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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안녕하세요.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한가 싶었는데, 여전히 외출을 하기가 참 힘드네요. 매년 이맘때쯤 날씨가 좋아서 여기저기 놀러들 가고 그럴 때인데,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그나마 주말 내내 비가와서 다행(?)이랄까요.... 회원분들 모두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타포에 포스팅합니다. 어제 드디어 주문한 시계를 받게 되어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아마 국내에선 좀 생소한 마이크로 브랜드일텐데, 바로 프랑스의 독립 시계 브랜드인 셈페르 아두크 (SEMPER & ADHUC) 입니다. 거의 두달 정도를 꼬박 기다린 것 같네요. 다소 특이한 이력으로 시작한 신생 브랜드이고 전면으로 "프랑스 메이드"를 앞세워 마케팅 하고 있습니다. 시계 개봉기에 앞서 잠시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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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페르 아두크(SEMPER & ADHUC)는 재작년 7월 킥스타터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가 여느 마이크로 브랜드들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그동안 눈여겨 보고 있었죠. 브랜드 로고의 저 세 여인들의 얼굴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운명의 세여신(Moirai)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합니다. 브랜드 명 역시 자신들의 시계에 대한 직관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Semper(끊임없이)와 Adhuc(지금까지) 라는 라틴어의 조합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설명해 주고 있지요~


다소 독특한 창업자의 이력도 눈에 띕니다.  젊고 패기 있는 Colin de Tonnac은 파텍필립 SA에서 근무하다 독립하여 자신만의 브랜드를 시작했고, 고급시계가 아닌 저렴한 커스텀시계에 눈을 돌렸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셈페르 아두크의 독특한 방향성을 결정하게 되죠. 


셈페르 아두크는 찬란했던 기계식 무브먼트의 세상이었던 1930~1970년대의 무브먼트를 보존하고 복원하여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시계를 제작합니다. 이 당시 제조되었던 빈티지 무브중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A. Schild 사의 AS1012로, 쿼츠 파동이 스위스를 강타하기 전 가장 널리 보급되었던 무브입니다. A. Schild는 나중에 스와치그룹의 간판인 ETA에 흡수되죠. 무브먼트의 사이즈는 13mm x 15mm 로, 당시 여성용 시계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쿼츠 파동 이후 기계식 시계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 들었고, 결국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되죠. 재밌는 점이 하나 있는데, 70년대 당시 금값이 폭등하여 시계를 분해해서 케이스를 녹이고 무브는 그대로 버리는 현상들이 있었습니다. 현재 이러한 빈티지 무브먼트들이 해외 마켓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데, 당시 상황을 보면 납득이 가는  이유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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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페르 아두크의 공방 모습. 워치메이커는 수많은 빈티지 무브먼트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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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를 수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이걸 쓸모있게 복원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겁니다. 워치메이커는 이렇게 수집한 무브를 완벽하게 복원하여, 도금처리를 합니다. 공통적으로 무브는 메뉴얼 와인딩으로 작동하며, 17~21석, 3기압 방수, 파워리저브 36시간을 제공합니다. 베이스가 되는 무브가 결국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다른 빈티지 무브도 수집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도 빈티지 시계를 복원하는 곳은 있습니다. 부산에 있는 곳이 유명한 것 같더군요. 과거의 유명 브랜드들의 빈티지 시계를 마치 새것처럼 복원하기도 하고, 다른 부품들을 스왑하는 커스텀 시계들도 있죠. 이 부분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당장 옆동네 일본만 하더라도 이러한 커스텀 시계들의 시장이 매우 큰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의 물건이 새옷을 입는 건 매력적이지 않나요? ㅎㅎㅎ 셈페르 아두크는 단순히 복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만의 디자인을 입히는데, 시계 케이스와 스트랩까지 모두 직접 제작합니다. 특히 브랜드가 전면적으로 내건 "프랑스 메이드"에 걸맞게 시계 케이스와 스트랩, 심지어 시계 박스까지 자신들만의 워크숍을 통해 생산합니다.


