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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쿄에서 만난 낡은 회중시계

며칠 전 일본 도쿄의 나카노 브로드웨이에서 빈티지 시계의 성지라 불리는 잭로드(Jackroad)를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우연히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시계 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단정한 흰 다이얼의 오래된, 하지만 깔끔한 론진(Longines)의 회중시계였다.

 

나는 매장 직원에게 이 시계를 자세히 보여주기를 요청했고, 그는 나에게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직원을 데려오겠다며 잠시 양해를 구했다. 몇 분 후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 시계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도 번역기를 사용했다. 그럴거면 아무나 와도 상관없었는데...)

 

그 직원은 이 시계의 정확한 생산·판매연도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대략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 연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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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판매 카드에는 아래와 같이 씌어있었다.

LONGINES ポケットウォッチ 手巻き Cal.-  

VINTAGE 稼働はしますが精度保証はございません 

※ノンメンテナンス 現状でのお渡しになりますので、ブレスレット調整は行いません。あらかじめご了承の程、お願い申し上げます。こちらの商品は保証適応外となります 

(작동은 하지만 정확도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 정비하지 않은 현 상태 그대로 인도하므로 줄 조정은 하지 않음을 양해 바랍니다. 본 상품은 보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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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전면부 덮개 외부는 임금 왕(王)자와 대문자 G가 합쳐진 듯한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그 덮개를 열면 내가 쇼윈도에서 가장 먼저 보았던 깔끔한 흰색 애나멜 다이얼에 고전적인 아라빅 넘버 인덱스, 6시 방향의 스몰세컨핸즈와 Longines가 선명하게 새겨진 단정한 다이얼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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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케이스 안쪽에 숨어 있었다. 전면부 덮개 안쪽을 둘러싼 원형의 문구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Gutehoffnungshütte Aktienverein für Bergbau und Hüttenbetrieb Oberhausen

(오버하우젠의 구테오프눙스휘테 광업 및 제련 주식회사)

그리고 중앙부에는 아래와 같이 씌어져 있었다. 

Herrn Johann Jansen – In dankbarer Anerkennung für 25 jährige treue Dienste

(요한 얀센씨에게, 25년간의 헌신적인 근속에 대한 감사를 표합니다)

 

이 짧은 문구만으로도 시계의 정체가 명확해진다. 이 시계는 독일의 대표 공업지역인 루르지방 오버하우젠에 위치한 구테스오프눙스휘테라는 광업 및 제련회사가 요한 얀센이라는 노동자에게 25년 근속을 기념하여 수여한 상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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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 덮개를 열면 에른스트 프란칠론(Ernest Francillon)이 1866년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회사명 EF & Co.과 함께 이미 브랜드로 쓰이던 Longines가 병기돼 있다. 론진의 창업자는 오귀스타 아가시(Auguste Agassiz)이지만, 그의 조카인 에른스트가 회사를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였으며 당시 새로 지은 공장이 위치한 지역인 Les Longines의 이름을 따 Longines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심지어 세세한 모양의 변경은 있었지만 날개 모양의 로고도 한 세기를 훌쩍 넘어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하단부에는 이 시계가 80% 함량의 은으로 만들어졌음을 뜻하는 0.800과, 이 시계의 고유 일련번호(Serial Number)인 2412842가 새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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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를 덮고 있는 덮개를 열면 론진이 파리에서 2회, 밀라노와 브뤼셀에서 각각 1회씩 4관왕 그랑프리를 수상했음을 선전하고 있다. 정확히 무슨 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오늘날 워치스 앤 원더스(Watches & Wonders)나 혹은 엑스포와 같은 국제박람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LONGINES

4 GRANDS PRIX

PARIS - PARIS, MILAN, BRUXE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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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준비해간 루페를 이용하여 무브먼트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내부는 놀랄만큼 깨끗했다. 매장 직원은 내부 부품 모두 (적어도 자신들 매장에서는) 교체를 한 적이 없으며, 자신들이 인지하는 한에서는 순정 부품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도금된 황동으로 추정되는 기본판 위에 내부 덮개에서 확인한 것와 정확히 일치하는 시리얼넘버가와 회사명이 각인돼있었다. 또한 시계의 진동 속도를 조절하는 레귤레이터의 AVANCE(빠르게) – RETARD(느리게) 조절방향 표시까지 또렷하게 잘 보존돼 있었다. 

