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建武 2839  공감:20 2011.01.29 14:11

 

* 타임포럼 리뉴얼에 맞춰서 시계 리뷰를 써보고자 했습니다만, 왠일인지 생각보다 글빨이 서질 않네요. 몇번 시도했지만 만족할만한 글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체 시계 리뷰 대신 우선 무브먼트에 대한 부분만 먼저 작성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많은 리뷰가 존재하는 무브먼트이고 또 기술적인 부분은 Purists에서 할만큼 했기 때문에 (http://www.p178host.com/apgallery/3120/) 저는 사용자 입장에서의 경험 위주로 적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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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demars Piguet Caliber 3120 Movement

 

 

 

 

 

Caliber 3120 Movement는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상징적인 시계, 로얄오크 (Royal Oak)의 엔트리 모델인 15300ST에 들어가는 무브먼트입니다. AP의 Royal Oak Offshore 시리즈들 역시 많은 경우, 3120 movement에 크로노 모쥴을 입힌 무브먼트가 사용되고 있고, 최근 새롭게 나오고 있는 Jules Audemars 모델들이나, Millenary 모델들에도 역시 Caliber 3120이 기본 무브먼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AP의 시계를 돌리고 있는 무브먼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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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ment cake?

 

 

 많은 시계 애호가들이 시계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무브먼트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무브먼트가 사용되었는가에 따라서 상당히 많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기도 하지요.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볼 때, Cal. 3120은 분명 그 아름다움이 매우 뛰어난 무브먼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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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러한 형태의 무브먼트는 다른 시계에서 볼 수 없습니다. 더블넥 브릿지와 프리스프렁이 사용된 밸런스 휠, 그리고 독특한 110도 각도의 로터의 곡선과 같이 맞춰져서 무브먼트의 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플레이트나 무브먼트 부속들의 black polishing 상태 등,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충분히 매우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무브먼트입니다.

 

하지만, 실제 시계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상당히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이 바로 이 무브먼트입니다만, 구입 이후에는 오히려 무브먼트에 대한 관심 등이 꽤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제 자신도 예외가 아니어서, 구입 전에는 그 시계의 무브먼트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따지고, '흔한 ETA 무브먼트가 박힌 시계는 사지 않겠어!' 하는 어찌보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며 시계 구입을 준비하지만 (ETA 무브먼트도 충분히 좋은 무브먼트이고, 각 시계회사에서 수정을 거친 ETA 무브먼트는 자사무브먼트 못지 않은 좋은 성능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뽑아내는 것 역시 사실이니까요), 막상 실제 구매한 이후에 무브먼트를 많이 쳐다본다라던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적었습니다. 더 많이 보게 되고, 더 많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무브먼트가 아닌 다이얼과 케이스였습니다.

 

사실 무브먼트는 시계 뒷면에서나, 그것도 디스플레이백으로 되어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니 시계를 풀러서 혼자 뒤집어 보지 않으면 볼 일이 없습니다. 물론 가끔 쳐다보면서 좋아하는 저희들이지만, 그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이 착용자에게 주는 즐거움은 다이알과 케이스가 아름다울 때 착용자가 얻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 훨씬 작은 것이 사실입니다. 자사 무브먼트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한 무브먼트가 아니라는 점이 허영심을 채워줄 지는 몰라도, 어찌보면 시간 잘 가고 시계를 움직이는데 자사무브이건 아니건은 차이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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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를 제거한 모습의 Cal. 3120

 

 

게다가 Cal. 3120의 단점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접해본 시간조정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충격이었습니다. 로터 양방향 감기 무브먼트의 경우에는 구조적인 문제로 시간 조정 후 용두를 집어넣을 때 분침이 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Cal. 3120의 경우 그러한 것이 조금 심한 편이라고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조정할 때 마다, 약 30초 에서 1분가량 분침이 튀어서 정확한 시간조정이 어려운 것은 다른 시계나 무브먼트에서 경험할 수 없던 것이니만큼 생각보다 놀라웠고 (게다가 저렴한 무브먼트에 이런 단점이 있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겠습니다만 Cal. 3120은 결코 저렴하지 않거든요..), 또 시간을 초단위로 그리고 초침과 분침이 정확하게 맞춰지길 원하는 저에게는 적응하기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물론 익숙해지면 괜찮아지기는 합니다. 분침이 튀는 방향이나 거리가 비교적 일정한 편이어서, 용두를 한번 집어넣었을 때 30초 앞으로 튄다면, 다시 용두를 빼고 실제시간보다 30초 뒤로 맞추고 넣으면 비교적 정확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경우에는 이제 아주 익숙해져서 조심스럽게 용두를 집어넣으면 분침이 거의 튀지 않게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익숙해진다고 해서 불편함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이것은 이 무브먼트의 단점이고 사용상의 불편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많이 아름다운 무브먼트이긴 하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나 좋은 무브먼트인지 불편하기만 한 것이 아닌지 모른 체 착용하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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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l. 3120은 얇은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이 무브먼트가 적용된 시계는 정장셔츠 안에도 쏙 잘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무브먼트의 장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시계를 구입한지 이제 거의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정도 시간을 두고 계속 착용하면서 있다보니 이제사 겨우 이 무브먼트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게 되었습니다. 무브먼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초보 사용자도, 시간을 같이 지내고 보니 알 수 있는 참 편리하고 좋은 점들이었습니다. 착용자가 사용하면서 실제로 느끼는 이 무브먼트의 장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정확성, 2) 로터의 효율, 3) 파워 리저브.