셈페르 아두크는 연간 150개 정도의 시계를 생산하는데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주문하면 배송이 1개월뒤에 시작한다고 되어 있는데, 저는 꼬박 2개월 정도 걸린것 같네요. 특히 프랑스는 코로나19의 피해가 상당한 곳이라 워치메이커도 외출금지령에 자가격리중이었다고 합니다...( ╥_╥)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대한 배송일정을 맞추기 위해 애써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문제는 배송기간이 매우 길었다는 사실.....-_-;;; 심지어 관세 내라는 연락도 못받아서 그걸로 또 지연이 되었었네요. 하하하. 워치메이커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가 참 좋았는데, 코로나로 인해 한국은 괜찮은지 제 건강에 안부를 믈어보는 모습도 좋았고, 심지어 영어가 버벅거리는게 영 안쓰러웠는지 메일을 한국어 번역기 돌려서 보내주기까지 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이제 시계를 개봉하겠습니다. 제가 주문한 모델은 '인스턴트 오리지널 (Instantanée Originale)' 이라는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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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박스로 안전하게 포장되어 도착했습니다. 박스를 열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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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주문했던 여분 스트랩이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보더니 저건 반말이라서 더 귀여운거라고 하더군요... 직접 한글을 보면서 손수 써줬다고 생각하니 감동이네요. 원래는 자주 줄질하려고 했었는데, 뜯기가 아까워서 저대로 봉인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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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는 컴팩트한 사이즈 입니다. 운명의 세여신이 반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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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를 밀면 아우터 박스와 분리됩니다. 박스에도 신경을 쓴 티가 나네요. 되게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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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와 단추형 클립이 인상적입니다. 간결하지만, 시계를 단단히 잡아주고 있습니다. 코르크 부분을 들어 올리면, 보증서와 메뉴얼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사진 찍는걸 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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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커버에는 고유 일련번호와 제작자의 이름, 그리고 날짜가 있습니다. 참고로 국제보증이 가능하지만, 프랑스로 직접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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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다이얼이 인상적입니다. 스트랩 역시 고전적인 스웨이드 빈티지 스트랩이고, 종류에 따라 낙타가죽이나 소가죽 등 두가지 종류, 두가지 마감의 스트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분으로 낙타가죽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가죽역시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한 뒤, 보르도의 프랑스 장인이 직접 제작한다고 합니다. 스트랩을 추가 주문하면 120유로가 더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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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간결한 느낌입니다. 케이스 사이즈가 37mm로 고전적인 크기를 고수하고 있지만, 손목에 착용했을 때 밸런스는 좋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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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질감이 느껴지는 텍스쳐가 있으며, 크림색 컬러로 빈티지한 느낌을 줍니다. 강렬한 붉은색으로 패드 프린팅 되어 있고, 시분 두개의 핸즈만으로 매우 깔끔한 인상이네요. 수사는 프랑스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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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틴 마감된 316L 스테인레스 스틸 케이스입니다. 러그는 엣지 절삭면이 다소 거칠고 브러시 역시 거칠게 마감되었습니다. 시계 케이스 사이즈는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37mm이며, 럭투럭은 44mm 정도입니다. 용두는 절삭면이 40% 정도인데,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한 손가락으로 와인딩 하라는 의미인지..? 어쨌든 저한테는 와인딩이 그리 쉽진 않았습니다. 와인딩 피드백은 여느 수동과 별다를바 없이 경쾌합니다만.. 저는 다소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용두에 운명의 세여신이 인그레이빙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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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 직경이 작아서 그런지 모두 보여주기 보단 이렇게 작은 창을 내서 일부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빼꼼 삐져나온 레귤레이터가 매우 귀엽습니다. 어쨌든 케이스백은 마크뉴슨의 POD 워치가 생각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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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일반적인 탱버클입니다. 따로 옵션에 디버클은 없고 모두 탱버클입니다. 셈페르 아두크 브랜드명이 인그레이빙 되어 있고,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무광 브러시 마감입니다. 가죽 스트랩은 매우 착용감이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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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주문할 때 몇가지 특별 주문 옵션이 있습니다. 케이스백에 자신만의 문구를 인그레이빙 할 수 있거나 용두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옵션이 그렇습니다. 저는 왼쪽 손목에 시계를 착용하니 용두 방향을 오른쪽으로 했지만, 오른손목에 시계를 착용하시는 분들에겐 매우 편리한 옵션 같습니다. 보니까 워치메이커가 왼손잡이더군요. ㅎㅎ 


셈페르 아두크가 제시하는 의미는 명확하죠. 이건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매력적인 부분일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혹해서 샀으니까요. 하하하. 하지만 이 시계의 가격은 현재 1500유로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주문할때보다 금액이 더 인상됐어요....^^;) 이 아름다운 '낭만'에 사람들이 이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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