나는 직원의 양해를 얻어 태엽을 감아보았고, 잠시후 우렁찬 째깍 소리와 함께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별 것 아니지만 왜인지 나는 이 순간 아주 잠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과 놀라움 사이의 묘한 감정을 느꼈다. 유한한 수명을 가진 대신 자가운동이 가능한 생명체로서, 그 반대로 자가 운동은 불가하지만 외부 동력이 주어지는 한 세기를 넘어서도 무한히 작동 가능한 기계에 대해 갖는 상반된 입장의 경이로움 비슷한 무언가였을 것 같다.

 

 

Watch Accuracy.jpg

 

일단 시계가 작동하는 것은 확인했으니, 간단한 타임그래퍼 측정도 해보았다. 결과는 일오차 +55초, 비트에러 9.9ms, 진동각 224도였다. 비트에러가 다소 큰 편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오차가 1분 이내로서 당시 기준에서는 실사용으로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진동각도 시계의 연식을 고려하면 준수하다. 

 

나는 몇 가지 사항을 추가로 확인한 뒤 이 시계를 구매하였다.

2. 시계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다만, 상점 밖을 나서면서도 여전히 이 시계에 남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당시 회사가 직원에게 근속 25주년이라는 뜻깊은 연도를 기념하여 그의 이름까지 각인해서 선물을 주었다면, 그 해가 몇년이었는지도 함께 새겨주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스스로의 기억 속에서 그 연도를 인지하고 살아간 얀센씨는 정작 아무런 아쉬움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계의 정확한 족보를 갖고싶은 나로서는 여전히 풀지 않은 수학문제를 남겨둔 채 책을 덮은 심정이었다. 

우선 나는 이 시계에서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 특히 가장 중요한 시리얼넘버 2412842를 통해 그 단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미국의 유명한 중고시계 판매 플랫폼 Bob's Watches의 칼럼에서 론진 시계의 일련번호에 따른 생산연도를 확인하는 칼럼을 발견했다. (Longines Serial Number Lookup: Your Complete Guide: https://www.bobswatches.com/longines/longines-serial-number-look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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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은 창업 초기 1870년부터 꾸준히 각 시계 한점한점마다 일련번호를 부여해왔으며, 내 시계 2,412,842는 1910년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최소한 잭로드 매장 점원의 추정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은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더 정확한 혹은 교차 검증 가능한 정보를 원했다. 다양한 경로로 검색한 결과, 론진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시계의 내외관 근접사진을 첨부하여 양식에 맞추어 요청할 경우 자신의 아카이브 내 판매 장부 기록을 회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얼마의 비용을 청구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아래 양식을 채워 요청은 해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기록이 남아 있을까 하는 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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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단 3일 만에 이메일 답장이 왔다.


Longine Archive Answer.jpg

 

 

This pocket watch was invoiced in 1911 to our former subsidiary in Berlin.

(이 회중시계는  1911년 베를린 소재 당사의 과거 자회사를 통해 판매되었습니다.)

 

론진의 판매기록 장부를 확인한 결과 이 시계는 1911년 베를린 자회사를 통해 판매된 것임이 확인되었다. 무려 114년 전의 판매 기록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이 우선 놀라웠다. 앞서 밥스워치가 정리해둔 일련 번호를 통해 추정된 1910년 생산연도, 론진의 아카이브 장부를 통해 확인한 1911년 판매시점, 그리고 지리적으로도 독일 어느 회사의 장기 근속자에게 주어지기 위해 베를린 매장을 통해 판매된 사실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어긋남 없이 맞아떨어졌다.

