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마 게시글로는 처음 인사를 드리는 것 같네요. 종종은 아니고, 여전히 눈팅만 하는 유령회원이 되겠지만, 이렇게라도 짬이 나면 짧게 게시글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얼마전 좋은 분께 분양해온 블랑팡 밀스펙입니다. 뭔가 철지난 리뷰가 될 모델인데, 실물은 너무 만족스러운 시계였습니다. 사실은 동생과 기간한정 교환 목적으로 데려온 시계였는데, 좀 더 빨리 되돌아(?) 오게 되어서 현재 자주 착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원래는 바라쿠다를 영입해 오고 싶었는데, 실패한 후 눈을 돌린 시계입니다. 블랑팡은 처음 경험해 보지만, 역시 같은 식구라 그런지 브레게를 연상케하는 부분들이 보이네요.
첫 느낌은 육중한 크기의 박스에 압도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구입했던 시계들 중 가장 큰 크기의 박스가 아닐까 합니다. 튼튼한 하드보드의 아우터 박스를 걷어내면 그 유명한 펠리컨 케이스가 반겨주더군요. 카메라 렌즈 박스로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부를 모두 걷어내려면 그냥 힘으로 다 뜯어야 할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가능하면 내부도 모듈식으로 조립해 놨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드네요.
구성품은 기본적으로 빠짐 없이 들어 있습니다. 요즘은 시계에 구성품들을 많이 생략하는 추세라.... 휴대용 케이스는 정말 맘에 드네요.
밀스펙은 1950년대 선보인 피프티 패덤즈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중 하나로, 수밀성 디스크를 다이얼에 박은 모델의 복각 모델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피프티 패덤즈는 매우 멋진 해리티지를 갖고 있는데, 단방향 로테이팅 베젤, 수밀성 디스크, 깊은 바다속에서 가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로선 파격적인 42mm 케이스 사이즈, 90미터 방수 등 현대 다이버 워치의 근간이 되는 디자인 언어를 처음으로 선보인 시계였습니다. 같은 시기 롤렉스의 서브마리너와 비교하면 더욱더 세심한 고민과 설계가 돋보이는 시계였죠. 50년대에서 60년대까지 프랑스와 미군에 납품되면서 업데이트될수록 더욱 정제되어 갔던 모델이 바로 이 밀스펙이었습니다.
처음 부띡에서 피프티 패덤즈를 봤을 때, 얼마나 고혹적이었는지 그때의 이미지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선택하지 못했던 건 45mm의 무지막지한 케이스 사이즈 때문이었죠. 귀족손목인 제겐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시계였습니다. 물론 45mm 사이즈를 고집하는 부분은 바다속에서 최대한의 가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장-자크 피슈테르의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그래서 비록 리미티드이긴 하지만 40mm의...그것도 복각판이라는 점에서 이건 손에 넣을수밖에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유일한 스틸 모델이기도 합니다. 전 엄청난 골드 성애자로, 특히 로즈골드 드레스 워치 위주의 컬렉션을 선호합니다. 그래도 하나쯤은 스틸 툴워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던 참에 꽤나 수업료를 지불하고 선택한 시계입니다. 롤렉스의 스틸 툴워치도 물론 만족스럽긴 했지만, 언제나 선망했던 피프티패덤즈를 겨우 손에 넣게 되어서 감개무량 하네요. ㅜ_ㅜ 45mm 현행 모델을 사서 그냥 관상용으로만 둘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했었으니 말이죠.
40mm이긴 하지만, 같은 케이스 사이즈인 롤렉스의 서브마리너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작은 인상입니다. 제 귀족스런 손목에는 저스트였죠. 기본 스트랩은 sail-canvas의 방수 스트랩인데, 전 사용자분께서 채결하신 나토밴드의 어마어마한 착용감 때문에 아직도 케이스 백을 감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그래서 사진도 못찍었...) 밀스펙은 총 3가지 타입의 스트랩과 함께 제공되는데, 금속 브레이슬릿은 좀 더 전통적인 툴워치의 인상이고, 나토밴드는 이름에 어울리는 밀리터리 워치의 뽐이 오는 멋스러움과 감성이 있습니다. 기분따라 3가지 스트랩을 모두 바꿔가면서 착용하고 싶은데, 줄질이 워낙 극악인 브랜드가 블랑팡이라, 고민만 하고 있네요. 브레게도 그렇지만, 퀵스위칭 매커니즘을 절대 적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모습 또한 오뜨 오롤로지 레벨의 브랜드 다운 곤조라 생각합니다. (그럼 바쉐론은?.......쿨럭)
완벽히 케이스안에 보호된 Cal. 1151 무브먼트는 무려 100시간의 파워리저브(저진동이라...)를 제공하며, 210개의 부품, 28석,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우매우 아쉬운 골드처럼 도저히 보이지 않는..... 흑화된 18K 골드 로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골드면 골드답게....-_-) 해킹기능은 없지만, 이 역시 클래식한 최고급 브랜드다운 행보라 생각하여 별로 단점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와인딩을 하며, 남자의 의식을 갖는 제게 해킹기능 없는 시계는 시간을 맞추는데 좀 더 즐거운 기믹이 있답니다. (크라운을 반대로 돌리면 매우 재밌는 조작이 가능하죠.)