 

 

 

 

 

 

 

 

 

 

 

 첫번째로, 이 무브먼트는 굉장히 정확합니다. 시계오차를 측정하는 기계위에 올려놓았을 때에는 일오차가 12초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착용하면서 느끼는 일오차는 아예 없습니다. 두달에 한번 정도 날짜창을 바로 맞추기 위해 용두를 뽑을 때를 제외하면, 실제 착용하고 있으면서 시간에 오차가 생겨서 시간조정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두달 가까이 한번도 세우지 않고 계속 돌려도, 단 1분도 오차가 생기지 않아서 매우 신기하게 생각되었습니다. AP에서 어떠한 마법을 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실제 착용할 때 느껴지는 시간의 정확성은 제 시계 뿐만이 아니라, Cal. 3120 사용자들이 똑같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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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장점은 로터의 효율입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아침에 시계를 착용한 후 20분 정도 운전해서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바로 시계를 옆에 풀어놓습니다. 키보드를 다룰 때에 손목에 시계가 있는것은 거추장스럽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점심식사를 갈 때에 다시 착용합니다. 사무실 안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도 꽤 있는데 그럴 때에는 계속 옆에 풀어둔 채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퇴근할 때 다시 20분 정도 운전해서 집에 도착하고는, 언제나 풀어놓는 자리에 다시 시계를 풀어놓습니다. 물론 저녁약속이라도 있는 날은 달라지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시계가 제 손목에 있어서 로터가 감기는 시간은 하루에 한시간에서 두시간 반 정도입니다. 나머지 23시간에서 21시간 정도는 로터가 감기지 않고 계속 풀리는 시간이죠.

 

다른 시계들의 경우에는 이정도만 착용해서는 와인딩이 충분히 되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날 아침에 보면 시계가 멈춰있곤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Cal. 3120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주일 내내 사무실에서 점심식사가 있어서 하루에 한시간 안쪽으로만 와인딩이 될 때에도, Cal. 3120은 거의 언제나 풀 와인딩 상태를 보여주며, 시간이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좋은 로터의 효율일 수도 있고, 혹은 무브먼트의 피니슁이 아주 좋아서 로터가 잘 돌아가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참조링크) 여하튼 이러한 로터의 좋은 감기효율은 이 시계가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불안감을 아예 없애주기 때문에 다른 시계들 보다 이 Cal. 3120이 들어간 시계에 손이 더 잘 가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이 좋은 로터 효율이 와인딩 상태를 거의 균일하게 유지시켜서 시간을 정확하게 가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파워리저브입니다. AP의 공식적인 수치로 Cal. 3120의 power reserve는 60시간입니다. 저는 물론 이 시계를 주말에 착용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주중에 착용하고 주말에는 더 크고 캐주얼한 시계를 즐겨차는 편입니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 풀어놓고 월요일 아침에 시계를 다시 착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60시간 이상의 power reserve는 월요일 아침에 시간을 다시 재조정할 필요가 없게 해줍니다. 기존의 다른 무브먼트들은 보통 약 40시간 전후의 power reserve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 풀러놓고 일요일 아침까지는 시간 재조정이 보통 필요없지만, 월요일 아침에는 대부분 시간이 멈춰있게 됩니다. 하지만 Cal 3120은 월요일 오전까지도 계속 힘차게 박동하고 있기 때문에 (실험삼아 언제 풀어지나 놔둬보았을 때는 약 68시간에서 70시간 정도의 power reserve를 보였습니다) 다른 모든 시계는 죽어있는 월요일 아침에 자연스레 이 시계에 더 손이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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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무브먼트에 사용된 보석수는 45석. 그러나 데이트 휠 밑부분에 사용된 것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무브먼트에는 40석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정말 '좋은 것'이란 어떤 것인가? 저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그 분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 둘 다 '이것은 좋은 것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계 전문가들은 Cal. 3120은 매우 뛰어난 무브먼트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계 무브먼트의 기계적인 측면에서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느끼기에도, 이 무브먼트는 정말 착용하고 사용하기에 좋은 무브먼트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분침이 튀어서 시간조정이 쉽지 않다는 단점은 가지고 있지만, 그 외의 측면에서 볼 때, 시간의 정확성, 사용의 편리성, 그리고 무브먼트 자체의 아름다움과 자사무브먼트라는 독특함이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는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AP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개발한 이 Cal. 3120의 우수성은 이번 SIHH에서도 이 무브먼트가 중용되어 새로운 많은 시계들에 적용되어있고, 또 그 사실이 많은 사용자들에게 환영받는 다는 점을 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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