 

기왕 알아본 김에 이 회사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았다. 전면부 덮개 내부에 씌어있던 회사명 Gutehoffnungshütte을 검색해보았다. 우선 구글 화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20세기 초 당시 이 회사의 낯익은 로고였다. 앞서 임금 왕(王)자와 대문자 G가 합쳐진 듯한 문양은 G.H.H를 합성한  표식이었다.

 

GHH는 1782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광업 및 제련회사였다. 지난 100여년간 수많은 인수·합병·분할을 거치며 그 명칭은 사라졌지만, 일부 사업부는 오늘날 대형 트럭으로 유명한 MAN의 일부에 해당하며, 결국 MAN이 폭스바겐 산하 기업이니 여전히 폭스바겐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GHH-Eisen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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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음대로 그려보는 시계와 얀센씨의 여정

 

루르 지방은 당시 독일 산업혁명의 심장부였다. GHH가 영위하던 광업과 제철은 산업시대 가장 중요한 업종이다. 얀센씨가 이 시계를 받은 1911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보다 시기적으로 조금 앞서지만, 이미 독일은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루르 지방의 제철소들은 쉴 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만큼 이 기업도 호황을 맞고 있었기에 당시 기준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론진 은제 회중시계를 직원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당시 론진은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과 같은 최고급 시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다음 티어로서 정밀한 무브먼트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엘리트와 고소득 중산층에게 널리 사랑받은 브랜드였다. 몇 몇 통계와 추정치를 찾아본 결과 이런 은제 회중시계는 당시 고소득 기술직 근로자 임금 기준 한 달치 월급 정도에 맞먹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시계였다. 

2020년대 대한민국 중위 월소득이 300만원 내외이며, 아마도 얀센씨를 비롯한 산업화시대 기술직의 연봉은 중위·내지 평균보다 높았을 것이므로 그들의 추정 월급으로 환산하면 오늘날 기준으로도 400-500만원대의 고가 시계임을 알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직원들에게 장기근속 포상으로서 수백만원대의 상품을 지급하는 곳은 대기업 중에서도 사실상 없다.

 

이 시계는 탄생한지 100년이 넘는 동안 누구의 손을 어떻게 거쳐서 도쿄 나카노의 상점 쇼윈도에 오르게 된 것일까.증거는 언제나 빈 칸을 남기고, 인간은 늘 그 공백을 견디지 못하여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야기로 채우고 싶은 욕구가 있나보다.

 

얀센씨는 1911년 근속 기념으로 이 시계를 받은 지 불과 3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을 맞이했을 것이고, 독일은 1918년 패전 후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막대한 배상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당시 정부는 마르크화를 무분별하게 찍어내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일으켰고, 많은 독일인들이 그랬듯 화폐가 아닌 이 시계와 같은 실물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노년에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며, 중공업 기업들이 밀집한 루르지방은 연합군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얀센씨 혹은 그의 후손, 아니 어쩌면 그로부터 시계를 사간 다른 누군가는 이 폭격의 혼란 속에 이 시계를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혹은 당시 그 시계의 주인이 독일군 포로였을 수도 있으며. 어느 이름없는 미군 병사가 이 시계를 습득하여 전후 일본으로 흘러간 것일지도 모른다. 

 

시계의 역사를 중심으로 좀 더 잔잔한 스토리로 갈 수도 있다. 1900년대 초반까지 개인용 시계는 이같은 회중시계가 기본이었으며, 손목시계는 주로 여성용으로서 브레이슬릿(팔찌)에 시계를 단 정도의 개념 뿐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 손목시계는 1904년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 우리가 아는 그 까르띠에 맞다)가 자신의 친구인 브라질 출신 비행사 아우베르투 산투스 뒤몽(Alberto Santos Dumont)에게 선물한 산토스가 그 시초이다. 