제 드림워치는 블랑팡의 카루셀 19Gold 오토마타 입니다. (응?) 드림워치를 손에 넣는 그 날까지 타포 회원님 모두 건강 유념하시기 바라며, 코로나19가 물러갈 때까지 가정에 평안만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늦은 밤 코로나 때문에 잠못드는.... 주말 장사 걱정되는 자영업자가 대충 끄적거리고 이만 물러갑니다...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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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ep33
2020.03.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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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6 09:40
멋진 지원샷 감사합니다. 확실히 실물이 훨씬 블링블링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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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아빠
2020.03.06 08:59
45mm의 커다란 FF에 대한 부담으로 많은 분들이 40mm 한정판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가장 오래된 시계 매뉴팩처라는 이미지로 인해 중국인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보니 40mm 복각판은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기존 40mm 한정판의 발매 주기를 볼 때 거의 2년마다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계도 멋지지만 사진도 예술입니다.
블랑팡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추천 드리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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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6 09:43
네. 아무래도 복각모델이니 사이즈도 그대로 따라갈거라 생각되네요. 다음 모델은 뭐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바라쿠다도 경험해 보고 싶고요.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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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eamaster
2020.03.06 10:30
예술입니다!! 착용샷도 보고싶네요 와우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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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6 10:36
착용샷을 마지막에 넣었어야 했는데.. ㅎㅎ 생각보다 훨씬 더 컴팩트하고 착용감이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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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똥
2020.03.06 12:39
사진도 멋지고 글에도 좋은 내용 많이 담아주셔서 보기 너무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예전 제품들과 달리 스프링바라서 줄질 좀 편해 졌습니다. ^^ 그바람에 러그 상처는 더 많아 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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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6 12:42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스프링바였군요. ^^;; 물론 전 똥손이라 매장 가야 하겠지만요 ㅠㅠ 예전에 시계 자가 교체 하다가 러그에 묵직한 상처를 낸 후론 전 제 손모가지를 절대 믿지 않기로 다짐했었습니다...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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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네
2020.03.06 12:51
상세한 리뷰글 잘봤습니다. 밀스펙 명불허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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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6 13:01
감사합니다. 손목위에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든든한 안정감이 있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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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V
2020.03.06 13:24
이모델은 40이 딱이라고 봅니다. 정말 이쁜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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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6 15:56
한정판으로만 나온다는게 눈물 나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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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y0503
2020.03.06 13:25
동글 동글한 느낌이 아주 귀여운 아이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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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ki
2020.03.06 14:18
오 fifty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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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20.03.08 14:26
상자부터 포스가 넘칩니다! 저도 시착해봤는데 사이즈가 저한테는 조금 작아서 패스했지만 지나고나니 아쉽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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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8 20:13
사실 저도 손목이 좀만 더 두꺼웠음 한답니다~ ㅜㅜ 저도 지나고 나서 계속 아른거려 기추했으니 돌이님도 언젠가는.....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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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2020.03.08 17:34
언박싱 실제로 하는 듯한 설명, 멋진 사진, 구매 동기까지...간만에 재미있는 글 읽었습니다.
공유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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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des
2020.03.08 20:15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나서 두서없이 적었는데, 좀 더 진득하게 사용기를 적을걸 그랬나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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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MEA1
2020.03.09 00:25
역시 하이엔드 다운 패키징, 퀄리티에, 무엇보다 걍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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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20.03.11 19:35
멋지군요 저도 블랑팡 하나 바다건너 넘어 오는중인데 밀스펙도 눈여겨 보고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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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3on
2020.06.23 19:42
와 너무 예쁜데요 40미리 사이즈도 맘에 듭니다
밀스펙 동지님이시군요 ㅎㅎ 사진이 엄청 잘나왔네요 ㅎㅎ 곡선미가 강한시계라 실물대비 사진이 잘 안나오는 편인데 ㅎㅎ 지원샷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