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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티즌 2051  공감:4  비공감:-2 2021.03.05 11:00


(호들갑 주의.. 긴 글 주의..)



안녕하세요, 구경만 하다가 처음 인사 드리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산 시티즌 티타늄 쿼츠 시계를 지금까지 차왔고, 오랫동안 시계에 큰 관심은 없었어요.

패션에는 관심이 많다 보니 멋진 시계들이 많다는 생각은 했지만, 돈도 없고 나중에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롤렉스는 백화점에 전시된 것 말고는 누가 차고 있는 걸 본 적도 없었지요.

제게 롤렉스는 그저 가장 유명한 시계 브랜드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덧 직장이 생기고 아름다운 짝을 만나 결혼을 준비하면서 예물 시계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배고프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경제적으로 약간의 여유도 생겼고, 직업상 정장을 매일 착용하다보니 깔끔하고 근사한 시계 하나는 갖고 싶었습니다.

어른들께서는 다들 롤렉스를 얘기하셔서 알아 봤더니, 요새 너무나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예거 리베르소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브랜드의 역사나 이미지, 기술력도 마음에 들고, 차보니 어울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계 매장들을 몇번 다니다 보니 오기가 좀 생기더라고요.

도대체 롤렉스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난리인가. 왜 매장 웨이팅이 샤넬 디올보다도 심한가. 도대체 왜 가격이 오르는가..

사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실물 구경이라도 한 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덩달아 롤렉스라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지요. 다들 왜 롤렉스 롤렉스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2월 13일.. 설 연휴 토요일이었지요.

신세계백화점 본점 오픈런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본관 입구에서 여자친구와 10시 20분에 접선했습니다.

다행히 상당히 앞쪽에 줄을 섰고, 문이 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지하 롤렉스 매장을 향해 가는데..

어 이상하다.. 사람들이 의외로 이쪽으로는 별로 안 오는 거예요.. 아...... 뭔가 쎄했습니다.


매장에 도착하니 제 앞으로 웨이팅이 딱 140팀 있더군요(오전 10시 33분..).

롤렉스는 10시부터 웨이팅을 따로 받는다는 걸 몰랐던 것입니다... 역시 우린 시린이;;

여친과 저는 둘다 강한 현타를 맞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바로 옆 까르띠에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여친이 마음에 들어한 팬더는 다행히 재고가 있었어요. 웨이팅도 없이 너무나 편안하게 구매 완료.. 원래 이래야 되는 거 아닌가 ㅠㅠ


이때부터 저녁까지 길고 긴 웨이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롯데 본점 꼬르소꼬모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신세계에 주차해둔 차를 다시 롯데 본점으로 옮겼습니다. 롯데 본점에서 친구 선물도 사고 반지 구경도 하고 시간을 보냈지요.

신세계는 무료주차가 중복이 안 돼서 3시간이 한도인데, 롯데는 회원 주차권, 구매영수증 등등 중복 할인이 되더라고요.

이게 도대체 뭐하는 궁상인가 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오후 6시 30분경에 롤렉스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8시간..


사실 저희 전에 들어간 손님들이 금방금방 나와버리는 걸 보고, 여친은 제게 아 오늘은 글렀나보다 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너무 기대할까봐 그랬다네요..) 그래도 저는 왠지 모를 희망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설레는 마음으로 매대를 보았는데, 시계가 꽤나 있는 거예요. 제가 오기 얼마 전에 시계들이 새로 들어왔다네요..

심지어 제가 원하던 데이트저스트 41mm 쥬빌리 브레이슬릿 모델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우와!


이게 현실이 맞나 싶어서 계속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너무나 영롱한 그 모습에 넋이 나가버린 건지..

가장 갖고 싶던 청판이나 플루티드 베젤은 아니었지만, 은판 & 스무스 베젤 조합도 무척이나 깔끔해보였습니다.

여친의 팬더와도 커플 시계 같고.. 매장에 있던 시계 중 제 예산 천만원을 충족하는 유일한 모델.. 매장 첫 방문에 이정도면 운명이 아닐까?

하며 홀린듯이 구매해버렸습니다(얼마 전부터 융과 파우치 증정은 중단되었다고 하네요 ㅠㅠ). 집에 오는 내내도 너무 비현실적이었지요


이미 롤렉스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는 이런 소박한 호들갑에 웃음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시계가 대중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모델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저는 귀한 시계를 귀한 날을 위해 의미 있게 차게 된 만큼, 더없이 소중히 생각하려고 합니다.

무서워서(?) 못 차다가 오늘 처음 차보고 글을 남기네요.. 앞으로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회원님들 분위기가 점잖고 따뜻해서 멋져요~


여러모로 어려운 시국인데,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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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기다림 중에... 아름다운 팬더 드 까르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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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매장에서 영접한 데이트저스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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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 때 가서 저녁이 되어버린.. 그래도 너무나 뿌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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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서 살포시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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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착용!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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