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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1037  공감:15 2021.01.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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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Luftwaffe)은 독일 육군 기갑부대와 더불어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군대였습니다.


이는 여러 군대관련 물품도 마찬가지라, 공군 관련 밀리터리 파일럿 워치의 헤레티지는 이때의 독일 공군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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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B-Uhr은 말할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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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워치의 시원(始原)도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https://www.timeforum.co.kr/brand_HighendIndependent/18089255


밀리터리 파일럿 크로노그래프 워치의 장르적 발달사는 위 링크의 제 이전글을 참고하시면 되고, 


암튼 이런 선진적인 역사도 소용 없게된 것이, 전후 독일은 완전 잿더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모든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다행히, 전후 냉전시대에 독일은 소련에 맞서는 자유진영의 첨병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전후의 폐허는 빠르게 복구되었습니다. 


그것은 독일 공군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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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초 새롭게 출범한 독일 연방군(Bundeswehr) 공군은 바르샤바 조약국에 맞서는 나토의 최전방 공군으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고, 그에 걸맞게 공군력이 급속도로 팽창되었습니다. 


그 결과, 독일 연방군 공군 파일럿들이 사용할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의 수요 또한 급증하였습니다. 


1968년, 호이어는 이 독일 연방군 공군이 사용할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의 공급 계약을 따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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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탈리아 공군에 TIPO CP-1/2 라는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를 납품한 경험이 있던 Leonidas를 인수해서 노하우를 확보한 호이어는 이를 1550SG 라는 모델명으로 독일 연방군 공군에 납품하게 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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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Heuer 1550SG는 자연스럽게 Leonidas나 제니스의 TIPO CP-2와 아주 유사한 스펙과 모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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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er 1550SG는 42.3mm의 크기로 1960~1970년대 시계답지 않은 현대적인 싸이즈를 가지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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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아라빅 인덱스에 검은색 다이얼, 두꺼운 야광 등 시인성이 강조되는 파일럿 워치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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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에는 트리튬 야광이 사용되었는데, 특히 핸즈의 야광은 파티나가 아주 잘 진행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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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의 아랫쪽 빨간색 동그라미 안의 3H 표시는 야광으로 트리튬(3중수소, 3H)이 사용되었다는 표시이며, 이는 인덱스 6 바로 위에 조그마한 T자로 이중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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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군용답게 무광으로 처리되어 있으며, 러그는 이시대의 빈티지에서 흔히 보이는데로 얇고 길게 잘 빠져 있습니다. 


덕분에 러그 투 러그는 51m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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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12.6mm로 크로노그래프 치고는 얇은 편이어서 작지 않은 크기지만 착용감이 아주 좋습니다. 


이는 1550SG가 수동 크로노그래프인 덕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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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0SG를 움직이는 무브먼트는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Valjoux 230 입니다(위 사진은 판매자가 보내준 제 1550SG의 Valjoux 230 사진입니다). 


Valjoux 23 패밀리의 시작은 Valjoux 22에서 시작합니다.


회중시계 베이스로 제작되었던 Valjoux 22가 당시 컨셉으로는 꽤 큰 무브먼트였기 때문에(14 Ligne; 31.3mm) 이것이 13 Ligne(29.5mm) 정도로 작아진 것이 Valjoux 23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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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Valjoux 23에 12시간 카운터가 추가된 것이 그 유명한 폴 뉴먼 데이토나에 사용된 Valjoux 72 입니다. 


Valjoux 22에 12시간 카운터가 추가된 것은 Valjoux 71로 불렀죠.


Valjoux 230은 Valjoux 23에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에서 필수적인 Hack 기능과 Flyback 기능이 추가된 무브먼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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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백에는 군용 시리얼 넘버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시계를 구입하는 기준엔 무브먼트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씨쓰루백으로 커스텀 하는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봤지만...


