예 제 인식 밖의 영역이었으며, 설마 0이 하나 더 붙는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거였습니다...-_- 이름도 아마...랑에운트죄네에 덧붙여 레퍼런스 번호까지 나와있었던 거 같은데, 이 이름도 괴상하고 숫자까지 섞여있는 시계 이름을 기억할 순 없었으며, 공교롭게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마음속에 남아있던 시계의 진정한 이름과 진정한 가격표를 알게되었던 이야기는 대충 레전드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리테일가가 4400으로......쿨럭..)


랑에1을 필두로 한동안 랑에는 쉴틈없이 달려갔는데, 특히 극한까지 몰아붙인 코스메틱 피니싱은 랑에 엔트리급 모델까지 전체 라인업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하이엔드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GO가 랑에의 코스메틱 정체성을 따라간 덕분에 덩달아 독일을 대표하는 양대 하이엔드 브랜드가 되었다죠...고마워 형...ㅠㅠ) 


어쨌든 남들은 과거의 해리티지를 복각한다거나, 무덤에서 잠들어 있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유산까지 꺼내어 열심히 마케팅을 할 때 랑에는 오히려 스타트업 다운 시도를 많이 했었는데, 자이트베르크의 디지털 다이얼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물론 클래식이 모든걸 지배하는 보수적인 하이엔드 클래스에서 랑에 역시 자신들의 역사를 마케팅하긴 했지만 적어도 94년 이후로 보여준 발자취는 새롭고 도전적이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복각으로 나오는 리미티드에는 군침을 흘리긴 하지만, 오랜 역사속에서 시계라는 물건은 모험과 도전의 상징이었습니다. 품위를 잃지않고 기계식 톱니바퀴로 할 수 있는 모든것을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그렇게해야 비로서 나오는 자이트베르크 같은 제품은 시계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열망할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비록 설계결함은 터졌지만...ㅠㅠ)


시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후 부터 랑에1은 언제나 제 마음속 드림워치였습니다. 몇번 손에 넣을 기회들이 왔음에도 몇가지 이유 때문에 언제나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던 그런 시계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시계를 손에 넣게 되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네요^^ (서론 되게 기네...)


왜 랑에1이었을까요... 


사실 랑에1을 손에 넣을 기회들이 있을 때 장고끝에 결국 선택하지 못했던 큰 이유중 하나는 랑에1 문페이즈 모델 때문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나름 드레스 워치에 대한 곤조가 있는데, 시계사이즈는 40미리를 절대 넘어선 안되고, 골드소재여야 했으며(가급적 핑크골드) 다이얼은 간결하고, 핸즈에 야광은 있어선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때문에 문페이즈 디스크의 아름다운 자태에 홀딱 빠져 있으면서도 문페이즈 모델의 야광 때문에 선택하는데 많은 장애가 있었지요..ㅜㅜ 대체 드레스 워치에 야광이 왠 말입니까?!!


랑에1과 랑에1 문페이즈는 비대칭 다이얼의 디자인 정체성은 그대로 공유하지만, 사실 느낌이 완전 다른 시계입니다. 아마 직접 보신 분들은 어떤 말인지 아실 것 같네요. ^^

개인적으론 랑에1에 그대로 문페이즈가 박혀 있길 원했지만, 사실 이런 디테일 차이로 라인업에 차별을 둔다는 건 대단한 일이긴 합니다. 랑에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저 제가 납득할 수 없었을 뿐....ㅠ.ㅠ


물론 야광이 없는 그랑랑에나 플래티넘 모델로 갈 수도 있지만, 그랑랑에는 사이즈에서 탈락이고 플래티넘으로 갈 바에는 솔직히 1815 크로노나 돈 더 보태서 다토그래프 같은 녀석들에 눈을 돌릴 수 있겠죠....사실 그동안 랑에1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게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인데 그럴때마다  결국 다른 시계로 눈을 돌리곤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새로 나온 투르그라프의 양각 인덱스는 정말 환상적이네요.^^)


랑에는 다른 탑 클래스의 하이엔드와 마찬가지로 골드에 집중하는 브랜드인데, 나름 상징적인 라인업을 구축할 때 골드 사용을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밝은 다이얼에는 옐로나 핑크 골드, 블랙 다이얼같이 채도가 낮은 다이얼에는 플래티넘이나 화이트골드를 배치해서 라인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죠. 그래서 제 선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핑크골드에 실버 다이얼이었습니다. 랑에에선 아르젠트? 라고 불렀었나요... 어땠든 떠억(금지어...;;)은 떠억집에 맡겨야 하듯이 이거다 하고 딱 정해준 랑에 핑크골드 모델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함 그 자체였죠.