그나마도 손목시계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참호전이 한창이던 1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가슴에 손을 넣기조차 위험했던 상황 하에 신속하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즉, 1910년대 중반 이후 조금씩 회중시계의 시대는 저물고 손목시계의 시대가 도래한것이다.

어쩌면 20세기 중반-후반 손목시계의 시대를 살던 얀센씨의 어느 후손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 회중시계를 어느 딜러에게 판매했을 수도 있다. 이후 1980년대 일본은 그 유명한 버블경제 하에 넘치는 부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럭셔리·앤티크 수집 열풍이 한창이었으며, 이 와중에 유럽산 골동품 시계 또한 주요 타겟이 되었다. 어쩌면 이 시계도 이런 경로로 대륙 반대편으로 건너왔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그냥 아무 재미도 없는 버전으로서, 단순히 옛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취향에 따라 일본의 중고시계상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럽 시계를 매입하여 마진을 붙여 나에게 판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잭로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글로벌 중고시계 유통상이다.

 

 

한편 인간 얀센씨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1911년 근속 25년을 맞았다면 특별히 중간에 이직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그는 1886년 그 회사에 입사했을 것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취직을 했다는 가정 하에 그는 1866년-1870생 내외로 추정된다. 프로이센 제국 시절 이미 유럽 최대 광업·중공업 지역인 루르지방에서 태어나 여느 독일인처럼 근면 성실하게 일했을 것이다.

 

이 시계를 25년 근속상으로 받은 1911년에 40대 중반이었다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당시에는 이미 50세에 가까운 장년이었으니, 전쟁에 직접 참전했을 가능성은 낮고 군수산업 숙련 노동자 및 감독·지휘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흔히 장수(長壽)는 축복이라 하지만, 그의 세대에서는 차라리 적절한 시기에 세상을 뜨는 것이 가장 행복한 말년을 보낼 길이었을 수도 있다. 전후 많은 독일인들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이를 잘 넘겼다 하더라도 그가 70대까지 살아있었다면 2차 세계대전을 겪었을 것이며, 특히 루르 지방에 계속 머물렀다면 연합군의 폭격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노년에 직접적인 목숨의 위험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갓 스무살이 된 사랑하는 손자가 히틀러의 명령을 받아 스탈린그라드행 열차를 타는 모습을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던 노인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명확한 다른 정보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어느 쪽을 진실로 믿을지는 전적으로 나의 자유다. 이런 스토리의 선택권이 골동품의 매력 아닐까. 특히 시계란 물건은 여러 골동품들 중에서도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자적 동력 없이 "움직인다"는 그 사실로 인해 생명력까지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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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 시계는 더이상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다. 시간이야 지금 당장 주머니에 손만 넣으면 초단위까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첨단 현대 문명의 도구가 있다. (재미있게도 현대인들이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를 주머니 속에 넣고 있다는 점에서 20세기 초에 손목시계에 자리를 내주었던 회중시계가 또 다른 형태로 정확히 100년 만에 반격을 하는 중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핸드폰은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는 시계를 보기 위해(?) 찬다.

 

20세기 스위스에서 제작된 이 시계는 19세기에 독일에서 태어난 얀센씨와 21세기에 서울에서 살고있는 나를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100년이 넘도록 생생하게 작동하며 나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나에게 있어 이 낡은 회중시계는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다. 어느 근면성실한 독일인의 인생, 어느 중공업 기업의 역사, 20세기 초중반 독일과 유럽의 파란만장한 전쟁사, 그리고 일본 버블시대의 수집가들까지 이어지는 115년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오브제이다.

 

먼 훗날 이 시계가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넘어갈 때, 기나긴 이 시계의 여정 가운데서 어쩌면 가장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왜 뜬금없이 유럽이나 미국도 한국에 와있느냐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채울 여백을 하나 더 남긴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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