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시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구구익스였습니다.
16.5cm 손목둘레에 딱 맞는 36mm의 얼굴을 가진 구구익스.
깡통줄이라 가벼우면서 손목에 착용감이 매우 우수하여, 10년 넘게 툴워치로 애용했었습니다.
처음 살갗에 느껴지는 스테인레스의 촉감이 좋았습니다.
고오급 시계는 이렇게 표면 가공이 뛰어나구나 싶었습니다.
재료공학과를 졸업해서, 대학을 다니면서 금속 시편들의 폴리싱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 보았던 시편의 미세폴리싱 헤어라인들이 시계에서는 이런 고급스러움을 뿜어내는구나 싶었습니다.
적당히 튼튼해보이면서 적당한 방수를 갖춰서 산에 갈 때, 바다에 갈 때 항상 손목에 올려져 있던 녀석입니다.
오래 함께 해왔던 녀석이고, 취업해서 처음 받은 상여금을 때려모아서 샀던 녀석이라 남다른 애정이 있었습니다
Simple is best ! 란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녀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번째 영입한 시계는 흑콤서브마리너 입니다.
올해 성골 구입을 성공한 녀석입니다.
원래는 요트마스터 1 을 구하기 위해 틈틈히 백화점 방문을 하다가, 판매하는 것을 보고 이게 뭐지! 이런걸 만나다니 !! 하는 마음에 약간 무리해서 데리고온 녀석입니다.
콤비임에도 불구하고, 금이 들어가서 그런지 무게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역시나 명불허전의 서브마리너 시리즈 답게 잘 생긴 얼굴에 균형미 가득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30대 후반이라 콤비의 금빛이 약간 손목에서 부담감을 주었고, 제일 원하던 모델이 아니고 약간 충동적인 마음에 영입한 녀석이라 계속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직은 인연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 익스를 워낙 편하게 차고 다녀서 그런지, 흑콤도 편하게 찰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음먹은 만큼 막 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10년 정도 지나면 다시 영입 할 수 있으려나요...
가장 최근에 영입한 튜더블랙베이 입니다.
허전한 손목을 뭐라도 채워주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다가 적당한 시계로 영입했습니다.
익숙한 얼굴과 단단한 모습에 마구 굴려도 부담감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41mm 크기가 16.5cm 손목에 너무 크지 않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잘 맞는듯 합니다.
뒷백이 약간 올라와있어 손목에 살짝 떠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시계줄을 타이트하게 조정해서 차다보니 지금은 손목의 일부처럼 24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컬렉션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많은 노력과 시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듯 합니다.
거기에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자금력과, 또 시계를 사냐는 와이프의 등짝 스매싱을 피할 수 있는 능력!
항상 가정의 평화를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ㅎㅎ
토요일 밤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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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남자
2019.10.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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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랑
2019.10.21 19:29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시계들이 적당한 시기에 잘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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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사준돌핀
2019.10.20 00:56
10년넘게 찬 익스...
이렇게 오래 착용한 시계를 갖고 있으면 기분이 어떨까.. 부럽습니다.. ^^
천사랑님이 진정한 시계매니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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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isaint
2019.10.20 09:43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주변에 시계에 아무런 관심도 없지만 항상 같은 시계를 차고 있는 선,후배들을 보면서 오히려 저런게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예전에 진짜 저렴이 쿼츠 시계를 몇년동안. 타키미터 잉크가 다 빠진것도 모르고 차고 다녔었는데 그때가 진짜 시계가 내 몸의 일부가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시계 업글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스트레스(?) 까진 아니지만) 생각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뭐 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괜히 시계 갯수만 많아지고...오! 오늘은 이 시계를 차고 나가야지 행복한 고민이 아니라 아.. 이 시계 자고 있으니까 한번 차줘야지. 이러는건 별로 행복한 고민은 아니더라구요.
똘똘한 놈 2개 정도만 남기는게 가장 좋을 것 같은데 팔기도 귀찮고 시계 자체는 이쁘니 그냥 두고는 있는데 항상 딜레마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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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랑
2019.10.21 19:35
익스를 계속 차고 있을때는 몰랐는데, 좋은 분께 보내고 나서 이래저래 새로운 시계를 만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뒤지다보니 새 시계들에 대한 욕구가 마구 솟아오르더군요.
멋진 시계를 보여주시는 분들이 많은 타포는, 항상 오면 재밌고 즐겁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추의 욕구를 불러일으켜서 위험한(?) 곳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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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yuc95
2019.10.20 18:11
한 시계를 10년 동안 차셨다니.. 진정한 시계인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그 만큼 익스플로러라는 시계가 매력적인 시계라고 생각이 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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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랑
2019.10.21 19:38
정말이지 익스플로러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튼튼하고 단아함을 지녔던 시계인 듯 합니다.
근데... 아마도 중간에 충분한 여유가 있었으면... 10년 넘도록 못 찼을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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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벌써
2019.10.20 18:57
흑콤 섭마를 경험하신 후에, 튜더는 고민 하신 만큼 효과가
있을런지 의문이 되는군요.
등짝 스매싱을 감내하시는게.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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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랑
2019.10.21 19:44
툴워치로 쓰기엔 그래도 적당한 시계인 듯 합니다.
러그 끝이 날카로워서 약간 마감이 아쉽긴 하지만, 나름 예쁜 시계라 만족스럽습니다. 베젤 12시에 빨간색 삼각별이 포인트가 맘에 듭니다.
두께가 조금 있어서 소매가 좁은 셔츠 입을때는 약간 불편한 점도 있네요.
등짝에 힘(?)을 키워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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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김
2019.10.22 06:57
익스 착용감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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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탱요
2019.10.25 00:27
익스가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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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수
2019.10.29 14:28
저도 서브마리너와 튜돌이를 구입하려고 이곳 저곳 기울이고 있는데 참고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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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지기
2019.10.31 21:49
예쁘네요 씸플하고 익스
- 전체
- Daytona
- Datejust
- Submariner
- Sea Dweller
- Sky Dweller
- Milgauss
- Cellini
- Date
- GMT master
- Explorer I, II
- Yacht I, II
- etc
와 좋은것만 경험하셨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