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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1217  공감:13  비공감:-1 2021.04.1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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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태어나면서부터 너무나도 완벽했던 무브먼트가 있습니다.


1925년...아직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의 전환이 완전하지도 않던 그 시대에,


프레더릭 피게(Frederic Piguet; 이하 FP)의 초박형 손목시계 무브먼트인 Cal.21은 그렇게 완벽하게 태어났습니다.


물론 우아하게 수면위를 노니는 백조의 다리가 수면 아래에서는 열나게 움직이고 있는 것 처럼


FP Cal.21 도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15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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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Blancpain Manufacture, 구 Frederic Piguet의 창립자인 천재 워치메이커 Louis Elysse Piguet의 아들 Henry Louis Piguet가 1911년부터 기울인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FP 21은 1925년 Cal.99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직경 20.4mm(9 Ligne)에 1.74mm라는 매우 얇은 두께를 가지는 이 무브먼트를 제가 감히 처음부터 완벽했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 무브먼트의 1.74mm라는 두께의 기록을 깰 수 있는 경쟁자들이 20년동안 없었으며,


20년 후 마침내 이 기록을 깬 루키들 또한 이 무브먼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무브먼트 들이며,


이 무브먼트가 충격 흡수장치나 진동수(18000 A/h → 21,600 A/h) 정도의 경미한 수정만이 가해진 체 Cal.21 이라는 이름으로 1925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2000년 초까지 계속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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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Cal. 21(= Cal.99)의 1.74mm 라는 초박형 두께 기록은 이 무브먼트가 데뷔한 1925년에서부터 20년이 경과한 시점인 1946년에서야 Audemars Piguet가 초박형 무브먼트인 Cal.2003을 1.64mm 의 두께로 만들어냄에 따라 깨지게 됩니다.


20년이란 시간은 스위스 시계업계의 특허 만료 기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20년이 지난 시점에야 경쟁 무브먼트가 등장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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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Cal.2003의 전신격인 AP Cal. 9˝ML이 1.64mm의 두께로 1938년 이미 존재 했음에도 극소수의 생산량과 작동의 불완전성으로 두께 기록 갱신으로 일반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이 Cal. 9˝ML을 Cal.2003으로 개량하는데 Audemars Piguet/Vacheron Constantin/Jaeger Lecoultre가 모두 연합하여 달려들어(물론 일은 JLC가 다 했겠죠...ㅋㅋ) 간신히 발표만 한게 1946년이고 제대로 된 생산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1953년부터 라는 건 당시 FP의 Cal.21이 얼마나 오버테크놀로지 였는지 보여주는 일입니다. 


더더군다나 Cal.9˝ML조차 피게 가문의 설계였다는 소문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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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 9˝ML을 바탕으로 만든 AP의 2003(= VC 1003 = JLC 803)이 20년간의 정체된 기록을 깨고 Trinity의 위엄을 빌어 아직도 빛나고 있지만


그 어머니 격인 존재는 FP Cal.21 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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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JLC가 803을 바탕으로 본인들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JLC 839나 그 수정본인 JLC 849 또한 이쪽 혈통을 따르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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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FP Cal.21은 메인 플레이트 위에 기어와 배럴, 밸런스휠을 얹고 그 위를 브릿지로 고정하는 형태를 가진 모든 초박형 손목시계 무브먼트의 직접적, 또는 정신적 어머니 격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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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족을 붙이자면, 현재 울트라씬 전쟁을 벌이고 있는 피아제와 불가리의 초박형 시계들은 혈통상 FP Cal.21과는 다른 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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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Jean Lassale 이라는 브랜드의 Cal.1200 에서 시작해서 초박형 쿼츠 무브먼트인 Dinosaure, AP의 초박형 뚜루비용인 Ref.25643BA를 거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장대한 서사시의 일부입니다.


울트라씬 무브먼트에 대한 글은 제가 진즉부터 써보려고 했던 바였으나,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울트라씬 무브먼트에 대한 최고의 글이자 FP Cal.21에 대한 최고의 헌사는 링고님의 컬럼 <시계탐험 3 : 울트라슬림 심플와치 - 얇음의 미학> 이기 때문에 이를 링크해 드리고 이만 글을 줄이겠으며...


https://www.timeforum.co.kr/TFWatchColumn/87933


암튼 제가 오늘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던 이유는...


물론 샀으니까 빨기 위해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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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pain Villeret Ultra Slim Ref. B3028-1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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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블랑팡 창사 265주년을 기념하여 265개만 발매된 한정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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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36mm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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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끈한 엉덩이 안에 Mother of Ultrathin...FP Cal. 21을 품고 있습니다.


무브먼트가 안보여서 아쉬우시다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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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열립니다~ ^^


구하기 무진장 힘들었습니다.


프레더릭 피게-그리고 블랑팡...제 취향에 딱 들어맞는 시계죠...^^


블랑팡 시계는 여러개 가지고 있지만 빌레레 라인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우아하고 스포츠 라인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매력이 있어서 받자마자 심쿵했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스위스 고향으로 점검차 떠나보내야 할 것 같지만, 


가기전 1-2주 간이라도 물고 뜯고 빨아볼 예정입니다.


고생대부터 이미 진화를 마치고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심해를 유영하는 상어처럼,


그때 그 시절, 이미 완벽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FP Cal. 21...


2000년 초 이후로 현행 블랑팡 라인업에서는 모습을 감추었지만, 언젠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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