군용 시계인 Heuer 1550SG에는 시리얼 넘버가 각인된 스틸 케이스백이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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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er 1550SG의 제치 스트랩은 흔히들 말하는 분트(Bund) 스트랩 입니다. 


예, 맞습니다. 분트 스트랩의 유래가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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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쪽 마감은 클립으로 되어 있을 정도로 터프한 스트랩이지만 놀랍도록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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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자체가 군용 느낌을 뿜뿜 하기 때문에 곱상한 엘리게이터 따위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격은 다이얼과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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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희귀한 'Sternzeit' 1550SG는 꽤 비싼 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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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H 1550SG가 그 다음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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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심플한 다이얼의 경우에도 파티나가 멋지게 진행되어 있으면 가격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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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가격대의 대체품?으로는 프랑스 공군용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인 Type 20 중 비교적 가격이 낮은 VIXA나 DODANE을 들 수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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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idas나 Zenith의 TIPO CP-2도 약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노려볼 만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시계를 수령하고 약 2주간 물고, 씹고, 뜯고, 즐기고 해본 결과...


가격과 해외구매의 리스크, 관세 크리등을 종합해 보면...


Heuer 1550SG는 여러분들에게 적극 권해드릴만한 시계는 아닙니다. 


감성 충만한 시계이긴 하나 본질은 50년된 고물인지라...


용두는 자칫 힘을 쎄게 주면 빠져버리고(원래 용두가 빠지는 타입의 시계입니다...ㅡ,.ㅡㅋ),


당연히 방수도 없다시피 하고,


제로 리셋 햄머 타입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아니기 때문에 크로노그래프 작동감, 특히 리셋 느낌은 구리기 그지 없습니다.


특히 여러분에게 권해드리기 힘든점은...


험블하게 관리되는 군용시계의 특성상 오리지날러티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Heuer는 1550SG를 독일 연방군에 1968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거의 10년간 꽤 많은 수를 납품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알기 힘들지만 많은 생산량은 빈티지 시계의 가치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이 10년의 세월동안 다양한 2차 업체로부터 다이얼, 케이스, 핸즈등을 공급받아 Heuer가 최종 조립하여 공급하였고,


거기에 더해서...


Heuer에 이어 이 사업권을 따낸 Sinn이 1990년대까지 역시 다양한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1550SG의 유지, 보수에 사용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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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다양한 시대의 남은 부품을 모아 Sinn 로고를 붙인 합법적인 프랭큰까지 제작하였었기 때문에...


오늘날 남아있는 1550SG는 자연스럽게 여러 시대의 부품이 뒤섞여있어 다이얼이나 케이스에 따른 생산년도나 오리지날 여부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원본'을 찾는 퓨리스트라고 칭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엿같은 일이며,


아울러 빈티지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기 상당히 힘든 시계라는 뜻입니다.  


다이얼만 해도 주요한 다이얼 베리에이션만 5가지나 되는데다가, 3H 로고 변형 4가지, Heuer 로고에 3가지 변형이 또 있으며... 


http://www.brown-snout.com/horology/articles/heuer_bundeswehr_chr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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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제 1550SG도 뒷케이스 안쪽을 보면 75년, 85년, 95년 3번에 걸쳐서 오버홀과 수리가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이얼과 핸즈, 케이스가 다양한 시대의 베리에이션으로 갈음당했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향후 빈티지 가치가 오를것을 생각해서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다가는 큰코 다치게 되는것이 1550SG 입니다.


이는 다른 군용 빈티지 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1550SG 정도의 가격이야 그러려니...하고 넘어 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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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 탑을 다투는 브레게의 Type XX 빈티지나 블랑팡의 Aircommand 빈티지를 고가에 구입했는데 오리지날러티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가의 군용 빈티지 구입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공부해 보시고 구입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암튼 제가 구입해 보니 모두가 Heuer 1550SG를 구입할 필요는 없어 보이니...이 호사는 저만 누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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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음에 소개드릴 시계를 살짝 스포해 드리며...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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