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구밖 13821 2006.10.01 00:03
오늘 시계줄을 바꾸러 예지동을 갔다왔습니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몇 번 구경시켜 주셨던 걸 빼면 사실상 처음이었죠. 뭐 막상 가보니까 예전과 다른 건 하나도 없더군요. 골목마다 빽빽하게 늘어선 가게들과 좌판들..
 

줄 교체 전 (예전에 찍은 사진)

골목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미리 알아둔 XX사를 찾았습니다.
보니까 인터넷상의 비슷한 모렐라또 밴드보다 가격이 훨씬 괜찮았고, 주인아저씨도 친절하셨습니다. 다만 원래 사려던 히어쉬는 예지동에선 찾기 힘든듯했구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검은색을 유독 좋아해서 당연히 검은색 밴드를 사리라 마음먹고 고르는데 이게 생각보다 검은다이얼이 검은색 밴드와 잘 안 어울리는 겁니다. 그래서 골라본게 갈색으로 아예 오리지널이 아닐 바에야 보통의 민무늬 소가죽이었죠. 뭐 기왕 맘바뀐거 화끈하게 골드 브라운도 생각해 봤으나 그냥 얌전히 줄과 원터치버클, 드라이버 하나씩을 사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줄을 끼우러 간 곳이 수X사.
원래 직접 하고싶었으나 어지간히 안 빠지는 일자형 핀을 곱게 뺄 수 있는 도구가 없어 찾아갔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말로만 들어봤던 그곳의 기술자분을 한번 만나뵙고 싶었던 것도 이유였구요.
한 부부의 시계를 수리하고 계셨는데 두 명 이상 들어가 기다리기도 힘든 1평 남짓한 공간, 그리고 부품들이 들어있는 작은 서랍이 빽빽하게 쌓여 있는 게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잠시 기다리기를 몇 분여...드디어 제 차례.
브레슬을 빼시더니 제가 따로 갖고 있던 스프링바를 보고 봉이 약한거라며 다른 걸로 바꿔주시고, 그러면서 이것저것 질문도 드렸는데 친절히 알려주시는 게 역시 듣던대로 였습니다.
새 줄을 끼우고 현미경으로 이리저리 보시더니 좋은 시계라며 시계칭찬까지 해주시는데...흐흐 기분 좋더라구요.
 
마침내 작업이 끝나고...따로 손님이 없는 거 같아 저도 모르게 제 입이 불쑥 부탁을 하나 드렸습니다.
그 현미경으로 제 시계 무브먼트 한 번만 관찰해봐도 되느냐고.......
근데 다행히도 흔쾌히 허락해 주시며 간단한 현미경 사용법까지 알려주시더군요.
아...너무 기뻐서 연신 감사드리고 자리에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 보는데 정말 눈앞이 온통 엘프리메로로 꽉 차고 평소에 자세히 못봤던 벨런스 스프링의 움직임이나 각종 부품들의 움직임, 가공상태가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접사사진과 동영상으로도 볼 수 없었던 너무나도 재밌는 경험이었죠. 흥분해서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현미경 배율을 여쭤본다는 것도 잊고 그냥 나올 정도였네요.
 
이것으로 끝이난 첫 줄질 겸 예지동 시계골목 탐방기..처음엔 이곳의 극소수 업자들에 대한 안 좋은 소문도 들었는데 오늘 전부 좋은 분들만 만나고 괜한 걱정을 한듯싶습니다.

폰카라 화질이 안좋네요..

