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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3305  공감:37  비공감:-1 2014.06.04 22:00

한걸음 정도만 물러서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면,


우리는 기계식 시계라는 것이 결국 감성팔이 그 자체라는 것과,


여기 있는 우리들 모두가 그 감성팔이에 어느 정도씩은 다 넘어가 버린 사람들이란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Breguet5.jpg


감성팔이 하면 또 둘째가라면 서러운 브랜드가 바로 브레게이죠^^;


브레게 로고에 항상 붙어다니는 문구, depuis 1775...


기계식 시계의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 루이 아브라함 브레게...


그 옛날 브레게가 만든 전설적 아이템 no.5 와..


6a858c5d5f8b9c5f5eed6b9987ae7143.jpg


no.5의 혼을 그대로 물려받은 적자 브레게 3130.


물론 이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감성팔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솔직히 제가 '껌뻑죽는' 감성팔이는 이런 류의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무리 속아주며 시계생활을 즐긴다지만, depuis 1775 라고 써붙여놨다고 해서 


1775년의 브레게와 지금 현재의 브레게 사이에 '그다지 큰' 관련이 있는것이 아님은, 


시계생활을 어느 정도 하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는 사실이죠.


사실 이건 비단 브레게 뿐 아니라, 역사성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브랜드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이기도 하구요.


그럼 제가 열광하는 감성팔이는 어떤 종류의 것이냐구요?


그건 그러니까.. 뭐랄까 좀 더.. 


근현대사적인(?) 감성팔이입니다 ㅎㅎ


다른 브랜드, 다른 시계로 예를 한 번 들어보죠.


3451b0936d595fa6679742295cf5b231.jpg


현행 로얄오크 점보와 도대체 어디가 다른 것인지, 그냥 지금 AP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온 현행 15202 사진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제럴드젠타에 의해 1972년 출시된 최초의 로얄오크 ref. 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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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현행 서브마리너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지구상 모든 다이버 워치들의 모태라고 불러도 좋을지도 모를.. 


1953년 최초의 서브마리너 ref. 6204.


Jacques-Cousteau-Rolex-Submariner-Close.jpg


그 서브마리너를 실제 손목에 차고 있는 젊은 시절의 해저 탐험가 겸 영화감독 자크 쿠스토...


(1955년 경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reverso1.jpg

reverso2.jpg


1931년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는, 지금 내놓아도 전혀 어색할 것 없는 리베르소의 거룩한 계보.


(WatchTime이란 잡지의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 훨씬 더 많은 계보들이 나와 있습니다만, 저작권 등의 문제의 소지가 있어 요만큼만 게시합니다^^;)


바로 이런..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속일 수 없는, 수십년이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은 채


출시되고 판매되어 온 시계들의 감성..


이게 저를 미치게 하는 감성팔이입니다.


너무 다른 브랜드 이야기만 했나요 ^^;


제 심장을 사정없이 뛰게 만든, 브레게 3130 과 관련된 문구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Designed by Daniel Roth, the wristwatch model 3130 started to be commercialized in 1976, soon becoming one of the iconic models of Breguet. Interestingly, it is one of the rare watch models in the horological industry, if not the only one, still being produced and sold without interruption, with very little modifications and a very limited number of variations, for almost 40 years since it was launched. 


대충 의역 : 다니엘로스가 디자인한 브레게 3130은 197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얼마 지나지않아 브레게의 아이코닉 워치가 되었다.

이 시계처럼 수정 또는 변경없이, 그리고 별다른 베리에이션 없이 거의 40년이라는 기간동안 단종되지 않고 계속 판매된 시계는 기계식 시계 역사상 거의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forums.timezone.com/index.php?t=tree&goto=6532844&rid=0 )


000.jpg


(다니엘 로스에 의해 1976년 첫 선을 보인 최초의 브레게 3130)


먼저 제 눈을 사로 잡은 것은 '다니엘 로스' 라는 이름이었습니다. 프랭크 뮬러나 제럴드 젠타 등과 함께 항상 '시계 천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그 이름! 처음에는 저 다니엘 로스가 그 다니엘 로스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ㅎㅎ


이후 다니엘 로스와 관련된 history 등을 찾아보니, 항상 그가 만든 최초의 대표작으로 등장하는 것이 브레게 3130 이더군요.