랑에1의 다이얼은 솔리드 실버에 핑크골드 핸즈와 인덱스로 황금의 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페이즈 모델은 인덱스에도 야광을 다 발라놔서 역시나 산만한 느낌이 들어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 또다른 요인이기도 합니다. (물론 데이나잇으로 업데이트 된 문페이즈 디스크는 여전히 아른거립니다만.....ㅜ.ㅜ)


두말하면 입 아픈 빅데이트창은 정말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시간과 초를 표시하는 작은 다이얼창은 육안으로는 식별이 안되는 미세한 원형패턴이 그려져 있고, 이것이 빛을 받으면 과하지 않게 은은한 빛깔을 연출합니다. 랑에1 다이얼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테일입니다. 다소 선레이 다이얼들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분들은 꼭 한번 부띡에서 실물을 보시기 바랍니다. 랑에1의 다이얼을 실제로 보게되면 작은 예술품같이 느껴지실 거에요.

10시-11시 방향에는 퀵데이트 푸셔 버튼이 자리잡고 있는데, 사진으로 보는것과 달리 거슬릴 정도로 튀어나오진 않았습니다. 케이스 옆면은 푸셔버튼과 함게 무광 브러시 마감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랑에1도 밤에는 데이트창을 조작하면 안된다고 하네요. 3시방향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72시간으로 제법 오랜시간 밥을 안줘도 된답니다~ 

메뉴얼와인딩 시계들에서 장점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손끝으로 전해지는 마치 음악과도 같은 피드백이겠죠? 크크크... 삭소니아의 와인딩 피드백이 경쾌했다면 랑에1은 조금 더 묵직한 느낌입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와인딩을 하며 남자의 의식을 갖는 제게 있어 이런 다채로운 와인딩 피드백은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ㅠㅠb


케이스 백에서 가장 눈에 띄는것은 아무래도 8개의 골드 샤통이겠지요. 매우 작은 3개의 블루스크류가 샤통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는 모습에선 한치의 흠도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백케이스의 백미는 이 별처럼 수놓아진 골드샤통의 향연이라고 생각되네요. 사진 실력이 미천해서 이를 담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오직 수작업만으로 완성하는 밸런스 콕의 꽃잎 모양 인그레이빙도 빠질 순 없겠죠.  루페로 들여다 볼때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것이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네요. 랑에에선 장인들 고유의 버릇이나 특색으로 인해 마치 지문과 같이 똑같은 결과물은 없다고 말합니다. 스완넥 레귤레이터는 이쁘긴 한데, 인그레이빙을 좀 가려놔서....;;


3/4 저먼실버에 세심하게 아로새겨진 스트라이프는 빛을 받으면 매우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랑에1은 다른 시계들과 달리 후면 크리스탈과 무브 브릿지 사이의 단차가 최소화 되어 마치 무브먼트가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데, 이 역시 시계를 감상하면서 얻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었습니다. 예전 안보이는 부분은 피니싱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받아서인지, 현재 랑에는 안보이는 모든 부분에도 세심하게 마감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밸런스휠 뒤로 얼핏 보이는 페를라쥐, 그리고 플레이트 모서리에 최고 수준의 앵글라쥐(모따기)까지 모든 부분이 무결하게 마감되어 있습니다. 랑에는 폴리싱에 있어서 대략 2-3가지의 방법들을 모두 수공으로 연마하는데, 작은 부품들 하나하나를 루페로 감상하면서 세심한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것 또한 시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근데 플레이트에서 브릿지 끝 부분의 블랙폴리싱은 대체 어떻게 결착한 것일까요....ㄷㄷㄷ)


스트랩은 악어가죽으로, 무광이며 쫀득한 손맛이 느껴집니다. 의외로 다른 브랜드들의 악어가죽에 비해 길들이기 쉬우며 따로 옆라인은 기리매 처리가 되어있진 않습니다. 도톰한 패드 역시 다른 브랜드들과 다르게 시계줄 전체에 덧대어 있습니다. 기본 탱버클을 선택했는데, 보통 시계들의 버클디자인은 케이스 러그 디자인의 연장선같이 느껴집니다. 당연하지만 케이스와 버클 모두 골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혼자 신나서 주저리 떠들었네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빠른 시일안에 다시 랑에를 방문할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ω^


회원님들 모두 코로나, 건강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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