관리자에 의해 2006-10-01 오전 12:03:02 에 이동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득템신고] DOXA SUB 300T와의 조우. [17] energy 2023.09.03 1165 12
공지 하와이 와이키키 ft H08 [30] 현승시계 2023.05.22 1344 11
공지 스위스포럼 게시글 이동원칙 안내 [4] 토리노 2015.03.02 1724 0
공지 [스위스포럼 이벤트 공지]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주세요 [5] 토리노 2011.01.31 4323 2
공지 남들과 다른 시계 사진을 찍으려면...^^; [395] Picus_K 2010.12.02 17862 69
공지 [선택과 구매]어떤 시계를 고를것인가? [282] 토리노 2010.01.14 28069 56
Hot 오랜만에 빵뎅이가 들썩거릴만한 신제품 [6] Tic Toc 2024.02.20 4617 2
Hot 나의 50대 첫 시계는... [21] 딸바보아빠 2024.02.09 14833 6
Hot 🎊 스와치 x 블랑팡 Ocean of storms 득템신고! 🎊 [12] 타치코마 2024.01.30 2464 6
Hot [응답하라 2006] 2006.08.31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3] Tic Toc 2024.01.27 376 10
19456 [추천게시글] 마음에 드는 시계를 찾아보기 [596] file 디엠지 2011.02.07 27736 155
19455 [Doxa] 결국 유혹을 못 이기고 독사 300T 장만 [17] file 키치제작소 2023.08.20 15150 8
19454 [Bulgari] 나의 50대 첫 시계는... [21] file 딸바보아빠 2024.02.09 14833 6
» [Zenith] 줄 구입 겸 예지동 탐방기 [33] 지구밖 2006.10.01 13821 0
19452 [] 관세 계산해 줍니다.(해외 구매시 참조하시라고...) [31] 숙제검사 2006.09.14 12299 0
19451 [Bulgari] 불가리.. 지름신 조심하셔야겠습니다. ㅋㅋ [36] 소고 2009.05.21 7570 0
19450 [추천게시글] ★ 400번째 포스팅 - 가성비에 대한 고찰 ★ [185] file 아롱이형 2013.07.13 7287 105
19449 [추천게시글] 내가 경험해본 스위스제 중저가 개념시계들!! -되돌아보는 나의 시계역사- [78] file 눈괴물 2013.07.30 6409 24
19448 [Zenith] 제니스 엘 프리메로 [26] file 오렌지독수리 2019.08.25 5134 4
19447 [ETC(기타브랜드)] 존 윅 시계 구매했습니다. [22] 광주공대생 2019.07.12 4872 5
19446 [추천게시글] 흰판 블루핸즈 정리 (파란손들에 대한 로망!) [96] file 눈괴물 2013.04.12 4729 45
19445 [Longines] 오랜만에 빵뎅이가 들썩거릴만한 신제품 [6] file Tic Toc 2024.02.20 4617 2
19444 [추천게시글] 나의 이름은 Longines L990입니다. [82] file mdoc 2014.09.14 4543 66
19443 [Longines] 최근 가성비가 급상승한 엔트리급 시계 [13] file 간고등어 2019.01.27 4418 5
19442 [Tudor] 튜더 블랙베이54 국내 1호 득템 [19] file Elminster 2023.03.28 4232 8
19441 [Zenith] 모든걸 정리하고 원탑으로 간다... 선생님 그거슨... [38] file 광주시계초보 2019.10.25 4051 8
19440 [Montblanc] [번역& 스압 & 사이즈 주의] SIHH 2009 Montblanc Villeret Review [38] 소고 2009.02.06 3891 0
19439 [] 2009 BASEL WOLRD - ZENITH [37] 아라미스 2009.05.11 3811 0
19438 [추천게시글] 주말에 간단히 쓰는 큰 드레스 워치들의 실제 느낌 [55] 플레이어13 2015.03.08 3772 18
19437 [Tissot] Tissot LeLocle Reserve de Marche 리뷰입니다 : ) [27] hayan 2009.01.17 3685 0
19436 [Cartier] 정말 현실 간지(?) 최고의 모델 [21] file 빨강토끼 2015.10.29 3669 3
19435 [추천게시글] 제니스 득템기 & 개봉기 [44] tommyjk 2018.09.29 3611 17
19434 [Longines] 론진 아직 죽지 않았다 [37] file 밍구1 2015.03.22 3402 1
19433 [Montblanc] 몽블랑 헤리티지 울씬 구매했습니다~^^ [42] file Simon. 2015.07.09 3359 6
19432 [Chronoswiss] 크로노스위스가 요즘 산으로 가버린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32] augustraymond 2016.11.13 3297 9
19431 [Mido] 미도(MIDO) 멀티포트 개봉기~! [49] file EARL 2011.02.24 3275 5
19430 [추천게시글] 100개의 시계 브랜드와 페이스북, 그리고 그들의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 [86] file Eno 2013.05.10 3252 56
19429 [추천게시글] 거대 문페이즈의 로망...비주류 열전 [44] file mdoc 2015.09.19 3227 22
19428 [추천게시글] [내맘대로_리뷰] 해밀턴 카키필드 38 리뷰 [50] file RUGBY™ 2014.07.29 3186 39
19427 [] 에포스 수동 파워리저브 VS 프레드릭 핫빗 [24] brainraid 2008.12.17 3182 0
19426 [Frederique Constant] 프레드릭콘스탄트 슬림라인문페이즈 [26] file ampm 2014.12.09 3119 6
19425 [Chronoswiss] [리뷰] 델피스(CH1422 R),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66] file 옴마니 2013.04.11 301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