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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nies 1847  공감:17 2021.05.06 02:10

안녕하세요! 연달아 또 하나의 기추글입니다 ㅎㅎ


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1을 관심있게 지켜보던 중 튜더에서 흰판 팬더 크로노를 보고는

이거다! 싶어서 매장에 매일같이 보름 넘게 전화하고 종종 방문하며 재고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지방이라 그런지 코빼기도 볼 수가 없었고, 조금 엄청 많이 섭섭하던 차에 새로 나온 파일럿라인 구경이나 할 겸 IWC 부띡에 갔다가

생뚱맞은 친구를 들고 손 무겁게 나와버렸습니다.


다음 기추 대상으로 다이버나 레이싱계열을 염두에 두던 차였는데,

얼마 전부터 포르투기저 빈티지 ref. 5441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아래는 구글에서 가져온 ref. 5441입니다.


5441.jpg


필기체 로고와 리프핸즈 등이 드레스워치로 치우칠 수 있는 구성이지만

아라빅 인덱스의 폰트가 그 이미지를 가볍지 않되 부드럽게 정제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고는 여전히 끌리지 않아 빈티지도 입맛만 다시던 차에 ref. 5441의 후계자 격인 모델,

작년 출시된 포르투기저 40 (ref.3583)을 다시 한 번 손목에 올려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마침 신형 파일럿을 보러 갔다가 기회가 닿았죠.


KakaoTalk_20210503_170837461_06.png

(버클 필름은 떼고 찍을 걸 아쉽네요)


이 모델에 대한 제 첫 생각은 '타임온리 엔트리 모델에 950만원이라니 비싸다.'였습니다.

그런데, 분명 작년 출시되었을 때 손목에 얹어봤던 모델임에도 시간이 흘러 배경지식의 차이가 관심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인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안 사고 싶던 것이 사고 싶더라구요 ㅎㅎ

눈에 띄는 장점은 크게 다이얼 판, 무브먼트였습니다.


은도금 처리된 다이얼을 다양한 가격대에서 많이 보았지만, 이 다이얼은

빛의 종류와 각도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면서 때론 은판처럼 때론 에나멜처럼 보이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고가인 크로노, 부엉이, PPC에서 볼 수 없던 다이얼의 넓은 '여백'이 오히려 장점을 부각시켜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인덱스와 핸즈는 다른 포르투기저의 그것과 같으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 했지만, 신선하지 않을 뿐 조화로움에는 이견이 없었죠.

이 가격대에서 볼 수 있는 화이트~실버 톤 다이얼과 비교했을 때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러, 리테일가를 납득했습니다.


KakaoTalk_20210503_170837461_08.png

(분홍 바탕에 놓고 찍어도 색감이 잘 받는 것 같습니다)


KakaoTalk_20210503_170837461_07.png

(블루를 포기한 흑백도 전 마음에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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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셔츠 소매에는 안 들어갑니다)


다음은 무브먼트입니다. 심심할 때면 시계 풀어서 뒷백에 셔터를 누르는 게 취미인 저로서는 무브 생김새가 꽤 중요했는데요,

가급적이면 플레이트가 무브먼트를 적게 덮고 있으면서 로터도 무브먼트를 가급적 적게 가리는, (아니면 로터가 브레게처럼 엄청 이쁘거나)

소위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적게 볼 수 있는 디자인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1천만원 언더의 가격대에서 수동 크로노인 문워치를 제외한다면 저의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었는데요,

가급적 알아보는 사람이 적고 사용자 수도 적은 걸 원하는 저의 마이너한 취향에 문워치는 상극이었기에, 인연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달랐습니다.

ref. 5441과 같은 빈티지에서 볼 수 있는 감성 중 하나인 프리스프렁 밸런스휠을 맛볼 수도 있고,

로터 마감으로 소위 무브먼트의 급을 나누는 느낌을 주는 IWC에서, 이 가격대 로터에 골드 메달리옹과 함께 모든 단면 앵글라주처리를 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69000번대 무브는 로터 양쪽으로 뻗어나가는 단면에는 앵글라주 처리를 하지 않고, 골드 메달리옹도 없으며, 로터의 활자도 각인이 아닌 점이 아쉬웠습니다)

펠라톤 와인딩은 비록 두께를 잃을지언정 기능적 이점과 함께 무브먼트에 1개의 층을 더 만들어줌으로써 개성있는 구조를 얻을 수 있었고,

검은 부품을 사용하여 단조로울 수 있는 무브먼트에 색상도 더 입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다수의 타임온리 무브먼트가 로터와 이어지는 중앙부를 넓은 플레이트로 덮어버리는 것과 달리

여백을 줄이고 드러냄으로써 제네바 스트라이프보다 더 많은 앵글라주를 보여준다는 점이 저에게 가점이었습니다.


물론 하이엔드 브랜드의 무브먼트와 비교하면 두께나 세밀함에서 간극이 보이지만, 이 자체로서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나 아쉬울 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거추장스럽게 하지만 대충 사진찍을 때 기분이 좋다는 내용입니다. ㅎㅎ


KakaoTalk_20210503_170837461_03.png

(중앙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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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 위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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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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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조명)


적다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졌네요.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 계신다면 결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IWC동이 조금 더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길게 적어보았습니다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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