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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측 2412  공감:11 2016.09.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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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처음엔. 




저도 플레이어13님과 같이 폴로S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전에 이런 글(https://www.timeforum.co.kr/brand_HighendIndependent/14475083)도 적었지만, 전 일단 사진으로만 봤었을 때에는 피아제 폴로 S 에 상당히 실망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와, 폴로S의 가격을 듣고는 다르게 생각할만한 가치가 있을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도 보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처음엔 도무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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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폴로S는 피아제 블랙타이 워치 컬렉션에서 엠퍼라도 쿠션 케이스의 모양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피아제 시계에 부족한 것이, 브랜드의 아이콘과 같은 케이스 디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엠퍼라도 쿠션 케이스는 사실 대단히 훌륭한 모양이기 때문에 충분히 피아제의 아이코닉한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데 피아제가 이 케이스를 우선적으로 마케팅하지 못하는 이유도 사실 있습니다. 이 시계들은 정말 비싸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폴로S가 이 엠퍼라도 쿠션 케이스를 가져가면 정말 재미있는 모습이 나올것 같았습니다. 

마케팅은 블랙타이 엠퍼라도 쿠션 케이스로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잡아가면서

실제로는 젊은 층에게 폴로S를 팔아서, 이걸 사간 사람들이 나중에 더 나이들고 엠퍼라도 쿠션케이스를 찾는,

그런 마케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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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폴로S의 결과물은.. 엠퍼라도 쿠션 케이스는 거의 생각나지 않는, 그런 모양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유는 브러시드 베젤입니다. 


엠퍼라도 쿠션 케이스의 베젤은 둥그렇고 부드럽게 내려가는데 반해서, 브러시드 베젤을 넣으니, 쿠션 케이스에 브러시드 베젤이 더 튀어보이게 되어서 이미 쿠션 케이스에 브러시드 베젤이 들어가서 스포츠워치의 아이콘들인 파텍의 스포츠워치들과 너무 닮은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과연 피아제가 폴로S를 만들 때, 이러한 비판을 받으리라는 것을 모르고 그냥 만들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었을 것입니다. 




폴로S를 이렇게 만들면, 이미 시계를 잘 알고, 로얄오크, 노틸러스, 아쿠아넛, 오버시즈, 브리톤, 테라스코프 등의 시계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것,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다이알에 가로 줄무늬까지 넣으며 어떻게 보면 꽤나 노골적으로 말이죠.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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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어떤지 제가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시계에 큰 관심 없는 분들도 

롤렉스와 피아제 시계는 압니다. 


다만, 그 두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은 약간 달라서, 

롤렉스는 비싼 고급 시계라서, 롤렉스 스포츠 모델 사려면 백화점 가서 한 300만원은 줘야 하는줄 아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며, 


피아제는 그보다 훨씬 더 비싼 고급 시계라서 

피아제 시계 하나 사려면 백화점 가서 1억원쯤 줘야 하는줄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현재 피아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아주아주 비싼 고급 시계. 얇고 비싼 시계. 다가가기 힘든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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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피아제가 스포츠 시계를 냈습니다. 


그것도 스틸로 말이죠. 


그리고 Game Changer 라고 부르고, 젊은 Ryan Reynolds를 데려와서 브랜드 홍보대사로 삼았습니다. 







이게 뜻하는게 뭘까요? 




제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피아제는 돈을 벌겠다고 나선 것이고, 

좋게 말하면, 피아제가 대중에게 조금 더 다가서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어떤 디자인의 시계가 가장 잘 먹힐까를 연구해보니, 

바로 저런, 브러시드 베젤을 가진 우아한 하이엔드 스포츠시계가 

피아제가 대중에게 가져갔을 때 가장 성공적일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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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폴로S는 타포 회원들과 같은, 시계를 이미 좋아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시계가 아닌듯 합니다. 


이 시계가 어필하는 사람들은, 시계에 별로 관심 없다가 

예물이나 기타등등의 이유로, 고급 시계 한두개 사볼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스포츠시계를 먼저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장을 입을 때에도, 캐주얼을 입을 때에도 언제나 착용할 수 있는 하나의 시계를 찾는 사람이니까요. 

(저희 덕후들이 볼 땐 놀랍게도! 그런 사람들이 실제론 되게 많답니다!)


그리고 브레이슬렛 모델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름에도 차고, 물에 젖어도 착용할 수 있지요. 