그 후 3130이 단종된 것이 2008년 내지 2009년 정도이니.. 그야말로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말 작은 변화(용두 모양 변화, 문페이즈 달님 얼굴 등장, 섭다이얼 날짜 방향 전환 및 폰트 변경, 무브 진동수 변화에 따른 파워리저브 변화) 


를 제외하고는, 레퍼런스 넘버, 다이얼 및 핸즈의 규격과 형태 등이 전혀 변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no.5를 닮은 브레게의 대표작으로서 실제 판매되어 온 작품...이란 것이 되죠.


(워낙 긴 세월 동안 변함 없이 판매되어 왔기 때문일까요? 요즈음에도 해외 마켓에서는 위 사진과 같은 초기 형태의 3130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세 또한 최신 형태의 3130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ㅎ 


옛날 것이나 지금 것이나 그만큼 별다를게 없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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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브레게가 쇼메 산하에 있던 시절의 3130 광고. 그 '고결한' 브레게가 이리저리 팔려다녔고, 일개 보석 브랜드에 불과(??)한 쇼메 산하에


있었음을 대놓고 증명해주는 저 광고 전단은, depuis 1775와 같은 감성팔이에 있어서는 숨기고싶은 낡은 종잇조각일지도 모르나, 


근현대사적 감성팔이에 열광하는 저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자료입니다. 


왜냐하면, 사주가 바뀌고 회사 정책이 바뀌는 격변의 과정 속에서도,


쇼메가 되었든 하이에크가 되었든,


간판 모델인 3130 만큼은 건드릴 수 없었다... 는 것이 되니까 말이죠^^)


...



다니엘 로스라는 거장의 최초의 대표작이고, 그 거장의 손길에 의해 브레게의 전설적 포켓워치 no.5의 다이얼을 가장 완벽하게 물려받았으며,


무엇보다, 변함없이 보내온 40년의 세월이 증명해 주듯.. 1970년대를 살았던 우리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 세대가 보아도, 지금 현대의 세대가 보아도, 


그리고 아마도 후대를 살아갈 사람들이 보더라도 언제나 브레게 다운 고풍스러움이 담겨있다고 느낄만한 자태를 가진 시계..


이것이 바로, 브레게 3130이 저를 미치게 만든 가장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home.jpg 


(지금 이시각에도 브레게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만날 수 있는, 브레게 3130의 모습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단종되지 않은 3137을 소개하기 위함이지만.. 앞모습은 완벽하게 똑같거든요 ㅋㅋ 


홈페이지에서 사용하는 앞모습 이미지 파일 자체를 3130과 같은걸 사용해 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831_874_breguet__7137ba119v6.jpg 

(눈에 띄는 여러 변화와 함께 출시된 현행 ref. 7137)



비록 약 5년 전 단종됨으로써 3130의 40여년의 역사는 공식적으로 일단락 되었고,


3130의 후속작으로 컴플리케이션의 배치 및 길로셰 디자인에 수정을 가하고 케이스 크기를 약간 키운 7137이 판매되고 있긴 합니다만,


3130과 앞모습은 완전히 동일하고, 무브의 코스매틱과 뒷백의 모습만이 다른 3130의 쌍둥이 형님뻘인 3137은 


현재까지도 단종되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7137보다 수백만원 더 높은 리테일가를 유지한 채 말이죠.




이것은 어찌보면 브레게 스스로도.. 브레게의 역사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3130과 3137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아전인수격의 상상을 해봅니다.


이런 내 멋대로 식의 상상이라도 마음껏 해야, 


감성팔이에 완벽하게 넘어가버린 저 자신이 조금이라도 덜 불쌍한 사람이 될테니까요..^^


P101014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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