그리고 정장에도 착용하려다보니, 너무 두꺼우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도 어느정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찾다 보면, 폴로S는 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도록 노려서 만든것 같고,

제 생각엔 그 방면에선 아주 성공적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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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e things I have in common with this watch is that I like the idea of relaxed luxury, the idea that what you wear with a tuxedo, you can also wear with casual clothes. I really like this timepiece because it's incredibly versatile. I would wear it anywhere"


홍보대사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직접 폴로S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인터뷰 내용도 어떤 옷에도 어울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요. 


실제로 가능합니다. 


폴로S 를 실물로 보게 되면,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우아함이 살아있고, 생각보다 얇으며 (9.4mm), 브레이슬렛이 아주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손목에 착 감기고, 짧은 러그 덕에 42mm 라는 크기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손목부터 남성의 손목까지 모두 다 잘 어울리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방수는 100m 까지 됩니다. 





이것은 노리고 만들었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비싸다고만 생각되던, 접근하기 어렵던 브랜드에서,

소위 매니아들의 비판이 있을지언정 그런건 어차피 중요하지 않으니까 무시하고

대중의 취향과 트렌드에 완벽히 맞춘 스포츠시계를 만들어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고, 생각보다 무척 저렴하게, 일반 고급시계 정도로 내어서 대중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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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이 시계의 경쟁자들은, 하이엔드 스포츠워치들이 아닙니다. 

로얄오크, 오버시즈, 노틸러스, 아쿠아넛은, 폴로S의 경쟁자라 보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가격대도 크게 차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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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롤렉스의 스포츠모델들이야말로, 폴로S의 경쟁 모델들이 될것 같습니다. 


리테일가격으로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사이에서, 오래 착용할만한 브레이슬렛이 달린 스포츠시계라고 하면, 

사실 롤렉스 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어쩌면 롤렉스라는 너무나 강력한 상대 때문에, 모두들 이 가격대를 피한 것일 수도 있지요. 


로얄오크나 노틸러스, 오버시즈등은 모두 롤렉스 스포츠워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같이 경쟁 안하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폴로 S는 이 가격대로 내려왔습니다. 

폴로S 에게는 다른 시계들에게 없는 브랜드가 있으니까요.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자존심 때문이던 철학 때문이던 무슨 이유에서건

내려오지 않는 가격대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고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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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남성이 결혼하면서 예물시계를 샀는데, IWC의 포르투기즈를 샀습니다. 


"예물시계는 뭐 샀어?"

"응, IWC 샀어."

"야 예물시계인데 왜 IWC를 사냐 롤렉스를 사야지~."


이런 이야기는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게 좋다 나쁘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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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물 시계 뭐 샀어?"

"응 피아제 샀어."


여기에서 "야 예물시계인데 왜 롤렉스 안사고 피아제 사냐~" 

이런 소리는 아마 안나올겁니다. 




폴로S는 그런 시계 같습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보면, 꽤 잘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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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p 무브먼트에서 파생된것으로 보이는 1110p 무브먼트는, 다른 피아제의 훨씬 더 고가 모델에 들어간 무브먼트와 비교하면, 마감 등의 면에서 차이가 확실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자체로 충분히 얇고 우아한 무브먼트입니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1160p 무브먼트도 부드러운 컬럼휠 무브먼트로 어디 내놔서 부끄러운 무브먼트 아닙니다. 




누가 저에게 예물시계로 1000만원에서 1500만원대에서 뭐하는게 좋겠냐고 물어보면, 

뭐 반드시 피아제 폴로S를 추천하고 이걸 사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한번 꼭 가서 마음에 드는지 살펴보라고는 분명히 추천할만 한 시계입니다. 




제가 꽤 좋아하는 브랜드인 피아제가 

이렇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제가 어떻게 봐야할지는 여전히 잘 모르긴 하겠습니다. 


다이알이 가로 줄무늬만 아니었어도.. 혹은 2-3년 전에만 나왔어도.. 

지금보단 조금 더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남에게 추천할만한 시계가 천편일률적이고 뻔하고 거기서 거기인 시장에서

이런 시계는 꽤 긍정적으로 바라볼만한 구석이 있는것도 확실합니다. 




요즘 시계 업체들의 행보가 재미있는게 많이 있습니다.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같이 만들어 덕후취향을 아주 만족시켜주지만 갑자기 가격은 저멀리 가버린 오버시즈나,

무브먼트 피니싱 따위 개나 줘버리고, 다이알과 케이스에 있는 힘껏 힘을 쏟아붓고는 가격을 좀 낮춰서 접근하는 몽블랑이나, 

무겁고 범접하기 어려운 하이엔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깜짝 놀랄만한 가격대의 스틸 스포츠워치를 선보이는 피아제나,


그리고 곧 쿼츠쇼크 이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스마트워치까지. 

참 재미있는 시기에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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